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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생건축, 낡은 도시의 부활
■ 제작 : 신주현 기자
▇ 기획 의도
도시가 오래될수록, 건축물들도 함께 늙어간다. 곳곳에서 낡은 건물을 무너뜨려 높고 화려한 건물을 짓는다. 하지만 무조건 부수고 새로 짓는 건축은 도시의 역사성과 정체성도 지워버린다. 자연히 머물던 지역 주민도 떠나고 지역 공동체도 무너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도시에는 어떠한 대안이 있는가.
헌 건축물을 버리지 않고 새롭게 고쳐 쓰는 ‘재생건축’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외관과 형태를 유지한 채 내부의 활용도를 바꾸는 방법이다. 대규모 사업처럼 큰 돈이 들지 않는다. 오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진 건물은 독특한 외관과 이야기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도시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지역의 역사를 지닌 건축 자산을 곳곳에 남길 수 있어 좋다. 경제적 가치에 문화적, 역사적 가치 등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
재생건축은 산업시설에서부터 우리 주변의 공장, 주택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등장하고 있는 재생건축들은 여러 가지 한계를 보인다. 당초 추구했던 목적과 달리 도시의 기억을 지우고 수익 내기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6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되는
시사기획 창 “재생건축, 낡은 도시의 부활”에서는 옛 건물을 고쳐 쓰는 ‘재생건축’의 등장과 ‘재생건축’이 도시의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 수창동은 왜 과거의 기억을 상실했나
옛 대구 전매청 터와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이 있는 대구 수창동.
10년 전, 대구 도심 한 가운데 3만 9천여 제곱미터나 되는 옛 전매청 터를 두고 도시 전체가 고민에 빠졌다. 오늘날, 전매청 터 대부분이 사라졌다. 한국 최초의 담배공장, 전매청 직원 기숙사로 쓰던 건물 2채만 남긴 채.. 대신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와 깨끗이 정비된 공원이 만들어졌다. 남은 옛 건물들은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이라는 이름의 미술관으로 태어났다.
이제 수창동에서 바뀌지 않은 건 ‘자갈마당’뿐이다.
지난해 이곳에 작은 미술관이 하나 더 들어섰다. 성매매에 사용되던 바로 그 건물이다.
비록 수창동의 역사는 일부 지워졌지만, 자갈마당의 미술관, 대구예술발전소, 수창청춘맨숀의 등장하면서 문화예술공간으로서 역사를 다시 써가고 있다. 하지만 자갈마당에 가해지는 개발 압력은 거세다. 대부분 대형 민간개발을 원한다.
수창동은 또 다시 과거의 기억을 상실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 화려한 한옥마을의 그늘
20년 넘게 재개발 예정 지역이었던 서울 익선동의 한옥마을. 지지부진한 재개발 속에 자의 반, 타의 반 한옥마을의 모습이 그대로 유지됐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주민과 상인, 전문가들은 근대 한옥의 모습이 남아 있는 마을을 잘 지켜보자는 뜻을 모았다.
최근 2~3년 사이 기존의 한옥을 외형을 유지한 채 내부를 수리해 카페나 레스토랑 등 새로운 용도로 바꿔 쓰는 재생 한옥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찾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창덕궁 아래 마을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지고 다른 동네에서도 볼 수 있는 옷가게와 오락 시설들까지 익선동에 들어왔다. 마을 지키자던 약속은 무너졌다. 한옥 값이 치솟았다. 백여 채가 넘던 주거용 한옥은 이제 단 3채가 남았다.
마을을 지키자고 시작한 한옥 재생.. 한옥의 외형은 남았지만, 이제 익선동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변화는 도시가 겪는 당연한 과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흐름의 속도다. 수익만을 쫓아 달려가는 속도를 늦춰 줄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진짜 지켜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이다.
■ 북성로의 실험
대구 북성로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공구골목까지 백년의 번화가 역사를 이어온 곳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며 쇠퇴했다. 아직까지 이곳엔 근대 가옥 등 오래된 건축들이 밀집해있다. 197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만 70%, 195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물도 절반 가까이나 된다. 근대사를 담고 있는 건축물들을 보존하면서 낙후된 북성로를 살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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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es] 깨우는 건축 살아난 도시: 도시재생과 스마트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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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도시 재생 건축
- Author: KBS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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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Published: 2018. 11. 6.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NmMpoktEOOo
[Series] 깨우는 건축 살아난 도시: 도시재생과 스마트 시티
한국건축가협회에서는 작년 11월부터 매월 마지막 목요일 저녁 도시재생 세미나를 주최하고 있다. 지난 1월 24일 열린 세 번째 시간에는 ‘도시재생과 스마트 시티’를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앞선 두 자리가 건축, 건축가와 도시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이번 자리는 기술과 사회의 변화가 도시에 어떻게 적용될지 함께 살펴본 시간이었다.
발제: 한은주(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
새로운 도시정책의 두 방향
도시는 유기체다. 이 표현에는 많은 내용이 함축되어 있다. 우리의 일상을 담는 도시는 공간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시간적인 의미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도시에 관한 논의는 우리의 생활양식에 따라 변화해왔고, 건축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예술, 각종 공학기술 분야의 다양한 층위로 확대되고 있다. 근래 정부가 정치와 경제적 의미에서 도시에 관한 두 가지 화두를 전면에 내세웠다. 노후 도시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재생’과 대규모 신도시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 시티’가 그것이다.
우리나라의 도시 변천에서 건설로 대변되던 국토개발시대에 지어진 시설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리적 노후화, 생활양식 변화에 따른 도시 프로그램 비활성화에 직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노후 주거지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으로 전면적으로 바뀌어왔다. 일괄개발은 투자자의 경제적 효과나 도시 정비의 효율성이 장점이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도시 일상의 켜가 쌓여 만들어진 공간의 특성이 하루아침에 흔적 없이 사라지고 생활 인프라의 불균형을 낳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일괄개발에 대한 반작용과 도시공간에 대한 인식 변화를 기반으로 도시는 변화해 왔다. 다양한 요구에 따라 다양한 재원과 방법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도시재생이 일어났다. 도심 공장이 카페나 예술가의 작업실로 바뀌면서 이색적인 경관으로 사람을 모으고, 좁은 골목길의 특색 있는 작은 상점이나 지역축제가 낡고 고즈넉한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했다. 대부분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하여 만들어낸 도시재생의 모습이다. 후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사회문제가 수면으로 떠 올랐지만, 일괄개발의 폐해를 몸소 느끼던 시민들에게 다양한 공간 경험은 절실했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도시공간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중 정부는 도시재생을 국토관리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으로 공포하기에 이른다. 정책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생은 하향식 도시재생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우리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많은 사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 도시에 관한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스마트 시티는 전 세계적으로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의 유용한 적용을 모토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여러 도시가 스마트 시티를 현재와 미래의 도시 패러다임이자 새로운 성장 요소로 삼고 부지런히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십여 년 전 스마트 시티 개념을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있었다. ‘유비쿼터스 시티(U-city)’가 그것이다. 그러나 세간에 알려진 단어의 의미만큼 그 적용방식이 유비쿼터스 하지도 스마트하지도 못했다. 도시공간과 인간 생활의 본질에 대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요소 기술의 개발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 시티는 그저 통신망을 장착한 도시를 통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려는 데 집중했고, 결국 도시 일상과 괴리되는 요소 기술의 대부분은 거의 사장되었다. 따라서 다시 스마트 시티를 화두로 내밀었을 때 많은 사람이 기존에 보아온 기술잉여의 억지가 또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현실이다.
기술이 스며드는 도시재생
이 두 가지 도시정책 주제는 정치적 의미를 차치하면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기존에는 도시를 주로 시설과 설비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물리적 노후를 경제적 환원 가치의 관점에서 따져 수익성 위주의 일괄개발을 지향해 왔다. 이와 달리 도시재생은 곳곳의 누적된 시간과 삶의 흔적을 들여다보게 했고, 스마트 시티는 도시공간의 발전 방향성을 고민하게 했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커다란 주제는 각각 낡은 도시에 대한 처방과 미래도시에 대한 기술적 사안으로 나뉘어 서로 섞일 수 없는 주제인 양 다뤄진다. 두 주제에 관한 개별적 논의는 활발하다. 그러나 두 주제를 유기적인 도시의 방향성에서 함께 하는 논의는 매우 드물다. 우리가 지향하는 도시개발의 방향에서 도시재생과 스마트 시티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둘 다 우리의 생활양식과 도시공간의 미래를 다루고 있고, 공간의 기억, 정주성의 연속과 같은 시간 관련 사안을 다루거나 일상에 스며있는 기술을 도시공간과 체계 있게 연결하는 것은 앞으로의 도시개발에서 기본적으로 다뤄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에서 물리적 노후화나 장소성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를 메운다고 할지라도 이미 일상 속으로 깊이 확산된 기술이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고 점점 더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많은 분야에서 기술에 대한 새로운 경험의 격차가 사회적 격차를 크게 벌려놓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고, 이것이 새로운 계급화를 낳아 인간해방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도시재생은 우리 도시 일상의 불합리한 박탈이나 소외를 줄이고자 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기획단계에서부터 일상과 기술의 관계를 다루지 않는 도시재생이라면 너무나 근시안적인 미봉책이다.
