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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일본 문학의 원류인 나쓰메 소세키의 재기 넘치는 작품, ‘도련님’입니다.
* 출판사 : 더클래식
00:00 인트로
0:48 등장인물
1:25 주요줄거리
7:12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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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꿈결 클래식004) – 네이버 블로그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이병진 옮김|남동훈 그림|꿈결 펴냄 … 작품 분석뿐 아니라 일본 ‘사소설’에 대한 충실한 해설까지 총 50여 쪽에 …
Source: m.blog.naver.com
Date Published: 7/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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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 브런치
나쓰메 소세키의 두 번째 소설 <도련님>에 나올 이 ‘도련님’도 아마 … 고진은 이런 교환양식의 변화와 생성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구조를 분석했다.
Source: brunch.co.kr
Date Published: 3/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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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도련님』에 나타난 학벌의 어두운 그림자 고찰
나쓰메 소세키의『도련님』에 나타난 학벌의 어두운 그림자 고찰 -「아카샤쓰(赤シャツ)」를 중심으로- 夏目漱石の『坊っちゃん』に表れた学閥の暗い影の考察 -赤 …
Source: www.kci.go.kr
Date Published: 10/1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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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By 나쓰메 소세키 한번에 끝내기 (문학줍줍 책 요약 리뷰
나쓰메 소세키의 두 번째 소설 <도련님>에 나올 이 ‘도련님’도 아마 … 고진은 이런 교환양식의 변화와 생성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구조를 분석했다. + 여기 …
Source: da.taphoamini.com
Date Published: 11/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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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지음|이병진 옮김|남동훈 그림|꿈결 펴냄 … 작품 분석뿐 아니라 일본 ‘사소설’에 대한 충실한 해설까지 총 50여 쪽에 … … Most searched …
Source: toplist.pilgrimjournalist.com
Date Published: 1/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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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평설 /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 다음블로그
가이드 북 | 세계 명작을 찾아서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 권장 수업 … 전통적인 인습의 타파와 사회 모순의 분석·폭로를 목적으로 한 일본의 …
Source: blog.daum.net
Date Published: 5/23/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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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근대문학 작가 나쓰메 소세키와 작품 <도련님>
작가소개. ◈ 작품소개. 01 등장인물. 02 작품배경. 03 줄거리. ◈ 생각해 보기. 『도련님(坊ちゃん)』. 나쓰메 소세키. 2주차. 04 본문내용 …
Source: contents2.kocw.or.kr
Date Published: 9/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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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추천]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 말산업저널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 c권용. 소설은 시대적 상황을 대변한다. 작가의 상상력은 현실을 반영한다. 모든 소설은 숨길 수 없는 현재를 담고 …
Source: www.horsebiz.co.kr
Date Published: 12/8/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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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분석
- Author: 문학줍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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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Published: 2022. 1. 21.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uHwQgBZGFk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꿈결 클래식004)
꿈결 클래식 004 나쓰메 소세키의 경쾌하고 재기 넘치는 문장을 최고의 번역으로 만나다!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이병진 옮김|남동훈 그림|꿈결 펴냄
발행일 2015년 2월 13일
판형 140×210mm | 292쪽 | 올컬러 | 무선
ISBN 978-89-98400-43-9 04830
978-89-98400-24-8 (세트)
값 12,000원
>> 책 소개
막무가내 도련님의 천방지축 성장기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도련님』은 일본 근대 최고의 문호인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도쿄 출신의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강직한 성품의 도련님이 시골 중학교 수학 교사로 부임한 뒤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1906년에 발표되어 현재까지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소설은 ‘서울대가 추천하는 고전 200선’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일으키는 걸작이다. 100여 년 전 근대화라는 커다란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나쓰메 소세키가 느꼈던 문제의식과 불안감이 지금의 우리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꿈결 출판사는 청소년과 성인을 아우르며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명작을 선별하여 꿈결 클래식을 출간한다. 그 네 번째 책으로 『도련님』을 펴냈다. 일문학자 이병진 교수의 유려한 번역, 50여 쪽에 달하는 상세한 해제, 올 컬러 일러스트 18컷과 나쓰메 소세키와 관련된 사진 자료 등은 꿈결 클래식 『도련님』만의 차별점이다.
>> 상세 이미지
>> 지은이 소개
나쓰메 소세키 夏目漱石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최초의 문호’로 지금도 독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적 감수성과 윤리관으로 서구 근대의 기계문명과 자본주의를 비평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세계를 조명한다. 그의 소설은 경쾌한 리듬과 유머를 바탕으로 권선징악과 같은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템포가 빠르고 리듬감이 있는 문체로 자연스레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소설 외에도 수필, 하이쿠, 한시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며,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다.
1867년 2월 9일 현재의 도쿄 신주쿠 구에서 우시고메 집안의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 태어나자마자 다른 집에 수양아들로 맡겨졌다가 다시 생가로 돌아오지만 또다시 양자로 보내지는 등 불행한 유소년기를 보냈다. 도쿄대학 영문과에 입학한 스물세 살 즈음부터 염세주의에 빠지게 되고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에는 신경 쇠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1895년 마쓰야마 중학교, 1896년에는 제5고등학교에 영어 강사로 부임하며, 맞선으로 만난 나카네 교코와 결혼했다. 1900년 문부성의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2년간 영국으로 홀로 유학하며 경제적인 어려움과 고독감으로 극도의 신경쇠약에 빠졌다. 1903년 귀국 후 제1고등학교와 도쿄대학에서 문학론 등을 강의하는 한편, 1905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데뷔, 1906년에는 『도련님』을 발표하며 인기 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 후 도쿄대학 교수직을 마다하고 1907년 아사히 신문사의 전속 작가로 입사하여 『산시로』, 『문』, 『행인』, 『마음』, 『한눈팔기』, 『명암』 등을 연재했다. 당시 교편을 버려 가면서 직업 작가의 길을 선택한 데에는 신경쇠약과 함께 소세키를 괴롭혔던 경제적 이유도 있었다. 이후 직업 작가로서 보낸 10년은 병마와의 싸움으로 점철되었다. 1916년 지병인 위궤양이 악화하여 12월 9일 마지막 대작 『명암』 집필 중 향년 마흔아홉에 숨을 거두었다.
>> 옮긴이 소개
이병진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초역문화과학전공 비교문학비교문화 코스에서 「1910년대 이후의 야나기 무네요시와 아사카와 다쿠미를 중심으로 한·일간의 비교문화적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세종 대학교 국제학부 일어일문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라의 발견』, 『비교문학자가 본 일본,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와 한국』, 『재조일본인과 식민지 조선의 문화Ⅰ』(이상 공저)가 있으며, 주요 역서로 『일본의 경제 격차』, 『모래그릇 1, 2』 등이 있다. 2013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미술관) 개최의 「야나기 무네요시 전시 연계 학술 강좌」와,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제15기 박물관대학 하반기 과정 「근대 이국(異國)과의 조우」에서 강연을 했다.
>> 그린이 소개
남동훈
대구예술대학교 서양화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내외 아트페어와 개인전 및 단체전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현재 콘셉트아트, 출판, 웹툰, 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도련님
해제_녹록지 않은 삶의 의미와 고독으로 방황하는 청춘의 그림자
>> 책 속에서
교실에서 나오려는 순간 학생 한 명이 설명해 달라며 알 수 없는 기하학 문제를 가지고 왔을 때는 식은땀을 흘렸다. 하는 수 없이 잘 모르겠으니 다음에 가르쳐 주겠다며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왔더니 학생들이 “와아!”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중에는 “모른대! 모른대!” 하는 소리도 들렸다. 등신 같은 놈들, 선생도 모르는 것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그런 문제를 풀 정도라면 40엔을 받고 이런 시골에 오겠냐며 교무실로 돌아왔다. _본문 52쪽
치졸한 놈들이다. 자신이 한 일을 말하지 못하겠으면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지. 증거를 잡지 못하면 시치미를 뗄 작정으로 뻔뻔스럽게 능청을 떨고 있다. 나도 중학교 시절엔 어느 정도 장난을 치곤 했다. 하지만 누가 그랬냐고 했을 때 꽁무니를 빼는 비겁한 행동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한 것은 한 것이고 안 한 것은 안 한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은 아무리 장난을 쳐도 결백하다. 거짓말을 해서 벌을 피할 거면 애당초 장난 같은 건 하지 말아야 한다. 장난에는 벌이 따르는 법이다. 벌이 있기에 장난도 기분 좋게 할 수 있다. 장난만 치고 벌은 싫다는 비열한 근성이 어느 지역에 유행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돈은 빌리지만 갚는 것은 싫다는 놈들은 모두 이런 놈들이 졸업해서 하는 짓이다. 도대체 중학교에는 뭐하러 들어온 것인가. 학교에 들어와 거짓말을 하고 속여서 남 뒤에서 치사하고 건방지게 장난을 치고, 그러다가 졸업이라도 하면 의기양양하게 자신은 엘리트라고 착각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놈들이다. _본문 79쪽
생각해 보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나쁜 짓 하기를 장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든가 애송이라든가 하는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이 거짓말을 하지 말라든가 또는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과감하게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남을 믿지 않는 법이라든가 남을 이용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편이 세상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빨간 셔츠가 하하하하 하고 웃는 것은 나의 단순함을 비웃는 것이다. 단순과 진실이 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면 할 말이 없다. 기요는 이런 경우 결코 웃은 적이 없다. 크게 감탄하며 들었다. 기요가 빨간 셔츠보다 훨씬 훌륭하다. _본문 103쪽
담백하다고 생각한 아프리카 바늘두더지는 학생들을 선동했다 하고, 학생을 선동했다고 생각했더니 교장에게 학생 처분을 독촉하고, 밉상 그 자체인 빨간 셔츠는 의외로 친절하고, 나에게 넌지시 충고해 주는가 싶더니 마돈나를 가로채고, 가로챘다고 생각했는데 고가 선생이 파혼하지 않으면 결혼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고, 이카긴이 트집을 잡아 나를 쫓아내나 싶더니 바로 아첨꾼이 내 방에 들어오고,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일을 기요에게 적어 보내면 틀림없이 놀라 것이다. 하코네 반대편이라서 괴물들이 모여 산다고 할지도 모른다. _본문 152쪽
>> 출판사 서평
◆ 꿈결 클래식 ◆
글맛 나는 번역, 최고의 전문가가 쓴 해제, 올 컬러 일러스트로 만나는 우리 시대의 고전.
꿈결 클래식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전 세대에게 영혼의 울림을 전하는 명작을 출간합니다.
001.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 박민수(한국해양대학교 인문한국 교수) 옮김 | 김정진 그림
002. 햄릿 셰익스피어 지음 | 백정국(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옮김 | 김정진 그림
003. 젊은 베르터의 고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박민수(한국해양대학교 인문한국 교수) 옮김 | 김정진 그림
004.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 이병진(세종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옮김 | 남동훈 그림
005. 변신(근간) 프란츠 카프카 지음 | 박민수(한국해양대학교 인문한국 교수) 옮김 | 남동훈 그림
무모하지만 거침없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신랄하게 풍자한 명작!
