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 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전문 | [2020수능특강릴레이] 현대소설 전문해설 #13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조세희 상위 184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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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전문 파일 – 조세희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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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2/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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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 전문 PDF 다운

[한국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 전문 PDF 다운 … 내가 ‘난장이’를 쓸 당시엔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 못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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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9/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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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전문 – 학생 자료실 – Daum 카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전문 …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 그림자가 시멘트 담에서 꺾어지며 좁은 마당을 덮었다. 동네 사람들이 골목으로 나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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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2/2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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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나무위키

조세희의 중편 소설이자 해당 소설을 포함한 연작 소설집의 제목. 1978년 초판 발간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하층민의 고통을 간결한 문체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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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1/9/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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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독후감 전문 pdf 주제 – 요거플러스

우리나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독후감/줄거리만큼 일찍 조기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도 아마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미 아이를 임신하자 마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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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1/2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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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해설/ 조세희 – 국어문학창고

줄거리 : 난쟁이 가족이 사는 낙원구 행복동에 이십 일 안에 자진 철거하라는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었다. 동생 영호는 집에서 떠날 수 없다고 버티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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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2/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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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난장이 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줄거리_gdkluber

조세희 난장이 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줄거리 gdkluber 각종 관련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소개 플랫폼, gdkluber는 조세희 난장이 가 쏘아 올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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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도시 빈민층의 애환-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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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contents.history.go.kr

Date Published: 8/24/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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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수능특강릴레이] 현대소설 전문해설 #13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조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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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난장이 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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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Published: 2019.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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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전문 파일

조세희 작가의 단편소설「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연작소설 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부분 전문 파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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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 전문 PDF 다운

내가 ‘난장이’를 쓸 당시엔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 못했지. 앞으로 또 얼마나 오래 읽힐지, 나로선 알 수 없어.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상태로 가면 깜깜하다는 거, 그래서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며 눈물지을지도 모른다는 거, 내 걱정은 그거야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전문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조세희(趙세희)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 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들은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 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통장이 이걸 가져왔어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조각마루 끝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철거 계고장(戒告狀)이에요.”

“기어코 왔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조린 감자. 나는 어머니를 위해 철거 계고장을 천천히 읽었다.

어머니는 쪽마루 끝에 앉아 말이 없었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 그림자가 시멘트 담에서 꺾어지며 좁은 마당을 덮었다. 동네 사람들이 골목으로 나와 뭐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통장은 그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방죽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머니는 식사를 끝내지 않은 밥상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다. 어머니는 두 무릎을 곧추세우고 앉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부엌바닥을 한 번 치고 가슴을 한 번 쳤다. 나는 동사무소로 갔다. 행복동 주민들이 잔뜩 몰려들어 자기의 의견들을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들을 사람은 두셋밖에 안 되는데, 수십 명이 거의 동시에 떠들어 대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떠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바깥 게시판에 적혀 있는 공고문을 읽었다. 거기에는 아파트 입주 절차와 아파트 입주를 포기할 경우에 탈 수 있는 이주 보조금 액수 등이 적혀 있었다. 동사무소 주위는 시장 바닥과 같았다. 주민들과 아파트 거간꾼들이 한데 뒤엉켜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고 했다. 나는 거기서 아버지와 두 동생을 만났다. 아버니는 도장포 앞에 앉아 있었다. 영호는 내가 방금 물러선 계시판 앞으로 갔다. 영희는 골목 입구에 세워 놓은 검정색 승용차 옆에 서 있었다. 아침 일찍 일들을 찾아 나섰다가 철거 계고장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돌아온 것이었다. 누군들 이런 날 일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버지 옆으로 가 아버지의 공구들이 들어 있는 부대를 들어 메었다. 영호가 다가오더니 나의 어깨에서 그 부대를 내려 옮겨 메었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것을 넘겨주면서 이 쪽으로 걸어오는 영희를 보았다. 영희의 얼굴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몇 사람의 거간꾼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아파트 입주권을 팔라고 했다. 아버지가 책을 읽고 있었다. 우리는 아버지가 책을 읽는 것을 처음 보았다. 표지를 쌌기 때문에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영희가 허리를 굽혀 아버지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버지는 우리들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난쟁이가 간다.” 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말했다.

어머니는 대문 기둥에 붙어 있는 알루미늄 표찰을 떼기 위해 식칼로 못을 뽑고 있었다. 내가 식칼을 받아 반대쪽 못을 뽑았다. 영호는 어머니와 내가 하는 일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마음에 드는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 주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무허가 건물 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표찰을 빨리 떼어 간직하지 않으면 나중에 괴로운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손바닥에 놓인 표찰을 말없이 들여다보았다. 영희가 이번에는 어머니의 손을 잡아끌었다.

” 너희들이 놀게 되지만 않았어도 난 별 걱정을 안 했을 거다.”

어머니가 말했다.

” 스무 날 안에 무슨 뽀족한 수가 생기겠나? 이제 하나하나 정리를 해야지.”

” 입주권을 팔려고 그래요?”

영희가 물었다.

” 팔긴 왜 팔어!”

영호가 큰 소리로 말했다.

” 그럼 아파트 입주할 돈이 있어야지.”

” 아파트로도 안 가.”

” 그럼 어떻게 할 거야.”

” 여기서 그냥 사는 거야. 이건 우리 집이다.”

영호는 성큼성큼 돌계단을 올라가 아버지의 부대를 마루 밑에 놓았다.,

” 한 달 전만 해도 그런 이야길 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가 말했다. 어머니가 내 준 철거 계고장을 막 읽고 난 참이었다.

” 시에서 아파트를 지어 놨다니까 얘긴 그걸로 끝난 거다.”

” 그런 우릴 위해서 지은 게 아네요.”

영호가 말했다.

“돈도 많이 있어야 되잖아요?”

영희가 마당 가 팬지꽃 앞에 서 있었다.

” 우린 못 떠나. 갈 곳이 없어. 그렇지 큰오빠?”

” 어떤 놈이든 집을 헐러 오는 놈은 그냥 나 두지 않을 테야.”

영호가 말했다.

” 그만둬.”

내가 말했다.

” 그들 옆엔 법이 있다.”

아버지 말대로 모든 이야기는 끝나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당 가 팬지꽃 앞에 서 있던 영희가 고개를 돌렸다. 영희는 울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영희는 잘 울었다. 그 때 나는 말했다.

” 울지 마, 영희야.”

” 자꾸 울음이 나와.”

” 그럼 소리를 내지 말고 울어.”

” 응”

그러나 풀밭에서 영희는 소리를 내어 울었다. 나는 손으로 영희의 입을 막았다. 영희의 몸에서는 풀냄새가 났다. 개천 건너 주택가 골목에서는 고기 굽는 냄새가 났다. 나는 그것이 고기 굽는 냄새인 줄 알면서도 어머니에게 묻곤 했다.

” 엄마, 이게 무슨 냄새야?”

어머니는 말없이 걸었다. 나는 다시 물었다.

” 엄마, 이게 무슨 냄새야?”

어머니는 나의 손을 잡았다. 어머니는 걸음을 빨리 하면서 말했다.

” 고기 굽는 냄새란다. 우리도 나중에 해 먹자.”

” 나중에 언제?”

” 자, 빨리 가자.”

어머니가 말했다.

” 너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 좋은 집에 살 수 있고, 고기도 날마다 먹을 수 있단다.”

” 거짓말”

어머니의 손을 뿌리치면서 내가 말했다.

”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야!”

어머니가 우뚝 섰다.

” 너, 방금 뭐라고 했니?”

” 우리 아버지는 나쁜 사람야.”

” 너 매 조 맞아야겠구나. 아버지는 좋은 분이다.”

” 나도 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고 싶어.”

” 빨리 가자.”

” 엄마는 왜 우리들 옷에 주머니를 안 달아 주지? 돈도 넣어 주지 못하고, 먹을 것도 넣어 줄 게 없어서

그렇지?”

” 아버지에 대해 말을 막 하면 너 매맞을 줄 알아라.”

” 아버지는 악당도 못 돼. 악당은 돈이나 많지.”

” 아버지는 좋은 분이다.”

” 알아.”

나는 말했다.

” 수백 번 더 들었어. 그렇지만 이젠 속지 않아.”

” 엄마, 큰 오빠는 말을 안 들어.”

영희는 부엌문 앞에 서서 말했다.

” 엄마 몰래 또 고기 냄새 맡으러 갔었대. 나는 안 갔어.”

어머니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영희를 흘겨보았다. 영희는 또 말했다.

” 엄마, 큰오빠가 고기 냄새 맡으러 갔었다고 말했더니 때리려고 그래.”

영희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나는 영희 입에서 손을 떼었다. 영희를 풀밭으로 끌고 들어간 것이 잘못이었다. 영희를 때려 주고 나는 후회했다. 귀여운 영희의 얼굴은 눈물로 젖었다. 우리는 그 때 주머니 없는 옷을 입고 있었다.

아버지는 철거 계고장을 마루 끝에 놓고 책을 읽었다. 우리는 아버지에게서 무엇을 바라지는 않았다. 아버지는 그 동안 충분히 일했다. 고생도 충분히 했다. 아버지만 고생을 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할아버지 -또-대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아버지보다 더 심한 고생을 했을 수도 있다. 나는 공장에서 이상한 매매 문서가 든 원고를 조판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의 일부를 짜기 위해 나는 열심히 손을 놀렸다.<비 김윤덕의 한 소생 비 금동 경인생 비 금동의 양처 소생 비 김금이 정묘생, 비 금동의 양처 소생 비 덕수 기사생, 비 금동 양처 소생 비 재세 신미생, 비 금동의 양처 소생 비 영석 개유생, 비 김금이 양처 소생 비 철수 병술생, 비 김금이의 양처 소생 비 금산 술자생> 나는 그 때 이것이 무언인지 몰랐다. 그 판을 짜고 다음 판을 짜 나가다 겨우 알았다. 노비매매 문서의 한 부분이었다. 나는 열흘 동안 같은 책을 조판했다. 그 열흘 동안 나는 아버지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머니하고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는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할머니, 할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할머니들이 최하층의 천인으로서 무슨 일을 해 왔는지 알고 있었다. 어머니라고 달라진 것은 없었다. 마음 편할 날 없고, 몸으로 치러야 하는 노역은 같았다. 우리의 조상의 세습하여 신역을 바쳤다. 우리의 조상은 상속, 매매, 기증, 공출의 대상이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나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엄마를 잘못 두어 이 고생이다. 아버지하고는 상관이 없단다”

어머니는 장남인 나에게만 말했다. 외할머니에게 들은 말을 나에게 전한 것이었다. 천 년을 두고 우리의 조상은 자손들에게 이 말을 남겼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도 씨종의 자식이었다.

할아버지의 아버지대에 노비제는 사라졌다. 증조부 내외분은 아무것도 몰랐다. 나중에서야 해방을 맞았다는 것을 알았으나 두 분이 한 말은 오히려 “저희들을 내쫓지 마십시오.”였다. 할아버지는 달랐다. 할아버지는 유습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늙은 주인은 할아버지에게 집과 땅을 주었다. 그러나 쓸데없는 일이었다. 모르는 면에서는 할아버지나 증조부나 같았다. 증조부대까지는 선조들이 살아온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나 할아버지대에는 그것이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할아버지에게는 어떤 교육도 없었고 경험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집과 땅을 잃었다.

“할아버지도 난쟁이였어?”

언젠가 영호가 물었다.

나는 영호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좀 큰 영호는 말했다.

“왜 지난 일처럼 쉬쉬하는 거야? 변한 것이 없는데 우습지도 않아?”

나는 가만 있었다.

영희는 손수건을 꺼내 두 눈에 대었다 떼었다. 아버지는 계속 책을 읽었다.

어머니는 뒷집 명희 어머니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얼마에 파셨어요?

“십칠만 원 받았어요.”

“그럼 시에서 주겠다는 이주 보조금보다 얼마 더 받은 셈이죠?”

“무슨 돈이 있다구!”

“분양 아파트는 오십팔만 원이구 임대 아파트는 삼십만 원이래요. 거기다 어느 쪽으로 가든 매달 만오천 원씩 내야 된대요.”

“그래 입주권을 다들 팔고 있나요?”

“영희네도 서두르세요.”

어머니는 괴로운 얼굴로 서 있었다. 어머니를 명희 어머니가 다그쳤다.

“저희는 내일이라도 떠날 준비가 돼 있어요, 영희네가 돈을 해 준다면 집이야 도끼질 몇 번이면 무너질 테구.”

영희의 눈에 다시 눈물이 괴었다. 커도 마찬가지였다. 계집애들은 잘 울었다. 내가 영희 옆으로 다가갔을 때 영희는 장독대 바닥을 가리켰다. 장독대 시멘트 바닥에 ‘명희 언니는 큰오빠를 좋아한다.’고 씌어 있었다. 집을 지을 때 남긴 낙서였다. 영희가 웃었다. 우리에게는 그 때가 제일 행복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도랑에서 돌을 져 왔다. 그것으로 계단을 만들고, 벽에는 시멘트를 쳤다. 우리는 아직 어려 힘드는 일을 못 했다. 그래도 할 일이 많았다. 우리는 며칠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하루 하루가 즐거웠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떼를 지어 동네를 돌았다. 그 때만은 더러운 옷을 입은 어린아이들도 울음을 그쳤다. 윽박지르는 주인의 기세에 눌린 개들도 짖기를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온 동네가 조용해졌다. 갑자기 평화스러워져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나는 우리 동네에서 풍기는 냄새가 창피했다. 그들은 아버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들과 악수할 때 아버지는 발뒤꿈치를 들었다. 아버지가 어떤 자세를 취했건 상관이 없었다. 난쟁이 아버지가 우리들에게는 거인처럼 보였다.

“너 봤지?”

내가 물었다.

영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봤어.”

영희가 말했다.

그 때 아버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 사람은 개천에 다리를 놓고, 도로를 포장하고, 우리 동네 건물을 양성화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어른들을 따라 크게 크게 손뼉을 쳤다. 다음 사람은 먼저 사람이 다리를 놓고, 도로를 포장하겠다고 하니 구청장으로 보내고, 자기는 이러이러한 나라일을 하겠으니 그 일을 하게 해 달라고 말했다. 어른들은 또 손뼉을 쳤다. 우리도 따라 쳤다. 커서까지 나는 그 때 일을 종종 생각하고는 했다. 두 사람의 인상은 아주 진하게 나의 머릿속에 남았다. 나는 그들을 증오했다. 그들은 거짓말쟁이였다. 그들은 엉뚱하게도 계획을 내세웠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계획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많은 계획을 내놓았었다. 그런데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설혹 무엇을 이룬다고 해도 그것은 우리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의 고통을 알아 주고 그 고통을 함께 져 줄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또 있겠니!”

어머니가 말했다.

“누구 말씀이세요?”

영호가 물었다.

“명희 엄마 말이다. 얼마나 고마우냐. 십오만 원을 대 줘 건넌방 전세돈을 빼 줬잖니.”

“영희 엄마.”

명희 어머니는 담너머에서 말했다.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그럼요.”

어머니가 말했다.

“어떻게든 해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

“그 돈이 보통 돈이우.”

“알고 있어요. 명희 생각을 하면 가슴이 메어져요.”

나도 마찬가지였다.

“명희 언니.”

영희가 소리쳐 불렀었다.

“놀러와. 우리 집에 놀러 와.”

“새 집이라 좋지?”

“응.”

“네가 장독대에 써 놓은 거 지우지 않으면 너희 집에 놀러가지 않을 거야.”

“지울 수가 없어.”

“왜?”

“세멘이 굳어져서 못 지워.”

“그럼 난 안 가.”

영희는 몹시 실망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나는 명희를 만났다. 그 때는 방죽 오른쪽은 숲이었다. 거기 앉아 있으면 숲 사이로 인쇄 공장의 불빛이 보였다. 그 곳 공원들은 밤중에도 일을 했다.

“네가 약속하면 허락할 테야.”

명희가 말했다.

“무슨 약속?”

“내가 물었다.

“넌 저 공장에 나가면 안 돼.”

“미쳤어? 난 저 따위 공장엔 안 나가.”

“정말이다? 약속했어.”

“그래. 약속했어.”

“그럼, 만져 봐.”

명희는 나에게 가슴을 맡겼다. 아주 작은 가슴이었다.

“네가 처음야.”

명희가 말했다.

“내 가슴을 만져 본 사람은 너밖에 없어.”

나는 왼팔로 명희의 어깨를 안고 오른손으로 그 애의 가슴을 만졌다.

동그스름한 가슴이 따뜻했다.

“아무에게도 말하면 안 돼.”

명희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 애의 입김이 귀 밑에 느껴졌다.

“말 안 할게.”

“동생한테도 말하지 마.”

“말 안 해.”

“네가 비밀을 지키고, 아까 한 약속을 지키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줄 테야.”

“정말이지?”

“정말야.”

“지금 다른 데 만지면 안 되니?”

그런데 명희는 만날 때마다 힘이 없어 보였다. 어떤 때는 정신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왜 그러니?”

나는 걱정이 되었다.

“너 어디 아프니?”

“아니.”

“그럼 왜 그래?”

“우리 집 밥은 먹기가 싫어.”

“왜?”

“질렸어.”

“그럼 넌 죽어.”

“죽고 싶어.”

“명희야. 난 저따위 공장엔 안 나갈거야. 공부를 해서 큰 회사에 나갈 테야. 약속해.”

“배가 고파.”

작은 명희가 웃으며 말했다.

“뭐가 먹고 싶니?”

내가 물었다.

명희는 나의 손을 잡았다. 그 애는 나의 손가락을 하나 하나 짚어 가며 말했다.

“사이다, 포도, 라면, 빵, 사과, 계란, 고기, 쌀밥, 김.”

명희는 나의 손가락 하나를 마저 짚지 못했다. 그 때의 명희에게는 그 이상의 것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명희가 자라면서 다방 종업원이 되고, 고속 버스 안내양이 되고, 골프장 캐디가 되었다. 그 애가 어느 날 핼쑥해진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그 애로서는 마지막 인사였다. 어머니는 명희가 집에 올 때마다 배가 불러 있었다고 나중에 말했다. 명희는 음독 자살 예방 센터에서 숨을 거두었다. “싫어! 엄마! 싫어!” 독약 기운에 빠져 명희는 소리쳤다. 성장한 명희는 마지막 순간에 어렸을 적 일들 속을 헤매었을 것이다. 그 애가 남긴 예금 통장에 십구만 원이 들어 있었다.

“십오만 원야요.”

명희 어머니가 말했다.

“우선 건넌방 사람들을 내보내세요.”

어머니는 돈을 받아 들었다. 아무 말도 못했다.

“헐릴 집이라는 걸 알면서 세 들어올 사람이 있겠어요?”

“그래서 그래요.”

“모진 소리 더 듣지 말고 우선 나가겠다는 사람은 내보내세요.”

“이게 어떤 돈인데!”

“명희 언니는 큰오빠를 좋아했어.”

영희가 말했다.

“큰오빠도 알았지?”

“그만둬.”

영희가 기타를 쳤다. 나는 벽돌 공장 굴뚝 위에 떠 있는 달을 보았다. 나의 라디오는 고장이 났다. 며칠 동안 나는 방송 통신 고교의 강의를 받지 못했다.

나는 명희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 중학교 3학년 초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더 이상 나갈 수 없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가 공부를 계속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밀어 줄 힘이 없었다. 자세히 보면 아버지는 같은 또래의 사람들보다 많이 늙어 보였다. 우리 식구들밖에 모르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신장은 백십칠 센티미터, 체중은 삼십이 킬로그램이었다. 사람들은 이 신체적 결함이 주는 선입관에 사로잡혀 아버지가 늙는 것을 몰랐다. 아버지는 스스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는 체념과 우울에 빠졌다. 실제로 이가 망가져 잠을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 눈도 어두워지고 머리의 숱도 많이 빠졌다. 의욕은 물론 주의력과 판단력도 줄었다. 아버지가 평생을 통해 해 온 일은 다섯 가지이다. 채권 매매, 칼 갈기, 고층 건물 유리 닦기, 펌프 설치하기, 수도 고치기이다. 이 일들만 해온 아버지가 갑자기 다른 일을 하겠다고 했다. 서커스단의 일이었다. 아버지는 처음 보는 꼽추 한 사람을 데리고 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처음 얼마 동안은 그의 조수로 일하면 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자기들이 무대 위에서 해야 할 연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대들었다. 우리들도 아버지를 성토했다. 아버지는 힘없이 물러섰다. 꼽추는 멍하니 앉아 우리를 보았다. 꼽추는 눈물이 핑 돌아 돌아갔다. 그의 뒷모습은 아주 쓸쓸해 보였다. 아버지의 꿈은 깨어졌다. 아버지는 무거운 부대를 메고 일을 찾아 나갔다. 그 날 저녁이었다.

“애들아!”

어머니가 우리를 불렀다.

“아버지의 음성이 이상해지셨어.”

“왜 그러세요?”

내가 물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 안 했다.

“약방엘 다녀와야겠다.”

어머니가 봉당으로 내려섰다.

“백반을 사 와.”

아버지가 말했다. 아버지의 목소리 같지 않았다. 아주 짧은 혀가 안으로 말려드는 소리를 냈다. 어머니가 히비탄 트로키라는 약을 사 왔다.

“백반은 안 나오고 이게 더 좋은 약이래요. 이걸 빨아 잡수세요.”

아버지는 말없이 약을 받아 입에 넣었다. 아버지는 그 일 이후 말을 잘 안 했다. 혀가 안으로 말려든다고만 했다. 잠을 잘 때는 혀를 이로 물었다.

“아버지는 너무 지치셨다.”

어머니가 말했다.

“알겠니? 이젠 아버지를 믿지 마라. 너희들이 아버지 대신 일해야 한다.”

어머니가 울었다. 어머니는 인쇄소 제본 공장에 나가 접지 일을 했다. 고무 골무를 끼고 인쇄물을 접었다. 나는 겁이 났다. 나는 인쇄소 공무부 조역으로 출발했다. 땀을 흘리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명희는 나를 만나 주지 않았다. 아주 쌀쌀했다. 영호와 영희도 몇 달 간격을 두고 학교를 그만 두었다. 마음이 차라리 편해졌다. 우리를 해치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보호를 받고 있었다. 남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들이 일정한 구역 안에서 보호를 받듯이 우리도 이질 집단으로서 보호를 받았다. 나는 우리가 이 구역 안목■약물■해판의 과정을 거쳐 정판에서 일했다. 영호는 인쇄에서 일했다. 나는 우리가 한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싫었다. 영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영호는 먼저 철공소 조수로 들어가 잔심부름을 했다. 가구 공장에서도 일했다. 그 공장에 가 일하는 영호를 보았다. 뽀얀 톱밥 먼지와 소음 속에서 있는 작은 영호를 보고 나는 그만두라고 했다. 인쇄공장의 소음도 무서운 것이었으나 그 곳에는 톱밥 먼지는 없었다. 우리는 죽어라 일했다. 우리의 팔목은 공장 안에서 긁어 갔다. 영희는 그 때 큰길가 슈퍼마켓 한쪽에 자리잡은 빵집에서 일했다. 우리가 고맙게 생각한 것은 환경이 깨끗하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영희는 하늘색 빵집 제복을 입고 일했다. 영호와 나는 유리창 밖에서 영희가 일하는 것을 보았다. 영희는 예뻤다. 사람들은 영희가 난쟁이의 딸이라는 것을 믿지 않으려고 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있든 공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하지 않고는 우리 구역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공부를 한 자와 못 한 자로 너무나 엄격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끔찍할 정도로 미개한 사회였다. 우리가 학교 안에서 배운 것과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나는 무슨 책이든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다 정판에서 식자로 올라간 다음에는 일을 하다 말고 원고를 읽는 버릇까지 생겼다. 동생들에게도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판을 들고 가 몇 벌씩 교정쇄를 내기도 했다. 영호와 영희는 나의 말을 잘 들었다. 내가 가져다 준 교정쇄를 동생들은 열심히 읽었다. 실제로 우리가 이 노력으로 잃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고입 검정 고시를 거쳐 방송 통신 고교에 입학했다.