도시에는 자연지형, 도로, 건축물 등의 물리적 요소 위에 기지국이 커버하는 전파영역 등 비물리적 요소도 포함되어있다.
일상에 녹아드는 스마트 시티
스마트 시티의 관점에서 기존 도시를 고려하지 않고 신도시에만 사업을 집중하는 것은 반쪽에 불과한 사업이며 결국 기형적인 국토개발로 귀결될 수 있다. 기존 도시공간에는 이미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이들의 일상을 담는 공간과 시간적 형식이 신도시의 상황과는 다르다. 말쑥한 길에 다양한 반응형 가로등과 쓰레기 진공처리 기능이 있다고 스마트 시티일까? 전혀 아니다. 스마트 시티의 본질은 데이터에 있고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를 호환하면서 도시의 본질적 방향성(예를 들어 지속가능성 등)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일 마지막 단계에 적용되는 요소기술들이 도시의 목표나 목적과 상관없이 난무하는 것은 오히려 예산의 낭비이며 전시행정의 전형이다. 지금 진행 중인 스마트 시티 관련 사업들은 구도심의 인프라에 적용하기에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신도시에만 우선 적용하고 있다. 이는 정책 수립에 있어 도시, 사람, 일상에 관한 몰이해를 보여준다. 정부와 기술관계자들은 도시의 발전 방향성에 관한 사회적 논의 없이 눈에 보이는 요소기술이나 거대 인프라 구축 물량만을 가지고 도시를 상품으로 만들어 다른 나라에 팔겠다는 무지함을 아직도 각성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유력한 정치인들이 통일의 비전은 북한의 스마트 시티 개발에 있다고 계획을 밝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스마트 시티에 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알 수 있다.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고 IT 강국이 아니다. 아직 우리는 스마트 시티 세계표준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여러 도시가 스마트 시티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데, 그저 기술적 인프라를 어떻게 깔겠다는 계획이 아니라 각 도시별로 도시와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의 취급전략과 기술적용의 방향성을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스마트 시티 관련 사업은 여전히 반응형 가로등이나 몇십 년 된 개념인 전자 키오스크, 전자 폴리 등 몇몇 요소기술로 꾸며진 휘황찬란한 가로 이미지 구현에 쏠려있는 듯하다. 최근 한 스마트 아파트 단지에서 세대의 조명과 잠금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전기요금 변동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뉴스가 보도됐다. 사람의 동작 하나로 조명을 켜고 끄고 세대 내의 모든 전자기기가 통합시스템으로 작동되는 것은 스마트 시티의 본질적 개념과 거리가 멀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오래전 개발되고 시도되었다. 스마트 시티라는 이름으로 주거공간과 기술을 엄격한 검증단계 없이 결합하여 그저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었을 뿐이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스마트 시티의 현주소다. 도시발전 나아가 인류발전의 방향성에 관한 근본적 논의가 바탕이 되어야만 도시재생과 스마트 시티가 유효해짐에도 불구하고 목적 없는 전략들이 여기저기 난무하다. 기억해야 할 점은 우리 생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술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반경 2~3km 범위 내의 도시공간정보와 텔레커뮤니케이션 데이터를 시각화한 작업으로 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과 공간의 실시간 상호작용을 파악한다. 스마트 시티는 이 비물리적 요소의 데이터를 고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토론: 양도식(한국수자원공사 미래도시센터 센터장), 양수인(삶것 대표)
한은주: 도시재생과 스마트 시티에 관한 의견을 먼저 발표했다. 스마트 시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수자원공사 미래도시센터 양도식 센터장과 재생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는 삶것건축사사무소 양수인 대표, 두 전문가는 우리의 도시계획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어떻게 보고 있나?
양도식: 도시계획 관련자들이 통합적으로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함께 내고자 해야 한다. 도시재생의 객체는 공공재다. 민간 차원의 개발사업은 재생을 통해 이익을 남긴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도시재생은 공적 자본을 투자해서 취약계층에게 더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접근방법부터 달라야 한다. 스마트 시티 기술의 궁극적 목적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 기술의 궁극적 목적은 인간해방이다.
도시재생은 선진국에 접어든 사회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변화다. 따라서 앞으로 지속해서 발생하는 변화에 대해 더 깊이 있는 이해와 해결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스마트 시티는 지속가능성과 같은 맥락에 있다 보니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고, 기술이 어떻게 도시에 관여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꼭 필요하다.
또한 스마트 시티를 구현하는 빅데이터를 통해 사회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대의민주주의로 변화할 수 있다. 빅데이터, IoT, AI 등을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창의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경계가 완화되고 있다. 이 경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스마트 시티와 도시재생이 어떻게 연결될 것이냐는 가늠하기 어렵지만, 기술이 도시재생을 계속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범적인 도시재생 사례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한은주: 우리 사회가 지금은 신도시를 개발하기보다는 기존의 도시를 재생하고, 메우고, 바꾸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기술사회로 가는 변화는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서 기술을 베이스로 도시재생을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양수인 대표는 최근에 도시재생 작업을 하였는데 이 둘을 접목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는지 궁금하다.
양수인: 최근 인천에 천 평쯤 되는 공장을 리모델링했다. 큰 공단이 이주했는데 그중에 폐수, 폐 화학 물질을 처리하는 공장 한 동이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다. 동네 청년이 지나가다가 우연히 그 공장에 들어와 보고 ‘우리 동네에 이런 멋진 공장이 있었구나’ 해서 결국에는 문화시설로 바꾸어 나간 프로젝트다. 자본을 끌어내고, 구청장을 설득하고 협의도 하면서 동네를 두 청년의 힘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에 같이 참여했다. 도시재생이라고 하면 흔히 매우 큰 규모에 아주 큰 자본이 투입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작은 프로젝트일지라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면 거기서부터 다른 변화가 시작된다. 민간주도의 상향식(bottom-up) 도시재생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똑똑한 보행 도시’라는 섹션에서 여러 아티스트, IT 관련자를 만났다. 이들과 스마트 모빌리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부동산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우리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땅은 어떤 행위에 가깝기 때문에 비싸고 멀수록 그 행위에 도달하는 시간을 낭비해야 하므로 싼 것인데, 자율주행차는 사용자가 다른 일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낭비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지금은 낙후된 도시, 지역을 재생하고 있지만,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15년, 20년 후에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아주 다른 부분들이, 다른 이유에서 재생이 되어야 할 필요가 생길 것이다.
재생도 해야 하지만 어떤 것은 버려질 수밖에 없다. 건축가라고 해서 꼭 건물을 낳는 산파 역할만 할 게 아니라 장의사 역할도 해야 한다. 어딘가는 죽고 버려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건강하게 자연으로 다시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이 또한 어떻게 보면 하나의 재생, 도시재생이다.
한은주: 건축가의 장의사 역할을 언급했는데 사실 여러 여건의 변화를 통해서 이미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건축가의 역할은 물리적인 장치를 디자인하기보다는 공간 경험, 시간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다시 큰 관점으로 돌아가면, 보통 도시재생은 동시대 생활양식과 도시의 장치들, 물리적 환경이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 일어난다. 그런 측면에서 도시를 새롭게 만들 때 ‘현재’를 과연 어떻게 보아야 할까? 예를 들어 설계 의뢰가 들어와서 건축을 할 때 반 스텝 앞서서 보고 작업을 한다. 그런데 도시는 더 큰 규모의 문제이다 보니 그것을 다루는 시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 궁금하다. 딥러닝, AI 등 기술을 통해 자체적으로 개발, 갱신이 가능한 형태가 되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어떠한 방식인가?
양도식: 디지털 토이(게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거에 있었던 일, 미래의 사건을 컴퓨터를 통해 재현해서 국가프로젝트, 도시 계획, 건설, 보상 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내가 느낀 것은 마치 양자역학 이론에서 전자가 양자가 되었다가 광자, 전파로 바뀔 수 있듯이 인간 존재에 대한 정의가 의지에 따라서 결정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란 시간의 흐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하는 구조가 된다. 디지털 토이에서 재구성이 가능하다면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에 어떤 가치가 있을지 과거에 일어났던 흔적들을 시뮬레이션해서 위 세 가지 요소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시간 변수는 주체라기보다는 의사결정에 따라 구성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 같다.
