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풀 해석 | 문학/ 풀_김수영 상위 40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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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 풀 해석 / 해설 / 분석 / 정리 – 시와 소설 수능국어

김수영 – 풀 해석 / 해설 / 분석 / 정리 … 풀’은 겉으론 연약하지만 강한 생명력을 지닌 민중을 상징하는 존재로 ‘바람(독재 권력)’에 흔들리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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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김수영 풀 해석

  • Author: 수지쌤의 국어시간
  • Views: 조회수 10,88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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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Published: 2020. 5. 21.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EUF9RttJvqw

김수영, ‘풀’ 해설 및 문제

김수영, ‘풀’

◆ 해제 : 이 시는 김수영 시인이 불의의 교통 사고로 타계하기 직전에 발표한 유작(遺作)으로, 반서정성(反抒情性)과 참여시를 표방한 그의 시 세계를 간결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풀’은 세상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지닌 자연물로, 오랜 역사 동안 권력자에게 억압받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맞서 싸워온 민중, 민초(民草)를 뜻하며, 이와 반대로 ‘바람’은 풀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세력, 곧 민중을 억압하는 사회적 힘, 독재 권력과 외세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1연에서는 ‘바람’에 굴복하는 ‘풀’의 나약하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2연에서 ‘바람’보다 빨리 눕지만 먼저 일어나는 ‘풀’을 노래하여, 민중들이 시대 상황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모습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어 3연에서는 시대 상황이나 권력의 횡포 속에서도 지혜롭게 견뎌 내는 민중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즉, 이 시는 사회적 상황이 나빠져 폭력화되었을 때 민중은 무기력하게 짓밟히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고 자신들의 나약한 힘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권력에 맞서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평이한 시어와 ‘풀 / 바람’, ‘눕다 / 일어나다’, ‘울다 / 웃다’ 등의 대조적 시어를 과거 시제에서 현재 시제로 반복하여 표현함으로써 ‘풀’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을 뚜렷이 드러내 주고 있다.

◆ 갈래:자유시, 주지시, 참여시

◆ 성격:상징적, 주지적, 참여적, 비판적

◆ 제재:풀

◆ 주제:민중의 끈질긴 생명력

◆ 특징:① 대립적 시상 구조로 주제를 강화함.

② 반복과 대구에 의한 리듬감을 형성함.

▣ 구성

◆ 풀의 나약함 – 수동적인 모습(1연)

◆ 풀의 생명력 – 수동성→능동성(2연)

◆ 풀의 넉넉함 – 능동성 강조(3연)

▣‘풀’의 대조적·점층적 시상 전개

이 시의 전체적인 시상 전개 구조를 보면 1연과 2, 3연이 상호 대조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1연에서는 바람이 불면 눕고 우는 풀의 나약한 모습이 드러나다가, 2연 후반부터는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의 생명력, 즉 적극적․능동적 모습을 보여 준다. 또한 3연에서는 한층 더 나아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날 뿐 아니라 바람보다 먼저 웃을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풀의 속성이 드러난다. 이러한 대조적․점층적인 구조를 통해 ‘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한층 강화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겐 강한 울림을 주게 되는 것이다.

▣ 대립적 이미지의 빈복

이 시는 유사한 구절이 반복적으로 제시됨으로써 친근감을 주고 또 한편의미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눕다’와 ‘일어나다’, ‘울다’와 ‘웃다’가 반복적인 대립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운율의 반복이 가지는 의미는 ‘풀’과 ‘바람’의 대립이 ‘눕는다.’와 ‘일어난다.’는 운동의 반복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눕는다.’, ‘일어난다.’는 민중이 억압에 못 이겨 쓰러지고, 다시 새로운 희망으로 일어서 저항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이러한 대립 구조의 반복은 ‘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바람에 맞서는 풀의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풀의 생명력이 강력하게 살아나기 때문이다.

▣ 마지막 행의 상징적 의미

이 시에서 ‘풀과 바람’의 대립은 민중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그것을 억누르고 괴롭히려는 외부 세력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3연에서도 역시 풀과 바람의 대립이 나타난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볼 때 마지막 행인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는 표현은 외부 세력의 횡포가 더욱 심해지자 ‘풀뿌리(민중)’가 침묵을 지키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여기서 ‘풀뿌리’는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한 시인의 의도적인 시어 선택으로 보여지며, ‘눕는다.’는 곧 다시 민중이 일어설 것임을 전제한 침묵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즉, 이는 독자에게 현실은 지극히 암울하지만 ‘일어난다.’와 ‘웃는다.’라는 전환이 곧 현실화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긴다.

풀의 수동성 나약함 �� 시상의 전환 풀의 능동성 강인함 �� 풀의 끈질긴 생명력

이 시는 김수영 시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계하기 직전에 발표한 유작(遺作)으로, 반서정성(反抒情性)과 참여시를 표방한 그의 시 세계를 간결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풀’은 세상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지닌 자연물로, 오랜 역사 동안 권력자에게 억압받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맞서 싸워온 민중, 민초(民草)를 뜻하며, 이와 반대로 ‘바람’은 풀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세력, 곧 민중을 억압하는 사회적 힘, 즉 독재 권력과 외세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1연에서는 풀의 수동적인 모습을, 2연에서는 바람보다 빨리 눕지만 먼저 일어나는 풀을 노래하여, 민중들이 시대 상황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모습에서 적극적으로 능동적인 모습으로의 전환을 보여 주고 있다. 이어 3연에서는 시대 상황이나 권력의 횡포 속에서도 지혜롭게 견뎌 내는 민중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즉, 이 시는 사회적 상황이 나빠져 폭력화되었을 때 민중은 무기력하게 짓밟히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고 자신들의 나약한 힘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권력에 맛서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평이한 시어와 ‘풀․바람’, ‘눕다․일어나다’, ‘울다․웃다’ 등의 시어를 과거 시제에서 현재 시제로 반복하여 표현함으로써 ‘풀’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을 뚜렷이 드러내 주고 있다.

�� 작품 해설

[ 풀 이 눕는다. ➥민초, 민중 상징. 연약하지만 어떤 시련도 극복하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존재 비를 몰아오는 동풍 에 나부껴 ➥풀의 생명력을 억압하는 존재로 민중을 괴롭히는 불의한 세력 상징(독재 권력, 외세 등) 풀은 눕고 ➥외적인 힘인 ‘바람’에 몸을 눕히는 풀의 수동적인 모습 드디어 울었다 . ➥고통을 이기지 못한 풀의 무력하고 나약한 모습(민중의 비참함 상징), 의인법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민중이 억압받는 암울한 사회 현실 다시 누웠다.] � ➜[ ] : ‘동풍’에 꺾인 채 울고 있는 풀의 모습을 의인화한 것이다. ‘동풍’으로 상징되는 독재 권력의 억압과 횡포 앞에 무기력하게 그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민중의 수동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1연 : 풀의 나약함 – 풀의 수동성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 � ➥풀이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시상이 전환되는 구절 ➜[ ] : 권력의 억압 앞에서 순응하고 굴복하던 풀이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나는’생명력을 드러냄으로써 시상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이전의 나약하기만 했던 ‘풀’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는 존재임이 드러나는데 여기에서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행위는 수동적인 굴복이 아니라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나기 위한 능동적인 움츠림이다. ▶2연 : 풀의 생명력 – 풀의 수동성 → 능동성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암울한 시대 현실 상징 [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 ➥철저하게 고통 받는 민중의 모습 ➜[ ] : 풀이 밑둥까지 쓰러져 눕는다는 뜻으로 민중들이 겪는 극한 시련의 상황이 드러난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 ➜[ ] : 대구의 표현과 대비적 시어를 통해 외부적 억압에 굴복하지 않는 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준다.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민중의 의연함, 넉넉함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한 의도적인 시어 선택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현실은 더욱 암울하지만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시인의 기대감 반영/①‘눕는다’→‘풀뿌리’의 패배가 아닌 다시 일어설 것임을 전제한 침묵임을 암시 ②민초들의 쓰러지고 일어나는 삶의 반복→영원한 삶의 의지와 자유에 대한 신념 ➜[ ] : 민중의 계속되는 시련을 나타낸다. 그러나 민중은 그 고통 속에서도 생명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내재되어 있다. ▶2연 : 풀의 넉넉함 – 풀의 능동성 강조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풀 → ① 여리고 상처받기 쉽지만 질긴 생명력을 지닌 존재

② 권력자에 천대받고 억압받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불의에 저항해온 민중(민초)들

* 눕는다. → 풀의 여리고 나약하고 수동적인 모습

* 동풍(바람) → ① 반민중 세력, 억압, 독재 권력, 가혹한 현실, 자유로운 삶을 억압하는 힘(정치 경제적 권력)

② 풀과 대립적인 심상

* -보다 → 풀과 바람의 대립적 국면을 좀더 확실하게 하는 기능을 함.