그 해 늦가을 밤 아버지는 나를 작은 나무배에 태우고 방죽 안으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말없이 노만 저었다.

“돌아와요.”

영희가 마당에서 소리쳤다.

“그 배 위험해요.”

그러나 아버지는 방죽 한가운데로 노를 저어 갔다. 손을 흔드는 영희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나는 방죽의 물이 별빛을 받아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배 안으로 물이 스며들고 있었다. 우리는 언덕 위에 교회를 지을 때 나무 널빤지를 훔쳐 왔다. 영호와 나는 한밤중에 깨어 널빤지를 훔쳐 왔다. 영희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철조망 안으로 기어들어가 널빤지를 훔쳐 왔다. 교회 건물은 말짱했다. 그런데 우리의 배는 망가져 물이 스며들었다. 영희는 아버지를 걱정했다. 나는 수영을 할 줄 알았다. 아버지는 방죽 한가운데서 노를 세웠다. 스며든 물이 우리의 발목을 넘어 찼다. 나는 신발을 벗어서 물을 퍼냈다. 아버지가 내 신발을 빼앗았다. 아버지는 웃고 있었다.

“영수야.”

아버지가 말했다.

“어제 왔던 꼽추아저씨 생각나니?”

“언제요?”

“어제.”

나는 다른 신발을 벗어서 또 물을 퍼냈다. 아버지가 다시 내 손을 막았다.

“전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모르는 척해도 쓸데없어. 난 다 안다.”

“뭘 아신단 말씀예요?”

어제가 아니라 이미 삼 년 반 전의 일이었다. 생전 처음 보는 꼽추였다. 그런데 아버지는 말했다.

“그 아저씨와 전에도 일을 했었어. 아주 큰 바퀴를 탔었다.”

“아버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런 일이 언제 있었어요?”

“너는 장남이야. 장남인 네가 믿지 않으니까 두 동생도 믿질 않아.”

“어머니도 모르시는 일야요.”

“얘야.”

아버지가 말했다.

“너만은 알고 있어야 한다. 너희 어머니는 병야. 어제 왔던 꼽추아저씨가 또 올 거다. 나를 막지 마. 다른 일을 이제 힘이 들어 못 하겠다. 너는 내가 언제까지나 수도 파이프를 갈아 잇고, 펌프머리를 들어 달 수 있을 거라고 믿니? 높은 건물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일도 할 수 가 없어. 이젠 안 돼.”

“아버지는 일을 안 하셔도 돼요, 저희들이 일을 하잖아요.”

“누가 너희더러 일하라고 했니?”

아버지는 말했다.

“너희들은 학교에만 나가면 돼. 그게 너희들이 할 일이다.”

“알았어요, 아버지.”

내가 말했다.

“이제 그 신발을 주세요.”

아버지는 나를 쳐다보다가 신발을 내주었다. 나는 물을 퍼냈다.

“어제 꼽추아저씨는 나를 도와 줄 생각으로 왔었어. 내일 또 올 거다. 너희들이 그 아저씨를 처음 본다는 건 말도 안 돼. 우리는 함께 일했었다. 생각나지 않니? 아예, 힘으로 나를 윽박지를 생각은 하지 마라.”

“그 아저씨가 왔던 게 언제라구요.”

“어제.”

“그 노를 주세요.”

아버지는 세워 들고 있던 노를 나에게 주었다. 나는 말할 수 없었다. 처음 본 꼽추였다고 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가 아니라 삼 년 반전의 일이라고 해도 아버지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노를 저었다. 물가에 닿기 전에 배는 가라앉았다. 나는 아버지를 안고 수초 사이를 헤쳐 나갔다. 우리는 물에 젖어 온몸을 떨고 있는 아버지를 어머니에게 맡겼다. 아버지를 어머니 이상으로 간호할 사람은 이 세상에 없었다.

“아버지는 병이세요.”

내가 말했다.

“닥쳐라!”

어머니가 말했다.

“언제나 알아듣겠니! 아버지는 지치셔서 그런 거야.”

그 해 겨울을 아버지는 방 안에서 났다. 나는 배를 끌어 내 말뚝에다 매었다.

날이 추워지자 울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 날 밤 방죽이 얼었다.

밤에 명희 어머니가 또 왔다.

“영희 엄마.”

명희 어머니가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입주권이 자꾸 올라요. 아침에 십칠만 원 했던 게 십팔만 오천 원 으로 뛰었어요. 우리는 괜히 먼저 팔아 가지고 손해만 봤어요.”

“저런!”

“만 오천 원이나!”

어머니는 낮에 떼어 놓았던 알루미늄 표찰을 종이로 쌋다. 그것을 철게 계고장과 함께 옷장 안에 넣었다.

“영희야.”

어머니가 불렀다.

“아버지 어디 가셨니?”

“모르겠어요.”

“영호야.”

“아까 아무 말씀 없이 나가셨어요.”

“영희야, 큰오빠는 어디 있니?”

“방에 있어요.”

“아버지는 어딜 가셨을까?”

어머니의 목소리가 불안해졌다.

“애들아, 아버지를 찾아봐라.”

나는 아버지가 놓고 나간 책을 읽고 있었다. 그것은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이었다. 영희는 온종일 팬지꽃 앞에 앉아 줄 끊어진 기타를 쳤다. ‘최후의 시장’에서 사온 기타였다. 내가 방송 통신 고교의 강의를 받기 위해 라디오를 사러 갈 때 영희가 따라왔었다. 쓸 만한 라디오가 있었다. 그런데 영희가 먼지 속의 놓인 기타를 들어 퉁겨 보는 것이었다. 영희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기타를 쳤다. 긴 머리에 반쯤 가려진 옆 얼굴이 아주 예뻤다. 영희가 치는 기타 소리는 영희에게 아주 잘 어울렸다. 나는 먼저 골랐던 라디오를 살 수 없었다. 좀더 싼 것으로 바꾸면서 영희가 든 기타를 가리켰다. 그 라디오가 고장이 나고 기타는 줄이 하나 끊어졌다. 줄 끊어진 기타를 영희는 쳤다. 나는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을 아버지는 개천 건너 주택가에 사는 젊은이에게서 빌렸다. 그의 이름은 지섭이었다. 지섭은 밝고 깨끗한 주택가 삼층집에서 살았다. 지섭은 그 집 가정 교사였다. 아버지와 그는 서로 통하는 데가 있었다. 지섭이 하는 말을 나는 들었었다. 그는 이 땅에서 우리가 기대할 것은 이제 없다고 말했다.

“왜?”

아버지가 물었다.

지섭이 말했다.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욕망만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만 사는 땅은 죽은 땅입니다.”

“하긴!”

“아저씨는 평생 동안 아무 일도 안 하셨습니까?”

“일을 안 하다니? 일을 했지. 열심히 했어. 우리 식구 모두가 열심히 일했네.”

“그럼 무슨 나쁜 짓을 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법을 어긴 적 없으세요?”

“없어.”

“그렇다면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어요.”

“기도도 올렸지.”

“그런데 이게 뭡니까? 뭐가 잘못된 게 분명하죠? 불공평하지 않으세요? 이제 이 죽은 땅을 떠나야 됩니다.”

“떠나다니? 어디로?”

“달나라로!”

“애들아!”

어머니의 불안한 음성이 높아졌다. 나는 책장을 덮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영호와 영희는 엉뚱한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나는 방죽가로 나가 곧장 하늘을 쳐다 보았다. 벽돌 공장의 높은 굴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 맨 꼭대기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바로 한 걸음 정도 앞에 달이 걸려 있었다. 아버지는 피뢰침을 잡고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 자세로 아버지는 종이 비행기를 날렸다.

2

나는 방죽가 풀섶에 엎드려 있었다. 온몸이 이슬에 젖어 축축했다. 조금만 움직이면 잡초에 맺힌 이슬 방울이 나의 몸에 떨어졌다. 한밤을 나는 방죽가 풀섶에 엎드려 새웠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어둠이 조금씩 뒷걸음쳐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밤을 ‘우리의 집’에서 보내지 못했다는 아픔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동네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비행 접시를 타고 온 외계인들이 영희를 태워 갔다는 소문은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애들아!”

어머니가 말했다.

“이러고만 있으면 어떻게 할 거냐?”

“찾아봐도 없는 걸 어떻게 해요?”

내가 말했다. 나는 헐어 버린 이발관집 공터에서 주정뱅이를 만났다.

“찾아봐야 쓸데없는 일야.”

“정말 보셨어요?”

“암, 봤다니까.”

주정뱅이는 말을 잘 못했다. 그는 심하게 딸꾹질을 해댔다.

“영희를 보았다는 사람은 아저씨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자세히 좀 말씀해 주세요.”

“너희 아버지는 알고 있어.”

“아버지도 모르세요.”

“그럴 리가 없다. 너희 아버지가 신호를 보내서 비행 접시가 왔던 거야.”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곳에 서 있었다.

“굉장히 큰 접시였지. 그 밑에서 나온 괴물들이 영희를 끌어올렸어, 순식간에. 나중에 알아보았더니, 그게 비행 접시라는 구나.”

주정뱅이는 계속 딸꾹질을 해댔다.

“그만두세요.”

내가 말했다.

“그럼 찾아보렴.”

주정뱅이가 말했다.

“네 동생이 어디 있나 찾아봐. 있을 턱이 없지. 나는 목이 말라 잠을 깼었어. 그 시간에 잠을 깰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들은 영희를 태우고 순식간에 날아갔다. 머리가 몹시 크고 다리는 아주 가늘었다.”

“안녕히 가세요.”

내가 말했다.

“나는 아직 안 간다.”

주정뱅이가 말했다.

“이것들을 마셔 버리고 가야지.”

그는 구들돌 위에 쌓아 놓은 여섯 짝의 창문과 두 짝의 대문을 가리켰다. 그는 전날 지붕에서 걷어내린 기왓장과 펌프 머리, 그리고 장독 두 개를 팔아 모두 마셔 버렸다. 우리 동네 주민들의 삼분의 이 이상이 이미 집을 헐어 버리고 떠났다. 나는 풀섶에서 몸을 일으켰다. 방죽 위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풀어지지도 않은 신발끈을 고쳐 매고 몇 번 껑충껑충 뛰었다. 대문을 열고 나온 형이 방죽길을 따라 걸어왔다. 두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힘을 내, 형.”

내가 말했다.

“이건 힘으로 할 일이 아니다.”

형이 말했다.

“그럼 뭐야? 용기야?”

형은 점심 시간에 식사를 하지 않고 나를 찾아왔다. 우리는 기계실 뒤에 쪼그리고 앉아 이야기했다.

“우리가 말을 할 줄 몰라서 그렇지, 이것은 일종의 싸움이다.”

형이 말했다. 형은 말을 근사하게 했다.

“우리는 우리가 받아야 할 최소한도의 대우를 위해 싸워야 돼. 싸움은 언제나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이 부딪쳐 일어나는 거야. 우리가 어느 쪽인가 생각해 봐.”

“알아.”

형은 점심을 굶었다. 점심 시간이 삼십 분밖에 안 되었다. 우리는 한 공장에서 일했지만 격리된 생활을 했다. 공원들 모두가 격리된 상태에서 일만 했다. 회사 사람들은 우리의 일 양과 성분을 하나하나 조사해 기록했다. 그들은 점심 시간으로 삼십 분을 주면서 십 분 동안 식사하고 남는 이십 분 동안은 공을 차라고 했다. 우리 공원들은 좁은 마당에 나가 죽어라 공만 찼다.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간격을 둔 채 땀만 뻘뻘 흘렸다. 우리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했다. 공장은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원하기만 했다. 탁한 공기와 소음 속에서 밤중까지 일을 했다. 물론 우리가 금방 죽어가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작업 환경의 악조건과 흘린 땀에 못 미치는 보수가 우리의 신경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그래서 자랄 나이에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발육 부조 현상을 우리는 나타냈다. 회사 사람들과 우리의 이해는 늘 상반되었다. 사장은 종종 불황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와 그의 참모들은 우리에게 쓰는 여러 형태의 억압을 감추기 위해 불황이라는 말을 이용하고는 했다. 그렇지 않을 때는 힘껏 일한 다음 자기와 공원들이 함께 누리게 될 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희망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를 주지 못했다. 우리는 그 희망 대신 간이 알맞은 무말랭이가 우리의 공장 식탁에 오르기를 더 원했다. 변화는 없었다. 나빠질 뿐이었다. 한 해에 두 번 있던 승급이 한 번으로 줄었다. 야간 작업 수당도 많이 줄었다. 공원들도 줄였다. 일 양은 많아지고, 작업 시간은 늘었다. 돈을 받는 날 우리 공원들은 더욱 말조심을 했다. 옆에 있는 동료도 믿기 어려웠다. 부당한 처사에 대해 말한 자는 아무도 모르게 밀려갔다. 공장 규모는 반대로 커 갔다. 활판 윤전기를 들여오고, 자동 접지 기계를 들여오고, 오프셋 윤전기를 돌여왔다. 사장은 회사가 당면한 위기를 말했다. 적대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지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우리 공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이었다. 사장과 그의 참모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었다. 큰 공장이 문을 닫으면 수많은 공원들은 갈 곳이 없었다. 작은 공장들이 채용할 인원은 한정이 되어 있다. 나는 돈도 못 벌고 놀게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일터를 찾는다고 해도 낯선 곳이다. 작은 공장이라 작업장은 더 나쁘고 돈도 오르지 않은 채 받는 액수보다 훨씬 적을 수가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공원들 대부분이 어린 나이에 들어와 중요한 성장기의 삼사 년을 이 공장에서 보냈다. 익힌 기술에 빼놓으면 성장의 기반이랄 것이 없다. 우리 공원들은 우리가 아는 것만큼밖에는 사물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도 땀으로 다진 기반을 잃고 싶어하지 않았다. 회사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싫어했다. 공원들은 일만 했다. 대다수 고원들이 변화가 일어날 수 없는 상태를 인정했다. 무엇 하나 일깨워 줄 사람도 없었다. 어른들도 자기들의 경험을 들려 줄 것이 없었다. 마음 속에서는 옳은 것이 실제에서는 반대방향으로 움직여지는 것만을 그들은 보았었다. 우리는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았다. 사장에게는 다행한 일이었다. 그 집 식구들은 정원 잔디를 기계로 밀어서 깎았다. 그 집 정원에서는 손질이 잘 된 나무들이 밝은 햇빛을 받아 무럭무럭 자랐다. 그 집 나무들은 <나무 종합 병원>에서 나온 나무 의사들이 돌보았다. 나도 나무병원 앞을 지나가 본 적이 있다. 간판에 <귀댁의 나무는 건강합니까?>라고 씌어 있었다. 그 밑에는 작은 글씨로 <병충해 구제 진단■생리적 피해 진단■외가 수술■건강 유지 관리>라고 씌어 있었다. 함께 지나던 어린 s조역이 말했다.

“우리 집에는 나무가 없습니다. 나는 건강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허리를 잡고 웃었다. 무엇이 그렇게 우스웠는지 모른다. 어른 조역은 그 때 거의 날마다 코피를 흘렸다.

형은 웃옷을 벗어 나의 등에 얹어 주었다. 풀섶으로 들어선 형의 바짓가랑이도 이슬에 젖었다.

“영희를 보았다는 사람은 주정뱅이 아저씨밖에 없었어.”

변명하듯 내가 말했다.

“비행 접시가 내렸다는 곳이 여기야.”

“그래 밤새도록 뭘 봤니?”

“형은 내가 그 아저씨 말을 믿었던 것 같아?”

“아니.”

“찾아 나설 데가 있어야지.”

“그만 들어가자.”

“형은 영희가 왜 집을 나간 것 같아?”

“너희들 때문이야.”

어머니는 말했다.

“너희들이 핑핑 놀고 있기 때문에 나갔어. 돈도 없고, 집도 없고, 모든게 너희들 책임이야. 다른 아이들은 멀쩡하게 남아서 일을 하는데 너희들은 왜 쫓겨낫니?”

“어딜 가면 꼭 말을 하고 나갔었잖아? 나는 영희가 나간 이유를 알 수 없어.”

“참을 수가 없었겠지.”

형이 말했다.

형은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형은 언제나 나보다 생각이 깊었다. 아는 것도 많았다. 학교를 그만두자 더 많은 책을 읽었다. 아버지가 난쟁이만 아니었다면 형은 학자가 될 사람이었다. 형은 틈만 있으면 책을 읽었다. 나는 형을 위해 기계에서 돌아 나오는 인쇄물을 접어다 주고는 했다. 아주 어려운 것도 형은 참고 읽었다. 돈을 타면 헌 책방에 가서 사다 읽기도 했다. 책은 형에게 무엇이든 주었다. 형은 고민하는 사나이의 표정을 종종 지어 보이고는 햇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공책에 옮겨 적기도 했다. 형의 공책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도 적혀 있었다.

<폭력이란 무엇인가? 총탄이나 경찰 곤봉이나 주먹만이 폭력이 아니다. 우리의 도시 한 귀퉁이에서 젖먹이 아이들이 굶주리는 것을 내버려두는 것도 폭력이다./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 없는 나라는 재난의 나라이다. 누가 감히 폭력에 의해 질서를 세우려는가?/십칠 세기 스웨덴의 수상이었던 악셀 옥센스티르나는 자기 아들에게 말했다. “애야, 세계가 얼마나 지혜롭지 않게 통치되고 있는지 아느냐?” 사태는 옥센스티르 나의 시대 이래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지도자가 넉넉한 생활을 하게 되면 인간의 고통은 잊어버리게 된다. 따라서, 그들의 희생이라는 말은 전혀 위선으로 변한다. 나는 과거의 착취와 야만이 오히려 정직하였다고 생각한다./햄릿을 읽고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교육받은) 사람들이 이웃집에서 받고 있는 인간적 절망에 대해 눈물짓는 능력은 마비당하고, 또 상실당한 것은 아닐까?/세대와 세기가 우리에게는 쓸모도 없이 지나갔다. 세계로부터 고립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에 무엇 하나 주지 못했고, 가르치지도 못했다. 우리는 인류의 사상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못했고■■ 남의 사상으로부터는 오직 기만적인 겉껍질과 쓸모없는 가장자리 장식만을 취했을 뿐이다./지배한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할 일을 준다는 것, 그들로 하여금 그들의 문명을 받아들이게 할 수 잇는 일, 그들이 목적 없이 공허하고 황량한 삶의 주위를 방황하지 않게 할 어떤 일을 준다는 것이다.>

나는 형을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공책을 읽는 동안 형은 고민하는 사나이의 표정을 지었다. 그야말로 의젓한, 고민하는 사나이의 얼굴이었다. 나는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형은 나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비웃었을 것이다.

“도대체 이걸로 뭘 하겠다는 거야?”

내가 물었다.

“영호야.”

아버지가 말했다.

“너도 형처럼 책을 읽어라.”

“뭘 하겠다는 게 아냐.”

형이 말했다.

“나는 책을 통해 나 자신을 알아보는 거야.”

“이제 알겠어.”

나중에 나는 말했다.

“형은 이상주의자야.”

말을 하고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나도 형만큼 자랐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어려운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는 것을 알려 주고 싶었다. 나는 고민하는 이상주의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기대는 어그러졌다. 형은 화가 나 있었다. 나는 그 때 형이 화를 내야 하는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나는 나의 어리석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우리는 난쟁이의 아들이었다. 형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풀섶에서 나갔다. 나는 돌멩이를 집어 방죽을 향해 던졌다. 소리 없이 물방울만 올랐다. 마당에서 나는 계속 돌멩이를 던졌다.

“영호야.”

어머니가 말했다.

“그 돌멩이질은 그만두고 동회 앞에나 나가 봐라.”

“가 보나마나예요. 한 시간 전에 이십이만 원 했는데 또 올랐겠어요?”

“그래도 가 봐. 이십오만 원이면 팔겠다고 그래.”

나는 다시 돌멩이를 집어 방죽을 향해 던졌다. 동사무소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승용차도 몇 대 서 있었다. 그 곳에는 두 부류의 사람밖에 없었다. 입주권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었다. 팔려는 사람들은 초조한 얼굴로 거간꾼들의 눈치만 보았다. 한결같이 영양이 나쁜 얼굴들이었다. 거기서는 눈물 냄새가 났다. 나는 눈물 냄새를 가슴으로 맡았다. 누가 나의 팔을 끼었다. 영희였다. 영희는 햇볕에 발갛게 탄 얼굴을 옆으로 저어 보였다. 잠실까지 갔다오는 길이었다. 아파트를 짓고 있는 현장 근처의 복덕방 시세도 이십이만 원이라고 했다. 이젠 더 이상 버틸 필요가 없을 겉 같았다.

“작은오빠, 엄마더러 그만 팔자고 그래.”

영희가 말했다.

“갑자기 내려가면 어쩌려고 그러지?”

“저에게 파세요.”

웬 여자가 말했다.

“소개업자가 아녜요. 직접 입주하려고 그래요. 명의 변경이 가능한 건가요?”

“물론 가능한 거죠.”

내가 말했다..

“우린 표찰이 있어요.”

“그 표찰이란 거 어떻게 생긴 거예요?”

“작은 알루미늄판입니다. 무허가 건물 번호가 새겨져 있어요.”

“무찰은 또 뭔가요? 무찰은 값이 싸던데.”

“표찰이 없는 집을 무찰이라고 그래요. 몇 년 전 무허가 건물 일제 조사 때 시에서 잘못 조사해 빠뜨렸든가, 사유지 건물로 판단, 무허가 건물 등록 대장에서 빠진 겁니다.”

여자는 땀을 흘리고 서 있었다. 손수건으로 땀을 찍어 내며 게시판을 가리켰다. 무허가 건물 명의 변경 신청 양식이 붙어 있었다. 그 밑에는 갖추어야 할 구비 서류가 적혀 있었다. “신청서 1통, 매도가 인감1통, 매매 계약서 사본 1통, 인우 보증서1통.” 하고 여자가 읽었다.

“매매 계약서 한 통만 쓰면 됩니다.”

내가 말했다.

“철거 계고장이 나온 날짜보다 한두 달 앞서 산 거로 하면 돼요.”

“그럼 정말 안전한가요?”