한은주: 컴퓨팅 기술이 급속히 확산될수록 인간, 도시, 일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해 근원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양도식 센터장의 의견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양수인 대표는 도시재생과 데이터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양수인: 물리적인 무언가를 만드는 것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거나 그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상황을 해결하는 것보다 도시재생 계획 과정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스마트할 것으로 생각한다.
제주도 공무원이 가장 사랑한 맛집에 관한 기사를 보면서 굉장히 스마트하게 도시를 잇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지자체는 예산 사용 결과를 발표하는데 한 기자가 지난 10년의 데이터를 모아서 제주도 공무원이 돈을 제일 많이 쓴 식당을 1위부터 20위까지 정리한 내용이었다. 또한, 10년 전쯤 미세먼지 수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조형물을 작업한 적이 있는데, 실시간으로 모든 구의 미세먼지 정보를 공표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정보를 재가공하여 다른 작업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딱히 막으려고 했다기보다는 그 데이터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별로 없었다. 불과 10년이 지났을 뿐인데 이제 그런 정보들을 쉽게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가공하고 다른 조합을 통해서 유의미한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도시재생을 계획하는 과정에서는 오픈소스 데이터를 훨씬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일반인들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컴퓨팅 파워와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조금만 더 잘 생각하면 도시계획 차원에서 충분히 스마트하게 접근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한은주: 양도식 센터장은 빅데이터가 새로운 차원의 민주주의 확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역으로 이 데이터를 얼마나 어떤 범위까지 어떻게 오픈하느냐에 따라서 권력의 구도가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 게다가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조차 시스템적으로 호환이 되지 않는다. 성숙한 협조, 원활한 연결이 전혀 안 되는 상황이라면 스마트 시티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개방된 사회가 되지 않으면 인간해방의 길로 가기 어렵다. 정책적 유연성이 굉장히 중요한데 양도식 센터장이 많이 경험하고 있을 것 같다.
양도식: 스마트한 프로세스가 스마트한 도시를 낳는다. 도시재생 사업도 스마트한 프로세스로 갈 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대의민주주의는 사람들이 사회적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반영되고, 반영이 되지 않더라도 민주적으로 결정되었음을 알아보기 쉽게 한다.
공익을 위하여 스마트 시티 펀드를 조성해서 도시 전체에 적립하고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고, 합의를 거쳐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를 마련할 수도 있다. 즉 스마트 이퀄리티, 평등의 문제가 중요하다. 건축가들에게 말하고 싶은 결론은 디자이너로서 두 가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건축 환경을 만들어간다는 디자인 감각과 거기에 담길 내용의 접근성을 고려하는 데이터 플래닝, 즉 데이터를 디자인한다는 마인드를 꼭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은주: 20세기 말에 타계한 앙리 르페브르는 유고작 『리듬분석』을 통해 작금의 세상에 대한 예언을 남겼다. 그는 미래의 중요한 직업으로 리듬분석가를 언급했다. 리듬분석가는 우리 몸, 환경과 시간을 감지하여 리듬을 분석해내야 한다. 이는 도시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파악하여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과 닿아있다. 스마트 시티의 데이터와 분석에 대한 보다 깊은 고찰이 선행되어야 우리는 정보사회를 인간해방의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건축가의 역할을 생각해 보면, 인간과 생활양식의 공간화를 다루어온 건축가는 작금의 도시기술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직능을 발휘해야 한다. 도시계획가는 네트워크 단위를 다루지만, 개별 요소기술이 접목되는 부분은 건축가가 인간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것이다. 건축가의 공간분석과 디자인 사고역량이 스마트 시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지점이다. 도시재생도 스마트 시티도 결국은 인간, 도시, 일상을 엮어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인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분야인 건축은 스마트 시티를 그저 피곤한 요소기술의 부산물 정도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기술이 일상에 깊게 스밀수록 인간과 공간, 시간에 관한 근본적 고찰이 필요하다. 기술이든 재생이든 결국은 인간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진행_오주연>
▲ SPACE, 스페이스, 공간
[콘크리트와 글로 빚은 20세기 한국 건축](9)옛 흔적 남겨야만 ‘도시재생’일까?…쓰임에 집중한 공간 창조 시도
마을이 된 건축, 건축이 된 마을
서울 은평구 구산동도서관마을
/김창길기자
명문학교 과외방·골목식당 등 100여년 역사와 풍경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완전히 새로 지어졌으나 영화세트장처럼 보여
전시관 빼면 ‘기능’ 갖고 있는 곳 찾아볼 수 없어
지난 10년 건축과 도시 분야의 정언 명령은 “기억하고 보존하라”였다. 개인의 기록에서 정부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옛 자취를 없애지 않고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문화재에 가까운 유서 깊은 건축물뿐만 아니라 아파트, 빌라, 오래된 가게 같은 추억이 서려 있는 곳에서 공장, 산업시설 같은 시대를 증언하는 장소까지, 잊으면 안 되는 리스트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1970~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단지들이 하나둘 재건축되자,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이 자발적으로 유년기의 배경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몇몇 건축가들은 다세대·다가구 주민들이 편의를 위해 임시방편으로 증축하고 고친 흔적들을 조사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정부는 전면 재개발 대신 ‘재생’으로 정책의 물꼬를 바꾸었다. 30년마다 도시를 백지장으로 만드는 일을 계속 반복할 수는 없다는 반성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두드러진 하나의 경향은 ‘마을’에 대한 애착이다. 개별 건물 하나하나는 건축적으로 큰 가치가 없더라도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길과 풍경은 소중하다는 정서를 많은 이들이 공유했다. 여러 시대에 걸쳐 지어져 고쳐지고 쓰임을 달리하며 살아남은 곳들은 기억의 저장소이므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서울 돈의문박물관마을이 탄생한 배경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위치한 경희궁과 강북삼성병원 사이의 삼각형 땅은 돈의문1구역 재정비 촉진지구에 속해 있었다. 지금 이 지구는 신축 아파트단지로 바뀌어 있다. 돈의문과 서울 성곽에 면해 있어 역사는 조선시대까지 가뿐히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의 주택, 도시한옥, 1940~60년대 목조주택, 1970년대 불란서주택 등 다양한 유형의 주택과 유한양행과 강원산업의 사옥 등 건물이 자리했었다. 서울고등학교 등 인근에 있던 명문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과외방이 불을 밝혔고, 이후에는 회사원들을 상대로 한 식당가로 변모하는 등 서울의 변화가 켜켜이 쌓인 장소였다.
재개발조합으로부터 이 땅을 기부채납 받은 서울시는 전면 철거한 뒤 공원을 만들 계획을 세웠으나, 2014년 보존하는 쪽으로 변경한다. 마을의 길과 건물, 역사와 사람들에 대한 꼼꼼한 기록과 함께 돈의문박물관마을로 조성하는 설계가 진행되었다. 약 30년 전부터 도시와 건축을 비움과 기억이라는 키워드로 바라보고 공공적이고 윤리적 실천을 강조해온 건축가 민현식이 설계를 맡았다. 건축가는 이 땅을 양피지로 여겼다. 이전에 쓴 글자를 긁어낸 흔적, 그 위에 다시 스며든 잉크 자국 등이 공존하는 양피지처럼 마을이 품은 시간의 켜를 가능한 한 드러내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68채 건물 가운데 15채는 완전 철거되었고, 나머지 43채는 대수선하거나 철거 후 신축 및 개축되었다.
이 과정에서 철저하게 지켜진 것은 ‘스케일’이다. 건물의 규모는 물론이고 실내 공간의 면적과 높이, 골목길의 폭 등 100여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진 동네의 크기는 고스란히 남았다. 건물의 형태와 기능은 달라져도 신체의 움직임과 긴밀하게 연결된 공간의 크기가 변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곳을 쉽게 기억한다. 외벽과 창호도 가능한 한 기존 마을과 유사한 재료와 색을 선택해 설치했다.
박물관의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유한양행의 첫 사옥이 있던 곳에 새로 지은 건물은 서울도시건축센터가 사용한다. 북측에 모여 있는 한옥은 숙박시설로 계획했으나 현재는 체험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과 한정식집은 이 일대의 역사와 유적을 전시하는 돈의문역사관으로, 나머지 건물들은 전시나 아티스트 레지던시, 식음료 판매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몇 동을 비워내 가운데에 마련한 마당은 다양한 옥외 이벤트를 위한 공간이다. 기능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방치된 것도 아닌 한국 전통의 마당, 다양한 활동을 수용하고 촉발할 수 있는 비움의 잠재력에 오랫동안 천착한 건축가의 철학이 녹아 있다.