* 울었다 → 무력한 굴복. 짓밟힘을 당함.

* 날이 흐려서 → 억압하는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

*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 겁을 먹고 미리 굴복함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① 민중의 각성. 억압을 뚫고 저항하는 행위

② 나약한 존재의 의미를 지닌 풀이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전환되는 계기가 표현됨.

③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풀의 모습으로 전환되는 부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풀의 넉넉함과 너그러움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① 현재의 상황을 표현한 구절

②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현실인식

* 풀뿌리 → 민중을 억누르는 더욱 가혹한 억압과 그 억압을 뚫고 일어서는 더욱 거센 저항의 몸짓을 연상케 하는 표현임.

▣ 서로 대비되는 시어들

풀 ↔ 바람 웃다 ↔ 울다 눕다 ↔ 일어나다 빨리 ↔ 늦게

▣ 작품 속 시어 사전

풀 나약해 보이지만 강인한 존재. 민중 바람 풀을 굴복시키려는 존재. 독재 권력 눕다 굴복․순응하다 일어나다 저항․극복하다

▣‘풀의 상징적 의미

‘풀’은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1960년대의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비를 몰아오는 동풍’으로 구체화된 바람의 힘에 눌려 눕지만 언제나 다시 일어서는 풀의 모습을 시련과 억압에서 벗어나려는 민중의 모습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날씨와 바람의 변화 속에서 울고 웃는, 눕고 일어서는 풀의 움직임을 인간 내면의 근원적 갈등이나 시련과 장애를 만나 흔들리고 방황하지만 결국은 극복해 나가는 의지적인 인간의 모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 1연에 나타나는 시어 ‘드디어’의 함축적 의미

1연에 사용된 ‘드디어’는 여간해서 울지 않던 풀이 시련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은 울고 말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즉, 웬만해서는 울지 않던 풀이 ‘동풍’으로 말미암아 눕게 되었고, 누웠던 풀은 자신이 무력하게 패배했다는 자책감과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낭패감으로 결국은 울게 된 것이다.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 오는 동풍 에 나부껴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1. 이 시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민중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형상화하고 있다

②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시어를 사용하고 있다.

③ 대립적인 시어의 사용으로 긴장감이 느껴진다.

④ 중심 시어의 속성이 시상 전개에 따라 변하고 있다.

⑤ 변함없는 자연과 인간의 대립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1) �� ⑤

2. 민중의 고통은 계속되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은 이어질 것이라는 화자의 기대감이 드러난 시행을 찾아 쓰시오.

2)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3. <보기>의 ㉮~㉵ 중, 이 시의 ‘풀’과 유사한 의미를 지닌 것은?

끊임 없는 ㉮ 광음(光陰) 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 강물 이 비로소 길을 열였다. // 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梅花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 노래의 씨 를 뿌려라. //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 초인(超人) 이 있어 이 광야(廣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 ‘광야’

① ㉮ ② ㉯ ③ ㉰ ④ ㉱ ⑤ ㉲

3) �� ③

4. ㉠에서 강조하는 의미로 적절한 것은?

① 외부 세력의 굴복 ② 고통의 내면화와 승화

③ 극한적 현실 대응 의지 ④ 풀의 너그러움과 넉넉함

⑤ 풀의 비현실적 인식과 사고

4) �� ④

5.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폭력화된 외부 세력을 가리킨다.

② ⓑ:민중이 무기력하게 짓밟히는 모습이다.

③ ⓒ:외부세력에 거짓으로 굴복하는 민중의 속성을 드러낸다.

④ ⓓ:암울한 시대 현실을 의미한다.

⑤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5) �� ③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 풀 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 바람 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6. 이 시의 표현상의 특징으로 볼 수 없는 것은?

① 대립적 심상의 반복 ② 비유적 심상의 반복 ③ 동일한 율격의 반복

④ 역동적 심상의 반복 ⑤ 유사한 통사 구조의 반복

6) �� ③

7. 이 시를 가장 바르게 이해한 사람은?

① 라영:평범한 시어들이지만 상징성이 강해.

② 민수:비슷한 말의 반복이 시적 긴장감을 감소시켜.

③ 동수:단순한 형태가 내면적 의미를 축소시키고 있어.

④ 경철:‘동풍’은 따뜻하고 온화한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어.

⑤ 도희:영원히 굴복할 수밖에 없는 민중의 아픔을 절실히 느꼈어.

7) �� ①

8. ㉠의 속성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② 수동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③ 외부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④ 사회적 약자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⑤ 나약하지만 끝까지 인내하는 자세가 있다.

8) �� ②

9. <보기>에서 ㉡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시어를 찾아 쓰시오

참새야 어디서 오가며 나느냐, 일 년 농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늙은 흠아비 흘로 갈고 맸는뎨, 밭의 벼며 기장을 다 없애다니 – 이제현 ‘사리화’

9) �� 참새

10. 이 시와 <보기>의 시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삶의 태도는?

벼는 가을 하늘에도 /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 이 널디 널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 이성부, ‘벼’

① 비판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현실을 개혁하는 것

② 자기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

③ 자신을 희생하면서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내는 것

④ 억압에 의해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생명을 긍정하는 것

⑤ 현실을 비판하기보다는 내면적 성찰의 샅을 살아가는 것

10) �� ④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11. 이 시의 표현상 특징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시상이 점층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② 대립의 구조에 의해 주제를 강화하고 있다.

③ 1연과2, 3연은 시제상서로 대립되어 있다. ④ 반복과 대구에 의해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⑤ 자연을 목가적 이고 낭만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11) �� ⑤

12. 수동적이고 나약한 이미지의 ‘풀’이 능동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로 전환되고 있는 부분은?

① 1연 1행 ② 1연 6행 ③ 2연 2행 ④ 2연 4행 ⑤ 3연 1행

12) �� ④

13. 이 시에 나타난 ‘풀’의 속성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연약함 ② 강인함 ③ 의연함 ④ 자연의 섭리 ⑤ 생명력을 지님

13) �� ④

14. 다음 중, 이 시의 내재적 의미에만 주목한 감상으로 적절한 것은?

① 역사의 주체로서 민중의 힘에 대한 믿음이 담긴 시야.

② 대립적인 시어의 반복을 통해 주제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

③ 부정적 현실에 대한 시인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느낄 수 있었어.

④ 이 시를 창작할 당시의 현실이 매우 억압적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⑤ 이 시를 저고 아무리 현실이 암울해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14) �� ②

15. 이 시에 나타난 시어의 대립 구조를 <보기>와 같이 정리했을 때 ⓐ, ⓑ에 들어갈 알맞은 시어를 쓰시오.

눕다 ↔ ⓐ ⓑ ↔ 웃다

15) �� ⓐ일어나다, ⓑ울다

16. 이 시의 ‘바람’과 <보기>의 ‘바람’의 의미의 차이를 설명하시오.