『도련님』은 물리 학교를 갓 졸업한 도쿄 출신의 혈기왕성하고 무모한 성격의 주인공 ‘도련님’이 한 지방 소도시 중학교 수학 교사로 발령받아 불의와 싸우는 청춘 모험 소설이다. 도련님은 거리낌 없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기질 때문에 학생들과 충돌하고, 동료들과 대립한다. 도련님은 뎀뿌라 메밀국수 네 그릇과 당고 두 접시, 온천 욕탕에서의 수영 사건 등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더구나 숙직 첫날 밤 기숙사 학생들이 이불 안에 메뚜기를 넣어 놓는 등 짓궂은 장난까지 하자 도련님은 학생들의 처분을 호소하지만, 교감인 빨간 셔츠와 다른 선생들은 무사안일주의로 대충 넘어가려 한다. 그런데 이때 도련님은 유일하게 조리 있는 주장을 하는 수학 교사 아프리카 바늘두더지에 호감을 느낀다. 이후 도련님은 빨간 셔츠가 영어 교사인 끝물 호박의 약혼자 마돈나를 좋아해 끝물 호박을 좌천시킨 사실을 알게 된다. 아프리카 바늘두더지와 의기투합한 도련님은 교사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한 빨간 셔츠와 아첨꾼을 혼내 주고 교사를 그만둔 뒤 도쿄로 돌아간다. 장난 심한 학생들, 속되고 부도덕한 교사들과의 충돌이 주인공인 도련님의 솔직담백한 시선으로 시종일관 경쾌하고 재미있게 그려진다. 고집불통이기는 하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련님은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정의의 편에 서서 악한 자들을 처단한다.
『도련님』은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시대를 뛰어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다. 독자들은 거침없는 주인공이 부당한 일에 맞서는 데서 통쾌함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일본 근대문학의 정수
『도련님』은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이자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칭송받는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작으로 무엇보다 당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소설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청년기 이후 소세키의 관심의 중심에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본연의 모습, 특히 서양에 대한 정치적, 문화적 주체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도련님』이 발표된 1900년대 초반의 일본은 성공적인 근대화와 러일 전쟁에서의 승리로 자신감이 충만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근대국가 건설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부와 명예를 얻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새로운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하고 낙오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 결과 나쓰메 소세키를 비롯한 일본의 소설가들은 사회적 의무라는 버거운 짐을 내려놓고 근대적 자아에 대한 탐구와 ‘나’를 증명하는 방식으로서 ‘사소설’을 선택하게 되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역시 허구를 배척하고 작가의 생활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작품으로, 작가가 1895년 4월부터 1년간 한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교편을 잡았던 체험을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도련님이라는 무모하고 거침없는 인물을 통해 근대 일본에 대한 비판 의식을 보여 준다. 주인공 도련님은 의협심은 강하지만 진정한 어른이 되지 못한 미성숙한 인물이다. 사회의 부조리에 대항하지만 그의 행위는 오로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데 그친다. 소세키는 도련님의 이런 모습을 통해 근대화, 서구화를 추구하던 메이지 시대 일본의 한계를 비판한다. 또한 소세키는 빨간 셔츠 교감, 아첨꾼 미술 선생 등을 통해 제도와 조직 안에서 살아남는 데 급급한 현실 세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도련님』의 주인공이 “생각해 보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나쁜 짓 하기를 장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라고 하는 말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우리에게 똑같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글맛 나는 번역, 최고의 전문가가 쓴 해제,
올컬러 일러스트로 만나는 꿈결 클래식의 『도련님』
꿈결 클래식은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번역을 하는 동시에 해제를 쓰며, 올 컬러 일러스트로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꿈결 클래식에서 펴낸 『도련님』은 한일 간의 비교문화 연구를 통해 근대 일본 문학을 철저히 고증한 이병진 교수의 꼼꼼하고 맛깔난 번역과 상세한 해제가 돋보인다. 이병진 교수는 번역 불가능한 표현이나 문화 장치는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말과 문화 코드를 찾아 바꾸었으나, 일본 시코쿠 지방의 사투리만은 우리나라 어느 한 지역의 사투리로 번역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선입관을 배제하기 위해 표준어로 옮겼다. 호칭과 존댓말 등 우리와 다른 문화적 코드를 우리 기준에 맞게 바꾸면서도 작품을 읽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부분만은 섬세하게 고려한 것이다.
또한 나쓰메 소세키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시대적 배경, 작품 분석뿐 아니라 일본 ‘사소설’에 대한 충실한 해설까지 총 50여 쪽에 달하는 해제로 상세히 풀어놓았다. 특히 ‘10분 만에 읽는 『도련님』’은 작품의 간단한 줄거리뿐만 아니라 독특한 인물 소개, 소설 속 주요 문장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마지막으로, 꿈결 클래식은 올 컬러 일러스트를 삽입하여 기존 세계문학전집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콘셉트아트, 출판, 웹툰, 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동훈 작가의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그림은 고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건드리는 고전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난다. 세월의 흐름을 뛰어넘어 당대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현재의 독자들까지 사로잡는 고전의 힘. 꿈결 클래식과 함께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더하는 고전을 만나길 바란다.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도련님’이라는 제목은 선입견을 준다. 이 말은 귀하게 자라 세상을 모르는 철없고 순진한 사람을 떠올리게 만든다. 악의는 없으나, 오히려 선의가 더 크지만, 세태에 어두워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 그럼에도 순수함 덕분에 주위 사람의 사랑을 받기도 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두 번째 소설 <도련님>에 나올 이 ‘도련님’도 아마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어릴 때부터 악동으로 자랐고 커서는 고집불통에 중학교 교사가 되어 학생보다 더한 골통이 아닌가? 좌충우돌 하면서 성장하기도 않고 처음 그대로 머문다. 유쾌한 성장소설처럼 이야기가 좌충우돌 흘러가는데 ‘도련님’은 변화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고집을 더욱 굳게 지킨다. 주인공을 ‘도련님’으로 부르는 사람은 늙은 하녀 기요 말고는 없는데 어째서 ‘사고뭉치’나 ‘망나니’가 아니라 ‘도련님’일까?
일본의 메이지 시대는 1867년~1912년에 걸쳐 있다. 나쓰메 소세키가 1867년에 태어나 1916년에 죽었으니 그의 생애는 메이지 시대와 거의 일치한다.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이들은 에도 막부를 타도하고 천황 중심으로 국가를 개편해 전면적으로 개국을 추진했다. 이 시기 일본은 서구 문물이 물밀듯이 몰려와 본격적으로 근대화 바람이 불었다. 시대가 급격하게 바뀔 때는 필연적으로 전통이 몰락한다. 사람들은 전통대신 새로운 가치관을 맞이하지만 정수를 익히지 못하고 겉모습만 흉내낸다. 세상이 혼란해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우니 사람들은 물질적인 부와 권력에 의존해 살 길을 도모한다.
‘도련님’은 이런 세태에 한 발 물러서 있다. 공부를 해서 출세하는 길도, 장사를 벌여 돈을 버는 삶도 원하지 않는다. 권력에 아부하거나 물욕에 빠져 거짓말을 해서라도 돈을 모으려는 사람과 거리를 둔다. 그러나 그런 이들이 자신의 삶에 개입하면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몰아낸다. 다른 사람 시선에는 천지분간 못하고 제멋대로 설쳐대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도련님’에 대한 통념처럼 순진하고 부드러운 성격이 아니고, 세상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단지 물질적 이익만을 탐하는 세태에 동참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도련님’과 가지는 공통점이다. 소세키는 ‘도련님’이 아닌 ‘도련님’을 내세워 근대화 물결에 침식당해 사라져가는 인간미를 안타까워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가라타니 고진의 책 <세계사의 구조>가 떠올랐다. 고진은 이 책에서 세계사를 생산양식이 아니라 교환양식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교환양식 A는 증여-답례가 순환고리를 이루는 호수(서로 주고 받음)이다. 지금도 남아 있는데 가까운 사이에 주고 받는 선물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국가가 탄생하기 이전 인류가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어 살 때 지배적인 교환양식이다. 교환양식 B는 주로 국가에서 일어나는데 세금을 걷어 다시 재분배하는 일을 떠올리면 된다. 또는 과거 거대한 제국이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집단에게 조공이나 세금을 받고 그대신 보호해주는 관계다. 교환양식 C는 자본주의에서 계약을 통해 거래하는 양식이다. 고진은 이런 교환양식의 변화와 생성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구조를 분석했다. 그런데 교환양식 B는 권력과 지배를 낳고, 교환양식 C는 계급분열을 초래한다. 고진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교환양식 D를 상정하는데, 과거 그대로가 아닌 고차원적으로 회복된 교환양식 A를 의미한다.
‘도련님’은 은연중에 권력(교환양식 B)과 부(교환양식 C)를 거부한다. 대신 자기에게 조건없이 사랑을 베푸는 기요를 소중히 생각한다. 책에 보면 그가 기요에게 빌린 돈 3엔을 갚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기요에게 3엔을 빌렸다. 그 3엔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갚지 않았다. 갚을 수 없었던 게 아니라 갚지 않은 것이다. 기요는 조만간 갚겠지 하며 내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보거나 하지 않는다. 나도 곧 갚아야지 하면서 마치 남처럼 의리를 내세우지는 않을 생각이다. 내가 그런 걱정을 하면 할수록 기요의 마음을 의심하는 일이 되어 기요의 아름다운 마음에 먹칠을 하는 것과 같아진다. 돈을 갚지 않는 것은 기요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기요를 나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비록 빙수든 감로차든 남에게 신세를 지고도 가만히 있는 것은, 상대를 어엿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고 그 사람에 대한 후의에서 나오는 것이다. 내 몫을 내면 그뿐인 것을 마음속으로 고맙게 여기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보답이다. 아무런 지위가 없다 해도 나는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이다. 독립된 인간이 머리를 숙이는 것은 백만 냥보다 소중한 감사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환양식 C가 지배적인 요즘이라면,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시답잖은 핑계를 댄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교환양식 A에 비추어 보면 그렇지 않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순환하는 증여의 구조에서 먼저 받고 다시 주지 않는 일은 커다란 빚이다. 과거에 빚은 채무자를 노예로 만들어 쇠고랑을 차게 만들기도 했다. 그만큼 마음의 빚은 엄청난 무게를 지닌다. ‘도련님’은 자청해서 그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책에 나온 ‘도련님’과 기요의 관계가 고진이 상정한 교환양식 D라고 할 수는 없다. “‘도련님’의 시대”는 아직 교환양식 C가 활짝 꽃피운 시기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도련님’이 유약한 성격이 아님에도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한다. 이 변화는 이제 막 시작했고 앞으로 긴 시간에 걸쳐 세상을 바꿀 예정이다. 여기에 저항하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오히려 더 큰 슬픔과 고통을 가져올 뿐이다. 그러므로 ‘도련님’은 그저 세상의 흐름에서 한 발 떨어져 있기만 한다. 기요와 함께.
그러고 보니, 19세기 사실주의 소설 주인공과 소세키의 ‘도련님’은 인물의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다. 스탕달이나 발자크의 소설 주인공은 출세와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누군가가 그런 모습을 “사랑과 야망”이라고 표현했다. 그에 반해 ‘도련님’은 변화에 몸을 담지 않고 물러선다. 나는 이 모습은 “허무와 패배”라고 말하겠다. 근대화를 자력으로 이끈 서유럽과 거대한 힘에 굴복해 근대화를 이식한 일본의 차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일본이 우겨 넣은 근대화를 맞은 우리의 모습은 문학에서 어떻게 나타났을까? 알아보고 싶은 주제다. 한국과 일본이 서양 과학을 받아들인 역사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근대화의 정수는 과학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런 과학 기술을 낳은 사고방식에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 그 정수를 늦게 알았다. 일본의 과학은 철저하게 자본과 국가에 종속되어 수단으로만 활용되었다. 하물며 일본에 의해 두 번이나 꼬인 근대를 수용한 우리 모습이 어떨까? 이런 세태가 문학에서 어떻게 나타났을까?