박물관마을이 재정비되기 전 이곳에 대한 기억이 없는 이라면,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아차리기 힘들 만큼 과거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시간의 지층을 보존한다는 계획은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이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돈의문박물관마을은 테마파크나 영화세트장처럼 보인다. 완전히 새로 지었으나 50여년 전 주택의 작은 방 크기까지 그대로 재현된 실내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기는 어려웠다. 2017년 도시건축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사용되었으나, 낮은 층고와 짧은 관람 거리, 좁은 실내, 잦은 출입 등으로 전시에 적합하지 않았다. 한옥을 게스트하우스 같은 숙박시설로 이용한다는 계획도 여러 이유로 보류 중이다. 팬데믹이 이어지면서 돈의문전시관을 제외하면 고정된 기능을 갖고 있는 건물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복고 바람에 맞추어 설치된 1960~70년대 간판과 생활집기 등은 이곳의 시계가 과거에 멈추어 있다는 인상을 결정적으로 더한다. 지금 돈의문박물관마을은 흔적이 짙게 남은 양피지 위에 오늘의 기억을 덧쓰지 못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의 구산동도서관마을. 지역주민들이 도서관 설립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예산 절감을 위해 기존 건물을 최대한 활용했다. 사진은 도서관 내부 모습. 김창길 기자
은평구 주택 8동·막다른 도로 재정비한 ‘구산동도서관마을’
원형 보존 강박 벗어나 용도에 맞게 설계
서가와 얽혀 있는 옛 건물의 수십개 방
보통의 도서관과는 ‘확연히 다른 공간’ 경험하게 만들어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또 다른 마을이 있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이다. 허물고 새로 짓는 쉬운 방법을 마다하고 기존 건물을 보존해 재활용했다는 점에서는 돈의문박물관마을과 유사하지만 사정이 꽤 다르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인근이 아파트단지로 재개발되면서 조선시대부터 이어지는 이 지역의 과거를 증언할 유일한 곳이 되었고, 서울시는 예산 투입 없이 기부채납 받아 사업 부지를 마련했다. 반면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도서관 설립을 위한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2006년 시작되었다. 이 요청에 화답한 은평구청이 필지를 매입해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처음에는 신축을 구상했으나 예산 절감을 위해 기존 건물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담론이나 윤리적인 당위보다 현실적인 사정이 더 절박한 곳이었다. 은평구 일대는 1960년대 구획정리사업을 통해 새로운 시가지로 구획되었고, 구산동에는 비슷한 시기 유사한 경제적, 건축적 이유로 비슷하게 지어진 건물이 지천으로 깔려 있다. 남기는 것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지역이 아니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기존 주택 8동과 막다른 도로를 포함해 11개의 필지에 건축가 최재원의 설계로 조성되었다. 1972년과 2002년 사이에 지어진 주택 5동과 이들을 연결하는 구조물과 신축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주변 주택과 유사한 재료와 규모로 만들어진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쉽게 눈에 띄지도 않는다. 얼마 전에 지었는지 예전부터 있었는지 가늠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도서관이라는 프로그램에 맞게 완전히 새로이 재구성된 내부는 건축이 지닌 가능성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언제 생긴 건물인지 헷갈렸던 방문자라도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이곳이 삶의 방편에 따라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라 정교한 계산과 기획의 결과라는 것을 대번에 알아차릴 것이다. 실내에서 기존 건물의 외벽은 방문객으로 하여금 지금 서 있는 곳이 한때 골목길이었음을, 여러 건물들이 모여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건축가는 기존 건물을 원형 그대로 살리려는 강박에 빠지지 않았다. 옛 건물을 연결하는 새로운 증축부에 서가와 서고를 배치했다. 엄청난 책의 무게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보존한 주택 5동에 있던 수십 개의 방은 이 서가와 얽혀가며 열람실, 토론실, 동아리활동실 등이 되었고, 여러 계단은 이 방들을 수직으로 연결하며 도서관 전체를 미로처럼 만든다. 하나하나 따져보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각 실을 오갈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규모가 훨씬 큰 통상적인 도서관에 비할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부분적으로 트이고 서로 합쳐지기도 한 주택의 방들은 책에 파묻히기 쉬운 ‘구석’을 곳곳에 펼쳐놓는다. 시험공부를 위해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독서실처럼 이용하려는 이라면 실망할지 몰라도, 모처럼 글자들 속에 빠져들기를 바라는 이라면 자신에게 꼭 맞는 자리 하나쯤은 어렵지 않게 찾을 것이다.
작은 방들의 열람실에는 미묘한 높이 차이가 있다. 같은 2층이라도 각 주택의 높이가 조금씩 달랐을 테니 말이다. 바닥의 이 작은 차이로 공간은 더 풍성해지고 특정한 방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더해준다. 하나의 층에 넓게 개방된 하나의 열람실이 있곤 하는 보통의 도서관과 확연히 다른 공간 경험이다. 이곳에 새 건물을 지었다고 해서, 지금보다 덜 활용될 것이라고 상상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예산만 충분했다면 더 많은 서가와 열람실을 확보했을 수도 있다. 다만 그랬더라면 우리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시도, 오래된 것이 있기 때문에 열리는 가능성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오래된 것은 새로운 것을 위해 봉사한다. 이곳에서 과거의 기억은 새로 쓰일 기억 앞에서 금세 빛이 바랜다. 지난한 삶의 자취가 향수를 불러일으키지도 않고, 과거에 덧없는 진정성을 덧씌우지도 않는다. 허물지 않고 남은 파편이 현재, 나아가 미래의 토대가 되는 흔치 않은 현장이다.
오래된 창조, 재생 건축
낡은 건물과 도시 풍경이 오버랩되며 회화적 오라를 뿜어내는 고명근 작가의 사진 조각. 1980년대 후반부터 모은 낡은 건물 이미지를 OHP 필름에 출력한 뒤 인쇄된 이미지를 여러 장 겹쳐 플렉시글라스plexiglass에 압착시킨 작업이다. 사진으로 구성한 이 구조물은 입체와 평면을 넘나들며 사진 혹은 조각 이상의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Building with Trees-5’, 59×40×21cm, 디지털 필름 3D-Collage, 2012
재생, 진화의 몸부림 건축에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오랜 화두가 있다. 루이스 설리반Louis Sullivan이라는 근대건축의 첫 장을 장식한 건축가의 말이다. 이 말은 모든 형태는 특정한 기능에 근거해 이유 있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우리가 자연을 관찰하면 이 말이 얼마나 맞는지 알 수 있다. 기린의 목이 긴 이유는 높은 나뭇가지의 잎을 따 먹기 위함이고, 가자미의 눈이 한쪽 면에 두 개가 붙어 있는 것도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필연적 이유에서 발생한 디자인인 것이다. 이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 때 아주 유용한 철학이다. 자동차를 처음 디자인한 사람은 기능적 이유에서 엔진과 네 개의 바퀴를 생각해냈을 것이다. 비행기도 기능적 이유에서 날개와 프로펠러를 디자인했다. 항상 새로운 디자인은 이처럼 ‘기능’에 근거해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건축물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첨가되면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명제가 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화력발전소로 사용하다 더 이상 쓸모 없게 되어 문을 닫은 건물은 시간이 지나서 테이트 모던이라는 미술관이 되었다. 최초의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의 형태에 맞게 디자인했지만 증기터빈이 있던 자리가 미술관의 전시 공간으로 바뀌었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도 좋은 예다. 기차의 엔진이 강력해지면서 객차가 길어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기존 플랫폼이 짧아 더 이상 기차역으로 기능을 못 하게 되자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곳은 수십 년 후 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두 공간 모두 주어진 건물 형태에 맞추어 새로운 기능을 적용한 경우다.
물리적으로 보면 건축물은 돌, 벽돌, 유리 같은 재료로 만든 무생물이다. 자동차와 같이 기본적으로 무기물로 만든 물건은 맞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것은 그 무기질 재료로 만든 나머지 부분인 ‘빈 공간’이다. 빈 공간을 싸고 있는 재료들은 약간씩 변형되어도 사용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건축물은 다른 물건과는 다르게 사람보다 오랫동안 살아남고 시대에 따라 다른 용도로 변형되면서 다시 사용된다. 재생 건축은 이처럼 시대의 변화에도 살아남는 ‘빈 공간’의 이야기다.