누룩 한 덩이가 / 뜨는 까닭을 알겠느냐. 저 혼자 무력함에 부대끼고 부대끼다가 어디 한 군데로 나자빠져 있다가 알맞은 바람 만나/살며시 더운 가슴 그 사랑을 알겠느냐. – 「누룩」

16) �� 풀: 고난, 시련 누룩: 사랑을 일깨우는 존재

=

풀, 정답지

1) �� ⑤

2)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3) �� ③

4) �� ④

5) �� ③

6) �� ③

7) �� ①

8) �� ②

9) �� 참새

10) �� ④

11) �� ⑤

12) �� ④

13) �� ④

14) �� ②

15) �� ⓐ일어나다, ⓑ울다

16) �� 풀: 고난, 시련 누룩: 사랑을 일깨우는 존재

김수영 – 풀 해석 / 해설 / 분석 /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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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왔던 건 민중들이 었습니다. 짧은 근대사에 비해 많은 독재자들이 존재했던 우리나라지만 늘 민중들은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저항했고 지금의 사회를 이루어 냈습니다. 이번에 다룰 시 ‘풀’은 이러한 민중들의 건강한 생명력을 ‘풀’에 빗대어 표현한 시입니다.

‘풀’은 겉으론 연약하지만 강한 생명력을 지닌 민중을 상징하는 존재로 ‘바람(독재 권력)’에 흔들리며 눕혀지고 울지만 나중에는 바람보다 빨리 눕고(바람을 피하는 모습)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대상입니다. 비록 시에서 내내 바람은 불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발목까지 발밑까지 누워야하고 바람보다 늦게 눕는 경우도 있지만 풀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먼저 웃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날은 계속 흐리고 풀은 계속 눕지만 풀(민중들)은 결국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 시인은

1. 반복법을 사용했습니다. 시 전체에서 눕는다. 운다. 일어난다. 웃는다. 라는 시어가 반복되는데요. 이러한 반복은 시에서 의미를 강조하고 운율을 형성해 줍니다. 시인은 반복을 통해 민중의 시련과 극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 대구법을 사용했습니다. 대구법은 유사한 구조를 가진 두개의 문장을 나란히 두어서 의미를 강조하는 방법인데요.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등에서 대구법이 쓰여 의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복법의 일종이니 반복이 사용된 것으로 봐도 됩니다.

3. 비유법을 사용했습니다. 민중을 ‘풀’에 이를 억압하는 독재정권을 ‘바람(동풍)’에 빗대어 당시의 현실 사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제 전문을 읽은 후 전문해석을 통해 학습을 마무리해보도록 합시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김수영, 「풀」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풀은 늘 건강한 생명력을 가진 민중을 상징합니다. 우리도 풀처럼 늘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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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풀 해설 해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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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시이자 참여시인 김수영의 ‘풀’을 설명드리겠습니다.

김수영의 ‘풀’은 많은 교과서와 문제집에 수록된 매우 중요한 작품입니다.

내신 시험을 위해서 ‘풀’을 공부하실 때 세부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공부하셨으면 합니다.

시험을 출제하시는 선생님들께서 이 작품을 너무나 잘 아시고, 또 자료도 많으셔서 시험 문제가 어렵게 나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또 작품의 해석 관점, 즉 절대론적 관점, 표현론적 관점, 반영론적 관점, 효용론적 관점으로 나누어 작품이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외부 지문과 함께 출제되는 문제도 자주 등장합니다.

편집과 수정이 가능한 문서 파일 형태의 2022년 EBS 수능특강 해설 자료가 필요하시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https://cafe.naver.com/literatureidea/603

문학을 분석하는 선생, 문분선

김수영, 풀 해설 해석 분석

오늘 설명드릴 작품은 김수영 시인의 ‘풀’입니다.

아주 유명한 시인의 아주 유명한 작품이지요.

김수영 시인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저항 시인이며 참여 시인입니다.

부정적인 현실을 비판하는 작품을 많이 쓰신 분이지요.

김수영의 ‘풀’은 풀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민중의 수난과 고난 그리고 이것을 극복해내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풀은 약하지요.

풀과 싸워서 진다는 말을 하실 분은 아무도 없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풀은 뽑아도 뽑아도 다시 납니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가 흔히들 ‘잡초 같은 생명력’ 등 이런 말들을 자주 하잖아요.

이러한 풀의 속성 때문에 풀은 자주 민중을 상징하곤 합니다.

권력에게 억압당하고 힘겨운 삶을 살지만,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가니까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백성들을 ‘민초’라고도 부르지요.

https://link.coupang.com/a/n0QLi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이 작품은 풀과 바람 등을 의인화하여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살펴보면 풀은 바람에 나부껴 ‘눕고, 웁니다’, 이는 바람이라는 존재에 억압당하고 굴복하여 힘겨움을 겪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게 눕고 울던 풀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납니다.’

이 부분은 그동안 바람에 의해 이리저리 휩쓸리기만 했던 풀이 ‘능동성’을 보인 부분입니다. 수동적인 모습에서 능동적인 모습으로 변한 것이지요.

그러나 날은 흐리고, 풀은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 상황이 계속됩니다.

풀이 억압당하는 힘겨운 현실이 계속되는 것이지요.

그래도 풀은 포기하지 않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먼저 웃습니다.

풀의 강인한 생명력과, 고난에 굴하지 않는 의연함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시의 맨 마지막 부분은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로 마무리됩니다.

풀의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그러나 이 작품에서 뒤에 덧붙어야 하는 말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그럼에도 풀은 반드시 다시 일어나고 이 시련을 극복할 것이다는 것입니다.

작품에 나와 있지도 않은 말을 왜 이렇게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냐면 이 작품의 구조 때문입니다.

풀은 누우면 반드시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구조가 반복되고 있지요.

이것을 통해서 시련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것을 풀은 우리 민중은 극복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지요.

결국 이 작품의 주제는 풀의 끈질긴 그리고 강인한 생명력입니다. 이는 민중의 저력을 나타내는 것이지요.

이 작품의 특징을 간략하게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유사한 통사 구조의 반복을 특징으로 들 수 있습니다.

유사한 문장 구조가 반복이 되면서 운율을 형성하고 의미를 강조합니다.

이 작품에서 비슷한 문장 구조가 반복이 되는 것은 이것들 외에도 더 중요한 기능이 있는데요.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서 그것이 다음에도 반복이 될 것이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함과 동시에 의지와 신념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죠.

무슨 이야기냐면 바람이 불면 풀은 누웠습니다.

하지만 누웠던 풀은 바람이 지나가면 다시 일어났지요.

즉, 풀이 눕고 다시 일어나는 구조를 반복함으로써 풀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아무리 힘든 상황이어도 다시 일어나는 민중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또 긍정적인 시어와 부정적인 시어를 대립시켜서 주제를 선명하게 하고 있습니다.

풀과 바람의 대결이 그것이지요.

김수영, 풀 핵심 정리

갈래: 자유시, 참여시

성격: 상징적, 현실 참여적

운율: 내재율

주제: 풀의 끈질긴 생명력

특징:

1. 대립적 구조와 상징적인 시어로 시상을 전개함.

2. 평이한 시어와 단순한 형태의 구조로 이루어짐.

3. 동일한 시어 반복과 비슷한 문장 구조 반복으로 운율을 형성하고, 시상을 점층적으로 강화.

구성:

1연: 풀의 나약함(풀의 수동성)

2연: 풀의 강인함(수동성 → 능동성)

3연: 풀의 끈질긴 생명력(능동성 강조)

김수영 작가 소개

김수영(1921~1968) 서울 출생.

김경린(金璟麟)·박인환(朴寅煥) 등과 함께 합동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간행하여 모더니스트로서 주목을 끌었다.

초기에는 모더니스트로서 현대문명과 도시 생활을 비판했으나, 4·19 혁명을 기점으로 자유와 저항정신을 바탕으로 한 참여시를 쓴다.

마지막 시 <풀>에 이르기까지 200여 편의 시와 시론을 발표하였다.

민음사(民音社)에서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하였다.

김수영, 풀 해제

[외재적 관점]

이 시의 ‘풀’을 의인화하여 읽을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은 풀과 바람의 대립적인 관계이다.