“아주머니 이름으로 바뀌어진다니까요. 아파트에 아주머니 이름으로 입주하게 돼요.”

“그건 불법 아녜요?”

여자는 빳빳한 자세로 서서 땀을 찍어냈다.

“동회에 들어가서 건설계 직원에게 물어보세요.”

나는 말했다.

“왜 불법적인 일을 처리하느냐고 따져보고 보세요.”

“이십이만 원은 비싸요. 만 원만 깎아 줄래요?”

“아주머니.”

내가 말했다.

“헐릴 저희 집 같은 걸 새로 지으려면 백삼십만 원이 있어야 됩니다. 저희 아버지가 평생을 일해 지은 집예요. 우린 그걸 이십이만 원과 바꾸어야 될 입장예요. 거기서 전세 주었던 돈 십오만 원을 제하고 나면 칠만 원이 남습니다.”

“어쨌든 이십일만 원에는 안 되겠다는 얘기 아녜요?”

나는 말하지 않았다. 여자가 돌아섰다. 영희가 작은 주먹으로 나의 등을 쳤다. 잠시 후에 또 한 번 쳤다. 영희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영희에게는 청바지도 잘 어울렸다. 나는 영희의 얼굴을 보지 않고 돌아서 걸었다.

“팔지 말고 기다려요.”

승용차 안에서 한 사나이가 말했다.

“내가 사겠소.”

“얼마예요?”

“얼마면 팔겠어요?”

“이십오만 원”

“좋아요. 저녁에 가죠. 이웃에 팔 사람이 또 있으면 싸게 팔지 말고 기다리라고 그래요.”

“조금만 더 기다려라.”

아버지가 말했었다.

“진실을 말하고 묻혀 버리는 사람들이 잇다. 너희들이 그 꼴이 되었다구나.”

우리는 개천 위에 놓은 시멘트 다리 위에 서 있었다. 아버지는 난간 사이에 두 다리를 내리고 앉아 술을 마셨다. 아버지가 술을 다 마실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다리 저쪽 끝에서는 곯아떨어진 주정뱅이가 코를 골았다. 아버지의 주량은 그의 반의 반도 안 되었다. 그 날 밤 아버지는 주정뱅이 주량의 반을 마셨다. 밤이 늦어 동네 사람들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두 집만 깨어 있었다. 주정뱅이네 집과 우리 집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술에 취해 돌아갈 것 같았다. 형도 아버지가 든 술병을 빼앗아 버리지 못했다. 나는 아버지가 마지막 눈을 감는 날의 일을 생각했다. 죽음은 모든 것의 끝이다. 언덕 위 교회의 목사는 달랐다. 그는 인간의 숭고함, 고통 구원을 말했다. 나는 인간이 죽은 다음에 또 다른 생을 시작한다고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는 숭고함도 없었고, 구원도 있을 리 없었다. 고통만 있었다. 나는 형이 조판한 노비 매매 문서를 본 적이 있다. 확실히 아버지만 고생을 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식들이 전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첫 번째 싸움에서 져 버렸다.

나는 내가 마지막 눈을 감는 날의 일도 생각했다. 나는 아버지만도 못할 것이다.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할아버지들은 그들 시대의 성격을 가졌다. 나의 몸은 아버지보다도 작게 느껴졌다. 나는 작은 어릿광대로 눈을 감을 것이다.

아무도 우리에게 할 일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우리가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막았다. 사장과 그의 참모들은 회의실 창가에 서서 우리를 내다보았다. 그들이 우리의 일을 빼앗았다.

“그러니까 다시 얘길 해 보자.”

아버지가 말했다.

“너희 둘만 남았었다 이거지? 처음엔 함께 일손을 놓고 사장을 만나 담판하기로 했던 아이들이 너희들을 배반해 너희 둘만 남았었다 이거아냐?”

“술은 그만 드세요. 아버지.”

내가 말했다.

“잘 했어.”

아버지는 다시 병을 기울여 술을 마셨다.

“너희도 잘 했고, 그 아이들도 잘 했다.”

“저희들 먼저 들어갈래요.”

“그래, 들어가라, 들어가서 너희 엄마를 내보내.”

“그럴 필요 없어요.”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주정뱅이의 몸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잘 한다!”

어머니가 말했다.

“둘이서 아버지도 제대로 못 모시는구나.”

“가만 있어.”

아버지는 빈 술병을 다리 밑으로 던졌다.

“애들이 오늘 훌륭한 일을 했어. 사장을 만나 얘기를 했대. 회사가 잘 되려면 몇 사람의 목이 필요하다고 말야. 그리고 사장에게 당신이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공원들에게 강요하지 말라고 한 거야. 이 말뜻을 엄마가 알까? 응?”

“아버지, 그게 아녜요.”

내가 말했다.

“우리는 아무도 만날 수 없었어요. 얘기가 먼저 새 버려 그냥 쫓겨 났을 뿐예요.”

“마찬가지야!”

아버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사장을 만났으면 그런 말을 했을 거 아냐? 그렇지? 대답해 봐.”

“네.”

작은 목소리로 내가 대답했다.

“들었지? 엄마 들었어?”

“걱정할 거 없어요.”

어머니가 말했다.

“얘들은 이제 일류 기술자예요. 어느 공장에 가든 돈을 벌 수 있어요.”

“모르는 소리 하지 마.”

“모르는 소리는 왜 모르는 소리예요. 공장도 옮겨 보는 게 좋아요.”

“그게 안 된다니까. 벌써 공장끼리 연락이 돼 있어. 똑같은 공장들이야. 얘들을 받아 줄 공장이 없어. 얘들이 오늘 무슨 일을 했는지 당신이 알아야 돼.”

“그만두세요. 얘들이 무슨 반역죄라도 지은 것처럼 야단예요.”

“뭐라구?”

“가자.”

형은 시멘트 다리를 성큼성큼 걸어 건넜다. 그 끝에서 곯아떨어진 주정뱅이를 일으켜 업었다. 다리를 휘청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았다. 형은 지난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 못했다. 잠도 잘 못 잤다. 혓바늘이 돋고 입맛을 잃었다. 밤에도 머리가 맑아져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 그 보상을 받기 시작했다. 형은 주정뱅이네 마루에다 주정뱅이를 내려놓았다. 어린 딸이 눈을 비비며 나와 아버지를 받아 눕혔다. 우리는 골목을 나와 밤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어머니가 아버지를 업고 가는 것이 보였다. 형은 돌아서면서 두 손으로 머리를 눌렀다.

공원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좁은 마당에 나와 공을 찼다. 그들은 우리쪽에서 고개를 돌리려고 하지 않았다. 이십 분이 지나자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장으로 몰려들어갔다.

“이게 뭐람!”

혼잣말처럼 형이 중얼거렸다.

“저녁에 다른 이야길 하면 안 됩니다.”

승용차 안의 사나이가 말했다.

“이십오만 원이면 아무 말 안 해요.”

내가 말했다. 그 날 밤 승용차 안의 사나이가 우리 동네의 나머지 입주권을 모두 사 버렸다. 그는 다른 투기업자들이 이십이만 원에 사는 것을 이십오만 원씩 주고 모두 사 버렸다. 그 날 밤에도 영희는 팬지꽃 앞을 이십오만 원씩 주고 모두 사 버렸다. 그날 밤에도 영희는 팬지꽃 앞에 앉아 기타를 쳤다. 영희는 팬지꽃 두 송이를 따 하나는 기타에 꽂고 하나는 머리에 꽂았다. 그리고 꼼짝도 하지 않고 기타만 쳤다. 사나이가 아버지에게 담배를 권했다.

“이십오만 원이 분명하죠?”

어머니가 물었다. 사나이를 따라온 나이 든 사람이 검은 가방을 열어 돈을 보여 주었다. 그는 마루에 앉아 매매 계약서를 썼다.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가 서류가 든 봉투와 도장을 가지고 나왔다. 아버지는 계약서 매도자란에 <> 라고 쓰고 도장을 눌렀다. 나이 든 사람은 아버지의 이름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아버지 이름이 갖는 아픈 바람의 뜻을 그가 알 리 없었다. 어머니는 소중하게 싸 두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넘겨 주었다. 식칼 자국이 난 표찰, 아침 수저를 놓고 가슴을 세 번 치게 한 철거계고장, 집을 헐값에 버리기 위해 생전 처음 내 본 인감 증명 두 통, 미리 서명해 두었던 명의 변경 신청서, 힘 하나 없는 식구들의 이름과 나이가 차례대로 적혀 있는 주민 등록 등본 두 통. 마당가 팬지꽃 앞에 앉아 있던 영희가 고개를 숙였다. 사나이가 돈을 내밀었다. 어머니는 머리를 저으며 뒤로 물러 앉았다. 아버지가 그것을 받았다. 꼭 삼 초 동안 들고 있다가 어머니에게 넘겨 주었다. 어머니는 두 손으로 돈을 받아들었다.

다음 날 아침, 명희 어머니는 사람들을 시켜서 집을 헐었다. 어머니가 십오만 원을 갚았다. 두 부인은 손을 마주잡은 채 아무 말도 못했다. 용달차가 좁은 골목을 뚫고 들어와 명희네 짐을 실었다. 명희 어머니가 치마를 올려 눈물을 닦았다.

“에유, 정이란 게 뭔지!”

명희 어머니가 말했다.

“정이란 게 이렇게 더러운 게라우.”

그 말이 우리의 눈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용달차가 집 앞을 지나갔다. 아버지는 오른손을 반쯤 올렸다 내렸다. 왼손에는 책이 들려 있었다. 지섭의 책에 아버지의 손때가 까맣게 묻었다. 아버지와 지섭은 우리에게 대기권 밖을 날아다니는 사람들로 보였다. 두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달을 왕복했다.

“살기가 너무 힘들다.”

아버지가 말했었다.

“그래서 달에 가 천문대 일을 보기로 했다. 내가 할 일은 망원 렌즈를 지키는 일야. 달에는 먼지가 없기 때문에 렌즈 소제 같은 것도 할 필요가 없지. 그래도 렌즈를 지켜야 할 사람은 필요하다.”

“아버지, 도대체 그런 일이 가능할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넌 이 때까지 뭘 배웠니?”

아버지가 말했다.

“뉴턴이 그 중요한 법칙을 발표하고 삼 세기가 지났어. 너도 그걸 배웠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어. 그런데 우주에 관한 기본 법칙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말하는구나.”

“그런데 누가 아버지를 달에 모시고 가겠대요?”

“지섭이 미국 휴스턴에 있는 존슨 우주 센터에 편지를 냈다. 그 곳 관리인 로스 씨가 답장을 보내 올 거야. 후년에 우주 계획 전문가들과 함께 달에 가게 될 거다.”

“그 책을 돌려주세요.”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 말을 믿지 마세요. 그는 미쳤어요.”

“이 책의 사진을 봐라. 이 사람은 프란시스 베이컨이고, 이 사람은 로보트 고다드다. 당시 사람들이 미치고아이로 지목했던 인물들이야. 이 미친 사람들이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 아니?”

“몰라요.”

“넌 학교에서 죽은 교육을 받았어.”

“어쨌든 그 책을 돌려 주세요.”

“너희들은 내가 이 땅에서 끝까지 고생하다 바짝 마른 몰골로 죽기를 바라고 잇지? 힘든 일에 눌려 허우적거리다 숨을 거두기를 바라고 있는 것 아니냐?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너희들은 왜 지섭에게 아무것도 배울 생각을 하지 않니?”

“도대체 뭘 배우라는 말씀예요?”

“로브 씨의 편지를 받기 전에 보여 줄 것이 있다. 지섭에게 말해서 쇠공을 쏘아 올려 보여주마.”

“없지?”

“네.”

“찾지도 못하면서 밤새도록 어디 가 있었니?”

나는 돌멩이를 집어 다시 방죽을 향해 던졌다. 어머니도 기진해 다른 말을 못 했다. 형이 어머니의 등을 밀면서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아침이었다. 백여 채의 집이 허리고 남은 것은 몇 채 안 되었다. 우리도 영희만 집을 나가지 않았다면 전날 떠났을 것이다. 철거일을 어겨야 할 다른 이유는 없었다.

행복동 생활의 마지막 며칠은 우리에게 악몽과 같았다. 우리는 영희를 찾아 헤매었다. 영희를 본 사람은 없었다. 영희는 가방도 들지 않고 집을 나갔다. 갖고 나간 것은 줄 끊어진 기타와 팬지꽃 두 송이뿐이었다. 나는 좀 큰 돌멩이를 집어던졌다. 이번에도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잔물결이 수초 사이로 밀려왔다. 지섭이 이발관집 공터를 지나 곧장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 쇠고기가 들려 있었다. 대문 앞까지 나온 아버지가 그의 손을 잡고 들어갔다. 아버지가 쇠고기를 부엌 안 어머니에게 넘겨 주었다. 부엌 안에 연기가 자욱했다. 형이 안쪽 아궁이 앞에 엎드려 불을 피우고 있었다. 형은 눈물을 씻으면서 일어나 아궁이에 나무를 넣었다. 어머니는 밖으로 나와 눈물을 씻었다. 우리는 며칠 동안 명희네 집에서 나온 나무를 쪼개 때었다. 형은 명희네 안방 문설주를 쪼개 아궁이에 넣고 나왔다. 형의 몸에서 연기 냄새가 났다. 아버지가 밭은기침을 했다. 아버지가 지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섭은 아버지에게 빌려준 책을 읽었다. 아버지는 그가 감옥살이를 했다고 말했었다. 아버지에 의하면 그는 잘못한 것도 없이 감옥에 갔었다. 그는 마루에 걸터앉아 책을 읽었다. 형과 나는 시멘트 담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집들이 보였다. 형과 나는 시멘트 담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집들이 보였따. 그 바른쪽은 슈퍼마켓이 잇는 큰길이다. 영희가 한때 일한 빵집이 보였다. 형과 내가 유리창 밖에서 본 영희는 정말 예뻤다. 아무도 영희가 난쟁이의 딸이라는 것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끝내 영희를 찾지 못했다.

부엌에서 고깃국 끓는 냄새가 났다. 고기 굽는 냄새도 났다. 어머니가 상을 내려 행주질을 했다. 동사무소 앞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쇠망치를 든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헐어 버린 집들 공터를 가로질러 우리 집을 향해 오고 있었다. 내가 대문을 잠갔다. 어머니가 밥상을 차렸다. 형이 상을 들어다 마루에 놓았다. 형은 나를 걱정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그들이 쇠망치로 머리를 내리친다고 해도 나는 가만히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먼저 수저를 들었다. 그 옆자리에서 지섭이 수절을 들었다. 어머니는 마루 끝에 앉아 국을 마셨다. 형과 나는 밥을 국에 말았다.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꼼짝도 하지 않고 식사를 했다. 영희가 이 시간에 어디서 어떤 식탁을 대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었다. 우리의 밥상에 우리 선조들 대부터 묶어 흘려 보낸 시간들이 올라앉았다. 그것을 잡아 칼날로 눌렀다면 피와 눈물, 그리고 힘없는 웃음소리와 밭은 기침 소리가 그 마디마디에서 흘러 떨어졌을 것이다. 대문을 두드리던 사람들이 집을 싸고 돌았다. 그들이 우리의 시멘트 담을 쳐부수었다. 먼저 구멍이 뚫리더니 담은 내려앉았다. 먼지가 올랐다. 어머니가 우리들 쪽으로 돌아앉았다. 우리는 말없이 식사를 계속했다. 아버지가 구운 쇠고기를 형과 나의 밥그릇에 넣어 주었다. 그들은 부연 시멘트 먼지 저쪽에 서서 우리를 지켜보았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대로 서서 우리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가 숭늉을 떠왔다. 아버지와 지섭이 숭늉을 마셨다. 숭늉을 다 마시자 어머니가 밥상을 들었다. 내가 먼저 내려가 잠갔던 대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밥상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형이 이불과 옷가지를 싼 보따리를 메고 뒤따라 나갔다. 쇠망치를 든 사람들은 무너진 담 저쪽에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는 어머니가 싸 놓은 짐을 하나하나 밖으로 끌어 냈다. 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가 조리■식칼■도마들을 들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나왔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공구들이 들어 있는 부대를 메고 나왔다. 쇠망치를 든 사람들 앞에 쇠망치 대신 종이와 볼펜을 든 사나이가 서 있었다. 그가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가 바른손을 들어 집을 가리키고 돌아섰다. 쇠망치를 든 사람들이 집을 쳐부수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달라붙어 집을 쳐부수었다. 어머니는 돌아앉아 무너지는 소리만 들었다. 북쪽 벽을 치자 지붕이 내려앉았다. 지붕이 내려앉을 때 먼지가 올랐다. 뒤로 물러섰던 사람들이 나머지 벽에 달라붙었다. 아주 쉽게 끝났다. 그들은 쇠망치를 놓고 땀을 씻었다. 사나이가 종이에 무엇인가 써 넣었다. 지섭이 들고 있던 책을 아버지에게 주었다. 그는 사나이를 향해 걸어갔다.

“방금 무슨 일을 하셨습니까?”

지섭이 물었다. 사나이는 몇 초 후에야 지섭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가 말했다.

“삼십 일 까지 철거를 하게 돼 있었죠? 시한이 지났어요. 행정 대집행법에 따라 철거 작업을 했습니다. 더 이상 할 이야기도 없습니다.”

사나이가 돌아서려고 했다.

지섭이 재빨리 말했다.

“지금 선생이 무슨 일을 지휘했는지 아십니까? 편의상 오백 년이라고 하겠습니다. 천 년도 더 될 수 있지만, 방금 선생은 오백 년이 걸려 지은 집을 헐어 버렸습니다. 오 년이 아니라 오백 년입니다.”

“그 오백 년이란 게 도대체 뭡니까?”

사나이가 물었다.

“모르시겠어요?”

지섭이 되물었다.

“그만 비켜요.”

“당신이 덫을 놓았습니다. 당신이 아니라면 당신 상부에서. 백여 세대 이상이 여기다 생활 터전의 잡는 것을 몰랐어요? 덫을 놓은 게 아닙니까? 가서 말해요, 내가 치더라구.”

설마 하고 서 있던 사나이는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지섭의 주먹이 사나이의 안면에 정통으로 들어갔다. 사나이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상체를 수그렸다. 두 손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수그린 사나이를 지섭이 또 쳤다. 사나이는 앞으로 푹 쓰러졌다. 우리가 말릴 사이도 없었다. 쇠망치를 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뒤늦게 몰려와 지섭에게 달려들었다.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치고, 받고, 밟았다. 형과 내가 나설 차례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우리의 팔을 잡아끌었다.

“놔 더라.”

아버지가 말했다.

“아는 사람이 말하게 해라.”

형과 나는 아버지에게 팔을 잡힌 채 보았다. 일은 간단히 끝났다. 사나이는 일어나고 지섭은 땅에 죽은 듯 쓰러져 있었다. 사람들이 지섭을 일으켜 세웠다. 어머니가 갑자기 몸을 떨면서 울었다. 지섭의 얼굴은 피에 젖었다. 피는 머리에서 얼굴로 흘러내렸다. 그들이 지섭이 끌고 갔다. 그들은 올 때처럼 곧바로 공터를 가로질러 갔다. 동사무소를 지나 큰길 쪽으로 나가는 것이 보엿다. 아버지가 돌아서더니 들고 있던 책을 형에게 주었다. 아버지가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아버지의 작은 그림자가 아버지를 따라갔다. 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잠이 나를 눌러 왔다. 나는 부서진 대문 한 짝을 끌어 내 그 위에 엎드렸다. 햇살을 등에 느끼며 나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우리 식구와 지섭을 제외하고 세계는 모두 이상했다. 아니다. 아버지와 지섭이마저 좀 이상했다. 나는 햇살 속에서 꿈을 꾸었다. 영희가 팬지꽃 두 송이를 공장 페수 속에 던져넣고 있었다.

3

거실에 걸려 있는 부엉이가 네 번을 울었다. 이렇게 긴 밤을 새워 보기는 처음이다. 한 밤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나의 열입곱 해는 얼마나 긴 것인가. 그러나 큰오빠가 셈해 본, 우리 선조 대대로의 세월에 비하면 열입곱 해는 아무것도 아니다. 선조 대대로의 세월도 마찬가지다. 아버지는 달에 가서 천문대 일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달에서는 머리카락좌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지섭의 책에 의하면 머리카락좌의 성운은 오십 억 광년 저쪽에 있다. 오십 억 광년에 나의 열입곱 해를 대 보일 수는 없다. 천년 이라고 해야 모래 몇 알이 될지 모른다. 오십 억 광년이라면 나에게는 영원이다. 나는 영원을 어떻게 느낄 수 없다. 영원이 죽음과 어떤 관련이 있다면 나는 죽음을 통해 그것을 조금 이해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죽음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사막으로 이어지는 지평선이다. 어둘녘에 모래 섞인 바람이 분다. 선 하나로 표시될 그 지평 끝에 내가 알몸으로 서 있다. 다리를 약간 벌리고 팔을 안으로 끌어들였다. 머리도 반쯤 숙여 나의 머리카락이 나의 가슴을 덮었다. 눈을 감고 열을 세면 나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바람 부는 회색의 지평선만 남는다. 이것이 내가 아는 죽음이다. 이러한 죽음이 영원과 무관할 리가 없다. 우리의 생활은 회색이다. 집을 나온 다음에야 나는 밖에서 우리의 집을 들여다볼 수 잇었다. 회색에 감싸인 집과 식구들은 축소된 모습을 나에게 드러냈다. 식구들은 이마를 맞댄 채 식사하고, 이마를 맞대고 이야기했다. 작은 목소리라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버지의 실제모습보다도 작게 축소된 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가다 말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까지 회색이다. 나는 나 자신의 독립을 꿈꾸고 집을 뛰쳐나온 것이 아니다. 집을 나온다고 내가 자유로워질 수는 없었다. 밖에서 나는 우리 집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끔찍했다. 두 오빠와 마찬가지로 나도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 직전에 읽은 부독본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다. <물, 물 , 어디를 보나 물뿐, 그러나 한 방울도 마실 수 없다.> 뱅를 잃은 늙은 수부가 바다에 떠 있었다. 물 가운데서 그는 목말라했다. 밖에서 회색에 싸인 축소된 집과 축소된 식구들을 들여다보고 늙은 수부를 생각했다. 그와 똑같았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침대가 흔들렸으나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나는 만약을 위해 한 번 더 약병의 뚜껑을 열고 수건을 대어 흔들었다. 그 수건으로 그의 입과 코를 가볍게 누르고 열을 세었다. 처음 일이 떠올랐다. 그는 나이 든 사람이 매매 계약서를 쓰는 동안 내 옆에 서 있었다. 아버지가 이름을 쓰고 도장을 누를 때도 내 옆 있었다. 철거 계고장이 나온 날 내가 동사무소 앞으로 달려 갔을 때부터 그는 나를 보았다. 어머니가 소중하게 싸 두었던 것들을 내 가슴 쪽을 살짝 건드렸다. 어머니가 두 손으로 돈을 받아들고 있었다. 내가 참았다. 나는 방죽가 골목길을 빠져 동사무소 앞으로 갔다. 낮에 그렇게 붐비던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의 승용차는 게시판 앞에 세워져 있었다. 나는 승용차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 그는 그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큰 소리로 이야기하며 내려왔다. 나를 보자 우뚝 섰다. 나이 든 사람이 검은 가방을 넘겨 주었다. 그는 그의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나를 향해 걸어왔다.