또한 건축물은 그 시대 사람들의 사회, 경제, 문화, 정치, 기술 등 모든 것이 하나로 결집된 결정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사람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동시대의 대중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적으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다. 5백 년 전의 사람들에게는 단층짜리 기와집과 초가집이 그러했다. 마치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의 형태를 진화시키는 가자미처럼 재생 건축 건축 입장에서 보면 바뀐 환경에서 철거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몸부림의 시간과 사람의 노력은 건축물에 오롯이 남는다. 그래서 재생 건축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깊은 시간의 감동이 배어 있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은 1백 년 전 기차역을 만든 이와 건축물을 통해 교감하고, 경제 논리로 따질 수 없는 묘한 울림을 경험한다.
불과 50년 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지구가 무한하게 제공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겪고 나서야 사람들은 지구가 유한하다는 것을 깨달은 듯하다. 시간이 지나 세계 인구가 두 배 이상 늘어나고 더 이상 지구는 이 많은 사람이 다 누리면서 살기에는 면적이나 지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극단적 영화나 소설은 전염병으로 인류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까지 말하는 지경이다. 그러니 이 시대에 ‘재사용’은 선택 아닌 필연이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축이 갖고 있는 고유한 스토리는 새 건물은 결코 빚어낼 수 없는 멋진 디자인 언어가 된다는 21세기의 또 다른 명제를 제시한 재생 건축. 최근 3~4년간 전 세계적으로 이슈를 만들며 그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고 있는 재생 건축의 훌륭한 예를 살펴보면서 시간의 켜가 쌓인 건축이 어떻게 아름답게 재활용되었는지 지혜를 배워보길 바란다.
‘Building with Trees-10’, 55×20×20cm, 디지털 필름 3D-Collage, 2012
오래된 속살과 마주하다
워터하우스 부티크 호텔 Waterhouse Boutique Hotel
위치 중국 상하이, Maojiayuan Rd 1-3, Huangpu District
설립 연도 1930년대
기존 용도 군 사령부, 창고, 보일러실
리모델링 시기 2010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네리&후 디자인 앤 리서치(www.neriandhu.com)
상하이 부티크 호텔 워터하우스는 일본이 중국을 점령하던 1930년대에 일본 무장군의 사령부로, 중국 공산당 정권 이후에는 부둣가의 창고로, 보일러실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했다. 워터하우스 호텔이 자리한 사우스번드 지역은 한때 아시아 최대 항구이던 셔류푸로, 올드 상하이의 교통・물류 중심 지역이었다. 싱가포르 출신 오너는 세계적 디자인 회사 네리&후 디자인 앤 리서치 오피스(NHDRO)와 함께 2010년 이 공간을 리모델링했는데, 내부와 외부를 바꾼 ‘도치’에 디자인 모토를 두었다. 이전 건물의 뼈대는 그대로 두고 외관의 파사드에 살짝 덧칠만 해 3백65일 공사 중인 듯한 느낌을 준 것. 계단이나 복도에는 옛 건물의 콘크리트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채 네온사인을 걸어 생경한 느낌을 연출했고, 열아홉 개의 객실 내부에는 디자이너 찰스&레이 임스와 콘스탄틴 그리치치, 한스 웨그너, 장 프루베 등의 오리지널 가구를 들여 호화롭게 꾸몄다. 짐작할 수 없는 내부와 외부의 괴리감으로 사람들의 방향 감각을 혼란시키고, 일상과 현실을 벗어나 리프레시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글 손지연 기자 자료 협조 워터하우스(waterhouseshanghai.com)
모던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정수
아날로그 포크Analog Folk
위치 영국 런던, Warner Street
설립 연도 1940년대
기존 용도 공장
리모델링 시기 2013년
건축 DH Liberty(www.dhliberty.com)
현재 모습을 통해 과거 어떤 건물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케 하는 이곳은 영국의 광고 회사 아날로그 포크의 헤드 오피스다. ‘Analog Folk’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오래된 정서를 반영한 이곳은 공장을 개조해 모더니즘과 인더스트리얼 분위기로 재해석한 사무 공간. 노출된 연통과 배관, 조적이 드러난 벽체를 보면 여전히 사무실보다 공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디자인을 맡은 런던의 건축 사무소 DH리버티DH Liberty는 가공하지 않은 OSB 패널과 빈티지 조명등, 파이프 가구, 고재 문짝 등 소품을 이용해 가공하지 않은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의 묘미를 더했다. 다소 거친 분위기지만 고재 나무, 빈티지 유리병 등으로 온기를 더한 것이 특징. 회의 공간에는 커다란 고재 문짝을 상판으로 활용해 회의 테이블을 제작하고, 투명 파티션으로 구획을 나눠 실용성을 더했다. 메자닌 구조로 1.5층을 두어 꼭 다락방처럼 꾸민 사무실은 작지만 개방감이 느껴진다. 입구 로비에는 재활용 병으로 만든 조명등을 물고기 형태로 설치했는데, 회사의 상징이자 명물이 되었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킨틴 레이크Quintin Lake
이화동 쪽방에 꽃핀 사랑방
이화루애
위치 서울시 종로구 낙산성곽서길 107-32
설립 연도 1950년대
기존 용도 주거 공간
리모델링 시기 2015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지랩(www.z-lab.co.kr)
1950년대 지은 조선 영단 주택 밀집 지역에 위치한 이화루애는 당시로는 가장 최신식인 일본 나가야(방과 방이 길게 붙은 다세대주택) 건축 기술로 지었다. 그래서 작은 방으로 나뉜 공간을 하나로 뚫는 작업이 우선이었고, 그 결과 1층 입구엔 이화동에 놀러 온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파스텔 뮤직 숍을, 뒤뜰과 2층은 주방과 침실로 구성한 파티형 게스트 하우스로 바꾸었다. 공사를 중단한 것이 아니냐고 할 정도로 외관은 창문과 2층 테라스 외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내부 역시 가능한 한 원형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철거했는데, 철조망 기둥과 그 사이에 벽돌을 메운 1층 천장을 날 것 그대로 노출했고, 적산 가옥의 2층 골조도 남겨두었다. 철거하며 나온 고재를 욕실 문 같은 곳에 재활용하거나,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매터앤매터의 가구를 놓는 등 재생 공간으로서 의미를 더욱 강조했다.