풀은 흔히들 생각하듯 나약한 존재이며, 바람은 시련이나 역경을 뜻한다.

이를 사람에 견주어 읽으면 민중과 억압 세력의 대립으로 해석된다.

이 대립은 ‘눕다 (패배)/일어난다(승리)’, ‘울다(슬픔)/웃다(기쁨)’, 늦게 누워도(수동성)/먼저 일어나고(능동성)‘, ’늦게 울어도(수동성)/먼저 웃는다(능동성)‘ 등에서 한층 명료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풀‘은 1960년대라는 아주 이른 시기에 민중의 역동성을 표현한 김수영의 ’시대를 앞서가는 시‘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해석은 한편으로 시대적 현실을 배경에 전제하고 있다.

1950년대 초반에 일어난 한국 전쟁과 1960년에 일어난 4·194·19 혁명 등의 역사적 사실을 놓고 볼 때 이 시는 시대적 현실에 맞서 드러나는, 민중들의 나약함과 그 속에 감추어진 힘을 풀을 통해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해석은 또한 김수영이란 시인이 지닌 작가적 특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김수영은 현실은 물론 자신에 대해서도 엄정한 비판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으며, 한국 현대 시에 민주주의의 열망을 아로새긴 시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외재적 관점이 ‘풀’의 상징을 민중으로 해석하게 만든 것이다.

[내재적 관점]

이 시에서 ‘풀’은 생명 혹은 자연 그 자체를 상징한다.

자연 속에 존재하는 풀인 것이다. 이렇게 보는 해석은 무엇보다 시 그 자체가 빚어내는, 있는 그대로의 의미를 중시한다.

시를 시 자체로 읽어야 한다는 내재적 관점에 충실한 것이다.

이 해석이 기대고 있는 근거는 먼저 ‘동풍’의 의미 해석이다.

시에서 ‘동풍’은 그저 바람이 아니라 ‘비를 몰아오는 동풍’이다.

비와 연결된다면 동풍은 풀과 결코 대립적일 리가 없다.

자연 생태로 미루어 볼 때, 비는 풀을 자라게 하기 때문이다.

뒤에 이어지는 ‘나부껴’라는 경쾌한 흔들림은 이를 다시금 뒷받침한다. 또한 풀의 ‘눕는다/일어난다’의 관계를 통해서도 ‘풀’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

풀이 ‘눕는다’는 것은 언제나 ‘일어난다’를 동반한다.

비록 얼핏 보면 대립적인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립은 서로 상충하고 갈등하는 대립이 아니라 이어지고 연결된 현상의 다른 모습일 따름이다.

따라서 이 작품은 ‘눕는다/일어난다’로 연결된 두 움직임을 하나로 융합되고 통합되는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김수영의 ‘풀’은 풀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엿보게 된 자연 혹은 생명의 대립적인 양상을 통일적으로 바라보아 우리에게 대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준다.

상세 설명

해설 이미지를 마우스로 클릭하시면 잘 보입니다.

김수영, 풀 해설_1

김수영, 풀 해설_2

김수영, 풀 해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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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시 ‘풀=민중’…이 등식 누가 만들었을까

[‘풀’ 민중주의적 해석의 기원]

‘김수영 전문가’ 이영준 교수 논문서

시인 김현승의 1972년 저작인

‘한국현대시해설’을 기점으로 제시

‘주제: 약자의 강인한 생명력’ 요약

연구자들 다층적 해석 많아졌지만

“한국사회 필요 탓 단순 독해 유지”

“난 인간·세계 합일 상태로 ‘풀’ 이해

김수영은 예이츠 같은 긍정의 시인”

서울 도봉구 김수영문학관 들머리에 세워진 김수영 시 ‘풀’의 시비. 김봉규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올해로 탄생 100년을 맞는 김수영(1921~1968)의 사후에 발표된 그의 마지막 시 ‘풀’에 대해서는 정형화된 해석이 존재한다. 풀은 억압받는 민중을 상징하고 바람은 그 민중을 억압하는 부당한 권력이라는 것이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가 권력에 탄압받는 민중의 시련과 슬픔을 나타냈다면,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을 표현한다는 식이다. 거의 모든 고교 문학 참고서에 약속이나 한 듯 이런 해석이 소개되고, 시험문제로도 자주 출제된다.

지금 대부분의 연구자들과 평론가들은 이런 단선적 해석에 동의하지 않고, ‘풀’에 관한 다층적이며 참신한 해석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 교육의 영향은 막강한 것이어서, 여느 독자들 사이에서 ‘풀’에 관한 민중주의적 해석은 일종의 ‘상식’으로 통한다. 물론 풀을 민중으로, 바람을 억압 세력으로 읽는 독법이 전혀 그릇됐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런 민중주의적 해석을 포함해 다채로운 해석이 충돌하고 교접하면서 ‘풀’을 둘러싼 풍요롭고 생산적인 의미망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김수영 시인. <한겨레> 자료사진

그럼에도 남는 의문은 있다. ‘풀’에 관한 이런 해석을 처음 내놓은 이는 누구일까? 1982년 황동규의 반론 이래 ‘풀’의 민중주의적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고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 연구자들은 적지 않지만, 풀을 민중으로, 바람은 억압 세력으로 단순화한 해석의 출발점에 관해서는 누구도 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령 김수영 연구자 강웅식은 2004년에 발표한 한 논문에서 “누가 언제 어떤 지면을 통해 그러한(=민중주의적) 의견을 개진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고 쓰기도 했다.

의 엮은이인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지난달 말 발행된 한국문학연구학회 온라인 학회지 제75호에 실은 논문 ‘김수영 시의 시간―김수영 시에 대한 김현승 해설 비판’에서 김현승의 1972년 저작 (관동출판사)을 그 기점으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시인이기도 한 김현승이 이상, 서정주, 유치환 등의 시 100여편을 골라 해설한 것으로, 김수영의 작품은 ‘현대식 교량’ ‘풀’ ‘눈’ 세편이 포함되었다. 이영준 교수는 “(이 책의) 해설에서 ‘풀’에 대한 민중주의적 해석이 명확하게 제시되었다. 그리고 그 해설 내용은 그 책이 출판된 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각종 고등학교 국어 참고서가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수영 전집> 엮은이인 이영준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사진 오른쪽)가 지난 2009년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을 엮어 내며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김수영 시인의 부인 김현경 여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민음사 제공

1970년대 본고사 세대 사이에 널리 읽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김현승의 책은 작품을 먼저 제시하고 ‘구성의 분석’ ‘감상’ ‘주제’로 나누어 작품을 해설하는 방식으로 짜였다. 작품당 해설은 대체로 두세페이지씩 할당되는데, 김수영의 ‘풀’은 그나마 한페이지 분량이어서 매우 짧은 편이다. 이 가운데 두 문단으로 된 ‘감상’ 편 일부를 인용하자면 이러하다.

“크게는 민족의, 작게는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풀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상징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시의 바람은 불의와 부당한 탄압의 바람으로 볼 수 있고, 그 바람에 무력하게 쓰러지지만, 그 바람보다도 먼저―즉 그 바람의 세력을 능가하는 세력으로 일어나는 것이 의로운 민족과 의로운 생명의 집단이다. (…) 이것은 역사의 법칙이요, 삶의 진리이다.”

이런 ‘감상’에 이어 김현승은 이 작품의 주제를 간략하게 요약한다. “주제: 약자의 강인한 생명력.”