“나를 기다렸나?”

그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

“우리 꺼도 그 안에 있어요?”

내가 검은 가방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 안에 있겠지.”

“그걸 따라 나왔어요.”

“어떻게 하려구?”

나는 할말이 없었다.

“어떻게 할 테야? 난 가야하는데.”

“그건 우리 집예요.”

겨우 내가 말했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이젠 아니지.”

그가 말했다.

“내가 돈을 주고 샀어.”

그는 열쇠를 꺼내 승용차의 문을 열었다. 검은 가방을 넣고 그는 차에 올라탔다. 내가 손바닥으로 유리문을 두드렸다. 그가 반대쪽문을 열었다. 나는 그의 차에 올라탈 때에서야 기타를 들고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기타를 받아서 뒷자리에 놓아 주었다. 그는 동사무소 앞에서 차를 돌려 나갔다. 나는 자리에 비스듬히 누워 몸을 숨겼다.

“바로 앉아.”

그가 말했다. 차는 행복동을 떠나 낙원구를 벗어나고 있었다. 그는 운전을 하면서 나의 얼굴을 보았다. 차가 빨간 신호를 받자 나의 머리에서 팬지꽃을 가져다 냄새를 맡았다. 그는 작은 꽃송이를 왼쪽 웃주머니에 꽂았다.

“우리 집은 영동이야.”

그가 말했다.

“조금 가다 내려 줄 테니까 집으로 돌아가.”

“싫어요.”

내가 말했다.

“돌아갈 집이 없어졌어요.”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이 가방을 강탈해 갈 셈야?”

“생각중예요.”

“좋아.”

그가 말했다.

“네가 할 일을 주지. 말을 잘 들어야 돼. 그렇지 않으면 내쫓을 테야. 사실은 전부터 너를 봤어. 예뻐서.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는 ‘안 돼요.’ 하는 말을 내 앞에서는 쓸 수 없다는 걸 알아야 돼. 그러면 나는 너에게 내가 고용한 어떤 사람보다 많은 돈을 줄 용의가 있어.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해.”

나로서는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큰오빠는 우리의 집을 짓는데 천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나는 그 말뜻을 잘 몰랐었다. 큰오빠의 말에는 물론 과장도 섞여 있었다. 그러나 거짓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내가 열일곱 살이 되자 여자가 가져야 할 가족과 가정에 대한 그 전통적 의무가 어떤 것인가를 은연중 가르치려고 했다. 순결도 입이 닳게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어머니는 내가 어둠 속에서 남자를 생각하는 것도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내가 집을 나와 한 생활을 알았다면 어머니는 목을 매었을 것이다. 그는 나에게 친절하게 해 주었다. 제일 먼저 옷을 맞추어 주었다. 한꺼번에 여러 벌을 맞추어 주었다. 나는 그를 위해 나를 치장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의 아파트는 영동에 있었다. 사무실도 영동에 있었다. 나는 그의 사무실에서 주택에 관한 신문기사를 오려 스크랩 북에 옮겨 붙였다. 날마다 같은 일만 했다. 주택에 관한 기사가 없을 때는 일반 기사를 읽으며 소일했다. 그의 광고도 신문에 날마다 났다. <잠실은 우리 모두의 관심입니다. 잠실 아파트에 대해 상담하실 분은 지금 곧 전화 하세요. 은아는 당신의 성실한 부동산 안내자입니다.-은아 부동산.> 주택 분양 고아고도 났다. <신천호 대교, 잠실 지구, 강남1로에 붙은 급속도 발전 지역. 꿈이 깃든 주택을 염가 분양중이오니 이 기회를 이용하십시오.-은아 주택.> 그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스물아홉에 못 하는 일이 없었다. 그는 재개발 지구의 표를 거의 몰아 사들이다시피 했다. 영동 일대에 잡아 놓은 땅도 많았다.

그의 집은 부자였다. 지금 자기가 하는 일은 작은 훈련에 지나지 않는다고 나에게도 말했었다. 그는 아버지 회사로 들어가 더 큰 일을 해야 할 사람이었다. 밤에 아파트로 돌아오면 집으로 전화를 하고는 했다. 그 전화선 저쪽 끝에 그의 아버지가 앉아 있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자기가 한 일을 보고하고 자문도 구했다. 그는 거의 차렷자세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끝나면 그의 고용인들이 정리한 대장을 하나하나 검토했다. 그는 우리 동네에서 사 온 아파트 입주권을 사십오만 원에 팔았다. 그 이하로는 팔지 않았다.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나는 미리 사 두었다가 일이만 원 정도 더 받고 넘기겠지 했었다. 그가 거실에 앉아 일을 하는 동안 가정부는 음식을 차려 놓고 그가 식탁 앞에 앉기를 기다렸다. 그의 어머니가 보내 준 가정부였다. 그는 그 가정부에게 별도의 돈을 주었다. 집 식구들에게 나에 관한 일을 보고하면 안 된다는 조처였다. 가정부는 내가 온 다음부터 잠을 나가서 잤다. 나는 처음 약속대로 ‘안 돼요.’라는 말은 그에게 하지 않았다. 아무도 그에게 ‘안 돼요.’라고 말하지 못했다. 나는 전혀 다른 세상 사람과 생활하고 있었다. 우리는 출생부터 달랐다. 나의 첫 울음은 비명으로 들렸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나의 첫 호흡이 지옥의 불길처럼 뜨거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모태에서 충분한 영양을 보급받지 못했다. 그의 출생은 따뜻한 것이었다. 나의 첫 호흡은 상처난 곳에 산을 흘려 넣는 아픔이었지만, 그의 첫 호흡은 편안하고 달콤한 것이었다. 성장 기반도 달랐다. 그에게는 선택할 것이 많았다. 나나 두 오빠는 주어지는 이외의 것을 가져 본 경험이 없다. 어머니는 주머니가 없는 옷을 우리들에게 입혔다. 그는 자라면서 더욱 강해졌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반대로 약해졌다. 그가 나를 원했다. 그는 원하고 또 원했다. 나는 밤마다 알몸으로 잠을 잤다. 나는 밤마다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오빠들은 다른 공장에 취직이 되어 일을 나갔다. 아버지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달을 왕복했다. 잠이 든 듯 만 듯한 상태에서 나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는 했다.

“영희야, 넌 집을 나가 뭘 하고 있는 거냐?”

그러면 나는 대답했다.

“그의 금고 속에 우리 아파트 입주권이 들어 있어요. 그걸 맨 밑으로 내려 놨어요. 아직 팔리지 않았어요. 팔리기 전에 그걸 꺼내 가지고 갈래요. 그의 금고 번호를 알아놨어요.”

“누가 너더러 그런 짓을 하라고 했니? 빨리 일어나 옷을 입어라.”

“안 돼요, 엄마.”

“우린 성남으로 가기로 했다. 빨리 일어나라.”

“안 안돼요.”

“너의 증조할머니 동생 한 분이 알몸 시체로 수리조합 봇물에 막혀 있었단다. 왜 그랬는지 아니? 주인서방과 잠자리를 함께 했기 때문야. 주인여자가 너의 증조할머니 동생을 사매질해 숨지게 했단다.”

“엄마 전 달라요.”

“같아.”

“달라요.”

“같아.”

“달라요!”

“넌 이제 그것 때문에 망한다. 어린 게 그것을 좋아해.”

“그래요. 전 좋아해요.”

“망할 것!”

몸무림치다 눈을 떠 보면 밤중이었다. 그는 깊은 잠에 빠져 깨어날 줄 몰랐다. 나의 몸에서는 그의 정액 냄새가 났다. 그는 나를 좋아했다. 그는 어린 나를 좋아했다. 그는 완전하게 나를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도덕적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금고에서 우리의 것을 꺼냈다. 그의 금고 속에는 돈과 권총과 칼이 함께 들어 있었다. 나는 돈과 칼도 꺼냈다. 나는 달 천문대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했다. 아버지는 이미 오십 억 광년 저쪽에 있는 머리카락좌의 성운을 보았는지 모른다. 오십 억 광년이라면 나에게는 영원이다. 영원에 대해서 나는 별로 할 말이 없다. 한밤이 나에게는 너무나 길었다. 나는 그의 얼굴에서 수건을 떼고 약병의 뚜껑을 닫았다. 나에게 더없이 고마운 약이었다. 첫날 그 약이 괴로워하는 나의 몸을 마취시켜 잠 속으로 몰아넣었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처음 표정을 볼 수 없었다. 나는 손가방을 열어 그 안의 것들을 확인했다. 모두 가지런히 넣어져 있었다. 나는 옷을 입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갔다.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가야 할 것은 이제 없었다. 집을 나올 때 입었던 옷, 뒷굽이 닳은 신발, 큰오빠가 사준 줄 끊어진 기타는 이미 그 집에 없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밖으로 나가 반대로 밀었다. 문은 닫히면서 스스로 잠겼다.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다. 나는 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기다려 탔다. 택시는 불을 켜고 빈 영동 거리를 달렸다. 어지러워 눈을 감았다. 제 3한강교를 건널 때 나는 차를 세웠다. 문을 열고 나가자 시원한 공기가 몽롱한 정신을 일깨워 주었다. 나는 난간을 짚고 이제 희뿌연 빛을 반사하며 흘러가는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운전기사가 따라 나와 난간에 기대어 섰다. 그 자세로 담배를 피우며 나를 보았다. 날이 밝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누워 난 한겨울 동안 어머니는 취로장에 나가 일했다. 어머니가 집을 나설 때마다 맞았던 그 새벽의 빛깔을 이제 알았다. 자갈 채취선에서 날카로운 금속성이 들려 왔다. 내가 탄 택시는 남산 터널을 빠져 시내를 가로질러 달렸다. 죄인들은 아직 잠자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 구할 자비는 없었다. 나는 낙원구에서 내렸다. 나는 낙원구의 거리와 골목을 걸으며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으로 다방에 들어가 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면서 아버지의 도장이 찍힌 매매 증서를 꺼내 찢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 이 일대는 채마밭이었다. 나는 차를 마시고 채마밭 위에 깔아 놓은 포장 도로를 따라 걸었다. 이제 더 이상 헤맬 필요가 없었다. 나는 곧장 행복동 동사무소를 향해 갔다. 동사무소는 아침부터 붐볐다. 내가 줄 뒤에 가서 서는 것을 건설계원이 힐끗 보았다. 그는 일을 하다 말고 나를 뚫어지게 보았다.

“난쟁이 딸 아냐?”

건설계원이 물었다.

“집이 이사간 건 알아?”

“네”

나는 말했다.

“철거 확인증이 필요해서 왔어요.”

“철거 확인증은 왜?”

그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입주권을 팔았잖아? 팔아 버리고 무슨 필요로 그러는 거야?”

“그 세단차 사나이가 사 갔지.”

옆 사나이가 말했다. 나는 몇 초 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아저씨는 어느 편예요?”

내가 말했다.

“아파트에 들어가야 할 사람은 저희예요.”

“딴은 그래.”

계원이 옆 사나이를 보았다. 그들은 어깨만 들었다 놓았다.

“서류를 갖고 있어?”

“서류는 무슨 서류야? 당사자 입주인데. 계고장과 표현만 있으면 돼. 그걸 갖고 있다면 우리가 할 말은 없어.”

“여기 있어요.”

나는 표찰과 철거 계고장을 내주었다. 두 사람이 그것을 받아 대장과 비교해 보았다. 옆 사나이가 표찰을 큰 통에 던져 넣었다. 그 안에 많은 표찰이 들어 있었다. 우리 표찰이 가벼운 생철 소리를 내며 그것들 위에 떨어졌다. 건설계원이 용지를 내주었다. 나는 거기에 써 넣었다.

아버지의 이름, 주민등록 번호, 생년원일, 무허가 건물 발생년도를 써넣으며 나는 손을 떨었다.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았다. 몸이 약해져서 그래, 나는 생각했다. 큰오빠의 말대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잘 울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잠시 멈추었다가 썼다. 철거 확인원을 건설계원 앞으로 밀어 놓았다.

“철거 일시를 모르겠어요.”

내가 말했다. 계원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어디 가 있었어?”

나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197x년 10월 1일이라고 써 넣었다.

“이사 간 곳도 모르지?”

“네.”

“아무 이야기도 못 들었어?”

나는 다리의 힘까지 빠지는 것을 느끼며 책상 모서리를 짚고 섰다. 옆 사나이가 건설계원을 쿸 찔렀다. 계원은 <위 사실을 확인함> 옆에 작은 도장을 찍고 그것을 안쪽 사무장에게 넘겼다. 나는 줄 밖으로 나서며 이마를 짚었다. 가벼운 미열이 전신에 일었다. 안쪽에서 사무장이 일어서며 나를 손짓해 불렀다. 그는 <행복 제 1동장> 위에 직인을 찍었다. 그것을 내주기 전에 나를 창가로 데리고 갔다. 사무장은 큰길 건너 포도밭 아랫동네를 가리켰다.

“위에서 세 번째 집야.” 그가 말했다.

“그 댁 아주머니를 찾아가. 윤신애 아주머니. 전부터 아버지를 잘 아시는 분야. 하루에도 몇 번씩 여기까기 오셨었어. 너를 찾느라구.”

“저도 전에 뵌 적이 있어요.” 내가 말했다.

“구청에 들렀다 주택 공사로 가야 돼요. 일을 끝내고 갈게요.”

“그 아주머니가 다 말씀해 주실 거다.”

사무장이 말했다.

“친절하신 아주머니야.”

“고맙습니다.”

인사를 남기고 밖으로 나왔다. 사무장과 이야기하는 동안 직원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들은 무언가 나에게 말하고 싶어했다. 잠시도 그 곳에 서 있을 수 없었다.

큰길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슈퍼마켓 앞을 지날 때 빵집이 보였다. 다른 아이들이 내가 했던 일을 하고 있었다. 거기서 고개를 돌렸다면 우리 동네를 한눈에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참았다. 차마 고개를 돌려 볼 수 없었다. 구청 일은 좀 쉽게 끝났다. 나는 주택과로 가서 철거 확인증을 내주고 입주 신청을 했다. 구청 층계를 내려오면서 심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몇 년을 밖에서 산 것 같았다.

그가 나를 더욱 약하게 만들었다. 나는 집을 나온 다음 편한 잠을 이루어 본 적이 없다. 나는 모태에서뿐만 아니라 출생 후에도 충분한 영양을 보급받지 못했다. 집을 나온 다음 그와 대한 식탁은 늘 풍성했다. 그 영양은 축적이 되지 않았다. 내가 받는 정신적 압박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 그가 거기서 취한 열량을 다시 빼앗아 갔다. 마지막 밤을 꼬박 새운 것도 영향을 주었다. 아무 데나 눕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빨리 일을 끝내고 신애 아주머니를 찾아 가야지. 그 아주머니가 나를 식구들 옆으로 보내 줄 것이다.

나는 새벽에 왔던 길을 되밟아 갔다. 남산 터널을 빠져 제3한강교를 건넜다. 벌판에 서 있는 그의 아파트가 보였다. 나는 가방을 열고 안에 들어 있는 그의 칼을 만져 보았다. 상아로 만든 칼자루 윗부분에 작은 구슬만한 쇠가 붙어 있었다. 그것을 누르면 칼날이 튀어나온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주택공사 입구에서 차를 세웠다. 많은 사람들이 공사 정문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서둘러 그들 속으로 들어갔다. 가만히 서 있어도 앞으로 밀려갔다. 나는 사람들에게 밀려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건물이 햇빛을 반사해 눈이 부셨다. 잔칫날 같았다. 몇 군데에 차일까지 쳐져 있었다. 나는 신청 용지를 타는 곳에 가 섰다. 차례가 되자 직원이 시 접수증을 보자고 했다. 그 직원이 신청 용지를 내주었다. 나는 줄 밖으로 나서며 아파트 임대 신청서의 내용을 쭉 읽었다. 그 임대 조건 중에 ‘신청자와 입주자는 동일인이어야 하며 제삼자에게 전대하거나 임차권을 채권의 담보로 제공할 수 없음’ 이라는 것도 있었다. 죽어버린 조문이었다. 그 조문이 든 신청서에 아버지의 이름, 주소, 주민 등록 번호를 적어 넣었다. 다시 손이 떨렸다. 다리의 힘도 빠져 주저앉을 것 같았다. 신청서를 써 가지고 다음 줄에 가 섰다. 내가 선 줄에 재개발 지구의 주민은 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줄 앞 책상의 직원은 모든 사람들에게 묻고 있었다.

“산 거죠?”

알면서 묻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물음에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산 거죠?”

그 직원이 나에게도 물었다.

“네, 샀어요!”

아프지만 않았다면 나는 대답했을 것이다. 불친절하고 기분 나쁜 사나이였다. 나는 아팠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직원은 신청 용지, 시 접수증, 주민 등록 등본을 철박이로 눌렀다. 그 위에 접수 도장을 쿡 찍었다. 그것을 받아 돌아서다 말고 나는 몸을 숨겼다. 줄 반대쪽으로 들어가 건물 바로 앞쪽을 살폈다. 바로 그가 그의 승용차 앞에 서 있었다. 그는 건강한 몸으로 서 있었다. 나는 아픈 몸을 숨기고 그가 나가기를 기다렸다. 그와 마주친다면 나는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 그는 아직까지 한번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인간이 갖는 고통에 대해서도 그는 아는 것이 없다. 절망에 대해서도 모를 것이다. 빈 식기들이 맞부딪치는 소리, 손과 발, 무릎, 그리고 이가 추위에 견디지 못해 맞부딪치는 소리를 그는 들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그가 원할 때마다 알몸으로 그를 받아들이며 삼킨 나의 신음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벌겋게 달군 쇠로 인간에게 낙인을 찍는 사람들 편이었다. 나는 가방을 열어 칼을 만져 보았다. 그가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건물로 들어갔다. 그는 승용차는 사람들을 옆으로 밀치면서 주택공사 마당에서 나갔다. 눈물이 또 나의 눈에 내배었다. 그는 가진 것이 너무 많았다.

나는 사람들을 따라 업무과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도 줄을 섰다. 손으로 이마를 짚고 차례를 기다렸다.

“어디 아파요?”

나의 차례가 되었을 때 직원이 물었다.

“괜찮아요.”

나는 말하며 들고 있던 것들을 넘겨 주었다. 직원은 나의 서류를 확인했다. 한 아주머니가 물을 받아다 주었다. 나는 물을 마셨다. 경리과 사람들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들은 돈 액수를 확인한 다음 영수증에 도장을 찍어 내 주었다.

“이제 됐어!”

내가 말했다. 사람들이 나를 보았다.

“그들은 알았을까?”

나는 주택 공사 건물을 등지고 나왔다. 거리에 쓰러지지 않고 신애 아주머니네 집까지 갔다, 아주머니네 집 초인종을 누르고 우리 동네를 보았다. 우리 집이, 이웃집들이, 온 동네의 집들이 보이지 않았다. 방죽도 없어지고, 벽돌 공장의 굴뚝도 없어지고, 언덕길도 없어졌다. 난쟁이와 난쟁이의 부인, 난쟁이의 두 아들, 그리고 난쟁이의 딸이 살아간 흔적은 거기에 없었다. 넓은 공터만 있었다. 신애 아주머니가 딸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며 나와 나의 몸을 부축해 안았다.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 신애 아주머니는 전에도 다친 아버지를 이렇게 부축해 안아 일으켰었다. 아주머니와 아주머니의 딸이 나를 방으로 안아다 눕혔다. 딸이 물수건을 해 오고, 아주머니는 나의 옷을 풀어헤쳤다. 아주머니는 어머니처럼 나에게 해 주었다.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아 주고, 손과 발을 닦아 주고, 푹신한 이불을 내려 덮어 주었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내가 말했다. 나는 겨우 눈을 떴다.

“자,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아주머니가 말했다.

“의사 선생님을 모셔 오마. 오늘은 아무 얘기도 하지 말자.”

“괜찮아요.”

내가 말했다. 저절로 눈이 감겼다.

“잠을 못 잤을 뿐예요. 잠이 와서 그래요.”

“그럼 잠을 자라. 한잠 푹 자.”

“빼앗겼던 걸 찾아왔어요.”

“잘 했다!”

“이사간 델 아시죠?”

“암, 알잖구.”

“사무장님을 만났어요.”

잠이 들 듯 말듯한 상태에서 나는 말했다.

“아주머니가 다 말씀해 주실 거라고 했어요.”

“다른 말을 없었지?”

“무슨 일이 있었어요?”

“한잠 자라. 자구 나서 우리 얘기하자.”

“말씀을 듣기 전엔 못 잘 것 같아요.”

내가 다시 눈을 떴다. 아주머니의 딸이 마루로 나갔다. 이내 대문 소리가 들렸다. 병원으로 의사를 데리러 가는 길이었다. 아주머니가 말했다.

“네가 집을 나가구 식구들이 얼마나 찾았는지 아니? 이 방 창문에서도 보이지. 어머니가 헐린 집터에 서 계셨었다. 너는 둘째치구 이번엔 아버지가 어딜 가셨는지 모르게 됐었단다. 성남으로 가야 하는데 아버지가 안 계셨어. 길게 얘길 해 뭘 하겠니. 아버지는 돌아가셨어. 벽돌 공장 굴뚝을 허는 날 알았단다. 굴뚝 속으로 떨어져 돌아가신 아버지를 철거반 사람들이 발견했어.”

그런데 – 나는 일어날 수가 없었다. 눈을 감은 채 가만히 누워 있었다. 다친 벌레처럼 모로 누워 있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는 두 손으로 가슴을 쳤다. 헐린 집 앞에 아버지가 서 있었다. 아버지는 키가 작았다. 어머니가 다친 아버지를 업고 골목을 돌아 들어왔다. 아버지의 몸에서 피가 뚝뚝 흘렀다. 내가 큰 소리로 오빠들을 불렀다. 오빠들이 뛰어 나왔다. 우리들은 마당에 서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까만 쇠공이 머리 위 하늘을 일직선으로 가르며 날아갔다. 아버지가 벽돌 공장 굴뚝 위에 서서 손을 들어 보였다. 어머니가 조각 마루 끝에 밥상을 올려 놓았다. 의아아아아아아 하는 울음이 느리게 나의 목을 타고 올라왔다.

“울지 마, 영희야.”

큰오빠가 말햇었다.

“제발 울지 마. 누가 듣겠어.”

나는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큰오빠는 화도 안나?”

“그치라니까.”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 버려.”

“그래. 죽여 버릴게.”

“꼭 죽여.”

“그래. 꼭.”

“꼭.”