글 김민서 기자 사진 이우경 기자 문의 02-732-0102
Back to the 1920’s
몰리터 엠갤러리 호텔Molitor MGallery Hotel
위치 프랑스 파리, 13 Rue Nungesser et Coli
설립 연도 1929년
기존 용도 스포츠 클럽
리모델링 시기 2014년
인테리어디자인 장 필리프 뉘엘Jean-Philippe Nuel
1929년 몰리터 수영장은 실외 수영장과 실내 수영장을 갖춘 스포츠센터로 성대하게 문을 열었다. 수십 년간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수영장이자 사교 클럽으로 시대를 풍미한 이곳은 1989년 폐장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역사적 장소를 허물어버리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었고, 폐장은 했지만 철거는 막을 수 있었다. 그 후 25년간 방치된 수영장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엠갤러리 호텔. 스위트룸 스무 개를 포함한 1백24개의 룸과 스파, 레스토랑, 바 등을 갖춘 부티크 호텔로 탄생했다. 레노베이션을 맡은 장 필리프 뉘엘은 1920년대 유행한 아르데코 양식을 유지하면서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상을 반영하는 가구, 소품 등으로 개성을 더했다. 수영장 폐장 후 곳곳에 그려진 그라피티 중 일부를 살려 복도 카펫과 벽면 인테리어에 반영했고, 기억할 만한 흑백사진(다이빙하는 모습 등)을 거대하게 프린트해 실내 장식으로 활용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 호텔의 백미는 과거의 영광을 담고 있는 야외 수영장이다(모든 방에서 둥근 창 너머 수영장을 바라볼 수 있다). 비현실적으로 파란 물빛, 페르몹과 모르소의 아웃도어 체어와 데이베드가 형형색색 펼쳐진 모습이 인상적인 수영장의 풀사이드는 보는 순간 가슴이 확 트이는 시원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글 이지현 기자 자료 협조 www.mgallery.com
배려의 미학
에이 스페이스A space 쇼룸
위치 독일 베를린, Kremmener Straße 9, 10435
설립 연도 1920년대
기존 용도 극장
리모델링 시기 2014년
건축 조피 카츠케Sophie Gatzke, 플라여&프란츠 스튜디오 Plajer&Franz Studio
낡고 볼품없는 도심 속 영화관이 부동산 중개소의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주 흥미로운 발상이다. 베를린 도심의 400㎡ 면적에 걸쳐 리모델링한 에이 스페이스 쇼룸은 오래된 재료의 물성과 축적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영화관으로 활용하던 기존의 낡은 시설을 뜯어내고 건축가는 벽과 천장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예산의 한계와 짧은 공사 기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이를 통해 앙상하게 드러난 8m의 높은 천장을 얻었고 특별한 영역 구분 없이 회의실과 상담실이 마련되었다. 상부의 무덤덤함을 가득 채운 실 커튼은 말없이 공간을 나누고, 1920년대 영화관 전광판을 연상시키는 A 모양의 설치물이 부동산 회사의 브랜드를 설명해준다. 전시 공간은 노출된 벽돌 조적조와 한껏 어우러져 홀과 벽면에 정리된 모형과 홍보용 패널, 제작한 가구 등이 이색적 운치를 자아낸다. 과거의 흔적을 무조건 없애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을 살려내고 그 속에서 시간과 물성적 효과를 현대 공간에 맞게 재구성하는 시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환경에 대한 배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글 김용삼(에이앤뉴스 편집국장) 사진 히리스티안 루다트Christian Rudat
창조된 보존
젠틀 몬스터 배쓰하우스
위치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92
설립 연도 1960년대
기존 용도 목욕탕
리모델링 시기 2015년 시공 패브리커, 젠틀 몬스터
서울에서도 고즈넉한 골목길 풍경을 유지하는 종로구 계동. 계동의 오래된 명물이자 주민들의 사랑방이던 중앙탕이 하우스 안경 브랜드 젠틀 몬스터의 네 번째 쇼룸으로 거듭났다. 중앙탕은 1968년까지 중앙고등학교 운동부 샤워실로 사용하던 공간을 개조해 1969년 다시 문을 연 대중목욕탕이다. 젠틀 몬스터는 중앙탕이 지닌 정서와 세월의 흔적을 유지한 채 쇼룸의 기능을 더하는 재생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6개월의 인고 끝에 ‘배쓰하우스Bathouse’ 쇼룸이 탄생했다. 50년 이상 타일을 덧붙이는 개・보수를 했기 때문에 켜켜이 쌓인 마감재를 정리하는 데만 두 달 이상이 걸렸다. 쇼룸은 보일러실, 사우나실, 욕탕 등 목욕탕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것이 특징으로 목욕탕 특유의 청색 타일과 콘크리트가 노출된 벽면에 선반을 설치해 안경을 전시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1층 욕조 가운데에 있는 육중한 기계. 목욕탕 물을 데우기 위한 실린더에서 영감을 얻은 ‘타임 트랜스포메이션Time Transformation’이라는 대형 설치 작품으로 1층 욕조 안 물의 움직임으로 생성된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전환돼 2층에 설치한 1백62개 전구의 빛을 밝힌다. 최초의 대중목욕탕으로 사랑받은 옛 모습이 담긴 영상을 지나 옥상으로 나가면 하얀 연기를 뿜으며 위용을 과시하던 빨간 굴뚝을 만날 수 있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이창화 기자 문의 070-4895-1287
전분 공장의 무한 변신
앤트러사이트 제주
위치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564
설립 연도 1951년
기존 용도 고구마 전분 공장
리모델링 시기 2015년
최근 제주에서 가장 핫한 곳을 꼽으라면 단연 이 전분 공장이다. 현무암으로 단단히 올린 이 건물은 1991년까지 왕성하게 기계가 돌아가던 고구마 전분 공장으로 수입 농산물에 밀려 20년 이상 방치된 건물을 앤트러사이트 김평래 대표가 인수해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김 대표는 최대한 원형을 보존해 폐허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것에 집중했다. 영국산 증기터빈 원동기는 버리자고 보면 그저 고철 덩어리지만 지금 시대에는 돈 주고도 못 구하는 이곳의 상징 같은 존재. 파손된 천장 사이사이 지붕을 드러내 투명하게 마감한 덕분에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또 지역의 재료만을 사용한 것도 특징. 오픈 키친의 아일랜드는 주변 돌을 주워다 쌓고 삼나무 상판을 올려 손수 만든 것. 고구마를 세척할 때 사용하던 나무 체를 분리해 제작한 테이블은 오래된 건물과 집기가 전혀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룬다. 돌 건물 리모델링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을 통해 ‘시간’이라는 디자인 요소의 매력을 한껏 체험해보길.
글 이지현 기자 문의 064-796-7991
패션과 아트, 경계를 허물다
폰다치오네 프라다 Fondazione Prada
위치 이탈리아 밀라노, Largo Isarco 2 20139
설립 연도 1900년대
기존 용도 공업 단지
리모델링 시기 2015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OMA(www.oma.nl)
미우치아 프라다와 그의 남편 파트리치오 베르텔리가 설립한 예술 재단 프라다 파운데이션이 자리를 옮겼다.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공간답게 이곳은 1900년대 초에 설립한 밀라노 남쪽 라르고 이사르코 지역의 공업 단지를 예술 공간으로 개조했다. 약 1만 9000㎡(2천7백 평)의 예술 단지를 조성한 것은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가 이끄는 OMA. 그는 기존 콘크리트 건물 일곱 채에 신축 건물 세 채를 더했는데, 전형적인 콘크리트 공장 건물과 수려한 현대적 건물이 질서 정연하게 공존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폰다치오네는 보전 프로젝트도 아니지만 신축 건축물도 아니다”라는 렘 콜하스의 말처럼 이곳은 ‘옛것과 새것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각각의 건물은 뮤지엄과 시네마, 탑 등으로 전시 성격에 따라 나뉘며 어떤 전시실도 모양이 같은 것은 없다. 한편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이 1950년대 이탈리아 영화를 재현한 듯 꾸민 카페 더 바 루체는
꼭 들러야 할 명소다.
글 손지연 기자 자료 협조 폰다치오네 프라다(www.fondazioneprada.org)
머물고 싶은 감옥
헷아레스트하위스 Het Arresthuis
위치 네덜란드 루르몬트, Pollartstraat 7, 6041 GC
설립 연도 17세기
기존 용도 감옥
리모델링 시기 2011년
건축 마르턴 앵앨만Maarten Engelman
인테리어디자인 팔크 디자인Valk Design
네덜란드 남동부 루르몬트에는 경비가 삼엄하기로 악명 높은 감옥이 있었다. 그런데 1863년부터 2007년까지 약 1백50년 동안 중범죄자를 수감했던 이 감옥이 몇 년 전 완전히 색다른 공간으로 변모했다. 네덜란드 호텔 체인 판테르팔크Van der Valk가 오픈한 헷아레스트하위스는 어두컴컴한 감방 1백5개를 40개의 모던한 객실로 바꾸고, 난간 아래 1층 넓은 복도를 라운지로 사용한다. 기존에 있던 2층 복도 난간과 철창문은 그대로 살리되, 각 객실은 네덜란드 디자인의 세련되고 미니멀한 인테리어를 적용해 과거 모습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제일러 Jailer’ ‘저지Judge’ ‘로이어Lawyer’ ‘디렉터Director’라고 이름 지은 스위트룸, 열쇠를 모티프로 한 도어 태그, 수감 번호가 붙은 목욕 가운 등 곳곳에 위트가 묻어난다. 때때로 죄수복을 입고 진행하는 파티나 이벤트를 연다니, 네덜란드를 여행한다면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은 호텔이다.
글 김민서 기자 자료 협조 헷아레스트하위스(www.hetarresthuis.nl)
역사 위에 세운 디자인 스폿
디자인 코뮌Design Commune
위치 중국 상하이, No.511, Jinan Ning road
설립 연도 1920년대
기존 용도 경찰서
리모델링 시기 2012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네리&후 디자인 앤 리서치(www.neriandhu.com)
상하이 징안에 오픈한 디자인 코뮌에는 디자인 숍과 갤러리,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다. 1910년 즈음에 지은 이 건물은 영국 식민지이던 당시엔 경찰서로 사용했는데, 최근 디자인과 예술의 도시로 가장 조명받는 상하이답게 식민 시대의 잔재인 이곳은 디자인 스폿으로 탈바꿈했다. 디자인 코뮌은 역사 경관 가이드라인(historic preservation guidelines)에 따라 건물 외벽의 붉은 벽돌 구조를 유리로 감싸 건물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보존했다. 이렇게 거의 손대지 않은 외관과 대조적으로 실내는 비교적 많이 바뀌었는데, 벽과 바닥 그리고 지붕을 과감히 없애거나 썩은 나무와 석고를 제거하고 벽돌을 쌓았다. 또 유리 같은 가벼운 재료를 사용해 식민 시대 공공 기관의 무겁고 경직된 분위기를 중화했다. 타파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카페 코뮌 소셜은 아늑한 분위기와 뛰어난 맛으로 상하이의 핫 플레이스로 손꼽힌다.