이영준 교수는 “1980년대 이후 거의 40년간 축적된 김수영 연구에서 ‘풀’에 대한 논의는 김현승의 저 단순한 독해를 이미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며 그럼에도 그런 독해가 꿋꿋하게 유지되어 온 까닭은 “한국 사회가 이런 독해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고 “이 해석은 냉전기의 이항대립적 사고를 무심코 드러낸 것인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김수영 시인. <한겨레> 자료사진

이 교수는 이런 식의 ‘풀’ 해석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반박의 논거는 이 시의 마지막 행에서 풀뿌리가 눕는다는 사실”이라며 “생명의 활동이 마지막에 이르러 풀뿌리가 눕는 것으로 표현되는 것은 생명의 전체적인 모습에서는 자연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람과 풀을 대립적으로 읽어낸 민중주의적 해석은 이제 완전히 포기되고 서로 친화적 관계로 읽히는 단계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이영준 교수는 8일 와 한 통화에서 “김현승의 이 해석에 앞서 김수영 시 ‘풀’을 민중주의적으로 읽은 사례가 나중에라도 확인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며 “나 자신은 인간이 세계와 합일을 느끼는 지복(至福)의 상태를 표현한 작품으로 ‘풀’을 이해하며, 그런 점에서 김수영은 예이츠나 휘트먼에 비견되는 거대한 긍정의 시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email protected]

김수영, ‘풀’ 해석 /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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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성격 : 현실 참여적, 상징적

정서와 태도 : 신념적, 비판적

주제 : 풀(민중)의 끈질긴 생명력

특징과 표현 : 1. 반복과 대구에 의한 리듬감과 상징적 표현을 통해 풀의 생명력과 강인함을 형상화

2. 대립적 구조와 상징적 시어로 시상을 전개함 (풀-바람, 눕다-일어나다, 울다-웃다)의 반복구조

3. 자연물의 속성을 꿰뚫어본 시인의 통찰력이 엿보임

풀이 눕는다. (풀 : 연약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민중을 상징)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동풍 : 풀을 억압하는 존재. 외세, 독재 권력을 상징)

풀은 눕고 (바람에 시달리는 풀의 모습)

드디어 울었다. (풀의 나약함)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 날이 흐려서 : 암담한 현실 상황을 암시)

다시 누웠다. (반복되는 풀의 수난)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 = 1연의 동풍)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풀의 능동성과 강인함) / 1연의 수동적인 풀의 태도가 2연에서 능동적으로 바뀜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2~3행 : 철저하게 고통받는 민중을 의미)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풀의 강인한 생명력)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고난에 굴하지 않는 풀의 의연함. 끈질긴 생명력)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의 고통이 지속되는 현실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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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해설]풀 – 김수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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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영 –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창작과 비평>(1968)-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상징적, 주지적, 의지적, 참여적, 역동적

◆ 표현

* ‘눕다’ ↔ ‘일어나다’, ‘울다’ ↔ ‘웃다’라는 네 개의 동사가 반복적인 대립 구조

* 동일한 통사구조의 반복

* 대립적 심상의 반복

* 반복을 통한 시의 역동감과 리듬감을 획득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풀 → 여리고 상처받기 쉽지만 질긴 생명력을 지닌 존재

권력자에 천대받고 억압받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불의에 저항해온 민중(민초)들

* 눕는다 → 풀의 여리고 나약하고 수동적인 모습

* 동풍(바람) → 반민중 세력, 억압, 독재 권력, 가혹한 현실, 자유로운 삶을 억압하는 힘(정치 경제적 권력)

풀과 대립적인 심상

* -보다 → 풀과 바람의 대립적 국면을 좀더 확실하게 하는 기능을 함.

* 울었다 → 무력한 굴복. 짓밟힘을 당함.

* 날이 흐려서 → 억압하는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현실

* 바람보다 더 빨리 눕는다 → 겁을 먹고 미리 굴복함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민중의 각성. 억압을 뚫고 저항하는 행위

나약한 존재의 의미를 지닌 풀이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전환되는 계기가 표현됨.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풀의 모습으로 전환되는 부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풀의 넉넉함과 너그러움

*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현재의 상황을 표현한 구절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현실인식

* 풀뿌리 → 민중을 억누르는 더욱 가혹한 억압과 그 억압을 뚫고 일어서는 더욱 거센 저항의 몸짓을 연상케 하는 표현임.

◆ 주제 : 민중의 끈질기고 강인한 생명력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풀의 수동성(나약함)

◆ 2연 : 풀의 능동성(강인함)

◆ 3연 : 풀의 강인한 생명력(의지력)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풀’은 김수영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시다. 때문에 그의 시세계가 이 시에 축약되어 있는 것으로 보려는, 그럼으로써 ‘풀/바람’의 암호를 풀려는 노력은 계속 있어 왔다. 풀은 여리고 상처받기 쉽지만, 동시에 어떤 힘에 의해서도 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이다. 김수영의 시세계 전체를 볼 때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우리는 바람이 불고, 풀은 그에 따라 흔들리기만 한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는 시인의 발언은, 풀/바람이라는 대립구도로 짜여진 이 시에서, 모든 서술어(눕는다, 울었다, 누웠다, 일어난다, 웃는다)의 주체가 풀이라는 데서부터 잘 드러난다.

풀과 바람의 싸움은 이 세상에 있는 연약한 민중들의 굳센 생명력과 그것을 억누르고 괴롭히려는 세력의 싸움인 것이다. 이 싸움을 노래하면서 시인은 하잘 것 없어 보이는 생명의 끈질김이야말로 어떤 불의한 외부의 억압도 이겨내는 힘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마지막 구절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에서 역사의 흐름이 비관적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결국, 이 시는 아주 일상적인 자연물인 풀과 바람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 것이다.

시인이 보기에 풀은 자신의 삶과 생명력을, 주체성을 가진 존재이다. 좁은 땅에 뿌리박고 지루한 삶을 견디며 자유로운 바람에 희롱당하는 것 같지만, 기실 풀의 생명력은 무엇보다도 강인하다. 그것은 자기 삶을 훌륭하게 견뎌낸다. 때로 그것은 바람보다 빨리 눕고 먼저 일어나는 예언자적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쓰러졌을 때 먼저 일어나고 울 때 먼저 웃는 인고자로서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시는 김수영의 참여 시인으로서의 면목을 엿보게 한 작품이다. 시인이 참여시의 옹호자로서 자신을 받아들이는 대목은 단순하게 사회 현실을 고발하고 그 사회의 모순 구조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다. 그것은 보다 포괄적이고 정교화 되어 있다. 시인은 통제된 질서보다 자유와 사랑의 동의어로서의 혼돈이 시의 임무를 완수하는 데 더욱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시라는 형식을 통해 더 많은 자유의 획득을 부르짖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38선을 뚫는 힘이 되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기적이 한 편의 시를 이루고, 이런 시의 축적을 통해 진정한 민족의 역사적 기점이 이룩되는 것이다. 그는 이 점에서 참여시의 효용성을 신용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규정했다.

■ 더 읽을거리 – 김상욱 –

짧고 서정적인 이 한 편의 시는 지금껏 우리 시가 이룬 가장 높은 봉우리 중의 하나이다. 쓰여진 언어도 모국어의 기초적이고 일상적인 언어만으로 채워져 있으며, 형식 또한 전통적인 서정시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풀, 바람, 비라는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자연현상을 눕다, 일어나다, 웃다, 울다 등 흔히 쓰이는 동사의 현재형으로 진행함으로써 꿈틀거리는 힘을 당차게 얻어내고 있다. 눕고 일어나는 반복적인 동작 속에서 섬세한 묘사는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풀과 바람이 지니고 있는 폭넓은 상징적 의미로 인해 이 시는 그 어떤 시보다 넓고 깊은 의미를 지닌 채 우리의 정서에 다가오고 있다.

이 시는 보는 눈에 따라서는 단순히 바람에 풀이 눕고 일어서는 풍경에 대한 시적 형상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수영의 시는 초기에 매달려왔던 소시민적 삶에 대한 치열한 자기비판에서 시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각으로, 마침내 역사에 몸담음으로 귀결되는 과정을 밟는다. 이러한 그의 시적 세계와 함께 바람과 풀이 서로 엮어내는 대립적인 정황은 이 시를 이 땅, 이 시대의 진정한 주인인 민중의 삶에 대한 형상화로 읽어야 마땅하다. 바람보다 먼저 눕지만 기어이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는 풀의 형상은 끊임없이 쓰러지나 옹골찬 고개짓으로 다시금 몸을 바투는 민중의 거센 힘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은 김수영의 산문 「시여, 침을 뱉어라」에서 다른 형식으로 확인된다.