– <문학과 지성> (1976)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독후감 전문 pdf 주제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독후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책을 처음으로 끝까지 읽었을 때 나는 고등학생 이였다. 그때 당시에는 국어선생님께서 설명해주신 부분만 대충 한달에 3권 책읽기 독후감쓰기

이 책을 쓰는 분들을 위해서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독후감을 준비 했으니 어떻게 써야될지 고민되시는 분들은 이 독후감을 참고하여 약간의 편집을해 독후감을 써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독서감상문

우리나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독후감/줄거리만큼 일찍 조기교육을 실시하는 나라도 아마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미 아이를 임신하자 마자 부터 엄마들은 영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독후감/줄거리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전문

연작소설 전체가 상을 받은 게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이름의 단편이 상을 받은 것이다. 동인문학상은 원래 단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난쟁이가 쌓아올린 작은공 전문 난장이가 쏘아 올린 스몰한 공 궁금해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난쟁이가 쌓아올린 작은공 전문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1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전문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pdf

평가 8.8/10 ‎188표1970년대 우리 인문주의와 심미적 이성의 한 절정을 보여준 한국문학의 대표작,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78년 6월 초판이 발행된 이래 1996년 4월 쪽수, 무게, 크기‎ ‎351쪽 504g 153*224*30mm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오산고 학생들 필수 ! 조세희 작가의 단편소설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연작소설 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부분 전문 파일입니다. 17차시. 조세희

대비 제재별 문제가 정리 되어 있습니다. 국어자신감 www.국어자신감.com 첨부파일 현대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1회 25문항 .pdf 파일 다운로드 현대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문제 조세희 1회 25문항

130807.pdf 다시, 책의 희망을 묻다 스러져 가는 숱한 나무들의 생명에, 우리는 무엇으로 답해야 하는가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종이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세계의 강의안 다시, 책의 희망을 묻다 호모북커스, 130808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주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해설/ 조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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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읽기

지은이 : 조세희

갈래 : 현대 소설, 액자 소설, 연작 소설

성격 : 상징적, 우화적, 사회 비판적, 사회 고발적

문체 : ‘스타카도(staccato)’식 문체로 짧은 문장이 운문처럼 연결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많은 동작과,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묘사되고 있다. 그리고 서술자는 자신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그의 절제는 접속사와 수식어를 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그의 절제는 접속사와 수식어를 전적으로 배제하고 체언과 용언으로만 구성하며, 중문 또는 복문 구조를 피하며 단문으로 일관하고, 주관적인 생각이나 느낌을 거세시켜 객관 묘사법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데서 극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 스타카토 문체가 주는 효과는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의 순수한 공백이 독자의 인상과 감동을 촉발한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사건의 비극성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

배경 : 철거 위기에 놓인 도시 빈민들이 살아가는 1970년대의 어느 도시 재개발 지역

구성 : 액자 구성(큰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구성)으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넘나드는 구성과 우화적기법

외화 – 우화(寓話)로 고정관념에 대한 문제제기, 우화의 의미 – 타인과의 관계를 벗어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화 – 빈민층의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일화 적용, 소설의 주제는 매우 사실주의적인데 반해 수법은 반사실적, 서정적임

외화 – 주제의식 정리(의미 구체화)

발단 : 수학 교사의 우화를 통한 질문과 뫼비우스의 띠라는 수학적 개념 제시

전개 : 생활이 어려운 앉은뱅이와 꼽추는 아파트 재개발로 살고 있는 집을 헐값에 빼앗기게 되자 복수를 결심하고 준비한다.

위기 : 저녁이 되어 돌아가는 부동산업자의 길을 막고 요구를 말하자, 부동산업자는 거짓말을 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절정 : 꼽추와 앉은뱅이는 부동산업자를 묶고 돈을 빼앗은 그들은 부동산업자를 차에 태워 불을 질러 잔인하게 살해한다. 받은 돈으로 강냉이 기계를 사서 생활하려하지만, 꼽추는 약장수를 따라 떠난다.

결말 : 수학 교사는 ‘뫼비우스의 띠’가 담고 있는 의미와 지식의 이기주의적 폭력화를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교실을 떠난다.

시점 : 연작 작품에 따라 시점이 변함

외화 : 작가 관찰자 시점(수학 교사의 이야기로, 외부 이야기를 통해 작품의 주제와 의도를 암시하고 있다)

내화 : 전지적 작가 시점(꼽추와 앉은뱅이가 부동산업자에게 자신들의 정당한 대가를 되찾아옴)

주제 : 사실의 양면성.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그가 속한 사회적 맥락 속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안과 겉, 선과 악, 정의와 불의로 양분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이 작품은 연작 소설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중의 한 편으로, 1970년대 말 가속화된 산업화의 희생자인 도시 빈민층의 삶을 배경으로 하여 현대인의 삶의 문제를 비판, 사물에 대한 고정 관념 경고, 철거민들이 겪는 좌절과 고통, 도시 빈민 계층의 참혹한 삶과 의지, 빈민층과 부도덕한 부자들과의 대립들을 그림, 산업화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가 소외되는 사회 현실 – 1970년대 ‘낙원구 행복동’에 사는 난쟁이 가족의 삶을 통해, 도시 재개발에 가려진 소외 계층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표현상의 특징 : 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시점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고, 과거와 현재 시간을 중첩시키면서 사건을 전개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통해 서정적인 감정을 자아내고, 우화(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를 인용하여 의도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문제 제기와 해답 추구의 과정을 거쳐 삶의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 – 액자식 구성, 짧고 간결한 문체, 대화와 행동에 의한 사건 전개, 상징적 이미지를 적절히 활용함.

의의 : 산업화로 인한 사회 구조의 모순과 병폐를 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아울러 선과 악, 정의와 불의에 대한 구별을 가능하게 하는 시각을 갖도록 한다.

인물 :

수학 교사 : 진보적이고 건전하고 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로 학생들에게 흑백논리, 고정 관념을 벗어난 삶을 살아갈 것을 당부한다.

앉은뱅이 : 어렵게 살아가다 사기를 당한 억울한 인물.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부동산 업자를 살해한다.

꼽추 : 앉은뱅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인물이지만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부동산업자를 살해하는 일에 동참하지만 곧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고, 앉은뱅이를 떠나서 약장수를 따라 나설 결심을 함.

개관 : 이 작품은 연작 소설 12편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것으로, 낙원이나 행복과는 거리가 먼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난쟁이 일가의 삶을 통해, 도시 재개발 뒤에 숨은 빈민층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작자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을 파헤침으로써, 1970년대 가장 핵심적인 사회 문제였던 노동 현실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작자가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작품 속의 수학 교사가 학생들에게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어떻게 형성시키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난쟁이’ 연작의 문학사적 의의 : 1970년대 한국 사회의 모순을 정면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작품 속에 나타난 많은 대립 관계들은 70년대가 이러한 관계들의 화해를 가능하게 할 만큼의 성숙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 작품들은 환상적인 기법을 소설에 도입함으로써 앞서 언급한 화해 불가능성이 비논리의 세계나 동화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냉혹한 현실이 강조되고 있으며, 12편으로 이루어진 연작 형식을 통해 단편과 장편으로 담지 못했던 1970년대의 시대적 상황을 적절하게 그릴 수 있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구성

(1) 뫼비우스의 띠

(2) 칼날

(3) 우주 여행

(4)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5) 육교 위에서

(6) 궤도 회전

(7) 기계 도시

(8)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9)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10) 클라인씨의 병

(11)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12) 에필로그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줄거리

⑴ 뫼비우스의 띠

외화에 수학 교사가 교실에 들어 와서 굴뚝 청소를 하는 두 아이와 뫼비우스의 띠 이야기를 하고, 내화에 헐값에 아파트 입주권을 팔아 버리고 살인을 하게 되는 앉은뱅이와 꼽추 이야기가 섞여 있고, 다시 외화에 수학교사가 하고자 하는 말로 마무리.

난쟁이 가족의 삶을 통해 도시 재개발 이면에 숨겨져 있는 도시 빈민, 소외된 계층의 삶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내용을 우화적인 수법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과거와 현재의 중첩, 환상적인 분위기 설정 등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외화와 내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외화에서 아이들이 신뢰하는 수학교사는 마지막 시간에 아이들에게 뫼비우스의 띠와 굴뚝 이야기를 들려 준다. (내화에서, 곱추와 앉은뱅이는 헐값에 팔아버린 아파트 입주권을 되찾기 위해 입주권을 산 사내에게 폭력과 살인 그리고 방화를 행사한다. 곱추와 앉은뱅이는 사내의 이득 몫을 뺀 나머지 이십만 원을 자신들의 몫이라며 찾아온다 –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앉은뱅이와 꼽추, 몸도 성하지 않고 생활도 어려운 그들의 집이 무너져 버린다.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해 그들은 살 집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아파트 입주권이 나오지만, 입주금이 없어 시에서 주는 이주 보조금보다 약간 많은 돈을 받고 입주권을 팔고는 자신들의 집에 세든 사람들의 전세금을 계산해 주고 무일푼이 돼 버린 채,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잃었다. 동네의 다른 사람들은 집을 잃을 때 쇠망치를 든 사나이들과 한 바탕 다툼을 벌였지만, 꼽추네 식구들은 가만히 있는다.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 집마저 잃어 버린 그들은 복수를 결심한다. 기름통까지 준비하고 마음도 굳게 먹는다. 그러나 앉은뱅이는 적극적임에 반해 꼽추는 겁을 낸다. 앉은뱅이는 살이 피둥피둥한 부동산업자를 만나 그와 집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동산업자의 거짓말에 화가 난 앉은뱅이는 그를 차에 태운 후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다. 잔인한 살인을 하게 된 앉은뱅이, 그와 함께 복수를 음모한 꼽추이지만, 그는 그런 앉은뱅이가 무서워진다. 앉은뱅이는 강냉이 기계를 사서 생활할 계획을 세우고 꼽추는 약장수를 따라가겠다고 나선다. 그는 앉은뱅이의 복수심이 무서워 떠나겠다고 한다. 둘은 헤어지고 혼자 남은 앉은뱅이는 눈물을 흘린다. ). 평면인 종이를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오려서 그 양끝을 맞붙이면 안과 겉 양면이 있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한번 꼬아 양끝을 붙이면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한 쪽 면만 갖는 곡면이 된다.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는 곧 우리가 갇혔다고 생각한 세상도 갇히지 않는 곳이며, 억압되어 있다고 느껴 탈출을 시도해도 되돌아 올 수밖에 없는 곳이다. 수학 교사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인간의 지식은 터무니없이 간사한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제군은 제군의 지식이 제군이 입을 이익에 맞추어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나는 제군을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 사물을 옳게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이제 나의 노력이 어떠했나 자신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온 것 같다. – 문학과 지성 1976. 여름. 세대 1976. 2월. –

⑵ 칼날

회사원 남편을 둔 신애라는 중년 부인의 눈에 비친 세상의 모습이다. 신애는 사람들이 무시하고 천대하는 난쟁이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고, 난쟁이가 어려움을 당하자 구해 주기도 한다.

꿈 많고 총명했던 신애는 책을 쓰는 게 소원이었던 현우와 희망을 품고 결혼한다. 그러나 죽어라 돈을 벌어도 허덕이게 된 부부는 이제 가족 간의 의사 소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신문만 보는 현우,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는 큰아들, 라디오를 켜 놓고 공부하는 딸. 이들 가족은 공무원, 제과회사 차장 집들에 둘러 싸여 있다. 그들은 다 돈이 많이 드는 자가 수도를 놓고 밤에 물 받는 걱정을 안 한다. 신애는 수도꼭지를 낮춰 달면 물 받기가 수월해진다는 난쟁이의 말을 믿고 그에게 일을 맡긴다. 수도 설치하는 화가 난 사내들은 신애네 집으로 찾아와 난쟁이를 폭행한다. 신애는 부엌의 생선칼로 그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사내들은 살의를 갖고 있는 신애가 두려워 도망 간다. 수도꼭지를 단 그 날 밤 난쟁이의 말처럼 정말 수돗물이 흘러 나왔다. – 문학사상 1975. 12월.

⑶ 우주 여행

수험생 윤호의 가정 교사인 대학생 지섭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난쟁이 가족의 비참한 삶과, 지금의 수능 시험과 비슷한 예비 고사를 치르는 젊은이들의 방탕한 생활이 대비되어 있다.

윤호의 아버지는 윤호를 A대학 사회계열에 보내기 위해 지섭을 가정교사로 데려왔다. 윤호는 지섭을 알게 된 후 세상에 대한 인식을 다르게 하게 되었다. 지섭은 윤호에게 날개를 쓰지 않아 퇴화된 도도새[dodo 도도과의 새. 몸의 길이는 80~100cm, 무게는 25kg 정도의 거대한 새이며, 잿빛 청색 내지 흰색이다. 부리 끝이 굽었고 날개는 퇴화하여 날지 못하며 다리는 짧고 튼튼하며 짧은 꽁지는 뒤로 뻗어 올랐다. 17세기까지 모리셔스 제도에 살았으나 멸종하였다. 일명 우구(愚鳩). (Raphus cucullatus)] 이야기를 해 주기도 하고, 우주인을 만나게 해 주겠다며 윤호를 데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도 갔다. 난쟁이와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그 날 밤 윤호와 지섭은 달나라에 관한 얘기를 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산소가 없고, 권태로운 달나라 얘기를 한 윤호와 달리 지상에 없는 행복이 달에 있을 거라고 지섭은 말했다. 윤호는 대학에 떨어졌고 지섭은 쫓겨났다. 윤호는 학원에 나가 강의를 받고 개인 그룹을 지어 족집게 특수 지도를 받았다. 윤호는 특수 지도를 받는 아이들 가운데 맑고 깨끗한 은희를 알게된다. 예비고사 날 윤호는 특수 지도반 아이들 중 타락하고 쓰레기 같은 인규로부터 답안지를 보여 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대신 인규가 은희에 대한 관심을 끊겠다는 일종의 거래였다.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낀 윤호는 자살하기 위해 아버지가 숨겨둔 권총을 찾았다. 그 때 은희가 윤호를 방문하고, 윤호는 은희에게 권총을 쏴 자신을 달나라로 보내달라고 한다. 은희는 권총을 쏘는 대신 어머니가 없는 윤호를 어머니처럼 두 팔로 감싸안았다. – 뿌리깊은 나무 1976. 9월. 문학과 지성 1977. 봄.

⑷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1부에는 서술자는 영수로 난쟁이 가족이 철거 계고장(행정상의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문서)을 받아 행복동에서 내쫓기게 된 상황이 되고, 가족들의 생활이 과거, 대과거, 현재로 교차되면서 중첩되어 묘사되고 있다.

2부에는 서술자가 영호로 난쟁이의 딸 영희가 집을 나가고, 아파트 입주권을 투기꾼에게 판 난쟁이의 집이 철거되는 상황이,

3부에서 서술자는 영희로 영희가 투기꾼 사내의 금고에서 입주권과 돈을 들고 나와 아파트 입주 절차를 마치고, 신애 아주머니에게서 아버지의 죽음을 듣는 상황이 펼쳐지고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사회에 대해 절규한다.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성격 : 사회 고발적, 동화적

배경 : 1970년대, 도시의 빈민촌

시점 : 1인칭주인공시점(‘영수 – 영호 – 영희’로 시점이 이동됨

인물 :

아버지 : 변두리 생활을 하는 인물로 삶의 절망 끝에 공장 굴뚝 위에서 ‘달나라’를 향해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쇠공을 쏘아올리다 추락사 한다. 현실을 초월한 이상 세계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어머니 : 노동 현장에 뛰어 들어 어렵게 가계를 꾸려나가는 인고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

영수 : 큰아들로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있고, 주관이 뚜렷하다.

영호 : 현대 사회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분노한다.

영희 :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는 인물로 지배층에 의해 무너지지만 지배계층과의 대결 의지를 지니고 있는 인물.

소재의 상징적 의미

달나라 : 이상적인 세계이자, 사랑의 세계

작은 공 : 절실한 염원의 상징이자, 난쟁이 아버지를 상징

팬지꽃 : 순수한 영희를 상징하고, 현대 문명에 의해 훼손된다.

주제 : 도시빈민의 비참한 삶과 좌절, 산업 사회에서 소외된 도시 빈민계층의 삶의 고통과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꿈

줄거리 : 난쟁이 가족이 사는 낙원구 행복동에 이십 일 안에 자진 철거하라는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었다. 동생 영호는 집에서 떠날 수 없다고 버티었고, 울기 잘하는 영희는 훌쩍훌쩍 울기만 하고, 어머니는 무허가 건물 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표찰을 떼어 간직했다. 새 아파트에 들어갈 형편이 되지 않는 행복동 주민들은 하나, 둘씩 입주권을 팔기 시작했다. 입주권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갔다. 난쟁이네 집도 입주권을 팔고 전셋돈을 빼 주어야 했지만 난쟁이네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을 이어 나르고 시멘트를 직접 발라 만든 집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이웃집 명희 어머니는 명희가 죽고 남긴 통장에 든 돈을 난쟁이네 집에 전셋돈 빼주라고 빌려주었다. 명희는 나(난쟁이 집 큰아들 영수)를 좋아했다. 그녀가 바라던 건 내가 다른 아이들처럼 공장에 가지 않고 공부를 많이 해 큰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명희는 다방 종업원에서 캐디로, 버스 안내양으로 전전하다가 통장에 십구만 원을 남기고 자살했다. 나와 동생(영호)은 아버지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 되자 인쇄 공장에 나가게 됐다. 아버지는 당신의 형편에 어울리지 않게 길 건너 고급 주택에서 가정교사를 하는 지섭과 얘기를 나누곤 했다. 지섭은 사랑이 없이 욕망만 떠도는 땅을 떠나 달나라로 가야 한다고 아버지에게 말하고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을 빌려주었다. 인쇄 공장 사장은 불황이라는 단어를 빌미로 삼아 우리에게 쉬지 않고 일할 것을 강요했다. 나와 영호는 사장에게 가서 힘든 노동 시간에 대해 사장과 협상하려다 일도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났다. 아버지는 나와 영호에게 큰 일을 한 것이라고 추켜 주었다. 입주권 가격이 자꾸 올라가자 난쟁이네 가족은 이십오만 원을 받고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에게 입주권을 팔았다. 집은 헐리고, 영희와 아버지가 사라졌다. 영희는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를 따라갔다. 남자는 영희에게 대꾸하지 않고 말만 잘 듣는다면 많은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영희는 남자를 따라가 좋은 음식을 먹고 남자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영희는 자신이랑 환경이 많이 다른 남자의 집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그 곳에서 뭐하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영희에게 들려왔다. 영희는 남자의 금고에서 자신의 집 대문에 달려 있던 알루미늄 표찰을 되찾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영희는 표찰을 내고 아파트 입주 신청서에 아버지의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적어 넣었다. 신애 아주머니는 열이 나 아파하는 영희를 방에 데리고 가 간호를 해 주며 말했다. 아버지가 굴뚝 속에서 죽은 채로 발견 됐다고. – 문학과 지성 1976. 겨울.

의의 : 시간의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똑같은 문단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는 파편화된 현실을 나타내는 데에 효과적으로 작용하기도 하며, 말하기 힘든 주제를 미학적 양식으로 구현하는 역할도 한다. 이 작품은 난쟁이 가족의 삶으로 요약되는데, 난쟁이라는 설정 자체가 태생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결핍된 우리의 근대사를 드러낸다, 자기 삶의 터전을 일구지 못한 도시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과 그에 따른 절망을 냉정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내용 연구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쟁이[단순히 개인의 겉모습이 아니라,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인 약자, 소외 계층, 평화롭고 행복한 삶의 터전을 빼앗긴 존재를 대표]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영호, 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 난쟁이 가족의 비참한 생활

그런데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 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통장이 이걸 가져왔어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조각마루 끝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철거 계고장(戒告狀 : 행정상의 의무 이행을 알려 재촉하는 글이나 문서)예요.”

“기어코 왔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졸인 감자.[도시 빈민의 비참한 생활상]

나는 어머니를 위해 철거 계고장을 천천히 읽었다.

(중략)

우리 동네 주민들의 삼분의 이 이상이 이미 집을 헐어 버리고 떠났다. 나는 풀숲에서 몸을 일으켰다. 방죽 위 하늘의 별빛이 흐려 보였다. 날이 서서히 밝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풀어지지도 않은 신발끈을 고쳐 매고 몇 번 껑충껑충 뛰었다. 대문을 열고 나온 형이 방죽길을 따라 걸어왔다. 두 어깨가 축 늘어져 있었다.

“힘을 내, 형.”

내가 말했다.

“이건 힘으로 할 일이 아니다.”

형이 말했다.

“그럼 뭐야? 용기야?”

형은 점심 시간에 식사를 하지 않고 나를 찾아왔다. 우리는 기계실 뒤에 쪼그리고 앉아 이야기했다.

“우리가 말을 할 줄 몰라서 그렇지. 이것은 일종의 싸움이다.”

형이 말했다. 형은 말을 근사하게 했다.

“우리는 우리가 받아야 할 최소 한도의 대우를 위해 싸워야 돼. 싸움은 언제나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이 부딪쳐 일어나는 거야. 우리가 어느 쪽인가 생각해 봐.”[현실적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투쟁하거나, 참여해야 한다고 봄]

“알아.” – 현실에 대한 싸움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형

형은 점심을 굶었다. 점심 시간이 삼십 분밖에 안 되었다[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 조건]. 우리는 한 공장에서 일했지만 격리된 생활을 했다. 공원들 모두가 격리된 상태에서 일만 했다. 회사 사람들은 우리의 일양과 성분을 하나하나 조사해 기록했다[노동자들의 집단 행동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 그들은 점심 시간으로 삼십 분을 주면서 십 분 동안 식사하고 남은 이십 분 동안은 공을 차라고 했다. 우리 공원들은 좁은 마당에 나가 죽어라 공만 찼다.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간격을 둔 채 땀만 뻘뻘 흘렸다. 우리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했다. 공장은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원하기만 했다. 탁한 공기와 소음 속에서 밤중까지 일을 했다. 물론 우리가 금방 죽어 가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작업 환경의 악조건과 흘린 땀에 못 미치는 보수가 우리의 신경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그래서 자랄 나이에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발육 부조 현상을 우리는 나타냈다. 회사 사람들과 우리의 이해는 늘 상반되었다. 사장은 종종 불황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와 그의 참모들은 우리에게 쓰는 여러 형태의 억압을 감추기 위해 불황이라는 말을 이용하고는 했다. 그러지 않을 때는 힘껏 일한 다음 자기와 공원들이 함께 누리게 될 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희망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를 주지 못했다[회사의 이익과 노동자의 이익은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 우리는 그 희망 대신 간이 알맞은 무말랭이가 우리의 공장 식탁에 오르기를 더 원했다. 변화는 없었다. 나빠질 뿐이었다. 한 해에 두 번 있던 승급이 한 번으로 줄었다. 야간 작업 수당도 많이 줄었다. 공원들도 줄었다. 일 양은 많아지고, 작업 시간은 늘었다. 돈을 받는 날 우리 공원들은 더욱 말조심을 했다. 옆에 있는 동료도 믿기 어려웠다. 부당한 처사에 대해 말한 자는 아무도 모르게 밀려났다. 공장 규모는 반대로 커 갔다. 활판 윤전기를 들여오고, 자동 접지 기계를 들여오고, 옵셋 윤전기를 들여 왔다. 사장은 회사가 당면한 위기를 말했다. 적대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지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우리 공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이었다. 사장과 그의 참모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 공장 노동자들의 비참하고 열악한 현실과 경영주의 횡포

⑸ 육교 위에서

대학 신문을 통해 시대와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치려 했던 대학생이, 사회에 나와 점차 자신의 이상을 버리고 현실에 빠져 드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신애는 위가 나빠 병원에 누워 있는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혼잡한 사람들을 헤집고 육교를 지나가던 신애는 동생과 단짝 친구가 일하는 직장의 건물을 보고 동생과 동생 친구의 대학 생활과 또 소원해진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동생과 동생 친구는 학교 때 제대로 자신들의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대학 신문에 기고하기로 결정하고 교수였던 주간에게 보여 준다. 그러나 주간은 불온한 글이라며 싣지 못하게 했다. 둘은 몰래 등사를 해 교내에서 학생들에게 그 글을 나누어 준다. 주간은 둘의 행동에 대해 사태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으며 이제 현실을 파악하라고 충고한다. 둘은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마저 떠나고 둘 만 남은 느낌을 받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만난 동생과 동생친구는 입장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친구의 직장에 주간이 우두머리가 되어 왔고 주간은 자신이 끌어 줄 테니 함께 일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후 동생 친구는 변했다. 좋은 집에, 아내와 아이를 기르며 안락한 생활의 길로 접어들었다. 신애는 병원에 들려 동생의 아이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웃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 세대 1977. 2월.