글 김민서 기자 사진 페드로 페헤나우테Pedro Pegenaute
별 헤는 밤
윤동주 문학관
위치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119
설립 연도 1960년대
기존 용도 수도가압장, 물탱크
리모델링 시기 2012년
건축 아뜰리에 리옹(www.lionseoul.com)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도시 재생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윤동주 문학관이 과거 수도 가압장과 물탱크였다면 믿을까?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모던한 하얀 큐브 안으로 들어서면 만나는 어두컴컴한 침묵의 방. 이곳이 의미 있는 것은 생가 건물을 복원하는 식이 아니라, 수명을 다한 수도 가압장에 문학관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공간의 핵심은 물탱크다. 물탱크 하나는 윗부분을 개방해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열린 우물), 다른 하나는 어두컴컴한 영상 전시실로 바꿔 윤동주 시인의 감옥 생활을 상징한다(닫힌 우물). 설계를 맡은 아뜰리에 리옹의 이소진 소장은 벽면의 물때 자국까지 건축 요소로 활용했다. 전시실 두 개를 잇는 야외 통로의 벽면은 이곳이 수십 년간 수돗물이 저장된 곳임을 증명하듯 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용도를 다해 버려진 공간은 그 힘을 다한 듯하지만 건축가의 창의적 시도로 다른 용도로 생명력을 얻게 된다. 천장을 뚫어 하늘을 향해 열린 이곳에서, 그의 시처럼 밤하늘의 별을 헤아려봐도 좋겠다.
글 이지현 기자 사진 김재경
한옥의 현대적 실험
카페 식물
위치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11다길 46-1
설립 연도 미상
기존 용도 주거 공간
리모델링 시기 2014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데시_아키텍츠 Desi_Architects(www.desiarchitects.com)
익선동은 1920년대 말 건양사라는 주택 개발 회사가 매입해 도시형 한옥 단지를 지어 분양한 동네다. 이곳 한옥은 가회동에 비해 크기가 작고, 마당과 대청, 기와지붕 등 한옥의 건축양식을 지키면서 부분적으로 유리나 타일 같은 재료를 활용했다. 그래서 익선동은 암울한 일제강점기에 전통문화를 계승하려고 한 동네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 패션 사진작가 루이스 박이 운영하는 카페 식물은 이런 장소적・역사적 특성을 살려 개조했다. 한옥 네 채 중 한 채는 작업실로 남겨두고 나머지 세 채를 하나로 연결해 카페 겸 바로 만들었다. 한옥의 형태는 최대한 보존한 채 외관을 폴리카보네이 트로 덮고, 툇마루 같은 테라스와 기와를 쌓아 만든 벽 등 기존 한옥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했다. 또 어머니가 사용한 자개 상처럼 빈티지한 소품과 가구가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글 김민서 기자 문의 02-747-4854
버스 차고지에 번지는 커피 향
브라운핸즈 마산점
위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순환로 109
설립 연도 미상
기존 용도 버스 차고지
리모델링 시기 2015년
인테리어디자인 브라운핸즈(www.brownhands.co.kr)
서울 도곡동의 자동차 정비소를 개조한 쇼룸으로 이목을 끈 브라운핸즈가 이번에는 마산 해안가에 있는 버스 차고지를 쇼룸으로 만들었다. 일대에 리조트를 건설하기 위해 철거될 뻔한 버스 차고지가 브라운핸즈 덕에 생명을 얻은 것. 전시 공간이자 카페로 사용하는 도곡동 쇼룸처럼 이곳에서도 다양한 문화 활동이 펼쳐진다. 버스를 여러 대 주차해놓은 만큼 공간이 넓고 천고도 높아 공간이 시원하게 뚫린 느낌이다. 연장을 보관하던 드럼통, 오래된 정비 시설, 외관에 쓰여 있는 ‘안전제일’과 내부의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라는 글자 등 버스 차고지던 과거의 잔상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마산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위치가 좋다. 현재 브라운핸즈는 1922년에 지은 부산 백제병원을 작업하고 있는데, 그 결과물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글 김민서 기자 문의 055-243-0050
양조장의 운치에 취하다
옥타파마 오피스&레스토랑 Octapharma Brewery
위치 스웨덴 스톡홀름, Hornsbergsvägen, 112 51
설립 연도 1890년대
기존 용도 양조장(맥주 공장)
리모델링 시기 2015년 건축 욜리아르크Joliark
인테리어디자인 화이트White
스웨덴 스톡홀름의 구시가지에 재생 건축의 모범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건물이 들어섰다. 스위스의 다국적 의료 서비스 회사인 옥타파마사가 방치되어 파손되어가던 1890년대의 낡은 맥주 공장을 사들여 오피스와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한 것. 당초 옥타파마사는 회사의 확장세와 더불어 공장과 생산 시설뿐 아니라 사무 공간과 실험실을 위한 공간을 계획했지만 기존 목조 시스템이 생산 시설과 실험실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기존 건물을 가급적 그대로 유지한채 용도에 맞게 변경했다. 외벽은 유리 파사드로 바꾸었으며, 내부는 목구조를 그대로 살리고 기존 아치형 창을 보존함으로써 고풍스러우면서도 밝고 활력 넘치는 공간을 탄생시켰다. 내부 공간은 맥주가 큰 구리 용기 안에서 양조되는 시간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반영했고, 노출된 목재 기둥과 어우러져 시간의 흔적으로 유지한 채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공간을 구현한다. 건물의 문화적 가치를 중시한 기업, 이를 효용성 높은 공간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스톡홀름 시 당국과 박물관, 건축 회사와 인테리어 회사의 협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이 건물은 그 문화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블루 플라크 헤리티지 리스팅blue plaque heritage listing’ 에 등재되기도 했다. 1백25년 된 유럽 양조장의 변화된 운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듯.
글 김용삼(에이앤뉴스 편집국장) 사진 토리우스 다히Torjus Dahl, 브렌단 아우스틴Brendan Austin
귀족 별장과 와이너리의 만남
식스 센스 도루 밸리 Six Senses Douro Valley
위치 포르투갈 라메고, Quinta vale de Abraão, Sanodães, 5100-758
설립 연도 1980년대
기존 용도 귀족 별장
리모델링 시기 2015년
인테리어디자인 식스 센스 아키텍처&디자인, 클로다 디자인Clodagh Design
럭셔리 호텔 체인 식스 센스의 호텔 식스 센스 도루 밸리는 포르투갈 라메고의 전통 와인 경작지에 자리한 귀족의 가족 별장을 개조해 만들었다. 근처에 작은 댐과 에너지 발전소가 있어 수자원이 풍부한 데다, 정원과 호수가 예쁘게 정리되어 있고 이국적 나무와 숲길이 조성되어 도루 계곡에서 가장 패셔너블하고 아름다운 별장으로 소문난 곳이었다. 시간이 흘러 별장으로서의 역할이 사라지자, 식스 센스 호텔로 탈바꿈한 것. 이때 전통적 와인 양조 지역이라는 지역 특색을 반영해 와인과 미식에 초점을 맞췄다. 객실 57개는 원목 가구를 더해 내추럴 무드로 꾸미고, 포도밭이 있는 호텔 중심부에는 카페와 함께 시음 공간을 마련했는데, 호텔 투숙객이라면 누구나 산지의 신선한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또 약 7백여 가지 와인 리스트가 저장된 와인 라이브러리를 살려, 도루와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와인을 만날 수 있다. 와인 제조업자나 포도주 양조학자들과 함께 포르투갈만의 기술을 나누거나 시음 팁을 공유할 수도 있으니 와인 마니아를 위한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글 손지연 기자 자료 협조 식스 센스(www.sixsenses.com)
21세기에 재탄생한 제주 가옥
눈먼고래
위치 제주시 조천읍 조천7길 19-12
설립 연도 미상
기존 용도 주거 공간
리모델링 시기 2014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지랩(www.z-lab.co.kr)
제주에서도 비교적 개발이 덜 된 조천읍에는 검은 고래 등처럼 매끈한 지붕을 얹은 집 두 채가 자리한다. 마치 눈이 먼 고래가 길을 잘못 들어 육지에 다다른 것 같다고 해 이름 지은 ‘눈 먼고래’는 지은 지 1백 년은 족히 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옛 가옥을 개조한 독채형 게스트 하우스다. 제주 가옥은 태풍과 거친 바닷바람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새(억새)를 엮고 검은 그물을 씌운 이엉지붕과 집 전체를 둘러싼 돌담이 특징인데, 눈먼고래는 이 형태를 최대한 살리되 구조와 재료를 현대식으로 보완했다. 그래서 새와 검은 그물 대신 방수 시트와 알루미늄 징크로 지붕을 만들어 씌우고, 내부의 썩은 서까래와 기둥은 제주에서 자란 삼나무로 대체했다. 또 철거하면서 뜯어낸 대문과 마룻바닥의 나무로 테이블과 침대를 만들었고, 본래 마당에 있던 대나무를 훼손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공사했다. 돌집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려 노력한 눈먼고래는 아름다운 제주 자연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글 김민서 기자 사진 김재경 문의 02-732-0102
현재와 과거의 지역적 특색을 녹여내다
호텔 사이클Hotel Cycle
위치 일본 히로시마, 5-11 Nishigosho-cho, Onomichi
설립 연도 1943년
기존 용도 조선업 창고
리모델링 시기 2014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서포즈 디자인 오피스 Suppose Design Office(www.suppose.jp)
시마나 미카이도는 일본 시코쿠 지역의 에히메 현과 히로시마 현을 잇는 74km의 도로로, 크고 작은 섬 아홉 개가 다리 열 개로 연결되어 있다. 과거에는 각 섬의 시민을 위한 생활 도로였는데, 대만의 자전거 회사인 자이언트 Giant와 협업해 전용 도로를 조성한 뒤부터는 사이클링 명소로 유명해졌다. 호텔 사이클은 오노미치 해변가의 빈 창고를 개조한 호텔로, 사이클링 명소인 지역 특색을 잘 녹여낸 공간이다. 호텔 외부 시설은 모두 자전거가 접근 가능하며, 모든 객실에는 자전거를 걸어둘 수 있는 훅을 설치하는 등 사이클 여행자를 위한 배려가 곳곳에 눈에 띈다. 한편 과거의 흔적 또한 잘 녹아 있다. 이곳을 디자인하고 시공한 일본 건축 사무소 서포즈 디자인 오피스는 “오노미치의 지역적 정체성을 살리고자 해변가의 창고이던 옛 건물을 연상시키도록 디자인했다”며 원래 건물의 껍데기와 벽돌·콘크리트 마감은 그대로 노출시키고, 오노미치 지역의 고가옥에 사용하는 전통 소재인 나무・스틸・모르타르를 사용했다. 이 지역의 조선업 역사를 기록이라도 하듯 호텔 내부의 레스토랑에도 메탈 프레임과 계단을 살려 디자인했다.