나쓰메 소세키의『도련님』에 나타난 학벌의 어두운 그림자 고찰 -「아카샤쓰(赤シャツ)」를 중심으로-
TY – JOUR
AU – 권혁건
AU – 박혜민
TI – 나쓰메 소세키의『도련님』에 나타난 학벌의 어두운 그림자 고찰 -「아카샤쓰(赤シャツ)」를 중심으로-
T2 – 한림일본학 (구 한림일본학연구)
JO – 한림일본학 (구 한림일본학연구)
PY – 2010
VL – null
IS – 17
PB – 일본학연구소
SP – 181
EP – 194
SN – 1738-5334
AB – 메이지시대는 제국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안되다는 의식이 팽배하여학력취득에 대한 작렬한 경쟁이 개막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동경제국대학의 발전사와 『帝國文學』 아카샤쓰의 별명 등을 종합적으로살펴보건데, 아캬샤쓰는 동경제국대학출신의 엘리트 지식이이었다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메이지정부는 학벌에 의한 급여의 차, 신분의 벽 등을 만들었으나, 이러한 제도는 제국대학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열등감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제국대학을 졸업 여하에 의해 월급과 지위가 정해저 그것이 권력화해 가는 데 대한 경계와 학벌에 의한 승진의 격차, 학교라는 직장에서 조차 이루어지는 업무 내용의 격차를 생산해 내는 제도는 교사에 정신적인 불평등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나아가, 나쓰메 소세키는 제국대학이라는 하벌의 폐해와 불평등, 중학교라는 직장내에서 학벌이 권력화하고 남용되는 모습, 학벌과 교감의 권력을 이용하여 사적욕망을 충족시켜 나가는 근대 엘리트 지식인의 어두운 면을 아카샤스라는 인물을 통해 과감히 부각시키고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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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271 투표 이 답변 – Da.taphoamin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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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13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분석 1286 People Liked This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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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꿈결 클래식004)
꿈결 클래식 004 나쓰메 소세키의 경쾌하고 재기 넘치는 문장을 최고의 번역으로 만나다!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이병진 옮김|남동훈 그림|꿈결 펴냄 발행일 2015년 2월 13일 판형 140×210mm | 292쪽 | 올컬러 | 무선 ISBN 978-89-98400-43-9 04830 978-89-98400-24-8 (세트) 값 12,000원 >> 책 소개 막무가내 도련님의 천방지축 성장기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 『도련님』은 일본 근대 최고의 문호인 나쓰메 소세키의 대표작으로, 도쿄 출신의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강직한 성품의 도련님이 시골 중학교 수학 교사로 부임한 뒤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1906년에 발표되어 현재까지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소설은 ‘서울대가 추천하는 고전 200선’에 선정되기도 하였으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공감을 일으키는 걸작이다. 100여 년 전 근대화라는 커다란 사회 구조의 변화 속에서 나쓰메 소세키가 느꼈던 문제의식과 불안감이 지금의 우리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꿈결 출판사는 청소년과 성인을 아우르며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명작을 선별하여 꿈결 클래식을 출간한다. 그 네 번째 책으로 『도련님』을 펴냈다. 일문학자 이병진 교수의 유려한 번역, 50여 쪽에 달하는 상세한 해제, 올 컬러 일러스트 18컷과 나쓰메 소세키와 관련된 사진 자료 등은 꿈결 클래식 『도련님』만의 차별점이다. >> 상세 이미지 >> 지은이 소개 나쓰메 소세키 夏目漱石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최초의 문호’로 지금도 독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적 감수성과 윤리관으로 서구 근대의 기계문명과 자본주의를 비평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세계를 조명한다. 그의 소설은 경쾌한 리듬과 유머를 바탕으로 권선징악과 같은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템포가 빠르고 리듬감이 있는 문체로 자연스레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소설 외에도 수필, 하이쿠, 한시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며,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다. 1867년 2월 9일 현재의 도쿄 신주쿠 구에서 우시고메 집안의 5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 태어나자마자 다른 집에 수양아들로 맡겨졌다가 다시 생가로 돌아오지만 또다시 양자로 보내지는 등 불행한 유소년기를 보냈다. 도쿄대학 영문과에 입학한 스물세 살 즈음부터 염세주의에 빠지게 되고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에는 신경 쇠약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1895년 마쓰야마 중학교, 1896년에는 제5고등학교에 영어 강사로 부임하며, 맞선으로 만난 나카네 교코와 결혼했다. 1900년 문부성의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2년간 영국으로 홀로 유학하며 경제적인 어려움과 고독감으로 극도의 신경쇠약에 빠졌다. 1903년 귀국 후 제1고등학교와 도쿄대학에서 문학론 등을 강의하는 한편, 1905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데뷔, 1906년에는 『도련님』을 발표하며 인기 작가로 자리 잡았다. 그 후 도쿄대학 교수직을 마다하고 1907년 아사히 신문사의 전속 작가로 입사하여 『산시로』, 『문』, 『행인』, 『마음』, 『한눈팔기』, 『명암』 등을 연재했다. 당시 교편을 버려 가면서 직업 작가의 길을 선택한 데에는 신경쇠약과 함께 소세키를 괴롭혔던 경제적 이유도 있었다. 이후 직업 작가로서 보낸 10년은 병마와의 싸움으로 점철되었다. 1916년 지병인 위궤양이 악화하여 12월 9일 마지막 대작 『명암』 집필 중 향년 마흔아홉에 숨을 거두었다. >> 옮긴이 소개 이병진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초역문화과학전공 비교문학비교문화 코스에서 「1910년대 이후의 야나기 무네요시와 아사카와 다쿠미를 중심으로 한·일간의 비교문화적인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세종 대학교 국제학부 일어일문학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라의 발견』, 『비교문학자가 본 일본,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와 한국』, 『재조일본인과 식민지 조선의 문화Ⅰ』(이상 공저)가 있으며, 주요 역서로 『일본의 경제 격차』, 『모래그릇 1, 2』 등이 있다. 2013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덕수궁미술관) 개최의 「야나기 무네요시 전시 연계 학술 강좌」와,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제15기 박물관대학 하반기 과정 「근대 이국(異國)과의 조우」에서 강연을 했다. >> 그린이 소개 남동훈 대구예술대학교 서양화과와 중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내외 아트페어와 개인전 및 단체전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현재 콘셉트아트, 출판, 웹툰, 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 웹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 차례 도련님 해제_녹록지 않은 삶의 의미와 고독으로 방황하는 청춘의 그림자 >> 책 속에서 교실에서 나오려는 순간 학생 한 명이 설명해 달라며 알 수 없는 기하학 문제를 가지고 왔을 때는 식은땀을 흘렸다. 하는 수 없이 잘 모르겠으니 다음에 가르쳐 주겠다며 서둘러 교실을 빠져나왔더니 학생들이 “와아!” 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중에는 “모른대! 모른대!” 하는 소리도 들렸다. 등신 같은 놈들, 선생도 모르는 것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뭐가 잘못이란 말인가. 그런 문제를 풀 정도라면 40엔을 받고 이런 시골에 오겠냐며 교무실로 돌아왔다. _본문 52쪽 치졸한 놈들이다. 자신이 한 일을 말하지 못하겠으면 애당초 하지 말았어야지. 증거를 잡지 못하면 시치미를 뗄 작정으로 뻔뻔스럽게 능청을 떨고 있다. 나도 중학교 시절엔 어느 정도 장난을 치곤 했다. 하지만 누가 그랬냐고 했을 때 꽁무니를 빼는 비겁한 행동을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한 것은 한 것이고 안 한 것은 안 한 것이다. 나 같은 사람은 아무리 장난을 쳐도 결백하다. 거짓말을 해서 벌을 피할 거면 애당초 장난 같은 건 하지 말아야 한다. 장난에는 벌이 따르는 법이다. 벌이 있기에 장난도 기분 좋게 할 수 있다. 장난만 치고 벌은 싫다는 비열한 근성이 어느 지역에 유행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돈은 빌리지만 갚는 것은 싫다는 놈들은 모두 이런 놈들이 졸업해서 하는 짓이다. 도대체 중학교에는 뭐하러 들어온 것인가. 학교에 들어와 거짓말을 하고 속여서 남 뒤에서 치사하고 건방지게 장난을 치고, 그러다가 졸업이라도 하면 의기양양하게 자신은 엘리트라고 착각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놈들이다. _본문 79쪽 생각해 보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나쁜 짓 하기를 장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가끔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이라든가 애송이라든가 하는 트집을 잡아 경멸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윤리 선생이 거짓말을 하지 말라든가 또는 정직하라고 가르치지 않는 편이 낫다. 차라리 과감하게 학교에서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남을 믿지 않는 법이라든가 남을 이용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편이 세상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빨간 셔츠가 하하하하 하고 웃는 것은 나의 단순함을 비웃는 것이다. 단순과 진실이 웃음을 사는 세상이라면 할 말이 없다. 기요는 이런 경우 결코 웃은 적이 없다. 크게 감탄하며 들었다. 기요가 빨간 셔츠보다 훨씬 훌륭하다. _본문 103쪽 담백하다고 생각한 아프리카 바늘두더지는 학생들을 선동했다 하고, 학생을 선동했다고 생각했더니 교장에게 학생 처분을 독촉하고, 밉상 그 자체인 빨간 셔츠는 의외로 친절하고, 나에게 넌지시 충고해 주는가 싶더니 마돈나를 가로채고, 가로챘다고 생각했는데 고가 선생이 파혼하지 않으면 결혼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고, 이카긴이 트집을 잡아 나를 쫓아내나 싶더니 바로 아첨꾼이 내 방에 들어오고,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가 없다. 이런 일을 기요에게 적어 보내면 틀림없이 놀라 것이다. 하코네 반대편이라서 괴물들이 모여 산다고 할지도 모른다. _본문 152쪽 >> 출판사 서평 ◆ 꿈결 클래식 ◆ 글맛 나는 번역, 최고의 전문가가 쓴 해제, 올 컬러 일러스트로 만나는 우리 시대의 고전. 꿈결 클래식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전 세대에게 영혼의 울림을 전하는 명작을 출간합니다. 001. 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 박민수(한국해양대학교 인문한국 교수) 옮김 | 김정진 그림 002. 햄릿 셰익스피어 지음 | 백정국(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옮김 | 김정진 그림 003. 젊은 베르터의 고뇌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 박민수(한국해양대학교 인문한국 교수) 옮김 | 김정진 그림 004.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 이병진(세종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옮김 | 남동훈 그림 005. 변신(근간) 프란츠 카프카 지음 | 박민수(한국해양대학교 인문한국 교수) 옮김 | 남동훈 그림 무모하지만 거침없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신랄하게 풍자한 명작! 『도련님』은 물리 학교를 갓 졸업한 도쿄 출신의 혈기왕성하고 무모한 성격의 주인공 ‘도련님’이 한 지방 소도시 중학교 수학 교사로 발령받아 불의와 싸우는 청춘 모험 소설이다. 도련님은 거리낌 없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기질 때문에 학생들과 충돌하고, 동료들과 대립한다. 도련님은 뎀뿌라 메밀국수 네 그릇과 당고 두 접시, 온천 욕탕에서의 수영 사건 등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더구나 숙직 첫날 밤 기숙사 학생들이 이불 안에 메뚜기를 넣어 놓는 등 짓궂은 장난까지 하자 도련님은 학생들의 처분을 호소하지만, 교감인 빨간 셔츠와 다른 선생들은 무사안일주의로 대충 넘어가려 한다. 