⑹ 궤도 회전

재수생 윤호와 경애의 이야기로 경애는 큰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가의 손녀인데, 지섭을 통해 이미 세상에 눈을 뜬 윤호로부터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깨우친다.

아버지의 기대와 어긋나게 셋째 해 예비고사에서 떨어진 윤호는 철사로 매를 맞았다. 아버지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진 윤호는 ‘노동수첩’이라는 책을 읽었다. 윤호는 행복동에서 북한산으로 이사간 깨끗한 동네에서 이 책을 읽었다. 어느 날 길 건너 집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경애를 알게 되었다. 경애는 윤호를 ‘십대 공원’이라는 토론 주제 모임에 참가시킨다. 윤호는 이 모임에 나가 자신이 만난 난쟁이 가족에 대해 얘기해 준다. 은강시 공장에서 일하는 난쟁이의 아들, 딸에 대해 얘기를 해 주었으나 아이들은 지루해 하고 색다른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었다. 윤호는 경애에게 말한다. 십대 공원이라는 이 모임을 빌미로 너는 불쌍한 아이들을 팔았다고. 또 회사 대표였던 경애의 할아버지가 공원들에게 돌려 주어야 할 것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으며, 경애 또한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고통받는 걸 몰랐다는 것조차 죄라고 말한다. 경애는 윤호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도 죄인가로 되묻고 집으로 돌아간다. 경애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이 치러졌다. 윤호는 이 해 자신이 가져야 할 사랑. 존경. 자유…와 같은 과제를 떠올려 보았다. – 한국문학 1977. 6월.

⑺ 기계 도시

삼수생 윤호의 생활과 난쟁이 가족이 일하는 ‘은강’이라는 곳의 이야기다. 은강에서 노동 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큰아들 영수는 윤호에게 은강 그룹의 경영주를 죽이겠다는 결심을 밝힌다.

윤호는 삼수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가 보았던 난쟁이 가족이 살고 있는 동네를 잊지 못한다. 윤호와 사귀는 은희도 윤호가 난쟁이 가족이 일하고 있는 은강을 큰 부피로 떠올리고 있다. 은강은 서울에서 가까운 서해 반도부에 위치한 곳으로 금속, 도자기, 화학, 유지, 조선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면적은 백구십육 제곱킬로미터에 인구는 팔십일만 명이다. 공장은 북쪽 지대에 있고 바람이 바다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바다로 불기 때문에 매연이 이동을 했었는데 어느 날 공장 지대 상공에 머물던 매연이 주거지를 향해 불었다. 사람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많은 양의 폐수는 바다로 흘러갔다. 은강에서 일하는 대다수 공원들은 빈곤 때문에 일자리를 얻었으며, 인간적인 대우를 이 곳에서는 기대할 수 없고, 앞으로 이 곳 생활이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난쟁이의 큰아들 영수는 윤호에게 은강그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방시키기 위해 은강그룹의 경영주를 죽이겠다고 말한다. 윤호의 옆집에 사는 은강그룹의 경영주를 죽일 수 있도록 자신을 윤호의 집에 머물게 해달라고 한다. 윤호는 난쟁이의 큰아들 혼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위해 도울 생각을 해 본다. – 대학신문 1977. 6월

⑻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공장에 취직했지만 빈민굴에 살 수밖에 없는난쟁이 가족의 삶이 드러나 있다. ‘생활비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비’에 지나지 않는 어머니의 가계부를 보며, 영수는 독일에 있다는 난쟁이 마을 릴리프트를 생각한다.

영희는 나(영수)에게 독일에 있다는 릴리푸트읍 얘기를 한다. 억압, 공포, 불평등이 없는 난쟁이 마을 얘기였다. 벽돌 공장 굴뚝 안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버지는 릴리푸트읍 같은 마을에 사셨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은강 자동차에서, 동생 영호는 은강전기 제일 공장에서, 막내 영희는 은강방직 공장에서 일한다. 특별한 기술을 익히지 못한 우리는 그 곳에서도 제일 낮은 계급에 속했으며, 어머니는 우리가 벌어주는 돈으로 빠듯하게 생계 유지를 해 나가셨다. 하루 아홉 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에 잠깐의 휴식이 우리 생활의 전부였다. 나는 월급을 탄 날 지부장을 만나러 가 시간외 근무 수당의 부적절한 지급과 동료의 부당 해고 문제에 대해 항의했다. 그는 나의 말에 모두 동의했지만 회사 사람이었고 노동자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해고자 명단에 오르기 전에 은강자동차에서 나와 은강방직 공장으로 옮겨갔다. 은강에서는 생존을 위해 죽어라 일해야 했다. 우리의 생존비용으로 가득 채워진 어머니의 가계부를 덮으며 나는 릴리푸트읍에 대해 생각했다. – 문학사상 1977. 10월.

⑼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난쟁이 가족을 포함한 노동자들이 꿈꾸는 세상의 모습과 노사 협상 장면이 펼쳐진다. 그들은 사랑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꿈꾸며 살지만, 은강에서는 신마저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아버지가 꿈꾸던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법을 가져야 하는 세상이라면 이 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고 나(영수)는 생각했다.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영희는 섭씨 30도 이상 되는 공장 내부에서 졸면서 일했고 작업반장은 조는 영희에게로 다가와 빨간 피가 배어 나게 옷핀을 찔렀다. 나는 그곳에서 기사 조수로 일했다. 공장에서 사고가 일어나 공원들이 죽어갔다. 노동조합 지부장이 끌려가고 공원들이 무더기로 해고당하는 좋지 않은 사태가 공장 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새로 선출된 지부장인 영이를 어느 날 영희가 내게 데리고 왔다. 영이와 나는 자주 만나 사용자측과의 만남을 대비한 준비를 했다. 노사 대표가 만나는 회의가 열렸다. 근로자 측은 임금 인상과 정당한 이윤 분배를 요구했다. 사용자측은 근로자 측을 사사건건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로 규정 짓고 들어줄 것이 없다고 답했다. 나는 사랑을 갖지 않는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던 아버지의 말이 옳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잘 못을 저지르고 있으며 은강에서는 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 문예중앙 1977. 겨울.

⑽ 클라인 씨의 병[Klein bottle : 독일의 수학자 펠릭스 클라인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뒤틀림을 위해 원통 표면의 두 끝을 반대방향으로 결합하여 얻는 위상공간으로 표면을 3차원의 유클리드 공간에 작도할 수 없으나 뫼비우스 띠처럼 한 면으로 된 재미있는 성질을 갖는다. 닫혀 있으나 원환체나 구처럼 ‘내부’를 갖지 않고 적절하게 둘로 자르면 2개의 뫼비우스 띠를 얻는다]

영수는 노동조합에 활동에 깊이 관여했다는 이유로 공장에서 쫓겨나고, 블랙리스트(주의나 감시를 필요로 하는 인물의 이름을 적은 문서)에 이름이 오른다. 영수는 안팎이 없는 ‘클라인 씨의 병’을 보고, 우리의 세계 역시 갇혀 있지 않으면서도 갇힌 것이고, 갇혔다는 것도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영수)는 은강방직에서 노동 조합 운동을 하게 된다. 교회 목사로부터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의식화 교육을 받는다. “근로자의 손해는 경영주의 이익이라는 단순한 지적이 우리의 뒤통수를 쳤다. 부의 증가는 저임금 근로자의 수의 증가와 비례해 왔다는 역사를 그가 들춰냈다. 우리는 그를 믿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머니는 내가 공장 일만 하기를 바란다. 그러던 어느 날 행복동 철거반원과 몸싸움 끝에 끌려 갔다온 지섭이 노동운동가로 변해 나를 만나러 왔다. 지섭은 내게 노동현장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준다. 지섭이 떠나고 나는 과학자가 만든 이상한 병을 보게된다. 안과 밖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기묘한 형상을 한 클라인 씨의 병이라고 이름 붙은 이 병에서는 안이 곧 밖이고 따라서 안과 밖의 구별이 없으므로, 우리의 세계도 갇혀 있지 않으면서도 갇힌 것이고 갇혔다는 것도 착각이라는 명제를 나는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소설 지문에서 – 그가 공장 그의 방에서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병을 보여 주었다. 말이 병이지, 내부가 있어 공간이 밀폐되는, 그런 보통의 병이 아니었다. 대롱 벽에 구멍을 뚫어 한쪽 끝을 구멍에 넣어 만든 이상한 병이었다.

과학자는 그것을 ‘클라인씨의 병’ 이라고 했다. 그림 ③이 바로 그것이다. 과학자는 그림 ①과 같은 유리 대롱으로 그 병을 만들었다. 그림 ②처럼 원기둥의 한쪽을 넓게 하고 그 반대쪽을 좁게 변형시킨 다음 벽에 구멍을 뚫어 그림 ③을 완성한 것이다. 종이는 안과 밖 두면을 갖는데, 학자들은 ‘안팎이 없는 한 면의 종이’, ‘안팎이 없고 닫혀 있는 공간’ 등, 상식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이상야릇한 것들도 연구하게 된다고 했다. 과학자가 내게 보여준 이상한 병도 독일의 수학자 펠릭스 클라인이 순전히 논리의 결과인 추상적인 측면에서 연구하여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과학자는 의아해하는 나에게 말했다. “이것이 클라인씨의 병야. 안팎이 없는데 닫힌 공간이 있어.” 나는 그림 ③의 병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나는 내가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초등적이며 단순한 생각이 기본이 된 문제도 이해하지 못한다고 믿었다. 그런데 과학자는 교육적으로 어떤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상식적인 방법에 의해 문제의 핵심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논리의 구애를 받으면 문제를 자꾸 복잡하게 만들게 되니까 쉽게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정말 내부가 없군요.” 내가 말했다. “안팎을 구분할 수 없어요. 그리고, 닫혀 있는 공간이란 말도 알겠어요. ” 과학자가 웃었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내부와 외부의 구분이 있으면 이런 현상은 없지. ” 그날 나는 이 병을 왜 나에게 보여주느냐고 물었고, 과학자는 병을 완성한 순간에 네가 왔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나에게는 우연 같지가 않았다. 더욱 알 수 없는 것은 그림 ③의 실체가 내 눈앞에 있는데 그 실체를 무시하고 상상의 세계에서만 그 존재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림 ③을 들고 “그럼 이것은 뭡니까?” 내가 물었는데 그는 간단히 “그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략)…

“이제 알았어요.”

빠른 목소리로 나는 말했다.

“이 병에서는 안이 곧 밖이고 밖이 곧 안입니다. 안팎이 없기 때문에 내부를 막았다고 할 수 없고, 여기서는 갇힌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벽만 따라가면 밖으로 나갈 수 있죠. 따라서 이 세계에서는 갇혔다는 그 자체가 착각예요.”

과학자는 나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대로야.”

과학자가 말했다.

그가 ‘클라인씨의 병’을 들고 나를 향해 돌아섰지만 나는 그의 방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은강방직 보전반 기사 조수는 빠른 걸음으로 공장을 향해 걸어갔다. ] – 문학과 지성 1978. 봄.

⑾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은강 그룹 경영자의 손자인 경훈의 눈에 비친 세상이 그려져 있다. 강자는 약자에게 어떤 짓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훈은 숙부를 찔러 죽인 영수와 그를 싸고 도는 지섭, 그들을 따르는 어린 공장 노동자들을 경멸한다. 결국 영수는 사형 선고를 받고, 경훈은 그물에 큰 가시고기들이 걸리는 꿈을 꾼다.

숙부를 은강그룹의 회장으로 착각한 공원의 칼에 맞아 숙부는 죽었다. 사촌은 미국에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가 나(은강그룹 경영주 아들 경훈)와 함께 법정에 참석한다. 범인은 은강방직 기사로 일하던 난쟁이 가족 큰아들이었다. 사람이 죽은 엄연한 사실을 갖고 변호인 측은 은강 그룹 회장이 노동자의 억압의 중심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죽여야 했다는, 부정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투사적 논리까지 펴나간다. 변호인 측 증인으로 등장한 손가락이 여덟 개뿐이 없는 지섭은 난쟁이의 큰아들은 이상을 펴려다 고생을 했으며 지금도 난쟁이 큰아들과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것은 집단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논리를 편다. 마음 약한 사촌은 그들의 논리에 열심히 귀 기울이고 무엇이 사실인가를 나에게 설명한다. 공판은 끝나고 사촌형은 떠났다. 재판 결과는 난쟁이 큰아들에게는 사형이 선고됐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기대를 품었던 공원들은 혼란과 착각에 빠졌고 재판에 승소할 것처럼 기세 등등하던 변호인은 낙담했다. 이번 일로 나는 공원들의 행복과 부모님이 내게 주신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 창작과 비평 1978. 여름.

줄거리 :

발단 – ‘나’는 은강 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은강 공장에서 올라온 한 노동자(영수)가 ‘나’의 숙부를 아버지로 착각하여 살해하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서 사촌형(윤호)이 돌아온다. 그는 살인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나’의 관심사는 오직 후계권과 성적인 것에만 쏠려 있다.

전개 – 사촌형과 함께 공판에 참석한 ‘나’는 공판정 앞에서 노동자들에게 둘러싸여 아버지를 모욕하는 노래를 듣는다. 변호인측 증인으로 나온 한지섬은 영수를 두둔한다. ‘나’는 그들에게 증오를 느낀다.

위기 – 검사와 변호사의 심문을 통해 영수의 살해 동기가 드러난다. 은강 그룹의 적대적인 노동행위가 드러난다. 영수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 행위가 의도적인 것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절정 – 공판이 끝나고 영수는 사형 선고를 받고, ‘나’는 어머니에게 공장 노동자들이 행복한 마음을 갖고 일하게 하려면 약을 먹이면 된다고 말했다고 핀잔을 듣는다.

결말 – ‘나’는 ‘내’가 쳐 놓은 그물에 가시고기가 걸려들고 그들이 달려들어 ‘나’를 공격하는 꿈을 꾼다.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제 : 지배 계층의 허위의식 고발

⑿ 에필로그[(epilogue : ① 문학에서는 시가, 소설, 연극 따위의 끝나는 부분. ② 음악에서는소나타 형식의 악장에서, 부주제 뒤의 작은 종결부. <->프롤로그(prologue) ① 문학에서는 = 서시(序詩), 연극 영화에서는 극의 앞부분에서 한 명 또는 여러 명의 배우가 극의 내용을 소개하는 일. 또는 그 대사.]

‘뫼비우스의 띠’에 등장했던 수학 교사가 교실로 들어와 예비 고사 수학 성적이 떨어진 책임을 지고 윤리 과목을 맡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는 작은 혹성으로 우주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는 말을 남기고는 교실을 나선다. 한편 약장수를 따라나섰다가 실컷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은 꼽추와 앉은뱅이는, 사장을 잡으러 나섰다가 영수가 죽어 나왔다는 감옥을 발견하고는 복수를 포기한다.

수학 선생은 예비고사 성적에서의 부진을 이유로 윤리 교사를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런 상황으로 몰리게 된 제도적 문제점과 그래서 그가 지구를 떠나 우주로 여행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다. (뫼비우스의 띠에 등장했던 꼽추와 앉은뱅이는 약장사를 따라 떠났으나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내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앉은뱅이와 꼽추는 자신들을 따돌리고 도망쳐 버린 사장을 찾아 한 밤중 떠난다. 도중에 그들은 난쟁이 큰아들이 갇혀있다 죽어 나온 형무소를 보게 된다. 꼽추는 앉은뱅이에게 사장을 죽이기 위해 품고 있는 칼을 버리라고 말한다.) – 문학사상 1978. 3월.

출전 : 문학과 지성(1976)

(‘뫼비우스의 띠’의 우화적 기법으로 ‘우화’란 동물이나 식물의 이야기, 비유적인 짤막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소설 양식으로, 작가는 수업 상황을 설정하여 수학 교사를 통해 엉뚱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우화적 질문은 뒤에 이어지는 사건과 연결되어 그 의미를 드러낸다. 작품을 읽은 후 우화적 질문과 사건이 연결되면서 작품의 의미가 구체화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교사는 겉과 속이 구별되지 않는 세상사의 다양한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도식적인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을 배제시키고 정확한 인식과 판단력을 독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1. 이 소설에서 교사가 들려 준 굴뚝 청소 이야기는 어떤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하면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처음 이 글을 읽을 때 각자 누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말해 보자.

이끌어 주기 : 이 활동은 이어지는 1-(2), 1-(3) 활동과 연관된 것이다. 이 일련의 활동이 궁극적으로 대상의 본질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한 것임을 이해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시답안]

얼굴이 깨끗한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다.

얼굴이 더러운 아이가 씻을 것이다.

두 아이 모두 얼굴을 씻을 것이다.

(2) 만약 자신의 생각이 이야기 속의 교사의 말과 일치했다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교사의 설명과 비교해 보자. 그리고 일치하고 않았다면 교사의 설명이 어떠한 면에서 잘못되었는지 설명해 보자.

이끌어주기 : 이 활동의 핵심은 제3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지 않도록 하는 데 있음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즉 대상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파악하는 것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예시답안]

얼굴이 깨끗한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한 경우는 교사의 설명과 일치하다. 얼굴이 더러운 아이처럼 자신의 얼굴도 당연히 지저분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씻는 것이다. 하지만 얼굴이 더러운 아이가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한 경우는 제3자의 입장에서 상식을 적용한 경우이다.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반드시 세계와 대상의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고정 관념을 자리잡아 우리의 대상 인식에 방해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교사가 처음 학생들에게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설명은 이러한 점에서 타당성을 지닌다. 또한 굴뚝 청소는 두 아이가 모두 했으므로 청소 후 두 아이 모두 얼굴을 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3) 교사가 같은 질문을 또 던지고 다른 대답을 한 이유는 무엇인지 두 번째 대답에 대한 설명의 타당성을 다져 보면서 생각해 보자.

이끌어주기 : 대상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또 다른 경이다. 즉 무엇이 상식적인 인식인가의 문제와 관련하여 흑백 논리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는 대상의 올바른 이해에 방해가 됨을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시답안]

세계와 대상에 대한 본질적 인식은 이분법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교사가 같은 질문을 하고 대답을 달리 한 것은 안과 밖, 흑백 논리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의 고정 관념을 깨뜨리려고 했다는 점에서 그 타당성을 지닌다. 두 아이가 함께 굴뚝을 청소했다면 그을음을 전혀 묻히지 않은 깨끗한 얼굴일 수는 없다. 우리가 진실로 믿고 받아들이는 것이 실상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으며, 따라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일깨우고자 한 것이 교사의 의도이다.

[호접지몽(蝴蝶之夢) : 나비가 된 꿈이란 뜻. 중국의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피아(彼我)의 분별을 잊고 즐겁게 놀았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로 (胡蝶之夢) ① 물아(物我)의 구별을 잊음의 비유. ② 만물 일체(萬物一體)의 심정 ③ 인생의 덧없음의 비유. 《出典》’莊子’ 齊物論篇의 말로 전국시대의 사상가 장자(莊子)는 맹자와 같은 시대의 인물로서 물(物)의 시비(是非) 선악(善惡) 진위(眞僞) 미추(美醜) 빈부(貧富) 귀천(貴賤)을 초월하여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제창한 사람이다. 장자가 어느날 꿈을 꾸었다. 자신은 꽃과 꽃 사이를 훨훨 날아다니는 즐거운 나비 그 자체였다. 그러나 문득 깨어 보니 자기는 분명 장주(莊周)가 아닌가. 이는 대체 장주(莊周)인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자기는 나비이고 나비인 자기가 꿈속에서 장주(莊周)가 된 것일까. 꿈이 현실인가, 현실이 꿈인가. 그 사이에 도대체 어떤 구별이 있는 것인가? 추구해 나가면 인생 그 자체가 하나의 꿈이 아닌가.《莊子》의 이런 우화(寓話)는 독자를 유현(幽玄)의 세계로 끌어들여 생각게 한다. 옛날에 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어, 나비가 된 것을 기뻐하였다. 스스로 즐겨서 뜻하는 대로 가고 있어, 자신임을 알지 못했다. 갑자기 깨달으니 곧 莊周가 되어 있었다. 알지 못하겠다. 莊周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莊周가 된 것인지를. 莊周와 나비와는 곧 반드시 구별이 있다. 이것을 자연(自然)이 된다고 말한다. ]

(4) ‘뫼비우스의 띠’를 통해 교사가 말하고자 한 바는 무엇인지, 사물에 대한 인식이라는 측면에서 각자 말해보자.

이끌어주기 : 학생들에게 각자 뫼비우스의 띠에 대해 조사하여 발표하도록 하면서, 그것을 발견한 과학자의 생각을 바탕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예시답안]

‘뫼비우스의 띠’는 안쪽과 바깥쪽이 구별되지 않는 단측 곡면이다. 우리가 사실, 혹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고, 흑과 백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사물을 인식할 때에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안목’이 필요하다.

2. 이 소설에서 생략된 부분을 찾아 읽어보고,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생략된 부분은 소설 속의 또 다른 소설로, 도시의 철거민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그 내용을 정리해 보자.