“시의 형식은 내용에 의지하지 않고, 그 내용은 형식에 의지하지 않는다. 시는 문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민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것은 문화와 민족과 인류에 공헌하고 평화에 공헌한다. 바로 그처럼 형식은 내용이 되고, 내용은 형식이 된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시인이 온몸으로 밀고 나아가 쓴 시는 내용에도 형식에도 구애받음이 없이 자유로우며, 어떤 그럴싸한 거대한 것에 기대임 없이도 민족과 인류의 문화에 공헌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김수영의 ‘풀’ 이후 조국의 산천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풀은 연약하나 그 강인한 생명력에 어울리는 정당한 사랑과 애정을 받으며 더욱 푸르게 바람에 눕고 또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김수영의 시와 산문은 자신의 얼굴과 삼위일체가 되어 김수영이란 한 시인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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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풀 – 해석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의 시 “풀”은 1968년 6월 16일 김수영이 세상을 떠나기 20일 전에 쓴 시라고 알려져 있다. 즉 유고작이다. “풀”이 상징하는 것은 ‘민주주의’이다. 김수영은 1968년 당시 시대 상황을 “풀”을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단어로 만들어서 절망적인 민주주의의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시로 드러낸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1연-

“비를 몰아오는 동풍” “드디어” “다시”에 주목해야 한다.

동풍은 봄에 부는 바람이다. 그러나 여기서 바람은 자연현상의 바람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일시적인 유행이나 분위기 또는 사상적인 경향을 의미한다. 때문에 “비”는 “흐려서”와 같이 절망을 상징하는 단어이다. 그래서 “비를 몰아오는 동풍”의 의미는 눈물을 몰아오는 봄에 즉 1968년 봄에 부는 사회적 현상이라는 의미이다.

/드디어 울었다/ 라는 진술은 사회적인 현상이 드디어 비를 몰아 불어왔고 그래서 드디어 울었다는 것이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날이 흐려서 더 울었다는 것은 희망마저 보이지 않아서 더 울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다시 누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눕는다는 것은 병들어 앓아눕는다는 의미이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2연-

김수영은 2연에서 “풀”이 눕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바람 즉 풀은 사회적 현상보다 더 빨리 눕고 떠 빨리 울지만 결국 먼저 일어난다는 것이다. 어떤 사회적 현상에도 결국 풀은 먼저 일어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3연-

날이 흐리고 즉 희망이 없어서 풀이 눕는다. 역시 눕는다는 것은 ‘병들어 앓아눕는다’는 의미이다.

/발목까지/발밑까지 눕는다/ 는 절망의 바닥까지 ‘앓아눕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이것이 “풀”의 속성이라는 것이고 또한 시인 김수영의 바램이기도 한 것이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풀의 뿌리 즉 풀의 근원마저 앓아눕게 한다. 1968년 5월을 바라보는 시인 김수영의 시선은 풀의 뿌리 즉 민주주의 근원마저 병이 들어 앓아눕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수영은 왜 이런 시를 쓴 것일까?

*각주: 1968년 민주공화당김종필(金鍾泌) 계열의 ‘한국국민복지연구회’에서 대통령 박정희(朴正熙)를 위한 3선개헌은 저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개진했던 일종의 당내 항명파동.

내용

공화당 내에 비공식적으로 생긴 한국국민복지연구회가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9백여 명의 포섭 대상자들에게 배포한 정세보고서에 대통령 박정희를 모독하는 내용을 게재하여 문제가 발단, 공화당은 1968년 5월 24일 소집한 당기위원회에서 관련자들을 해당(害黨) 행위자로 규정하고 제명처분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국민복지연구회사건 [國民福祉硏究會事件]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수영이 말하는 “풀”은 민주주의이고 비를 몰아오는 동풍은 3선개헌이다.

완두콩 김두환 언어 교실

[의정부 국어학원] 2018학년도 수능특강 현대시 해설 – 완두콩 김두환

풀 | 김수영

2014 수특 B형 탑재

김수영 작품 출제 내역 – 2013 폭포, 2008 사령, 1994 1차 폭포

이 작품은 김수영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시다. 때문에 그의 시세계가 이 시에 축약되어 있는 것으로 보려는, 그럼으로써 ‘풀/바람’의 암호를 풀려는 노력은 계속 있어 왔다. 풀은 여리고 상처받기 쉽지만, 동시에 어떤 힘에 의해서도 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이다. 김수영의 시세계 전체를 볼 때는, 민중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다. 우리는 바람이 불고, 풀은 그에 따라 흔들리기만 한다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시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는 시인의 발언은, 풀/바람이라는 대립구도로 짜인 이 시에서, 모든 서술어(눕는다, 울었다, 누웠다, 일어난다, 웃는다 )의 주체가 풀이라는 데서부터 잘 드러난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상징적, 서정적

표현 : 반복어법에 의한 의미 고조, 풀과 바람의 대립 구조

특징

① 반복적인 표현과 의인화 수법을 통해 ‘풀’은 생명력을 지니면서 역동적인 힘을 지닌 것으로 형상화됨.

② 눕다와 일어나다, 울다와 웃다라는 동사를 통해 대립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어조 : 감정이 절제된 잔잔한 목소리

심상 : 상징적 이미지

구성 :

1연 나약한 모습의 풀

2연 끈질긴 속성을 지닌 풀

3연 능동성과 여유를 지닌 풀

제재 : 풀이 눕고 일어서는 모습

주제 : 풀을 통해 발견하는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

출전 : <창작과 비평>(1968)

풀 : 세상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지닌 풀은 어떠한 시련이나 억압에도 견디는 끈질긴 생명력을 의미하며 이는 오랜 역사를 통하여 천대받고 억압받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맞서 이겨 온 민중의 삶이라는 의미로 확대 해석할 수 있다.

바람 : 풀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어떤 힘으로, 넓게는 세상의 무수한 생명들을 억누르고 괴롭히는 일시적인 힘, 상징적으로는 민중을 억압하는 사회적인 힘(독재 권력이나 외세)을 의미한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 : 풀을 외적 억압에 의해 쓰러져 우는 모습을 통해 풀의 나약함과 비참함이 드러나고 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눕기만 하던 나약한 풀이 적극성과 능동성을 띠면서 주체적으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풀의 모습으로 전환되고 있는 부분이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 1연의 5행 ‘날이 흐려서 더 운’ 경험이 있기에 ‘날이 흐리면 바람이 더 불 것 같아 더 운다’는 뜻. 이를 주제 의식과 연관시키면 ‘사회적 상황이 나빠지고 강자의 힘이 폭력적으로 되면(날이 흐리고) 민중은 무력하게 짓밟힌다.(풀이 눕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풀이 바람에 의해서 움직이지 않고 자기 스스로의 주체적 의지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구체화하고 있는 부분이다. 즉 풀의 능동성이 드러나고 있는 표현 부분이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김수영 시인이 불의의 교통 사고로 타계하기 직전에 발표한 유작(遺作)으로, 반서정성(反抒情性)과 참여시를 표방한 그의 시 세계를 간결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풀’은 세상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지닌 자연물로, 오랜 역사 동안 권력자에게 억압받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맞서 싸워온 민중, 민초(民草)를 뜻하며, 이와 반대로 ‘바람’은 풀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세력, 곧 민중을 억압하는 사회적 힘, 독재 권력과 외세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1연에서는 ‘바람’에 굴복하는 ‘풀’의 나약하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하지만 2연에서 ‘바람’보다 빨리 눕지만 먼저 일어나는 ‘풀’을 노래하여, 민중들이 시대 상황에 순응하는 수동적인 모습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으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이어 3연에서는 시대 상황이나 권력의 횡포 속에서도 지혜롭게 견뎌 내는 민중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즉, 이 시는 사회적 상황이 나빠져 폭력화되었을 떄 민중은 무기력하게 짓밟히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고 자신들의 나약한 힘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권력에 맞서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평이한 시어와 ‘풀 / 바람’, ‘눕다 / 일어나다’, ‘울다 / 웃다’ 등의 대조적 시어를 과거 시제에서 현재 시제로 반복하여 표현함으로써 ‘풀’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을 뚜렷이 드러내 주고 있다.