그런데 이때 도련님은 유일하게 조리 있는 주장을 하는 수학 교사 아프리카 바늘두더지에 호감을 느낀다. 이후 도련님은 빨간 셔츠가 영어 교사인 끝물 호박의 약혼자 마돈나를 좋아해 끝물 호박을 좌천시킨 사실을 알게 된다. 아프리카 바늘두더지와 의기투합한 도련님은 교사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한 빨간 셔츠와 아첨꾼을 혼내 주고 교사를 그만둔 뒤 도쿄로 돌아간다. 장난 심한 학생들, 속되고 부도덕한 교사들과의 충돌이 주인공인 도련님의 솔직담백한 시선으로 시종일관 경쾌하고 재미있게 그려진다. 고집불통이기는 하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고스란히 간직한 도련님은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 정의의 편에 서서 악한 자들을 처단한다. 『도련님』은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시대를 뛰어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다. 독자들은 거침없는 주인공이 부당한 일에 맞서는 데서 통쾌함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일본 근대문학의 정수 『도련님』은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이자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칭송받는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작으로 무엇보다 당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소설적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청년기 이후 소세키의 관심의 중심에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본연의 모습, 특히 서양에 대한 정치적, 문화적 주체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도련님』이 발표된 1900년대 초반의 일본은 성공적인 근대화와 러일 전쟁에서의 승리로 자신감이 충만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근대국가 건설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부와 명예를 얻는 사람들이 있었던 반면, 새로운 시스템에 편입되지 못하고 낙오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 결과 나쓰메 소세키를 비롯한 일본의 소설가들은 사회적 의무라는 버거운 짐을 내려놓고 근대적 자아에 대한 탐구와 ‘나’를 증명하는 방식으로서 ‘사소설’을 선택하게 되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역시 허구를 배척하고 작가의 생활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 작품으로, 작가가 1895년 4월부터 1년간 한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교편을 잡았던 체험을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도련님이라는 무모하고 거침없는 인물을 통해 근대 일본에 대한 비판 의식을 보여 준다. 주인공 도련님은 의협심은 강하지만 진정한 어른이 되지 못한 미성숙한 인물이다. 사회의 부조리에 대항하지만 그의 행위는 오로지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데 그친다. 소세키는 도련님의 이런 모습을 통해 근대화, 서구화를 추구하던 메이지 시대 일본의 한계를 비판한다. 또한 소세키는 빨간 셔츠 교감, 아첨꾼 미술 선생 등을 통해 제도와 조직 안에서 살아남는 데 급급한 현실 세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도련님』의 주인공이 “생각해 보면 세상 대부분의 사람은 나쁜 짓 하기를 장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라고 하는 말은 시대를 뛰어넘어 지금의 우리에게 똑같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글맛 나는 번역, 최고의 전문가가 쓴 해제, 올컬러 일러스트로 만나는 꿈결 클래식의 『도련님』 꿈결 클래식은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번역을 하는 동시에 해제를 쓰며, 올 컬러 일러스트로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꿈결 클래식에서 펴낸 『도련님』은 한일 간의 비교문화 연구를 통해 근대 일본 문학을 철저히 고증한 이병진 교수의 꼼꼼하고 맛깔난 번역과 상세한 해제가 돋보인다. 이병진 교수는 번역 불가능한 표현이나 문화 장치는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말과 문화 코드를 찾아 바꾸었으나, 일본 시코쿠 지방의 사투리만은 우리나라 어느 한 지역의 사투리로 번역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선입관을 배제하기 위해 표준어로 옮겼다. 호칭과 존댓말 등 우리와 다른 문화적 코드를 우리 기준에 맞게 바꾸면서도 작품을 읽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는 부분만은 섬세하게 고려한 것이다. 또한 나쓰메 소세키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이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시대적 배경, 작품 분석뿐 아니라 일본 ‘사소설’에 대한 충실한 해설까지 총 50여 쪽에 달하는 해제로 상세히 풀어놓았다. 특히 ‘10분 만에 읽는 『도련님』’은 작품의 간단한 줄거리뿐만 아니라 독특한 인물 소개, 소설 속 주요 문장으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마지막으로, 꿈결 클래식은 올 컬러 일러스트를 삽입하여 기존 세계문학전집 이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콘셉트아트, 출판, 웹툰, 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남동훈 작가의 강렬한 색채가 돋보이는 그림은 고전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건드리는 고전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난다. 세월의 흐름을 뛰어넘어 당대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현재의 독자들까지 사로잡는 고전의 힘. 꿈결 클래식과 함께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더하는 고전을 만나길 바란다.
나쓰메 소세키
‘도련님’이라는 제목은 선입견을 준다. 이 말은 귀하게 자라 세상을 모르는 철없고 순진한 사람을 떠올리게 만든다. 악의는 없으나, 오히려 선의가 더 크지만, 세태에 어두워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 그럼에도 순수함 덕분에 주위 사람의 사랑을 받기도 한다. 나쓰메 소세키의 두 번째 소설 에 나올 이 ‘도련님’도 아마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어릴 때부터 악동으로 자랐고 커서는 고집불통에 중학교 교사가 되어 학생보다 더한 골통이 아닌가? 좌충우돌 하면서 성장하기도 않고 처음 그대로 머문다. 유쾌한 성장소설처럼 이야기가 좌충우돌 흘러가는데 ‘도련님’은 변화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고집을 더욱 굳게 지킨다. 주인공을 ‘도련님’으로 부르는 사람은 늙은 하녀 기요 말고는 없는데 어째서 ‘사고뭉치’나 ‘망나니’가 아니라 ‘도련님’일까? 일본의 메이지 시대는 1867년~1912년에 걸쳐 있다. 나쓰메 소세키가 1867년에 태어나 1916년에 죽었으니 그의 생애는 메이지 시대와 거의 일치한다.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이들은 에도 막부를 타도하고 천황 중심으로 국가를 개편해 전면적으로 개국을 추진했다. 이 시기 일본은 서구 문물이 물밀듯이 몰려와 본격적으로 근대화 바람이 불었다. 시대가 급격하게 바뀔 때는 필연적으로 전통이 몰락한다. 사람들은 전통대신 새로운 가치관을 맞이하지만 정수를 익히지 못하고 겉모습만 흉내낸다. 세상이 혼란해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우니 사람들은 물질적인 부와 권력에 의존해 살 길을 도모한다. ‘도련님’은 이런 세태에 한 발 물러서 있다. 공부를 해서 출세하는 길도, 장사를 벌여 돈을 버는 삶도 원하지 않는다. 권력에 아부하거나 물욕에 빠져 거짓말을 해서라도 돈을 모으려는 사람과 거리를 둔다. 그러나 그런 이들이 자신의 삶에 개입하면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몰아낸다. 다른 사람 시선에는 천지분간 못하고 제멋대로 설쳐대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도련님’에 대한 통념처럼 순진하고 부드러운 성격이 아니고, 세상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단지 물질적 이익만을 탐하는 세태에 동참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것이 일반적인 ‘도련님’과 가지는 공통점이다. 소세키는 ‘도련님’이 아닌 ‘도련님’을 내세워 근대화 물결에 침식당해 사라져가는 인간미를 안타까워한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가라타니 고진의 책 가 떠올랐다. 고진은 이 책에서 세계사를 생산양식이 아니라 교환양식을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교환양식 A는 증여-답례가 순환고리를 이루는 호수(서로 주고 받음)이다. 지금도 남아 있는데 가까운 사이에 주고 받는 선물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국가가 탄생하기 이전 인류가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어 살 때 지배적인 교환양식이다. 교환양식 B는 주로 국가에서 일어나는데 세금을 걷어 다시 재분배하는 일을 떠올리면 된다. 또는 과거 거대한 제국이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집단에게 조공이나 세금을 받고 그대신 보호해주는 관계다. 교환양식 C는 자본주의에서 계약을 통해 거래하는 양식이다. 고진은 이런 교환양식의 변화와 생성을 중심으로 세계사의 구조를 분석했다. 그런데 교환양식 B는 권력과 지배를 낳고, 교환양식 C는 계급분열을 초래한다. 고진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교환양식 D를 상정하는데, 과거 그대로가 아닌 고차원적으로 회복된 교환양식 A를 의미한다. ‘도련님’은 은연중에 권력(교환양식 B)과 부(교환양식 C)를 거부한다. 대신 자기에게 조건없이 사랑을 베푸는 기요를 소중히 생각한다. 책에 보면 그가 기요에게 빌린 돈 3엔을 갚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기요에게 3엔을 빌렸다. 그 3엔은 5년이 지난 지금까지 갚지 않았다. 갚을 수 없었던 게 아니라 갚지 않은 것이다. 기요는 조만간 갚겠지 하며 내 주머니 사정을 헤아려보거나 하지 않는다. 나도 곧 갚아야지 하면서 마치 남처럼 의리를 내세우지는 않을 생각이다. 내가 그런 걱정을 하면 할수록 기요의 마음을 의심하는 일이 되어 기요의 아름다운 마음에 먹칠을 하는 것과 같아진다. 돈을 갚지 않는 것은 기요를 무시해서가 아니다. 기요를 나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비록 빙수든 감로차든 남에게 신세를 지고도 가만히 있는 것은, 상대를 어엿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고 그 사람에 대한 후의에서 나오는 것이다. 내 몫을 내면 그뿐인 것을 마음속으로 고맙게 여기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보답이다. 아무런 지위가 없다 해도 나는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이다. 독립된 인간이 머리를 숙이는 것은 백만 냥보다 소중한 감사라고 생각해야 한다.” 교환양식 C가 지배적인 요즘이라면,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시답잖은 핑계를 댄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교환양식 A에 비추어 보면 그렇지 않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순환하는 증여의 구조에서 먼저 받고 다시 주지 않는 일은 커다란 빚이다. 과거에 빚은 채무자를 노예로 만들어 쇠고랑을 차게 만들기도 했다. 그만큼 마음의 빚은 엄청난 무게를 지닌다. ‘도련님’은 자청해서 그 무게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책에 나온 ‘도련님’과 기요의 관계가 고진이 상정한 교환양식 D라고 할 수는 없다. “‘도련님’의 시대”는 아직 교환양식 C가 활짝 꽃피운 시기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도련님’이 유약한 성격이 아님에도 시대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한다. 이 변화는 이제 막 시작했고 앞으로 긴 시간에 걸쳐 세상을 바꿀 예정이다. 여기에 저항하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오히려 더 큰 슬픔과 고통을 가져올 뿐이다. 그러므로 ‘도련님’은 그저 세상의 흐름에서 한 발 떨어져 있기만 한다. 기요와 함께. 그러고 보니, 19세기 사실주의 소설 주인공과 소세키의 ‘도련님’은 인물의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다. 스탕달이나 발자크의 소설 주인공은 출세와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든다. 누군가가 그런 모습을 “사랑과 야망”이라고 표현했다. 그에 반해 ‘도련님’은 변화에 몸을 담지 않고 물러선다. 나는 이 모습은 “허무와 패배”라고 말하겠다. 근대화를 자력으로 이끈 서유럽과 거대한 힘에 굴복해 근대화를 이식한 일본의 차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일본이 우겨 넣은 근대화를 맞은 우리의 모습은 문학에서 어떻게 나타났을까? 알아보고 싶은 주제다. 한국과 일본이 서양 과학을 받아들인 역사에 관한 책을 읽었다. 근대화의 정수는 과학 기술 자체가 아니라 이런 과학 기술을 낳은 사고방식에 있다. 일본이나 우리나 그 정수를 늦게 알았다. 일본의 과학은 철저하게 자본과 국가에 종속되어 수단으로만 활용되었다. 하물며 일본에 의해 두 번이나 꼬인 근대를 수용한 우리 모습이 어떨까? 이런 세태가 문학에서 어떻게 나타났을까?