이끌어주기 : 생략된 부분은 수학 교사가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액자 소설 형식의 이야기이다. 빈민촌의 개발로 집을 잃은 도시 철거민 앉은뱅이와 꼽추는 사기 당한 돈을 찾기 위해 부동산 업자를 납치하여 차에 불태워 죽이게 된다. 이로써 피해자였던 앉은뱅이와 꼽추는 가해자의 처지로 바꾸게 된다. 이러한 내용과 관련하여 ‘뫼비우스의 띠’는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분간할 수 없는 왜곡된 현실의 상징임을 알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예시답안]

앉은뱅이와 꼽추, 몸도 성하지 않고 생활도 어려운 그들의 집이 무너져 버린다.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해 그들은 살 집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살 집마저 잃어버린 그들은 복수를 결심한다. 기름통까지 준비하고 마음도 굳게 먹는다. 그러나 앉은뱅이는 적극적임에 반해 꼽추는 겁을 낸다. 앉은뱅이는 살이 피둥피둥한 부동산업자를 만나 그와 집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동산업자의 거짓말에 화가 난 앉은뱅이는 그를 차에 태운 후 기름을 붓고 불을 지른다. 잔인한 살인을 하게 된 앉은뱅이. 그와 함께 복수를 음모한 꼽추이지만, 그는 그런 앉은뱅이가 무서워진다. 앉은뱅이는 강냉이 기계를 사서 생활할 계획을 세우고 꼽추는 약장수를 따라가겠다고 나선다. 그는 앉은뱅이의 복수심이 무서워 떠나겠다고 한다. 둘은 헤어지고 혼자 남은 앉은뱅이는 눈물을 흘린다.

1. 수학 교사가 들려 준 굴뚝 청소 이야기는 어떤 상징적 의미 ⇒ 인간의 삶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관계를 벗어난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2. 이 작품의 서사 구조가 갖는 특징과 효과는 ⇒ 시간의 흐름이 과거와 현재가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혼재하고 있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의 혼재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등장 인물과 서술자가 내면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음을 암시한다.

3. 액자 소설 형식이 가지는 효과. ⇒ 액자 소설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에 사실성을 부여하여 신뢰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외부 이야기를 통해 내부 이야기의 의미를 암시하기도 한다.

4. 꼽추가 말하는 ‘완전한 사람’의 의미. ⇒ 사회적 약자인 꼽추에게는 완전한 사람이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지킬 힘을 소유한 사람일 것이다. 꼽추에게 약장수는 강인한 육체적 힘을 지닌 인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완전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소설은 연작 소설집인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다른 작품들처럼 ‘난쟁이’를 주인공으로 하여, 산업화로 말미암은 도시 빈민의 비극적 삶의 현실을 비판적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그러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이 작품은 그 내용이 수학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 제시되는 일종의 액자 소설의 형태를 보여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수학 교사의 이야기의 핵심이 바로 ‘뫼비우스의 띠’의 문제이며, 그것이 암시하는 바 세상 만물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과 뒤를 구분할 수 없는,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사실 혹은 진실인 것처럼 믿는 것이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 따라서 현실에 대한 엄정한 비판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블랙박스 문학)

이해와 감상1

이 작품은 12편의 연작 소설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데, 다른 작품과는 달리 이 작품은 그 내용이 수학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 제시되는 일종의 액자 소설의 형태를 보여준다는 점이 특이하다. 1970년대 가장 핵심적인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작품 속의 수학 교사가 학생들에게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어떻게 형성시키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작가는 수학 교사의 우화적인 이야기를 통해, ‘뫼비우스의 띠’의 문제를 핵심적으로 부각시키며, 그것이 암시하는 바 즉, 세상 만물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과 뒤를 구분할 수 없는,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사실 혹은 진실인 것처럼 믿는 것이 실상은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 따라서 현실에 대한 엄정한 비판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해와 감상2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내화 즉, 액자 소설의 속 이야기에 해당하는 앉은뱅이와 꼽추의 이야기는 1970년대 도시 재개발의 이변에 드리워진 빈민들의 처절한 삶의 절규가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앉은뱅이와 꼽추는 연작의 다른 작품에 나타나는 ‘난쟁이’와 같은, 산업화된 거대 도시 자본 속에서의 무능력하고 무력한 존재이다. 이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을 빼앗아간 부동산업자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복수를 하지만, 복수의 과정에서 평소 꼽추네 집안 사람들보다 대가 약했던 앉은뱅이는 오히려 부동산업자에게 폭력적으로 복수를 한다. 돈을 빼앗고 휘발유를 뿌려 그를 불에 태워 버린다. 상식적으로는 비도덕적이고 비인륜적인 앉은뱅이의 복수이지만, ‘뫼비우스의 띠’라는 작품의 제목을 상기할 때, 그의 행동은 부동산업자를 비롯한 당대 사회가 앉은뱅이네와 꼽추네의 삶의 터전을 앗아간 것과 같은 면에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꼽추는 이렇게 동일한 폭력성에 환멸을 느끼며, 비록 힘들고 어려운 약장사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그 길로 걸어가고자 한다. 그러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호한 현실 속에서, 꼽추는 앉은뱅이에게서 돌아서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하지만,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조세희

1942년 경기도 가평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졸업했다.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돛대없는 장선(葬船)’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경희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이며, 계간 「당대비평」 편집인이다. 1979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으로 제13회 동인문학상 수상 했다. 등단한 것은 1960년대 중반의 일이지만, 문단의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5년 난장이 연작의 첫 작품인 《칼날》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1976년 난장이 연작 《뫼비우스의 띠》 《우주공간》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을 발표하였으며, 1977년 역시 난장이 연작 《육교 위에서》 《궤도회전》 《은강 노동가족의 생계비》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등을 발표하였다.

1978년 《클라인씨의 병》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에필로그》를 이전의 난장이 연작과 함께 묶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작품집을 출간하여, 문학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을 함께 이룬 문제작으로 주목받았다.

그의 난장이 연작은 1970년대 한국사회의 모순에 정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여기에서 난장이는 정상인과 화해하며 살 수 없는 대립적 존재로 등장하고 있으며, 1970년대 한국사회의 최대 과제였던 빈부와 노사의 대립을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소설적 접근을 통해 한국의 1970년대가 이 두 대립항의 화해를 가능케 할 만큼의 성숙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그려내고 있는 난장이 연작에 환상적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계급적인 대립과 갈등이 마치 비논리의 세계나 동화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 결과 현실의 냉혹함은 더욱 강조된다.

연작 형식은 소설 양식의 확대를 가능하게 하면서 이야기 형식의 긴장과 이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 이같은 형식이 난장이 연작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1970년대 소설이 종래의 단편 형식으로는 현실에 적절히 대응할 수는 없으며 그렇다고 장편 양식으로 현실을 개괄할 수 있을 만큼의 성숙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주제와 양식과 기법에 대한 도전과 그 성과는 1970년대 문학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밖의 작품으로는 《오늘 쓰러진 네모》(1979), 《긴 팽이모자》(1979), 《503호 남자의 희망공장》(1979), 《시간여행》(1983), 《하얀 저고리》(1990)를 비롯하여, 소설집으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 《시간여행》(1938)과 콩트를 사진과 함께 엮은 《고통의 뿌리》(1986), 희곡 《문은 하나》(1966)가 있다. (출처 : 예스 24)

뫼비우스 띠와 클라인씨의 병

교사는 공동체의 선을 위한 사회적 윤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한 쪽 면만 갖는 곡선의 세계 즉 ‘뫼비우스의 띠’의 눈으로 보는 세계의 구체적 실상은 무엇인가. 철거민과 그들에게서 입주권을 터무니없는 싼값으로 사들인 부동산업자 사이의 갈등에서 피해자인 철거민이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 경제적 착취에 맞서는 또 다른 폭력이 그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별할 수 없는 현실, 여기에 안팎을 구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가 있다.

뫼비우스의 입체인 <클라인 씨의 병>에서는 “이 세계에서는 갇혔다는 그 자체가 착각예요”라는 말처럼 갇힌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그런 것은 현실에 실재하지 않는다. 현실 세계에서 보이는 힘과 부의 편중은 갇힘과 나눔을 피할 수 없는 질서를 만들어 놓았다. 난쟁이 일가가 살고 있는 현실이 바로 그렇다. 그러나 클라인 씨의 병이 보여주는 것은 ‘갇힘이 착각일 수 있다’는 발상의 뒤집음이다. 그것은 갇힘이 불변하는 절대적 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환기시키는 상상력이다. 이 상상력에 기대어 작가는 헤어날 길 없는 절망적 현실에 갇힌 난쟁이에게 꿈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살며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아름답고 순수한 세계가 그것이다.

이 아름답고 순수한 세계가 난쟁이의 경우 ‘달나라’이다. 즉 사랑의 세계다. 상상 속에서나 그 존재가 가능할 기묘한 현실이 클라인 씨의 병처럼 엄연한 실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이상, 난쟁이가 소망한 또 하나의 상상 속의 세계가 실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난쟁이의 소망이 우화적인 색채를 띠지 않고 구체적인 삶의 무게를 지니는 것은 작가의 현실 인식이 이 작품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형식상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스타카토’ 문체에 있다. 우리 산문에서는 유례없이 짧은 문장으로 운문처럼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짧은 문장들 안에서 많은 동작과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묘사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을 철저하게 절제하고 있다. 그의 절제는 ① 접속사와 수식어를 전적으로 배제하고 체언과 용언으로만 구성하며, ② 중문 도는 복문 구조를 피하며 단문으로 일관하고, ③ 주관적인 생각이나 느낌을 거세시켜 객관 묘사법으로 진행시키고 있는 데서 극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 스타카토 문체가 주는 효과는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의 순수한 공백이 독자의 인상과 감동을 촉발한다는 데에 있다. 이 수법은 대화에도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 즉 동어 반복이 계속되는 듯한 대사를 사용함으로써 상당히 빠른 속도감을 주고 많은 설명과 강조가 대담하게 생략된다. 조세희의 지문과 대화는 최대한의 생략과 절제 위에서 자신의 문체를 순수하게 결정(結晶)된 상태로 유도한다. 그리하여 추악함을 추악하게보다는 아름답게 느끼게 만들며 그 아름다움에 의해 더욱 비극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조세희의 소설이 지극히 사실주의적인 주제와 소재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깊은 서정성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난쟁이 일가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계층과 공장 노동자들이다. 작가는 비상하게 날카로운 촉수로 이들의 삶의 조건과 양상을 파헤침으로써 70년대 한국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제기된 노동 현실이 심층을 해부하였다. 난쟁이와 그의 가난한 아들과 딸, 앉은뱅이, 꼽추 등으로 대변되는 소외 계층과 공장 노동자들이 권력과 자본의 횡포에 저항하는 열두 편의 이야기는 노동 문학의 미학을 제시하여 70 – 80 연대 문단은 물론 문화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이 작품은 70년대 노동 운동의 성장과 더불어 80년대의 노동 문학의 밑거름이 된 작품이다.

‘뫼비우스의 띠’의 상징성

이 작품에서 ‘뫼비우스의 띠’가 지닌 다양한 의미는 두 개의 이야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우선 첫 번째 이야기에서, 굴뚝 청소와 관련된 교사의 질문에 대하여 더러운 아이와 깨끗한 아이가 있다는 전제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그들이 얼마나 고정 관념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는가를 알 수 있다. 교사는 이런 관념을 깨뜨리기 위해 안과 밖을 구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칠판에 그리게 된다. 말하자면 여기서 등장하는 뫼비우스의 띠는 흑백 논리, 혹은 항상 안과 밖이 존재한다고 믿는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도구이다.

다음으로 두 번째 이야기에서, 앉은뱅이와 곱추는 자신들의 입주권을 헐값으로 사들인 부동산 업자로부터 사기당한 돈을 다시 받아내기 위해 그를 납치한다. 그런데 두 사람은 부동산 업자로부터 자신들의 몫을 되돌려 받은 뒤에도 그를 풀어 주지 않고 차와 함께 불태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원래 피해자였던 앉은뱅이와 곱추는 가해자로 처지가 바뀌게 된다. 뫼비우스의 띠는 바로 이처럼 겉으로 보아서는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쉽게 알 수 없는 왜곡된 현실의 상징이다. 굴뚝 청소를 하고 나온 아이들처럼 이 세계에서 부동산 업자는 자신의 더러움을 알지 못하고 앉은뱅이와 곱추로 대표되는 소외 계층도 자신의 깨끗함을 알지 못한다.

이와 같이 혼란한 세계에서 끝내 부동산 업자를 불태워 죽인 앉은뱅이처럼 당장의 이익을 위해 쉽게 행동하는 지식의 간사함을 고발하는 것 또한 뫼비우스의 띠가 상징하는 의미의 하나이며, 다른 한편으로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다는 점에서 빈부의 격차 없이 평등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의미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뫼비우스의 띠’와 ‘클라인 씨의 병’의 상징성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첫머리에 놓여 있는 ‘뫼비우스의 띠’에는 뫼비우스의 띠와 뫼비우스의 입체를 생각해 보라는, 고교 삼학년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수학 교사의 말이 작품 앞뒤에 놓여 있고, 그 사이에 앉은뱅이와 꼽추의 이야기가 끼여 있다. 그 이야기는, 헐값으로 딱지(재개발 지역의 입주권)를 넘긴 앉은뱅이와 꼽추가 브로커의 농간을 알아채고 그를 살해, 복수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연작의 첫머리에 암호처럼 놓여 있는 뫼비우스의 띠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소설 속 수학 교사의 말을 들어 보자.

“내가 마지막 시간에 왜 굴뚝 이야기나 하고, 띠 이야기를 하는지 제군은 생각해 주리라 믿는다. 차차 알게 되겠지만 인간의 지식은 터무니없이 간사한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제군은 이제 대학에 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제군은 결코 제군의 지식이 제군이 입을 이익에 맞추어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나는 제군을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 사물을 옳게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이제 나의 노력이 어떠했나 자신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온 것 같다. 다른 인사말은 서로 생략하기로 하자.”

여기에서 교사가 공동체의 선을 위한 사회적 윤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는, 한 쪽 면만 갖는 곡면의 세계 즉 뫼비우스의 띠의 눈으로 보는 세계의 구체적 실상은 무엇인가.

철거민들과 그들에게서 입주권을 터무니없이 싼 값으로 사 들인 부동산업자 사이의 갈등에서 피해자인 철거민이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경제적 착취에 맞서는 또 다른 폭력)이 그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별할 수 없는 현실, 여기에 안팎을 구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가 놓여 있다. 그러니까 작가는 이와 같은 비극적 현실에 분노하면서, 이런 비극을 낳는 사회 구조의 모순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안팎이 없는 닫힌 공간을 보여 주는 ‘클라인 씨의 병'(뫼비우스의 입체)도 연작의 주제를 전달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이 병에서는 안이 곧 밖이고 밖이 곧 안입니다. 안팎이 없기 때문에 내부를 막았다고 할 수 없고, 여기서는 갇힌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벽만 따라가면 나갈 수 있죠. 따라서 이 세계에서는 갇혔다는 그 자체가 착각예요.(‘클라인 씨의 병’에서)

갇힌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는 세상은 그러나 현실에 실재하지는 않는다. 현실 세계에서 보이는 힘과 부의 편중은 갇힘과 나눔을 피할 수 없는 질서로 만들어 놓았다. 난쟁이 일가가 살고 있는 현실이 바로 그렇다. 그러나 클라인 씨의 병이 보여 주는 것은 ‘갇힘이 착각일 수 있다’는 발상의 뒤집음이다. 그것은 갇힘이 불변하는 절대적 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환기시키는 상상력이다. 이 상상력에 기대어 작가는 헤어날 길 없는 절망적 현실에 갇힌 난쟁이에게 꿈을 불어 넣을 수 있었다.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살며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아름답고 순수한 세계가 그것이다.

이 ‘아름답고 순수한 세계’가 난쟁이의 경우에는 ‘달나라’이다. ‘이 땅에서 끝까지 고생하다 바짝 마른 몰골로 죽기’ 전에 ‘힘든 일에 눌려 허우적거리다 숨을 거두기’ 전에 난쟁이가 가고 싶어하는 ‘달나라’는 물론 상상 속의 세계이다. 그러나 그 상상 속의 세계는 난쟁이가 그린 ‘사랑’의 세계이다.

상상 속에서나 그 존재가 가능할 기묘한 현실이 클라인 씨의 병처럼 엄연한 실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이상, 난쟁이가 소망한 또 하나의 상상 속의 세계가 실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난쟁이의 소망이 우화적인 색채를 띠지 않고 구체적인 삶의 무게를 지니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작가의 현실 인식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그 긴 생명의 비밀 – 작가 조세희씨의 말

저는 본래 소설을 쓰겠다는 생각을 고등학교 때부터 품고 있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어머니는 시골에 계시고, 저만 혼자 서울의 친척집에 얹혀 살았습니다. 소년에게 서울은 굉장히 살벌한 곳이었고, 또한 아주 쓸쓸한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은 별로 없었고, 운동을 좋아했기 때문에 해질녘까지 운동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면 저녁에는 굉장히 심심할 텐데 뭘 하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알아보니 제가 다니던 중학교에 ‘적십자 문고’가 있어서 책을 대출해 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심심함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벗을 찾은 거죠. 그런데 제가 운동을 하다가 늦게 책을 빌리러 가면, 그 당시 학생들 사이에 인기 있던 [벌레 먹은 장미], [울면서 넘는 고개], [자유부인] 등은 진즉 다 대출이 되고 없었습니다. 남아 있는 것이라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들뿐이었습니다. 그래서 2학년 1학기 때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을 대출해서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 뒤에 물론 [죄와 벌]도 읽었습니다. 적십자 문고에서는 또 한 작가가 늘 쓸쓸하게 버림받고 있었는데, 그건 톨스토이였습니다. 저는 그래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빌려다 탐독했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두 권의 책과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최초로 읽은 소설입니다.

친구들이 빌려가고 남은 명작들 속에서

그 뒤에는 그분들의 작품을 다시는 읽지 않았지만 중학교 2학년 1학기에 읽은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는 내 가슴을 뻥 뚫어 관통해 버렸습니다. 죽은 지 100년, 200년이 가도 여전히 문학사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두 분의 명작들과 그 뒤에 읽은 몇 권의 책들로, 조세희는 무장을 했던 겁니다. 중학교 때 만날 수 있었던 10권 이내의 황금같은 책들이 저의 내면에 소설가로서의 바탕을 형성해 주었던 겁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저는 세칭 모범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2,3학년 때 저는 학교를 며칠 다니지를 않았어요. 고등학교 내내 통틀어 15번 안팎으로 학교에 가고도 졸업을 했습니다. 공부를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저 자신의 경우를 보면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 길이 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의 서라벌예대 진학에 얽힌 에피소드입니다. 한번은 김동리 선생님으로부터 저를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찾아갔습니다. 선생님은 저를 보자 “너 어느 대학 갈래?” 하고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친구가 서울대에 가자고 해서 참고서를 샀습니다.” 하고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글을 안 쓸 생각이냐고 물으셨고, 저는 쓸 작정이라고 말씀드렸죠.

선생님께서는 작가로서 대성하려면 서울대보다는 서라벌예대 쪽이 낫지 않겠느냐고 권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서라벌예대에 진학하면 장학금과 용돈도 주선해 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 안에 숨어 있는 작가로서의 싹을 알아보고, 이것저것 챙겨 주시는 김동리 선생의 뜻에 따라 저는 서라벌예대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가서도 2년 동안 몇 시간 나가지 않았습니다. 당시 어머님이 편찮으시기도 했지만 김동리 선생님이 가르치시는 게 제가 벌써 아는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김동리 선생님의 강의는 학생들로 하여금 글을 써 와 발표하게 한 다음 “문장이 어떻노? 구성은 어떤가?” 묻고 토론하는 것의 반복이었습니다. 절더러 강의를 하라고 하면 작가가 되면 어떻게 되고,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 것이며, 한국의 역사는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등 모름지기 작가가 갖춰야 할 품성을 일깨워 주었을 텐데 선생님은 많은 과정을 생략해 버리셨습니다.

서라벌예대 2년 과정을 마치고 나니까, 이번에는 황순원 선생께서 너 어느 대학으로 편입할 거냐고 물어 오셨습니다. 처음에는 다시 대학에 갈 생각이 없었지만, 역시 공부만 잘하면 대학원까지도 장학금을 줄 테니 함께 공부해 보지 않겠느냐는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경희대 3학년으로 편입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와 경희대 국문과를 나왔고, 한국문학사상 두 거목인 김동리와 황순원 두 분 선생님의 그늘에 들 수 있었습니다.

학교라는 것은 어디에나 있지요. 선생님의 그늘이 있기에 학생들이 모이는 겁니다. 이 자리에 들어올 때 이곳을 또 하나의 교실로 보면 되는 겁니다. 이 교실, 학교, 공부 이 이야기만 하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세계의 입구에 들어서 있는 겁니다. 이렇게 두 거목의 그늘에 들 수 있었던 것은, 비록 성적을 내기 위한 공부는 아니지만 제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를 마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신춘문예에 당선되다

신춘문예로 문단에 발을 들여놓은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처음부터 신춘문예에 응모할 생각이 없었지만, 지금은 고인이 된 친애하는 한 글친구의 엉뚱한 발상이 저로 하여금 문을 두드리게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평소에 제주도로 놀러 가는 게 꿈이었던 이 친구가 불쑥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여자 친구와 함께 여행을 떠날 생각인데, 신춘문예에 응모해서 당선이 되면 그 상금으로 함께 제주도로 뜨자고 말했습니다. 그 당시 신춘문예 상금이 2,3만원 할 때이니 요즈음 화폐 가치로 치면 2,3백만원은 족히 될 겁니다. 그만한 액수이면 셋이서 제주도에 가고도 남을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그 후배의 작품을 가져오게 해서 읽었더니, 이건 떨어지기에 딱 알맞게 보였습니다. 저는 그 녀석에게 “너 여자 친구한테 제주도에 가기로 했니?” 하고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에게, 저는 “너는 허풍쟁이가 되었어.” 하고 일침을 놓았습니다. 할 수 없이 제 작품을 내기로 했습니다. 그땐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고 굉장히 고통스러운 시기였는데, 위로하기 위해서 두 편을 써둔 게 있었거든요. 녀석에게 며칠이 마감이냐고 물어보니 내일 저녁이라는 겁니다. 그 때 마흔 몇 장 써놓았던 것을 밤새워 아흔 장으로 늘려서 그 친구가 갔다 넣어 주었지요. 그건 부정탄 작품이고 제대로 된 작품이 아니지요. 고등학교 학생의 아주 유치한 작품이지. 그렇게 해서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돛대 없는 장선(葬船)]이 당선되었고, 그것을 가지고 우리는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종이를 낭비하는 글을 쓰지 않는다

그렇지만 등단 후, 저는 10년 동안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왜 내가 포기했겠습니까? 물론 세계적인 작가들, 즉 헤밍웨이나 포크너나 유럽 쪽의 사르트르나 까뮈, 또 아주 불행한 백인 작가였던 카프카 등을 봅시다. 우리는 쉽게 이야기하지만, 이 사람들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몇 백년이 가도 죽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헤밍웨이나 포크너, 사르트르, 까뮈는 내가 장담을 못해요. 그 사람들은 2백년까지는 살아남을 겁니다. 얼마나 긴 세월입니까. 나는 지금 60년을 살고서 이렇게 힘이 드는데….