풀의 수동성 → 나약함 ↓시상의 전환 풀의 능동성 → 강인함 ↓ 풀의 끈질긴 생명력

대조적 · 점층적 시상 전개

이 시의 전체적인 시상 전개 구조를 보면 1연과 2, 3연이 상호 대조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다. 1연에서는 ‘바람’이 불면 눕고 우는 ‘풀’의 나약한 모습이 드러나다가, 2연 후반부터는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의 생명력, 즉 적극적 · 능동적 모습을 보여 준다. 또한 3연에서는 한층 더 나아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날 뿐 아니라 ‘바람’보다 먼저 웃을 수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풀’의 속성이 드러난다. 이러한 대조적 · 점층적인 구조를 통해 ‘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한층 강화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게 되는 것이다.

대립적 이미지의 반복

이 시는 유사한 구절이 반복적으로 제시됨으로써 친근감을 주고 또 한편 의미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눕다’와 ‘일어나다’, ‘웃다’가 반복적으로 대립 구조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시어의 반복이 가지는 의미는 ‘풀’과 ‘바람’의 대립이 ‘눕는다’와 ‘일어난다’는 운동의 반복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있다. ‘눕는다’, ‘일어난다’는 민중이 억압에 못이겨 쓰러지고, 다시 새로운 희망으로 일어서 저항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이러한 대립 구조의 반복은 ‘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한층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바람’에 맞서는 ‘풀’의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풀’의 생명력이 강력하게 살아나기 때문이다.

서로 대비되는 시어들

풀 눕다 웃다 빨리 ↕ ↕ ↕ ↕ 바람 일어나다 울다 늦게

마지막 행의 상징적 의미

이 시에서 ‘풀’과 ‘바람’의 대립은 민중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그것을 억누르고 괴롭히려는 외부 세력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러한 흐름을 통해 볼 때 마지막 행인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는 표현은 외부 세력의 횡포가 더욱 심해지자 ‘풀뿌리(민중)’가 침묵을 지키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여기서 ‘풀뿌리’는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한 시인의 의도적인 시어 선택으로 보여지며, ‘눕는다’는 곧 다시 민중이 일어설 것임을 전제한 침묵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즉, 이는 독자에게 현실은 지극히 암울하지만 ‘일어난다’와 ‘웃는다’라는 상황의 전환이 곧 현실화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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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국어학원] 김수영, 풀 해설 – 2018학년도 수능특강 현대시 10 완두콩 김두환

풀 / 분석 / 김수영(金洙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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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 김수영(金洙暎)

1. 작가 (1)

김수영(金洙暎,1921~1968) : 서울 출생. 1949년 김경린, 박인환 등과 함께 5인 합동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간행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1950년대의 모더니스트 중 주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점차 모더니즘 시의 공허함을 느끼면서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했고, 4.19가 일어난 1960년 무렵을 고비로 강렬한 현실 의식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시의 모습을 바꾸었다. 이후 그는 지식인의 내부적 갈등과 고뇌를 정직하게 파헤치면서 현실의 문제를 다루는 시들을 발표하여 이 방면 시의 흐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달나라의 장난』(1958), 『거대한 뿌리』(1974) 등 시집과 『시여 침을 뱉어라』(1975)라는 평론집 및 기타 번역서 여러 권이 있다.

2. 작가 (2)

김수영(1921~1968) 시인. 1945년 ‘묘정(廟庭)의 노래’로 등단하여 초기에는 모더니즘 시 운동을 펼치며 도시 소시민의 비애와 우수를 정직하게 노래하였다. 그 후 4월 혁명을 통해 정신적 충격을 받고 시 세계를 전환하여 사회 현실에 대한 날카롭고 탁월한 비판 의식의 시를 썼다. 그리고 1970년대 민중 문학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시집으로 ≪달나라 장난≫(1959), ≪거대한 뿌리≫(1974), 평론집≪시여 침을 뱉어라≫등이 있다.

3. ‘풀’과 ‘바람’의 상징적 의미

(1) ‘풀’의 상징적 의미 : 여리고 상처받기 쉽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존재(→ 민초(民草), 민중(民衆))

(2) ‘바람’의 상징적 의미 : 무수히 많은 생명들을 괴롭히고 억누르는 (외부의 힘 또는 어떤 세력)(→ 외세, 독재 권력)

4. 작품 감상 (1)

사소한 자연현상 속에서 인간 세계의 여러 문제를 찾아내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시다.

하잘것없어 보이는 생명과 그것을 억누르려는 거대한 힘과의 싸움을, 반복되는 단순한 구조의 말로써 그려내고 있다.

이 시에서 ‘풀’과 ‘바람’의 상징 의미를 생각해 보자. ‘풀’은 여리고 상처받기 쉽지만 질긴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바람’은 무수히 많은 생명들을 괴롭히고 억누르는 힘으로 상정해 보며 시를 이해해 보자.

이 시에서 ‘눕다’↔‘일어나다’, ‘울다’↔‘웃다’라는 네 개의 동사가 반복적인 대립 구조를 이루고 있다. ‘풀’과 ‘바람’이라는 대립이 ‘눕는다’와 ‘일어난다’는 운동의 반복 속에서 하나로 합일되는 체험을 노래하고 있음에 유의하여 이 노래를 散文의 내용으로 바꾸어 보자. 문장의 기본 골격은 ‘날이 흐리다’, ‘바람이 분다’, ‘풀이 눕는다’, ‘풀이 운다’, ‘풀이 일어난다’가 될 것이다.

5. 작품 감상 (2)

이 시는 ‘풀’과 ‘바람’의 이미지를 통해 시인의 시상을 전개시킨 시이다. 그렇다면 ‘풀’의 이미지는 무엇인가? 풀은 파릇하게 돋은 그 모습으로 인해 생명의 상징이 되지만 쉽게 짓밟히거나 가벼운 바람에도 흔들리고 쓰러지므로 연약한 존재의 전형(典型)이다. 그러나 그 쓰러짐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데에 ‘풀’의 가치가 있다. 풀은 쉽게 쓰러지는 것 같으면서도 이내 원래의 모습대로 일어난다. 어떠한 강풍이 분다고 할지라도 그 현상은 마찬가지이다.

아름드리 고목이 뿌리가 뽑혀져 쓰러질지언정 풀은 뿌리 뽑히지 않고 자기의 의연한 자세를 유지한다. 이것은 마치 포악한 힘으로 자신들을 짓누르는 위정자들(외세)에 대항하는 민중, 민초들의 모습과 같다. 민중들은 언제나 억압과 착취를 당하는 존재이지만 그들은 결코 쓰러지지 않으면서 그 저력을 역사적으로 보이고 있다. 민중이 있기에 그나마 역사의 강이 그 본류를 잃지 않고 흐르고 부정과 부패가 깊숙히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시인은 바람에 의해 쓰러지다 이내 일어서는 풀의 모습에서 포악한 힘에 의해 억압당하다 그에 맞서 저항하는 민중의 모습을 본 것이다.

6. 작품 감상 (3)

이 시는 시인이 불의의 교통 사고로 타계하기 직전에 쓴 마지막 작품으로, 반서정성(反抒情性)과 참여시의 기치를 높이 든 그의 후기시 세계를 한눈에 보여 주고 있다.