나쓰메 소세키의『도련님』에 나타난 학벌의 어두운 그림자 고찰 -「아카샤쓰(赤シャツ)」를 중심으로-
TY – JOUR AU – 권혁건 AU – 박혜민 TI – 나쓰메 소세키의『도련님』에 나타난 학벌의 어두운 그림자 고찰 -「아카샤쓰(赤シャツ)」를 중심으로- T2 – 한림일본학 (구 한림일본학연구) JO – 한림일본학 (구 한림일본학연구) PY – 2010 VL – null IS – 17 PB – 일본학연구소 SP – 181 EP – 194 SN – 1738-5334 AB – 메이지시대는 제국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안되다는 의식이 팽배하여학력취득에 대한 작렬한 경쟁이 개막된 시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동경제국대학의 발전사와 『帝國文學』 아카샤쓰의 별명 등을 종합적으로살펴보건데, 아캬샤쓰는 동경제국대학출신의 엘리트 지식이이었다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메이지정부는 학벌에 의한 급여의 차, 신분의 벽 등을 만들었으나, 이러한 제도는 제국대학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열등감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주었다. 나쓰메 소세키는 제국대학을 졸업 여하에 의해 월급과 지위가 정해저 그것이 권력화해 가는 데 대한 경계와 학벌에 의한 승진의 격차, 학교라는 직장에서 조차 이루어지는 업무 내용의 격차를 생산해 내는 제도는 교사에 정신적인 불평등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나아가, 나쓰메 소세키는 제국대학이라는 하벌의 폐해와 불평등, 중학교라는 직장내에서 학벌이 권력화하고 남용되는 모습, 학벌과 교감의 권력을 이용하여 사적욕망을 충족시켜 나가는 근대 엘리트 지식인의 어두운 면을 아카샤스라는 인물을 통해 과감히 부각시키고 있다고 판단된다. KW – DO – UR – 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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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웃지요^^
가이드 북 | 세계 명작을 찾아서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 권장 수업 시간 : 2교시(100분)
○ 대상 꼭지 : 고교독서평설 2월호 「세계 명작을 찾아서」
○ 참고 자료 : 나쓰메 소세키 지음, 『나의 개인주의』(책세상)
나쓰메 소세키 지음, 『런던 탑, 취미의 유전』(을유문화사)
○ 학습 목표 : ① 『도련님』에 담긴 작가의 주제 의식과 비판 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지 생각해 보자.
② 『도련님』에 묘사된 그 당시 일본의 사회상을 우리의 근대화 과정과 비교해서 비판적으로 살펴보자.
○ 집필자 : 하남석_ 논·구술 전문 유레카 학원 강사
들어가는 글
“문학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는 것은 피로 피를 씻는 일과 마찬가지다.”
평생에 걸쳐 시대 현실을 고민하며 참된 문학을 구현하려 노력했던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가 남긴 말이다. 그는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이자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❶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그의 작품은 지금도 일본의 중·고교 『문학』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실려 있다. 그리고 1,000엔짜리 지폐의 모델로 날마다 일본인들과 만나는 까닭에, ‘국민 작가’라 불리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기도 하다.
게다가 소세키가 진실로 ‘국민 작가’로 일컬어지는 이유는 그의 작품이 ‘문학’이라는 틀을 뛰어넘어 하나의 사상으로서 일본인에게 끼치고 있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그는 동시대의 문제, 곧 성난 파도와 같이 밀려드는 ‘서양’이라는 근대의 물결 속에서 충돌하는 전통 규범과 근대적 가치, 그 안에서 숙명적으로 고독을 느낄 수밖에 없는 개인의 문제를 고민하고 이를 문학으로 표현했다. 소세키가 통찰한 근대 문명의 모순과 그 와중에 고독과 불신으로 몸부림치는 개인의 운명은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제재다.
1906년에 발표한 『도련님』은 소세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지금도 가장 널리 읽히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성장 소설로도 볼 수 있으며, 근대화 과정에서 이기적·속물적으로 변해 가는 일본인들을 풍자적 기법으로 재치 있게 표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심화 자료
나쓰메 소세키의 생애
2000년 6월 일본의 아사히〔朝日〕 신문사에서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과거 천 년 동안의 문학가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을 뽑는 ‘천 년의 문학자’ 인기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나쓰메 소세키가 1위를 차지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三端康成, 1899~1972)나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1935~ 〕,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현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949~ 〕를 제치고 1위를 한 것만 보더라도 그는 일본 국민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는 명실상부한 국민 작가다.
나쓰메 소세키는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기 직전인 1867년, 지금의 도쿄〔東京〕인 에도〔江戶〕에서 태어났다. 그 당시 그의 집안은 손꼽히는 명문가로, 대대로 나누시〔名主, 에도 시대 마을의 대표자〕 일을 맡고 있었다. 도쿠가와 막부의 권력 아래에 있었던 나누시는 막부가 무너짐에 따라 점차 몰락했고, 소세키 집안 역시 이제까지 마을 사람들에게서 받아 오던 돈을 받지 못하게 되어 생활은 점점 어려워졌다.
소세키가 태어날 무렵 그의 아버지에게는 죽은 전처(前妻) 소생인 두 딸이 있었으며, 소세키 외에도 네 명의 사내아이가 더 있었다. 가뜩이나 생활이 어려워진데다 키워야 할 자녀가 많아서 경제적 부담이 커진 아버지는 소세키의 탄생을 그다지 기뻐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소세키의 어머니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 것을 창피하게 생각했고, 모유(母乳)가 나오지 않아서 남의 젖을 얻어 먹인 적도 있었다.
이러한 집안의 사연 때문에 소세키는 태어나자마자 곧 요쓰야〔四谷〕에 있는 고물상 집에 수양아들로 보내졌다. 그랬다가 양부모의 사정 때문에 갓 돌이 된 1868년 무렵 되돌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오바라 쇼노스케〔鹽原昌之助〕라는 사람의 집에 다시 양자로 보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부모가 이혼하는 바람에 초등학교 3학년 때인 1876년 본가로 되돌아왔다.
그 뒤 소세키는 제일 고등 중학교를 거쳐 1890년 도쿄 제국 대학 영문과에 입학했다. 그는 일찍부터 한시(漢詩)를 읊고 하이쿠〔俳句〕❷를 짓는 등 한학에 남다른 관심과 소질이 있었다. 그러나 서구화·근대화가 대세인 현실에서 영문학 연구를 평생의 업으로 여겼으며, 소설가가 될 생각은 아예 없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 도쿄 고등 사범학교 강사를 거쳐 1895년부터 이듬해까지 시코쿠〔四國〕의 마쓰야마〔松山〕 중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했다. 그리고 규슈〔九州〕의 구마모토〔熊本〕에 있는 제5 고등학교로 옮겨 교감 대리를 지냈다. 근대 일본의 한복판에서 나고 자라, 최고 명문 대학에서 영문학을 배우고 교육자가 된 그의 경험은 『도련님』에 잘 나타나 있다.
20세기가 시작되던 1900년 10월, 서른넷의 소세키는 국비 유학생 자격으로 영국으로 건너갔다. 가는 도중에 파리에 들러 만국 박람회를 관람하면서 그 당시 눈부시게 발달한 서구 문명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일기장에 “밤에 하숙집 3층에서 곰곰이 일본의 앞날을 생각했다. 일본은 성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본인은 안목을 좀 더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썼다.
메이지 유신과 거의 동시에 태어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지식인이었던 그에게도 그 무렵 최첨단을 달리던 근대 도시 런던에서의 체험은 쉽사리 넘기 힘든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서구 문명과 서구인에 대한 부러움, 그들보다 ‘못난’ 자기 자신에 대한 멸시는 유학 시절 내내 소세키를 괴롭혔다. 서구 근대 문명의 위력에 주눅 든 그는 ‘무서움’을 느낀 나머지, 이질적인 문화권에서 자란 일본인이 영문학을 정말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영문학에 기만당할 것 같은 불안’에 떨게 되었다.
그러나 소세키는 차츰 서구 문명의 그늘진 뒷면을 보게 되고, 그 결과 서구 문명을 ‘실패작’으로 인식하며 세계관의 전환점에 이르렀다. 그 당시 한 지인(知人)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이렇게 밝히고 있다.
“오늘날 유럽 문명의 실패는 분명히 빈부 격차가 그 원인입니다. 이 불균형이 숱하게 존재하기에 매년 사람들을 아사(餓死)시키거나 동사(凍死)시키며, 배움의 길을 막고, 오히려 평범한 부자로 하여금 어리석은 주장을 실행하게 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합니다.”
유학을 끝내고 귀국한 소세키는 1903년 제일 고등학교 교원으로 근무하면서, 모교인 도쿄 제국 대학에서 영문학 강의를 맡게 되었다. 그러나 대학을 갓 졸업할 무렵부터 일본인으로서 영문학을 연구하는 일에 불안과 허망함을 느끼고 있던 그는 영국 유학을 다녀온 뒤 더욱 교직 생활에 불쾌감을 가졌다. 그러던 차에 1905년 친구의 권유로 발표한 첫 장편 소설이 바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다.
이 작품에서 소세키는 고양이의 눈에 비친 인간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그리고 있다. 고양이는 그 당시 최고의 지식인을 상징하는 집주인의 위선과 나약함을 직시할 줄 아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쥐라고는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이 ‘특별한’ 고양이의 안목은 바로 런던에서 이방인으로 고생하며 터득한 작가 자신의 안목인 것이다.
그 뒤 여러 작품이 잇달아 호평을 받으면서 소세키는 1907년 도쿄 제국 대학 영문과 교수 직을 그만두고, 아사히 신문사에 입사하여 기자로 근무하면서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년 뒤 그는 남만주 철도 주식회사의 초청으로 만주와 조선을 여행하게 되었다. 한·일 병합(1910)을 바로 눈앞에 둔 시점에 소세키는 일본의 근대화가 해외에 대한 침략주의로 변질되어 식민지 경영이 진행되고 있던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이미 메이지 일본과 근대 서양의 경계를 체험한 바 있는 그는, 그때까지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다른 국가의 식민지가 되어 가는 또 다른 동양을 목격했다. 메이지 유신으로 일본인들이 서구화와 군국주의에 열중해 있을 때 그는 이 여행기를 신문에 연재하여, 성급한 서구화의 문제점과 군국주의의 폭력성을 엄중히 경고했다.