그 당시에 저는 글을 쓰려고 하다가 포기했었습니다. 왜 포기했느냐. 물론 외국의 그 작품들뿐만 아니라, 그 뒤에 우리 조선시대의 작품에서부터 북으로 간 중요한 선배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 섭렵을 했었습니다. 그 결과 ‘아, 이런 분들은 우리 역사의 어느 부분에 채여서 고생하시다 돌아가셨구나. 김동리 선생님은 편하게 사시다가 왜 극우(極右)의 입장으로 평생을 사셨을까. 황순원 선생님은 굉장히 깨끗하고 존경을 받을 만한 분인데 <소나기>의 세계와 또 <카인의 후예> 그 뒤가 왜 확장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북으로 간 이태준 선생님은 우리 역사의 무엇이 딴지를 걸어서 이렇게 불행하게 되셨고, 임화 선생은 왜 이렇고 조명희 선생은 왜 저렇게 되셨을까.’ 하는 생각도 품게 되었습니다.

제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다행히 글을 썼기 때문에, 시간과 싸우면서 그분들보다 더 오래갈 수 있는 일을 기왕에 벌써 강구해 놓았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역사가 불행한 역사를 계속한다면, 난쟁이는 쉽게 죽을 수가 없게 될 겁니다. 그런데도 나는 쓰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를 교육시킨 것은 아주 뛰어난 작가들의 발군의 명작들이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욕심을 낼 수가 없나? 내가 한국의 우물 속에 살고, 이 안에서 숨을 쉰다고 해도 왜 나는 욕심을, 뛰어난 작품을 쓸 수 있는 그런 욕심을 안 내나?’ 그 즈음에서 나를 돌아보니 나를 에워싼 한계가 보였습니다. ‘왜 하찮은 작품을 내서, 나무 몇 그루 없애면서 이 짓을 내가 왜 하나.’라는 데 생각이 미치자 소설 쓰기를 포기했었습니다.

작품다운 작품을 쓰지 못할 바에는 안 쓴다는 선에서 포기한 거죠. 그런데 70년대의 시대 상황이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한 것입니다. 70년대는 바로 우리 현대사상 제3세계의 현실에서는 아주 하찮은 쓰레기 같고 아주 바보 같지만, 제일 존경하는 대통령으로도 거명되는 박정희의 독재 정치가 국민들의 숨통을 막던 시절이었습니다. 민주화를 외치면 잡아가고, 자유을 말해도 잡아가는 이 세상에서, 교육을 받은 한 사람의 시민 또는 국민으로서 어떻게 숨죽이고 있을 수 있나 하는 속으로부터의 욕구가 펜을 들게 한 거죠.

그 당시에 저는 어느 잡지사에 몸담고 있었습니다. 70년대에 업무량은 과중하고 사람은 조금 주는 직장에서 일을 했어요. 그때 제가 다니던 잡지사가 청진동에 있었는데, 이름을 대면 여러분도 금방 알 만한 70년대의 유명 작가들이 내 잡지사 앞을 지나가다 들러 “어이, 조세희 뭐해. 왜 작품 안 써?” 하고 불쑥불쑥 한마디씩 던지곤 했습니다. 내가 볼 때는 이 친구들이 헛짓을 하고 다니는 것 같아 묵묵히 응수를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제 딴에는 ‘이름 낸다는 것은 얼마나 하찮은 건가. 글을 써서 돈을 번다는 것처럼 하찮은 것이 세상에 어디 있나. 더 큰돈을 벌려면 땅을 사서 땅 장사를 하지. 그런데 이 친구들이 나는 어떤 것 때문에 글쓰기를 포기했는데 감히 내 앞에 다니면서 큰 소리를 치고 다녀.’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박정희가 노골적으로 아주 힘들게 우리 국민 전체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듯 험악한 짓을 일삼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을 배경으로 연작소설도 나오고, 황석영이 성장하는 노동자층의 모습을 담은 <객지>를 쓰고, 김지하가 <오적>이라는 담시를 썼다가 감옥에 들어가서 고문을 받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한쪽에서는 움츠리고들 있었고, 무슨 대중소설 써서 영화화되는 것이 제일인 양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돈 몇 푼 벌었다고 우쭐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저는 믿고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직장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겁니다.

나로서는 가만히 제3세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숨은 콱콱 막혀왔지만, 한국 최고의 두뇌들이 모인 곳인 서울대의 정치학과쯤 되면 박정희라는 인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됐겠지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백인 학자가 써놓은 짧은 7,80장짜리 번역서에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군부정치가 인간의 세계에 어떻게 해악을 끼치는지 씌어져 있는 책을 하나 쉬쉬하면서 겨우 번역해서 돌려보는 게 최고로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명색이 최고 엘리트라는 서울대 정치학과, 경제학과, 법대 친구들이 속으면 한국 전체가 속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래서 나는 할 수 없이 ‘난쟁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내 수업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러면 난쟁이를 왜 쓰기 시작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막 서른 살로 접어들어서의 일인데, 한 촉망받는 젊은 작가가 어느 신문에 기고를 했어요. ‘아무개야, 걱정하지 말아라. 곧 우리가 지배할 세상이 올 거다.’라는 투의 칼럼이었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 반사적으로 ‘지가 뭘 지배해. 뭘 다스려. 무슨 역할을 해. 자기는 섹스 이야기해서 돈 몇 푼 번 작가인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군. 준비는 하나도 안 되어 있는데, 달라지긴 뭐가 달라져.’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지금 천하 없는 독재자가 와서 마구 괴롭혀도 속수무책이죠. 분노하고 증오하고 대드는 것도 힘이 있어야 됩니다. 그런데도 우리의 판단을 흐려놓는 그 작가의 글에 팔팔한 삼십대의 나는 화가 났었습니다. 안락한 생활만을 꿈꾸는 동년배 친구들과 나라의 현실이 겹쳐져 가슴이 아팠던 거죠.

철거민들의 눈물겨운 삶을 보며

독재와 전쟁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입니까. 폭탄이 어디선지 모르게 날아온다는 것입니다. 한국전쟁에서만 동족상잔으로 550만 명이 죽어간 마당에, 그 불행이 계속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550만이면 옛날 조선시대의 총인구입니다. 기근이 들면 550만이 되고, 풍년이 들면 550만에서 600만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게 조선시대의 인구였으니, 얼마나 큰 비극인지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이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일단의 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싸울 힘이 없는 저로서는 유일한 무기인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감옥 따위에 가서 가짜 영웅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이것을 써서 판매 금지가 되면 절대 안돼. 소수의 독자들에게도 전파가 되어야지. 이 책은 살아 있어야 돼.’라는 목표를 속으로 새기면서 써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뫼비우스의 띠]를 써놨을 때 “조형 이거 참 좋습니다.” 하고 옆자리의 동료가 말했습니다.

그걸 쓰는 과정에 제게 잡지 편집부의 데스크 책임이 주어져 악조건하에서 썼고, 데스크일이 계속되어 지쳐서 조금 나은 환경을 찾아 어느 신문사 출판국으로 직장을 옮겼습니다. 난쟁이를 더 편한 입장에서 쓸려고 했더니 거기에서는 사람을 더 심하게 비인간적으로 괴롭히는 거예요. 난쟁이는 그 조건하에서 씌어졌습니다.

한편 한편을 열두 편으로 묶었지요. 난쟁이 시리즈로 맨 처음 쓴 [뫼비우스의 띠]는 한 50장 정도 될 거예요. 그것을 쓸 무렵에는 동료들에게 사장이 부르면 둘러대 주도록 부탁한 다음, 다방이나 한가한 자리를 찾아가서 썼습니다. 난쟁이가 사는 동네에 방죽이 하나 있고 굴뚝이 나오고 철거 지역, 그런 풍경이 나옵니다. 글을 쓰겠다는 분들은 성공작이 아닌 실패작으로서 난쟁이를 한 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 때는 그것을 쓰기 위해서 철거 지역에 취재를 가고, 공장 아이들과 같이 살기도 했습니다. 철거반이 철퇴로 꽝 부수면서 들어오는 게 있어요. 영희의 펜지꽂 이야기가 나오고 난쟁이 부인이 밥상을 마주했는데, 거기에 마른 고추와 보리가 많은 밥이 차려진 것으로 표현된 바로 그 집입니다. 거기에 지섭이라는 인물이 고기를 사들고 가서 국을 끓이고 굽고 해서 밥을 먹는 장면이 나올 겁니다.

작품 속의 지섭을 저라고 생각하면 될 겁니다. 내가 취재했던 어느 철거민의 집을 찾았을 때였습니다. 마침 식사 때가 되어서 그분들이 끓여서 내온 국과 함께 밥을 먹고 있는데, 쿵 하고 철퇴가 내려쳐지는 거예요. 그 때 가슴이 얼마나 뛰었었는지 말할 수도 없지요. 그 때는 여러분도 그 현장에 있었더라면, 투사가 아니라도 나가서 멱살을 잡고 싸우게 될 겁니다. 그 와중에 저도 할 수 없이 동네 사람의 일부가 되어서 함께 철거반원들에 맞서서 싸웠지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내가 다니던 잡지사 부근의 문방구에 들러 모나미 볼펜 한 자루와 작은 노트 한 권을 샀습니다. 그것이 내가 <난쟁이가 쏘아올린 공>의 시작이었습니다. 거기에 뫼비우스의 띠, 칼날, 이 모든 작품들을 하나하나 써넣기 시작한 거죠.

70년대 비평가들에 의하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는 10만 개, 아니 백만 개의 한계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됩니다. 민중문학 진영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하고, 순수문학을 하는 쪽에서는 또 어떻게 이야기하고…. 돌려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문학과 지성’ 그룹에서 보면 제 작품은 과격할 수 있고, ‘창작과비평’ 그룹 시각에서 보면 내 작품에 순수문학 쪽에 편향되어 보이는 거죠.

<뫼비우스의 띠>가 발표되었을 때 ‘문학과지성’에서 제일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어느 쪽에서 보면 내 난쟁이가 말할 수 없는 한계가 많은데, 이쪽에서는 아주 재미있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면 여우들은 재미있는 부분만 보지요. 이것이 얼마나 큰 함정입니까. ‘난쟁이’ 안에 숨겨놓은 게 얼마나 많습니까. 실제로 책을 냈을 때 정부와 기관에 있는 사람들, 지금은 은퇴했지만 이름을 대면 금방 알 수 있었던 사람들이 난쟁이에 밑줄을 빨갛게 그어가지고 그게 미심쩍어서 청와대까지 보냈어요. 한국은 얼마나 작은 세상입니까. 누가 해서 올렸다는 소리가 내 귀에까지 와요.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었던 게 난쟁이 시리즈였습니다. 그것들을 쓰기 시작할 때 <뫼비우스의 띠>처럼 쓰지 않고 ‘아, 무섭다. 답답하다!’는 식으로 산문을 썼다고 하면, 제 책은 그냥 죽었을 겁니다. 저는 한국에서 지금 굉장히 가난하고 어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 부자가 와서 저를 설득해서 쓰러뜨리지는 못할 겁니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실제로 나왔을 때 어느 재벌 회장단 모임에서 한 회장이 씩씩대면서 “여기 조세희라는 여류 작가를 아는 사람 없느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 회장 밑에서 일을 하는 서울대 출신 인텔리 하나가 아주 높은 자리에 있었는데, 그 회장 귀에 대고 조세희는 여자가 아니고 남자이고, 그 사람이 쓴 것은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라고 귀띔했더랍니다. 그러자 그 회장은 “그런 작가라면 우리는 기관이 아니니까 막 잡아다 혼내면 안 되고 우리는 그 사람들을 설득해서 우리편으로 삼아야 된다.”고 말했답니다. 이런 불행한 일이 있은 다음 작가들을 각 재벌 그룹들이 앞다투어 스카웃해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내가 갔으면 지금 부자가 되었을 겁니다, 그 당시 내가 돈 벌 생각을 했으면 그렇게 쓰지 않았을 겁니다. 어떻게든지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내 메시지가 전달이 되도록 써 나갔습니다. 저는 훌륭한 작가가 되려고 쓴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작은 시민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몇 천년 동안의 역사 속에서 문학이라는 이름, 문학의 장르가 모든 다 실험해봤던 모든 부분이 저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안에 들어 있다고 생각을 하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겁니다. 동화적인 것도 있고, 아주 짧은 문장으로 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아주 아름답기도 하고 달콤한 문장도 있는 등 별의별 요소들이 다 들어 있습니다. 결국 이런 요소들 때문에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부분이 아주 많아서, 그 당시 실제로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는 사람들을 곤란하게도 했습니다. 그들이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 쩔쩔 매는 사이에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세상에 나와 이미 4판을 거듭한 다음이었습니다. 그 뒤에 판금시키자 했을 때는 벌써 난쟁이는 많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다양한 삶, 생각을 위한 함정을 많이 담아

실제로 운동권이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하찮은 작품이기 때문에 읽으면 안 된다고 뿌리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뿌리치던 이들이, 더 험한 세상이 와서 감옥에 들어갔어요. 내가 취재했던 노동자들도 감옥에 들어갔어요. 초등학교 4학년 정도밖에 안된 학력을 가진 어느 노동 운동가가 보니까 눈물이 나고, 이걸 읽지 말라고 하던 친구도 감옥 안에서 자세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여러 가지로 자신이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많이 숨어 있어서, 다시 지시를 내려 후배들에게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참조하라고 권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확산이 된데다가 중산층이 아파트를 사놓듯이 가수요가 붙어서 난쟁이는 폭발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던 거지요.

이것은 12편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하나하나 쓸 때는 나는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고 잘라서 썼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의 독자들 가운데 좀 예민한 사람, 훈련받은 사람들이 12편의 단편을 장편으로 재구성해서 읽어 주었던 거예요. 한 작가의 노력과 독자의 노력이 어울려져서 한해의 완성에 가깝게 탄생된 작품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2편을 쓰면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늘 고민한 게 있어요. 내가 유치한 말로 세련되게 써서 그런지 크게 문제된 것은 늘 없었어요. 물론 책이 책방에서 수거되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조형, 오늘은 집에 들어가지 마. 기분이 좀 나빠.” “뭐 어떻게 되었대?” 하는 동지애적 연결이 있었지요. 그래도 나중에 내가 도저히 이것은 안 되겠다 해서 빼 놓았던 문장들을 버리지 않고 놓아 두었습니다. 최근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22년을 찍은 다음 출판사를 옮겨 펴내면서, 그 당시에 빼놓았던 중요한 여섯 군데 문장들을 다시 넣으려고 하다가, 제가 교정을 보면서 다 빼고 한 군데만 넣어 놓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밤 새워서 눈물 날 정도로 썼던 부분이었으니까요. 그 뒤에 후배들에 의해서 작업된 부분도 있지만, 내 말이 너무 구호성 쪽으로만 나갔기 때문에 그것을 빼놓은 거죠. 한 군데는 살려놨어요. 지섭이라는 인물이 하나 있고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큰 아들이 재판을 받아서 사형을 받게 되는데, 그 과정에 부자 쪽 입장에서 보는 이야기가 있지요. 그것은 뭐냐하면 이 노동자와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예요. 나까지 포함이 되어서 약자 쪽에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면 자본주의의 달콤한 열매는 도덕적인 것에서 먼 아주 비도덕적인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인간이 아닌 짐승과 똑같은 것들에게만 달콤한 것이 간다는 이야기죠. 그리고 열심히 혁명을 꿈꾸고 하루하루의 생활을 혁명과 연결지어서 생각하고 생활하면서도 아직까지 혁명이 오지 않았는데도, 그것을 열심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내용을 갈무리해 놓고 있다가 이번에 넣었습니다.

이상으로 대충 열두 편의 난쟁이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를 두서없이 말씀드렸습니다. 작가의 사명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앞으로도 시대의 표정과 나아갈 길을 직시하는 작품들을 써나갈 것입니다.[출처 :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금요일의 문학이야기>에서]

뫼비우스의 띠(Mobius strip)

독일의 수학자 A.F.뫼비우스가 처음으로 제시하였기 때문에 뫼비우스의 띠라고 한다. [그림 1]의 (1)과 같은 직사각형 띠를 꼬지 않고 점 A와 D, 점 B와 C가 만나도록 변 AB와 DC를 붙여 고리를 만들면 [그림 2]의 (1)과 같이 된다. 또, [그림 1]의 (2)와 같은 띠를 180° 꼬아서 점 A와 C, 점 B와 D가 만나도록 변 AB와 변 CD를 붙이면 [그림 2]의 (2)와 같이 된다. 이 [그림 2]의 (2)의 곡면이 뫼비우스의 띠이다.

이 띠에는 여러 가지 성질이 있다. 이를테면, [그림 2]의 (1)의 띠 바깥쪽에 칠을 하면, 바깥쪽은 전부 칠해지나 안쪽은 칠해지지 않는다(兩側曲面). 그러나 뫼비우스의 띠의 바깥쪽에서 칠을 해가면 안쪽도 모두 칠해진다(單側曲面). 즉, 안쪽과 바깥쪽의 구별이 없다. 따라서, [그림 2]의 (1)과 (2)는 동상(同相:위상적으로 동형)이 아니다.

위상기하학에서는 어떤 도형이 튼튼하고 탄력성이 있는 재료로 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이 재료를 자르거나 접거나 잇지 않고 임의로 늘이거나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면, 원 ·삼각형 ·다각형 등은 동상이고, 또 구(球)·각기둥 ·각뿔 ·정다면체 등도 동상이다.

[그림 3]과 같이 180°×n(n번)만큼 꼬아서 만든 띠를 Bn이라 하면, n이 짝수일 때 Bn은 Bo([그림 2]의 (1))와 동상이며, n이 홀수일 때 Bn은 B1([그림 2]의 (2))과 동상이다. [그림 2]의 (1)과 같은 띠를 그 중심선을 따라 자르면 2개의 독립된 띠가 되지만, [그림 4]의 (1)과 같이 한 번 꼬아 만든 뫼비우스의 띠 B1을 그 중심선을 따라 자르면 네 번 꼬인 하나의 띠 B4가 된다. 또, [그림 4]의 (2)와 같이 뫼비우스의 띠 B1을 그 삼등분선을따라 자르면, 1개의 뫼비우스의 띠 B1과 네 번 꼬인 띠 B4가 얽혀 있는 상태가 된다.(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클라인의 병(Klein’s bottle)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바깥쪽과 안쪽을 구별할 수 없는 단측곡면의 한 예로 클라인병(甁)·클라인면(面)·클라인관(管)이라고도 한다. 독일의 수학자 F.클라인이 고안하였다. 이 항아리를 만들 때는 우선 직사각형 ABCD(얇은 고무판과 같은 것으로 상상한다)의 A와 B, C와 D를 겹치고 AD, BC를 맞붙여서 원관(圓管)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원관을 한 번 틀어서 A와 C, B와 D를 겹쳐 AB, CD를 붙인 다음, 원관의 곡면에 구멍을 뚫고 집어 넣어 양끝(입구)을 접속시키면 된다. 이것은 3차원 유클리드공간 내에서는 실현될 수 없다. 이 항아리에서는 항아리의 양끝이 접속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닫혀 있는 데도 사실은 열려 있다. 이 항아리의 용도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는데, 이유는 액체를 넣으면 흘러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뫼비우스의 띠는 기계 벨트용 등으로 이미 실용화되었다. (출처 : 동아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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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 나는 아버지⋅어머니⋅영호⋅영희,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섯 식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언제나 말할 수 있다. 나의 ‘모든 것’이라는 표현에는 ‘다섯 식구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는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이 모든 것을 잘 참았다. 그러나 그날 아침 일만은 참기 어려웠던 것 같다.

“통장이 이걸 가져 왔어요”

내가 말했다. 어머니는 조각마루 끝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뭐냐?”

“철거 계고장예요”

“기어코 왔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그러니까 집을 헐라는 거지? 우리가 꼭 받아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이제 나온 셈이구나!”

어머니는 식사를 중단했다. 나는 어머니의 밥상을 내려다보았다. 보리밥에 까만 된장 그리고 시든 고추 두어 개와 졸인 감자.

나는 어머니를 위해 철거 계고장을 천천히 읽었다.

……(중략)……

나는 바깥 게시판에 적혀 있는 공고문을 읽었다. 거기에는 아파트 입주 절차와 아파트 입주를 포기할 경우 탈 수 있는 이주 보조금 액수 등이 적혀 있었다. 동사무소 주위는 시장바닥과 같았다. 주민들과 아파트 거간꾼들이 한데 뒤엉켜 이러 몰리고 저리 몰리고 했다. 나는 거기서 아버지와 두 동생을 만났다.

……(중략)……

형은 점심을 굶었다. 점심 시간이 삼십분 밖에 안 되었다. 우리는 한 공장에서 일했지만 격리된 생활을 했다. 노동자들 모두가 격리된 상태에서 일만 했다. 회사 사람들은 우리의 일 양과 성분을 하나하나 조사해 기록했다. 그들은 점심 시간으로 삼십 분을 주면서 십 분 동안 식사하고 남는 이십 분 동안은 공을 차라고 했다. 우리들은 좁은 마당에 나가 죽어라 공만 찼다.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간격을 둔 채 땀만 뻘뻘 흘렸다. 우리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했다. 공장은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원하기만 했다. 탁한 공기와 소음 속에서 밤중까지 일을 했다. 물론 우리가 금방 죽어가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작업 환경의 악조건과 흘린 땀에 못 미치는 보수가 우리의 신경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그래서 자랄 나이에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발육 부조 현상을 우리는 나타냈다. 회사 사람들과 우리의 이해는 늘 상반되었다. 사장은 종종 불황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와 그의 참모들은 우리에게 쓰는 여러 형태의 억압을 감추기 위해 불황이라는 말을 이용하고는 했다. 그렇지 않을 때는 힘껏 일한 다음 노-사가 공평히 나누어 갖게 될 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희망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를 주지 못했다. 우리는 그 희망 대신 간이 알맞은 무말랭이가 우리의 공장 식탁에 오르기를 더 원했다. 변화는 없었다. 나빠질 뿐이었다. 한 해에 두 번 있던 승급이 한 번으로 줄었다. 야간 작업 수당도 많이 줄었다. 노동자들도 줄였다. 일 양은 많아지고 작업 시간은 늘었다. 돈을 받는 날 우리 노동자들은 더욱 말조심을 했다. 옆에 있는 동료도 믿기 어려웠다. 부당한 처사에 대해 말한 자는 아무도 모르게 쫓겨났다. 공장 규모는 반대로 커갔다. 활판 윤전기를 들여오고, 자동 접지 기계를 들여오고, 옵셋 윤전기를 들여왔다. 사장은 회사가 당면한 위기를 말했다. 적대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지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이었다. 사장과 그의 참모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중략)……

쇠망치를 든 사람들은 무너진 담 저쪽에서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는 어머니가 싸놓은 짐을 하나하나 밖으로 끌어냈다. 어머니가 부엌으로 들어가 조리⋅식칼⋅도마들을 들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나왔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공구들이 들어 있는 부대를 메고 나왔다. 쇠망치를 든 사람들 앞에 쇠망치 대신 종이와 볼펜을 든 사나이가 서 있었다. 그가 아버지를 보았다. 한꺼번에 달라붙어 집을 쳐부수었다. 어머니는 돌아앉아 무너지는 소리만 들었다. 북쪽 벽을 치자 지붕이 내려앉았다. 지붕이 내려앉을 때 먼지가 올랐다. 뒤로 물러섰던 사람들이 나머지 벽에 달라붙었다. 아주 쉽게 끝났다.

……(하략)……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78

키워드에 대한 정보 난장이 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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