글 손지연 기자 사진 도시유키 야노 Toshiyuki Yano 자료 협조 www.onomichi-u2.com
마을 경관을 닮은 증축 건물
안티구오 마타데로Antiguo Matadero
위치 스페인 카디스, C/ Rubiales S/N, Medina Sidonia
설립 연도 19세기 기존 용도 도축장
리모델링 시기 2011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솔Sol89(www.sol89.sol89.com)
스페인 서남부 카디스의 역사 깊은 마을 메디나시도니아는 빽빽이 들어선 하얀 벽과 세라믹 타일 지붕의 집이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멀리서 보면 붉은 지붕이 마을 지형에 따라 굴곡을 형성하고 있다. 얼핏 여느 집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 건물은 19세기에 지은 도축장으로, 현재는 요리 전문 학교로 용도가 바뀌었다. 스페인 건축 스튜디오 솔89는 도축장을 학교로 개조하면서 건물을 증축해 공간을 넓혔다. 가축을 방목하던 야외 뜰을 주방과 강의실로 사용할 실내 공간으로 만들었는데, 경사진 붉은 지붕이 들쑥날쑥한 마을 모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와 좌우가 비대칭인 붉은 박공지붕을 씌웠다. 그래서 새롭게 지어 올린 부분이지만 기존 건물과 잘 어우러질뿐더러 마을 경관을 해치지 않는다. 천장을 받치는 실내 기둥과 천장에 노출된 통나무 골조를 간접 조명등으로 활용하는 등 오래된 도축장이 세련된 공간으로 변모했다.
글 김민서 기자
재사용, 재가공, 재생
오키도키! 아르키텍테르 Okidoki! Arkitekter
위치 스웨덴 고텐부리, Kastellgatan 1
설립 연도 1898년
기존 용도 코르셋 공장
리모델링 시기 2013년
건축과 인테리어디자인 오키도키! 아르키 텍테르(www.okidokiarkitekter.se)
스웨덴 고텐부리의 중심에 자리한 오래된 코르셋 공장은 도시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손꼽히는 곳이었
다. 1989년 구스타프 위크만이 디자인한 이 건물은 아름다운 창문과 바닥, 오픈형 구조로 공장에 적합한 구조였지만, 1950년 공장을 폐업한 후 다양한 사무실로 사용하다 지난 2013년 건축 사무소 오키도키 아르키텍테르가 자신의 오피스로 개조했다. 아름다운 건물 외부는 그대로 두고, 색색의 장식 벽에 창문을 내는 등 깔끔하게 마감해 전통과 현대의 조합을 꾀했다. 또 직원들이 계급을 나누지 않고 평등하게 일하는 건축 사무소의 분위기를 공간에 십분 반영했다. 직원들은 길게 이어진 테이블에 앉아 함께 일하며, 쇼룸 한편에 커다란 계단형 벤치를 만들어 쉴 수 있도록 한 것. 한편 모든 사무 가구는 이들이 직접 제작한 것. 재미있는 것은 건물을 재생했듯 가구 역시 낡은 가구를 재가공하거나 재사용했다는 점이다. 건축물과 가구 모두에서 ‘높은 지속 가능성’을 노린 셈이다.
글 손지연 기자 사진 베르트 레안데르손Bert Leandersson
거리의 역사를 담아내다
자그마치
위치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성수이로 88
설립 연도 1960~1970년대
기존 용도 인쇄소
리모델링 시기 2014년
인테리어디자인 디자인 기획회사 식물예원, 쿼츠랩
경제 붐이 일던 1960~1970년대에 성수동은 준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 일명 ‘장인’의 거리였다. 목공소, 인쇄소, 가죽 공장 등이 들어섰고 이후 수천 개의 부자재 상점이 거리를 메우며 성수동의 상징 아닌 상징이 되었다. 그중 인쇄소로 사용하던 건물을 개조해 성수동 거리와 시대적 상황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탄생한 복합 문화 공간 자그마치다. 변화라는 관점에서 빛과 음악, 식물이 어우러지는 ‘늘 변화하는 공간’을 꾀한 것. 카페와 공방, 갤러리로 운영하는데, 방화 셔터에 칠한 페인트와 낡은 벽돌 외관이 빈티지한 느낌을 준다. 내부에는 콘크리트 기둥과 메탈 프레임, 낡은 집기, 지함과 거래처 라벨 등은 그대로 두고 여기에 어울리는 손때 묻은 빈티지 가구와 의자, 말린 꽃 등을 더했다. 인쇄소의 거친 하드웨어에 빈티지한 느낌의 소프트웨어가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역사를 담은 채 새로운 쓰임새로 거듭나 감회가 새롭다. 글 손지연 기자 문의 070-4409-7700
글을 쓴 유현준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및 (주)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다. 하버드 대학교, MIT, 연세대학교에서 건축 공부를 했으며 졸업 후 세계적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익혔다. 2013 올해의 건축 Best 7, 2013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CNN이 선정한 15 Seoul’s Architectural Wonders, 2010 건축문화공간대상 대통령상, 2009 젊은 건축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청운대학교 도서관’ ‘테마동물원 ZooZoo’ ‘고리원자력 발전소 신사옥’ ‘헤이리 촬영박물관’ ‘여수엑스포 L기업관’ ‘함께 일하는 재단 소셜인큐베이트센터’ 등이 있다. 재생 건축이야말로 우리 삶과 가장 가까운 건축이요, 도시와 사회에 긍정적 메시지를 전한다고 믿는다.
디자인 김홍숙
SMART한 도시 재생 –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중앙건축전
양준환(14)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도시의 모습으로 스마트 시티가 각광받고 있다.
스마트 요소를 이용하면 기존 도시조직을 헤치지 않으면서 개발이 가능하며,
스마트 요소의 유입, 특히 AI와 사물인터넷의 유입에 따른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여 기존공간과 새로운 공간 사이의 벽을 허물 수 있다.
또한, 운송, 소방, 안전 등의 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과 새로운 건물이 공존할 수 있다.
‘옛 것 ’들의 장소성을 유지하고 스마트 요소를 포함한 ‘새 것 ’들이 모든 기능을 서포트 해주면서,
과거의 도시는 살기 불편하다는 인식을 바꾸고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다.
다음 개념을 통한 자족적인 도시의 모습을 제안한다.
키워드에 대한 정보 도시 재생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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