소세키는 그런 다음에도 계속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에 힘쓰다가, 1916년 12월 지병인 위궤양이 악화되어 마흔아홉이라는 아까운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그는 주옥같은 문학 작품 외에도 해학적이면서도 따스한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 주는 일화를 여러 개 남겼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소세키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의 일이다. 강의 도중, 한쪽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 하나가 소세키의 눈에 띄었다. 완고하고 엄격했던 그는 그런 식의 무례한 수업 태도를 그냥 보아 넘기지 못했다.
“자네, 어서 주머니에서 손을 빼게나.”
하지만 학생은 그 말을 듣고도 한쪽 손을 빼지 않았다. 화가 난 소세키는 이번에는 직접 강단 아래로 내려가 그 학생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 불손한 자세로 강의를 듣는 건 예의가 아니네. 알아들었으면 어서 그 손을 빼게.”
그러자 학생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교수님, 저는 한쪽 팔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세키는 깜짝 놀랐다. 제자의 속사정을 알지 못하고 다그쳤던 것이 자못 미안하기만 했다. 그래서 그는 곧 미소를 지으며 제자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여보게, 교수인 나도 지금 없는 지식을 억지로 짜내서 수업을 하고 있으니, 자네도 없는 팔 한쪽을 드러내 주지 않겠나.”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 세계와 그 영향
나쓰메 소세키가 창작에 힘쓰던 시기는 메이지 시대의 후반기이자, 근대화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던 때였다. 유신 초기부터 서구 문명을 정책적으로 받아들인 덕분에, 일본은 빠른 속도로 국력 신장을 이룩했다. 이러한 부국강병 정책을 통해 일본은 청·일 전쟁(1894~1895)과 러·일 전쟁(1904~1905)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또 국제적으로는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계속되는 제국주의적인 군비 확장 때문에 민생(民生)에는 소홀하자, 일본 국내 노동자와 서민들의 불만은 계속해서 높아만 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회적인 병리 현상을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려 한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이 일본에 소개되었다. 전통적인 인습의 타파와 사회 모순의 분석·폭로를 목적으로 한 일본의 자연주의 문학은, 러·일 전쟁 이후 차츰 작가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변잡기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고백 문학으로 바뀌어 갔다.
한편 이러한 고백적 경향에 반발하여 한 무리의 작가들이 생겨났다. 문단에서 독립적인 입장을 취한 이 ‘반자연주의 작가’들은 세상에서 동떨어졌다는 비판적 의미에서 ‘고답파(高踏派)’ 또는 ‘여유파(餘裕派)’라 불렸다. 여기에 속하는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나쓰메 소세키로, 그는 빠른 속도로 변모해 가는 사회 현실을 ‘풍자’라는 기법을 써서 비판했다.
한편 소세키는 일본의 근대화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그 역시 근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했다. 하지만 개인적·물질적 가치만을 강조하는 서구 문명을 모방하다가 전통 규범과 윤리가 무너져 가는 조국의 현실 앞에서는 개탄을 금치 못했다. 또 부국강병 정책이 군국주의적 색채를 띠며 변질되어 가는 과정 역시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보면 소세키는 ‘가장 일본인다운 일본인’이자 ‘가장 일본인답지 않은 일본인’이었다. 또 낯선 근대 앞에서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느꼈던 ‘시대의 지식인’이기도 했다. 문학 평론가 가라타니 고진〔柄谷行人〕은 그의 다층적인 측면을 고찰하면서, “소세키만큼 다양한 장르와 문체를 구사한 작가는 일본뿐 아니라 외국에도 다시없을 것이다. 이 다양성은 하나의 수수께끼다.”라고 평했다. 가장 대중적인 문학이면서도 가장 진지한 순문학(純文學)으로 평가되는 소세키의 소설들. 그는 시대의 현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수용하지도 않은, 근대성의 중간에 놓인 ‘비판적 개인주의자’로 평가된다.
한편 소세키의 문학은 중국의 루쉰〔魯迅, 1881~1936〕이나 조선의 이광수(1892~1950)를 비롯한 동아시아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물론 각 나라가 처한 현실은 저마다 달랐다. 하지만 ‘반봉건(半封建)’을 기치로 내걸어 서구적 근대화의 길을 추구하면서도 서구의 침략적 제국주의를 반대할 수밖에 없는 공통점, 다시 말해 ‘동아시아의 근대’를 고민하던 지식인의 모습이 드러난다. 루쉰의 경우 소세키의 풍자적인 표현 기법에서 큰 영향을 받았는데, 이광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우리나라 근대 문학의 효시’인 이광수의 『무정』(1917)과 소세키의 『도련님』사이에는 문학적 설정상 비슷한 점들이 눈에 띈다. 우선 이 두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근대적인 교육을 받은 청년이다. 『도련님』의 주인공은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23세의 청년이다. 그는 양친이 세상을 떠나자 형과 헤어져 도쿄에서 물리 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월급 40엔을 받기로 하고 시코쿠의 한 중학교 수학 교사로 부임한다. 한편 『무정』의 주인공인 형식은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여, 경성 학교 영어 교사가 된다. 그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아버지의 친구인 문명 운동가 박 진사 문하의 서생(書生)이 되어 성장한 24세 청년이다.
이 두 주인공이 모두 ‘청년 교사’로 출발하고 있다는 점은 작품의 전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들은 교사라고는 해도 혜택받은 인물이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몰락 계급의 대표’라 표현하는 편이 옳다. 부모의 살뜰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이 두 사람이 살아가는 근대 사회의 모순과 갈등은 작품의 서두에서부터 암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도쿄에서 시코쿠로’, ‘일본에서 경성(서울)으로’라는 생활공간의 이동은 서구 문명(또는 일본 문명)과 전통 문명과의 갈등, 신시대와 구시대와의 갈등, 새로운 윤리와 전통 윤리의 대결 등을 암시하는 설정이라 할 수 있다. 또 ‘20대 청년’이라는 연령상의 특징인 ‘정열, 미완성, 불확실성, 가변성’ 그리고 더 나아가 교사로서 가져야 할 신념과 의지 또는 선구자적인 태도를 도련님과 형식이 어떻게 스스로 갖추어 가며, 눈앞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해 가는가 하는 것은 두 작품의 공통적인 모티프다.
수업 활동
터 잡기
1.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의 근대화에 대해 고민했던 작가다. 일본의 근대화가 시작된 계기인 메이지 유신에 관해 알아보자.
→ 17세기 이래 쇄국 정책을 고수했던 일본 각지에서는 하급 무사들이 주축이 되어, 외세를 내쫓자고 주장하는 양이(攘夷) 운동이 일어났다. 이들은 유럽 열강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막부를 무너뜨리고 국왕 중심의 새 정부를 세워야 한다는 ‘존왕양이(尊王攘夷)’ 쪽으로 의견을 모았고, 1868년 반(反)막부 세력을 규합하여 국왕 중심의 새 정부를 수립했다.
메이지 정부는 종래의 쇄국 정책을 포기하고 적극적인 근대화 정책을 펼쳤다. 그리고 지방 분권적인 성격이 강한 274개의 번(藩)을 폐지하고 전국을 3부(府) 72현(懸)으로 재편하여 중앙 집권적 통치 체제를 확립했다. 이로써 일본은 무사 계급 중심의 봉건 사회에서 탈피하여, 아시아 최초로 근대 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제철소, 조선소, 방직 공장을 중심으로 근대 공업을 육성함으로써 산업 혁명을 추진했으며, 화폐 개혁과 국립 은행 설립 등으로 근대화를 이루어 나갔다. 또 서양의 근대 사상과 학문을 적극 도입하여, 국민 사상을 전환시키고 근대적 교육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성공적인 근대화를 이룬 뒤에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침략 전쟁을 벌이는 등 군국주의의 색채를 짙게 띠게 되었다.
+길잡이_ 학생들에게 메이지 유신에 관한 자료를 조사해 오도록 해서 그 결과를 발표시켜 본다. 또 이를 우리나라의 근대화 과정과 비교해 살펴보도록 이끈다.
※ 『도련님』 평설에서 발췌한 지문이다. 알맞은 단어로 괄호 안을 채우시오. (2~4)
2. 일본은 서구 유럽을 ( ① )의 모델로 삼았기에, 서양 문물이 물밀 듯이 들어오면서 전통 규범은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되었고 공동체적 삶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회 전반에 개인주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고, 물질적 가치를 정신적 가치보다 중시하는 ( ② )도 널리 퍼졌다.
이러한 때 나쓰메 소세키는 ( ① )가 불러올 정신문화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 당시 일본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群像)을 자세히 묘사하고 비판과 풍자의 칼날을 들이댄 작품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리하여 그는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면서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실제로 우리나라 중·고교 『문학』 교과서에 이광수와 김동인의 작품이 빠지지 않듯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역시 일본 중고생들의 필독서로 손꼽힌다.
(216쪽 참조) ① 근대화 ② 물질 만능주의
3. 도련님이 ( ① )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겉과 속이 다른 야비한 인간들이었다. 하숙집 주인을 비롯해 학생들까지 비겁한 행동을 일삼는다. 무엇보다 도련님은 어느 곳보다 깨끗해야 할 교직(敎職) 사회가 온갖 ( ② )에 좌우되는 현실에 분노한다. 교사인 동시에 지식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버젓이 저지르는 교감 ‘빨간 셔츠’와 미술 교사 ‘떠버리’가 존경을 받는 것이다. 물론 수학 주임 ‘멧돼지’처럼 강직한 성품을 지닌 사람도 있고, 영어 교사 ‘끝물 호박’ 선생처럼 점잖고 훌륭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하는 사람은 비겁한 악당들이었다.
(218쪽 참조) ① 시코쿠 ② 권모술수
4. 나쓰메 소세키는 지식인으로서 항상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근대화가 일본 사회의 정신사에 끼친 영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문학과 영문학에 모두 조예가 깊었던 그는 특히 ( ① )라는 두 가치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 『도련님』 같은 초기작이 ( ② )에 초점을 두고 있는 데 비해, 『그 후』를 비롯한 후기 작품들은 ( ③ )를 다루고 있다는 점 또한 그런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나’라는 존재는 ‘전통’이라는 뿌리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나쓰메 소세키, 그는 가치의 혼란 속에 갈등하는 개인의 모습을 그린 작가이자 근대 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닌 사상가였다. 12년이라는 짧은 창작 기간 동안 그가 남긴 작품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역시 ( ① )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219쪽 참조) ① 전통과 근대화 ② 근대 문명 비판 ③ 자아에 대한 탐구
펼치기
1. 소문이나 평판으로 형성되어 나타나는 타인의 시선은 개인의 행동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음 세 제시문을 논의의 근거로 삼아, 타인의 시선이 개인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자신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토론해 보자.
(가) 시코쿠에 온 지 겨우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혼란스럽게 한 일은 멧돼지와 빨간 셔츠 가운데 누가 나쁜 쪽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나는 멧돼지를 좋게 보고, 빨간 셔츠를 나쁘게 보았다. 그런데 숙직실 사건이 있은 뒤로 생각이 바뀌었다. 사건이 난 직후, 빨간 셔츠는 나를 은밀히 불러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여보게, 자네, 주의하지 않으면 이번 일이 더 험악해질 걸세.”
사실 나는 내가 파면되든 학생들에게 정식 사과를 받든 둘 중 하나라고 작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솔직히 험악한 일은 다 각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학교라는 곳은 온갖 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곳이기 때문에 자칫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용당할 수도 있어. 특히 하숙집 같은 걸 소개해 주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정직하기만 하면 누구한테 이용당한다 해도 두려울 건 없습니다.”
빨간 셔츠는 호호호호 웃었다. 나는 웃음을 살 만한 말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빨간 셔츠의 웃음은 나의 단순하고 솔직한 점을 비웃은 것이다. 대체로 세상 사람들은 어쩌다 정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애송이’, ‘도련님’이라 부르며 곯리려고만 든다. 기요라면 절대 이럴 때 웃지 않는다.
그렇지만 빨간 셔츠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듯했다. 그가 말한 요주의 인물은 분명 멧돼지다. 그러고 보니 이번 기숙사 사건도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는 멧돼지가 꾸민 일이 아닌가 싶었다. ― 나는 성격이 워낙 단순한데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남의 말을 믿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곧잘 말재주가 좋은 사람에게 속아 넘어가곤 하는데,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 멧돼지를 굳게 믿었던 만큼 배신감이 컸다. 물론 뒤에서 남의 흉을 보는 빨간 셔츠의 행동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껏 이야기를 다 하고 멧돼지 앞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폭로하지 말아 달라고 사정한 것도 우스웠다.
(나) 서로 잘 알고 있으며 또 개인적인 유대감으로 결속되어 있는 집단에서는 매우 강력하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는 통제 메커니즘이 일탈자나 일탈할 가능성이 있는 자에게 항상 발휘된다. 그것은 설득, 조롱, 쑥덕공론(gossip), 비난 등의 메커니즘이다.
일정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 집단 토론의 경우 개인들은 그들이 처음에 지녔던 의견을 수정해서 집단 규범이라 할 다수의 의견에 일치시킨다. 그 집단 규범이 어떤 성격을 지닐 것인가는 그 집단의 구성원에 달려 있다. 집단 역학(group dynamics)의 놀라운 현상이라 할 이 피할 길 없는 의견 일치의 압력 밑바닥에는 아마도 어떤 집단에 수용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깊은 욕망이 놓여져 있을 것이다. 그러한 욕망은 선동가나 여론 형성 전문가들이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극히 효과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
조롱과 쑥덕공론은 모든 종류의 1차 집단에서는 사회 통제의 강력한 도구이다. 많은 사회는 조롱을 어린이에 대한 주요 통제 수단의 하나로 이용하고 있다. 어린이가 순종하는 것은 벌받는 것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비웃음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조롱거리가 되는 경우 몸이 오싹하는 두려움을 경험한다. 또한 쑥덕공론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이웃에 의해 감시당할 가능성이 많은 작은 공동체에서 특히 효과적이다. 그러한 공동체에서는 쑥덕공론이 의사소통을 위한 주요 통로의 하나이며 사회 조직을 유지시켜 나가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것이다. 조롱과 쑥덕공론 역시 그것의 전달 통로에 접근할 수 있는 영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의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다) 당신이 아무한테도 얘기한 적이 없는데 도대체 그 일을 어떻게 알았느냐, 누가 얘기했느냐고 당신은 물었다. 하지만 그것은 모든 일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소문이라는 놈이 알려 준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뭐라고? 그렇다면 나도 세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사람이란 말인가?” 하고 당신은 반문할 것이다. 당신은 자신을 대단찮게 여기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지방에서는 거물일 수도 있다. 당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먹는지, 잠은 얼마나 자는지, 이런 것들을 사람들은 듣고 싶어하고 또 잘 알고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런 만큼 당신은 일상생활에서 행동거지를 더욱더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중인환시(衆人環視) 속에서 살아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는 행복하구나 하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집 안의 벽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서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생활하는 사람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문지기를 두게 된 것도 양심의 거리낌 때문이지 명예나 긍지를 나타내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떳떳치 못한 짓을 하고 있는 현장이라도 들킬까 봐 불안해하는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을 숨겨 남의 눈이나 귀로부터 벗어났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 없으면 군중의 시선은 환영할 만한 것이 되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는 혼자 있어도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는 법이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떳떳한 일이라면 모든 사람이 알아도 상관이 없을 것이고, 추악한 일이라면 당신 자신이 알고 있는 이상에는 남들이 알든 모르든 그런 것은 문제가 안 된다.
(라) 인쇄업자로서의 신용과 평판을 지키기 위해 나는 실제로 근면하고 검약했을 뿐만 아니라, 그와 반대되는 일은 피하도록 주의했다. 나는 옷을 수수하게 입었고, 노는 데는 나가지를 않았다. 낚시질도 사냥도 하러 나가지 않았다. 이따금 책을 읽기 위해 손에서 일을 놓아야만 할 때가 있었지만, 그것은 드문 일인데다가 남의 눈에 띄는 일도 아니었으며 나쁜 평판을 들을 일도 아니었다. 또 나는 열심히 장사한다는 것을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하여 여러 상점에서 산 종이를 손수레에 싣고 일부러 거리를 달려 집까지 오곤 했다. 이와 같이 해서 나는 부지런하고 유망한 청년이라는 평판을 얻게 되었다. 또 산 물건 값은 꼭꼭 지불했으므로 문구류 수입상들이 나와 거래하고 싶어 했고 책을 공급해 주는 사람도 늘어나 매사가 순풍에 돛 단 듯이 진척되어 나갔다.
나는 또한 겸손이란 덕목에 있어서도 진정으로 겸손했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표면적으로는 상당히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토론을 할 때, 나는 타인의 주장에 처음부터 반대하고 나의 의견을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무엇이나 참기로 했다. ‘확실히’나 ‘틀림없이’ 등의 표현 대신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든지 ”현재 내게는 이렇게 생각된다.” 등의 조심스런 표현을 사용하였다. 이런 겸손한 태도는 내 타고난 천성은 아니어서 처음에는 억지로 해 본 것이나,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나의 습관이 되었다.
→ 제시문 (가)는 『도련님』에서 발췌한 것으로, 주인공 ‘나’는 ‘숙직실 사건’을 겪고, 빨간 셔츠의 비방을 듣고 나서는 그간 좋게 생각했던 멧돼지 선생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특히 말재주 좋은 사람에게 잘 속아 넘어간다는 본인 스스로의 말을 참고해 볼 때, 이는 남들의 평판에 따라 상대방을 평가하게 되는 평범한 개인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제시문 (나)는 사회 조직을 유지시켜 나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서 통제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메커니즘은 바로 설득과 조롱, 쑥덕공론, 비난 등 타인의 ‘평판’을 가리킨다.
한편 제시문 (다)는 ‘중인환시(衆人環視), 곧 자신을 에워싸고 지켜보는 여러 사람의 시선 속에서 살아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자신은 행복하다고 여겨도 좋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타인의 시선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행동 양식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제시문 (라)는 성공하기 위해서 타인에게서 좋은 ‘평판’을 얻어 내려는 개인의 노력을 보여 준다. 이 각각의 제시문에 나타나 있는 견해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다음, ‘타인의 시선을 아주 무시해 버리거나, 크게 의식하며 살아가게 되는 개인의 행동 양식’ 가운데 어떤 삶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관한 각자의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곧 제시문 (나)나 (라)를 통해서는 ‘개인은 타인을 의식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면서 살아가야 하고, 그것이 이 사회를 유지하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사실 ‘남이야 어찌되든 나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안하무인(眼下無人) 격의 행동은 사회를 타락시키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이와는 달리 제시문 (다)의 견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대인 관계에서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고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주체적인 삶이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제시문 (가)처럼 타인의 목소리에 휘말려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비판하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두 견해를 인정하고 종합하여 타인과 건전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그 속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행동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다만 타인을 의식하되, 그 관계가 위선적인 것이라면 오히려 건강한 사회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늘 성심(誠心)으로 생활하고 자신의 참모습을 찾으려 애쓰는 동시에 타인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해 나갈 때, 타인도 ‘나’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길잡이_ 논제와 제시문들은 2003학년도 이화 여자 대학교 정시 모집 논술 고사 문제에서 활용한 것이다. 학생들이 각각의 제시문을 논제와 연관 지어 꼼꼼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보게 한다.
【218쪽 참조】 도련님이 시코쿠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겉과 속이 다른 야비한 인간들이었다. 하숙집 주인을 비롯해 학생들까지 비겁한 행동을 일삼는다. 무엇보다 도련님은 어느 곳보다 깨끗해야 할 교직(敎職) 사회가 온갖 권모술수에 좌우되는 현실에 분노한다. 교사인 동시에 지식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버젓이 저지르는 교감 ‘빨간 셔츠’와 미술 교사 ‘떠버리’가 존경을 받는 것이다. 물론 수학 주임 ‘멧돼지’처럼 강직한 성품을 지닌 사람도 있고, 영어 교사 ‘끝물 호박’ 선생처럼 점잖고 훌륭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사회에서 인정받고 성공하는 사람은 비겁한 악당들이었다.
결국 빨간 셔츠의 계략으로 끝물 호박 선생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되면서, 흥분한 도련님과 멧돼지는 빨간 셔츠에게 하늘을 대신해서 벌을 내리기로 마음먹는다. 두 사람은 미처 뜻을 이루기도 전에 폭력 사건에 휘말려 학교에서 쫓겨날 처지가 되지만, 끝내 빨간 셔츠와 떠버리를 혼내 주고 그 지긋지긋한 곳을 떠난다. 바로 이 대목에서 독자는 통쾌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행동에 옮기지 못할 때가 많다. 그 응어리를 ‘도련님’이 속 시원하게 풀어 준 데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비열한 무리에 저항하던 멧돼지와 도련님이 학교를 떠나게 되는 결말 부분에서 정의가 승리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라보며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순수하고 선량한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 당시 일본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시코쿠는 메이지 유신 이후 기존 가치관과 규범이 흔들리고 있던 일본 사회의 축소판이라 볼 수 있다.
마무리하기
1. 『도련님』에 나타난 근대화 과정을 살펴보고, 근대화·서구화가 일본인들의 의식과 일본 사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자.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관해 토론해 보자.
→ 나쓰메 소세키라는 이름 앞에는 언제나 ‘국민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하지만 그는 일본적인 감성이나 미의식에 유난히 집착하지도 않았고, 가장 일본적인 것을 최상으로 여기는 국수주의적 입장과도 거리를 두었던 작가다. 그는 서구의 가치 기준에서 독립할 것을 요구하는 ‘자기 본위 사상’을 부르짖었고, 어디까지나 자기 본위에 입각한 근대화를 역설했다.
소세키의 이 같은 사상은, 서양 문물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따른 결과 근대화에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반작용으로 서양에 대한 정신적 예속을 감내해야 했던 일본인들에게 민족적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보여 주었다. 특히 『도련님』에는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적 가치를 좇다가 속물적으로 변해 가는 인간 군상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근대화에 관한 소세키의 인식은 여전히 서구적 근대화의 물결 속에 놓여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그의 ‘자기 본위 사상’은 때로는 자민족 중심주의적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인식이 부차적일 때도 있었다. 이는 일본 사회의 외부에서 볼 때, 특히 일본 식민지였던 우리의 눈에는 ‘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의 타자 인식에 대한 한계’로 비친다.
+길잡이_ 나쓰메 소세키의 사상과 작품 세계의 의의 및 한계에 관하여 토론하도록 유도한다.
【216~218쪽 참조】 일본은 서구 유럽을 근대화의 모델로 삼았기에, 서양 문물이 물밀 듯이 들어오면서 전통 규범은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되었고 공동체적 삶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사회 전반에 개인주의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고, 물질적 가치를 정신적 가치보다 중시하는 물질 만능주의도 널리 퍼졌다.
이러한 때 나쓰메 소세키는 근대화가 불러올 정신문화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그 당시 일본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群像)을 자세히 묘사하고 비판과 풍자의 칼날을 들이댄 작품을 잇달아 발표했다. …(중략)…
그러나 비열한 무리에 저항하던 멧돼지와 도련님이 학교를 떠나게 되는 결말 부분에서 정의가 승리하지 못하는 현실을 바라보며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순수하고 선량한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 당시 일본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시코쿠는 메이지 유신 이후 기존 가치관과 규범이 흔들리고 있던 일본 사회의 축소판이라 볼 수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해질수록 인간성은 나날이 황폐해져 가는 것이야말로 근대 사회의 모순이 아닐 수 없는데, 작가는 이를 재치 있는 해학과 풍자로 풀어낸다. 그리고 여기에는 급속한 근대화 과정에서 인간의 순수하고 선량한 마음이 점차 설자리를 잃어 가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나쓰메 소세키는 지식인으로서 항상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면서, 근대화가 일본 사회의 정신사에 끼친 영향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문학과 영문학에 모두 조예가 깊었던 그는 특히 전통과 근대화라는 두 가치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 『도련님』 같은 초기작이 근대 문명 비판에 초점을 두고 있는 데 비해, 『그 후』를 비롯한 후기 작품들은 자아에 대한 탐구를 다루고 있다는 점 또한 그런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나’라는 존재는 ‘전통’이라는 뿌리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나쓰메 소세키, 그는 가치의 혼란 속에 갈등하는 개인의 모습을 그린 작가이자 근대 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닌 사상가였다. 12년이라는 짧은 창작 기간 동안 그가 남긴 작품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역시 전통과 현대화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1. 메이지 유신의 시기는 대체로 1853년에서 1877년 전후로 잡고 있다. 1853년 미국의 동인도 함대 사령관 M. C. 페리 제독이 미국 대통령의 개국(開國) 요구 국서(國書)를 가지고 일본에 오면서 유신의 싹이 텄다. 일본은 1854년 미국과 화친 조약을 맺은 데 이어, 1858년에는 미국을 비롯하여 영국·러시아·네덜란드·프랑스와 통상 조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조약은 칙허 없이 처리한 막부(幕府)의 독단적 처사였으므로, 반막부(反幕府) 세력은 막부와 격렬하게 대립했다. 그 결과 300여 년간 내려오던 막부가 1866년 패배했고, 그 이듬해 대정 봉환(大政奉還)·왕정복고가 이루어졌다. 메이지 정부는 학제와 징병령 그리고 토지세인 지조(地租) 제도를 개정하는 등 일련의 개혁을 추진했다. 그리고 부국강병의 기치 아래 구미(歐美) 근대 국가를 모델로, 국민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관(官)의 일방적인 주도 아래 자본주의 육성과 군사력 강화에 온 힘을 기울였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근대적 통일 국가를 이루었는데,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성립되었고, 정치적으로는 입헌 정치가 실시되었으며, 사회·문화적으로는 근대화가 추진되었다. 또 국제적으로는 제국주의의 길을 걷게 되어, 천황제에 입각한 절대주의를 국가 구조의 모든 분야에 실현시켰으며, 구미에 대한 굴종적 태도와는 달리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는 강압적·침략적 태도로 나왔다. 1894년의 청·일 전쟁 도발, 1904년의 러·일 전쟁 도발에 이어, 무력으로 대한 제국을 병합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 하이쿠_ 5·7·5의 17음(音) 형식으로 된 일본 고유의 단시형(短詩形). 에도 중기 이후 메이지 시대에 이르러 그 문학성이 크게 부각된 장르다. 해학적이고 응축된 어휘로 인간의 심리와 사물의 현상을 재치 있게 표현하여, 와카〔和歌〕와 함께 일본 시가 문학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 제 블로그의 독서평설 자료는 9594 박전현 국어교사 카페에서 옮겨 온 것입니다.
[소설 추천]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 내면의 모습을 그리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 ⓒ권용
소설은 시대적 상황을 대변한다. 작가의 상상력은 현실을 반영한다. 모든 소설은 숨길 수 없는 현재를 담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시대 모습과 상황이 다르겠지만, 본질적 내면은 크게 차이가 없다. 그렇기에 2019년을 살아가는 내게 소설 ‘도련님’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소설 ‘도련님’이 탄생했던 시기와 작가에 대해 거부감이 먼저 일어났던 것을 고백한다. 이 소설이 발표된 시기는 1906년, 일제에 의해 강압적으로 을사조약을 체결한 뒤 불과 1년 뒤의 이야기이다. 독서모임 선정도서가 되어 의도치 않게 읽게 되었다. 아픈 역사의 기억이 떠올라 꼭 읽어야 하나 생각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추천해주셨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잊을 수 없는 시기에 등장한 일본 작가의 소설. 그런 소설이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걸까 조금은 궁금해졌다.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빨리하고 싶은데, 개인적인 감정이 밀고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없다. 간단한 결론을 말하자면 훌륭한 소설이라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이다. 1906년에 등장한 소설치고 깔끔하고 현대적인 구성에 감탄을 했다. 소설을 읽으며 우리 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이야기, 일제 제국주의에 대한 찬양이 나오면 바로 책을 덮어버리려 했다. 다행히 그런 부분은 내용에서 찾을 수 없었다. 너무 과하지도 않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게 적당히 세상 이야기를 그려냈다. 또한 독자들로 하여금 피곤하지 않게, 적절하게 시대적 문제에 대한 비판도 그려냈다. 작가가 생각하고 원하는 가치관을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노출시켰다. 21세기에 등장한 훌륭한 소설이라 이야기해도 부족할 것이 없기에 나는 더욱 화가 났다.
노벨문학상 이야기를 하면 항상 일본 작가들이 거론된다. 영국 국적의 일본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를 포함하면 총 3명의 일본인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 말은 곧 대한민국 소설이 일본보다 못하다는 이야기일까? 현재가 아닌 다시 일제 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소설 ‘도련님’이 등장했던 1906년, 모든 한반도 땅이 일제의 핍박으로 인한 민족적 수난을 겪고 있을 때이다.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일, 민족과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하는 시기였다. 민족의 존망이 걸려있는 시대에 ‘도련님’과 같은 소설을 쓸 수 있는 여력이 남아있었을까? 나는 결코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은 순간을 살아남기에도 바빴던 시기인데, 일본에서는 이렇게 훌륭한 순수 문학 작품이 나왔다는 사실에 조금 화가 나는게 사실이었다.
잘잘못을 넘어 일본 역시 주체할 수 없는 격변의 시기였다. 급속도로 변해가는 국가와 세계적 흐름에 일본인들 역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의리와 인간성을 지키는 삶은 바보스러운 것, 자신의 이익을 스스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은 미련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 풍토가 만연했을 것이다. 물질 만능주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사회 모습을 비판하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물 흐르듯 휩쓸려가지 못하는 사람이 바보 취급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사회, 작가는 무너져가는 사회 모습과 사람들을 소설을 통해 맹렬하게 비난하고 있다.
소설 속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도련님’의 모습은 처음부터 특별한 느낌을 준다.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 구성원과 환경에 대해 매우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죽음, 형과의 관계, 큰 충격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여러 상황들을 마치 다른 사람의 일처럼 무심하게 표현한다. 세상과 현실을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였을까? 허나 굳이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주인공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문점이 든다. 가족에게 외면당하는 주인공’ 나’에게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일까 생각도 들지만, 자신의 가족까지 마치 남일처럼 이야기하는 모습은 왠지 역설적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과 가장 가까울 수밖에 없는 가족들을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인 듯 이야기하며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도련님’의 모습 역시 정상으로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 주인공 도련님이 시골 지방의 교사로 발령이 난다. 근거를 알 수 없는 무모함과 자신감, 고지식함으로 똘똘 뭉친 교사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소설의 주를 이룬다. 실제 작가가 중학교 영어교사로 있던 시절 체험이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있다.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에게 이상한 별명을 붙인다. 이상한 이름을 가진 그들은 실제 우리 삶 속에서 벌어질만한 부조리와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무한 이기주의를 보여주는 교사들은 변화하는 일본 근대 사회의 추악하고 야비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도련님’은 소설의 주인공이자 작가의 바람을 그대로 실천하는 가상의 인물이었을 것이다. 일본 사회의 부조리와 악행을 파헤치고 비판하고자 했던 의지가 유쾌하게 글로 뭍어 나온다. 권선징악이라고까지 이야기를 해야할까? 주인공 ‘도련님’의 눈에 거슬린 그들의 결말은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만족감까지 느끼게 한다.
생각 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면 주인공 ‘나’는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한 젊은 교사로 보일 것이다. 사실상 그는 학교라는 작은 세상 속에서 유일하게 정직한 눈을 가진 사람이다. 같은 공간에 존재하나 다른 세상에서 학교라는 공간을 바라본다. 어쩌면 가장 정직하고 양심적이어야 할 학교, 그리고 그 안의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위선과 허위를 제3의 세계에서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들이 이 소설의 작가 소세키가 바라본 일본의 모습,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의 모습이었을까?
이 책의 저자 ‘나쓰메 소세키’는 한때 일본 천 엔 지폐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나 역시 독서모임 선정도서로 결정되고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모르고 있었다. ‘도련님’을 읽고 서평을 정리하며 읽고 있던 ‘토지’에서도 소세키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있었다. “염통을 꺼내 먹을 놈들! 톨스토이, 셰익스피어가 어디 뼈다귄지 핏대 세우는 꼴이 가관이고, 한술 더 떠서 나쓰메 소세키가 뭐 어쨌다는 거야? 그 군국주의, 아아 참 자네가 존경해 마지않는 영문학자요 대소설가였던가?”라는 이야기와 함께, “그 사람은 정치가도 군인도 아닙니다. 소설가며 영문학자일 뿐입니다. 외곬로 나가는 예술가를 두고 군국주의를 운운하시는 것은 지나치고, 아불관은 예술가들의 속성 아닐까요?” 이렇게 ‘토지’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걸 보면 일제강점기 사회 속에서 소세키의 문학을 추켜세우는 조선 청년들 역시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많은 현대인의 입에 오르내린다. 12년이라는 짧은 창작 활동이었지만, 일본 근대 국민작가라는 칭호를 받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100년이 지났지만 소설 ‘도련님’은 여전히 우리 시기에도 유효하다. 시간과 세상의 변화에 이 소설은 완벽하게 적응하며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 본연의 모습, 즉 작가 자신을 포함하여 2019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내면의 모습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시기 일본의 소설이지만, 이 작품을 있는 그대로 순수 문학으로 고려하여 읽어보기에 좋다고 생각한다.
안양 늘봄독서모임 회원들과 함께 나눈 ‘도련님’ ⓒ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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