60년대 민중문학을 신동엽과 함께 이끌고 온 김수영은 투철한 역사 인식과 건강한 민중성에 기초를 둔 신동엽과는 달리 모더니즘 속에서 자라난 모더니즘의 비판자로서, 4․19를 계기로 해서 강한 현실 의식에 바탕을 둔 참여시의 진수를 보여 줌으로써 마침내 이성부, 이시영, 조태일로 이어지는 1970년대 민중문학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풀’은 이 세상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강한 생명력을 지닌 생명체로서 오랜 역사 동안 권력자에게 천대받고 억압받으면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맞서 싸워온 민중, 민초(民草)를 뜻하며, 이와 반대로 ‘바람’은 풀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세력, 곧 민중을 억압하는 사회적 힘[독재권력, 외세]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바람에 의해 눕는 풀의 수동성과 바람에 앞서는 풀의 능동성, 그리고 바람을 넘어서는 풀의 넉넉한 생명력을 통해 민중의 끈질긴 저항과 생명력을 노래하고 있다.

즉, 이 시는 사회적 상황이 나빠져[날이 흐리고, 흐려서] 폭력화되었을 때[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민중은 무기력하게 짓밟히지만[풀은 눕고 울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고 자신들의 나약한 힘과 의지를 하나로 모아 권력에 맞서 싸워 이기는[바람보다 먼저 웃는] 인류 역사의 총체적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이 시는 평이한 우리말 시어와 ‘풀․바람’, ‘눕다․일어나다’, ‘울다․웃다’ 등의 시어를 과거시제에서 현재시제로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표현함으로써 ‘풀’이 지닌 역사적 상징성을 뚜렷이 드러내 주고 있다. 이처럼 시인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자연 현상의 한 순간을 포착하고, 그것을 통하여 중후하면서도 명징(明澄)한 현실주의적 의미를 제시하는 시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7. 작품 감상 (4)

시인들은 때때로 평범한 자연 현상 속에서 삶의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비유 또는 상징을 발견한다. ‘풀’ 역시 그러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표면적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어느 흐린 날 비가 오기 직전의 스산한 바람이 부는 들판을 생각해 보자. 그 들판에는 아주 여린 무수한 풀들이 돋아나 있고, 비를 몰아 오는 바람은 점점 거세게 불어 풀들을 눕히고, 쓰러뜨리고, 또 울리고 있다. 그러나 바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풀은 다시 일어나 웃는다. 이것이 이 시의 표면적 내용이다. 그러나 이 시는 풀과 바람의 단순한 현상적 관계만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 시에 대한 더 분명한 이해는 풀과 바람의 의미를 바르게 파악하는 데에 있다.

풀은 만물 가운데 가장 흔하다. 또 한없이 연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일부러 키우지 않아도 억세게 자라는 끈질긴 생명력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민중들을 이 풀에 비유해 왔다. 결국, 풀은 ‘민중’이며 이 작품은 민중들의 이야기이다.

그러면 바람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시에서 바람은 풀의 생명력을 억누르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바람은 민중을 억압하고 괴롭히는 올바르지 못한 세력의 상징이다.

제1연에서는 풀과 바람의 관계를 설명한다. 풀은 바람에 의해 나부끼고, 눕고, 운다. 제2연에서는 풀과 바람의 대조가 뚜렷하다. 풀은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더 빨리 울고, 먼저 일어난다. 우리는 여기서 풀의 연약함과 아울러 ‘먼저 일어난다’는 끈질김을 볼 수 있다. 제3연에서는 풀과 바람이 대립을 반복한다. 이 반복을 통해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고자 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시의 의미는 대략 드러난다. 풀과 바람의 싸움은 이 세상에 있는 연약한 민중들의 굳센 생명력과 그것을 억누르고 괴롭히려는 세력의 싸움인 것이다. 이 싸움을 노래하면서 시인은 하잘것없어 보이는 생명의 끈질김이야말로 어떤 불의한 외부의 억압도 이겨내는 힘임을 보여 준다. 그러나 마지막 구절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에서 역사의 흐름이 비관적임을 암시하기도 한다. 결국, 이 시는 아주 일상적인 자연물인 풀과 바람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 것이다.

8. 작품 감상 (5)

풀과 바람을 소재로 하여, 보잘것 없는 듯이 보이는 생명과 그것을 억누르는 힘과의 싸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비슷한 말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고도의 단순성이 이 시를 무척 친근하게 느끼로독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의미의 폭을 넓게 하여 독자를 당황하게 한다.

김수영의 시는 대개 조금 낯설고 어려운 느낌을 준다. 그것은 그가 모더니즘을 극복하려고 많이 애썼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버리지 못한 그 자취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시가 지닌 지적 태도와 기지(機智)의 복잡성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 보는 ‘풀’은 예외적이게도 극히 단순하다. 때문에 눈에 들어오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때문에 정밀한 해석은 더 어렵기도 하다.

작품의 표면 문맥은 굳이 해설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단순하다. 땅 위에 숱하게 돋아나 있는 풀이 비를 몰아 오는 바람에 나부껴 눕고 울다가 마침내는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나고 웃는다는 것이 대체적인 내용이다. 물론 이처럼 단순한 내용만으로 요약할 수 없는 미묘한 느낌과 반복되는 말을 통한 리듬의 흐름이 의미를 따지기 이전에 어떤 은밀한 공감을 일으키는 점은 따로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 시는 분명히 풀과 바람 그 자체만을 노래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풀과 바람은 어떤 상징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것일까. 풀은 세상에 있는 생물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다. 그것은 어디에나 있다. 풀은 또한 모든 목숨 가진 것들 중에서 가장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이다. 그것은 일부러 가꾸지 않아도 여기저기서 자라나고, 없애려고 하여도 없어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속성으로 해서 풀은 ‘세상에 무수히 많이 있으면서 어떤 시련에도 견디어 내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존재’라는 의미로 흔히 이해된다. 이 작품에서의 풀 역시 그러하다.

작품의 문맥에 의하면 바람은 이러한 풀의 생명을 억누르는 어떤 힘에 해당한다. 그 억루름은 쉽게 성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풀은 눕고 또 운다(즉, 바람에 흔들리어 소리를 낸다). 그러나 바람은 풀의 생명력을 끝내 완전히 억누르거나 없애지 못한다. 풀은 바람이 지나가면 곧 일어나고, 어떻게 보면 바람이 부는 순간에도 스스로의 삶을 지키고자 싸우면서 일어나려 한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풍의 근본적 의미는 대략 드러난다. 풀과 바람의 싸움은 곧 이 세상에 무수히 있는 굳센 생명들과 그것을 일시적으로 억누르고 괴롭히는 힘과의 싸움이다. 이 싸움을 노래하면서 시인은 하잘것 없는 듯이 보이는 생명의 끈질긴 힘이야말로 모든 외부적 억압을 이겨 내는 것임을 지극히 평범한 말씨와 어조로, 그러나 조금도 흔들림없이 말한다.

이와 같은 일반적 의미는, 좀더 구체적으로 해석한다면, 오랜 역사를 통하여 억세고 길긴 삶을 지켜 온 민중과 그들을 일시적으로 억압하는 사회 세력과의 관계를 암시하는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들판의 수많은 풀처럼 이 세상에 언제나 무수히 있어 왔던 서민들. 풀이 끊임없는 시련을 견디며 삶을 지키고 번성하였듯이 그렇게 살아 왔던 민중들-이러한 상징적 연결은 극히 자연스럽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어떤 사람들은 민중을 ‘민초(民草)’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와 같은 해석을 거쳐서 본다면 이 작품은 역사 안에서 끊임없는 시련을 받으며 살아 온 민중이 결국은 그들을 누르는 일시적 강제의 힘을 이겨내는 생명력의 원천임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시인은 한 방울의 이슬에서도 우주를 보아야 하는 것이 시의 눈이라고 하였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범상한 풀과 바람 사이에서도 역사와 사회를 읽어 내는 것이 또한 시의 정신이다. 바로 그러한 눈과 정신이 단순하고 평범한 듯한 몇 마디 말들에 놀라운 감동의 힘을 불어 넣고 우리를 새로이 눈뜨게 한다.

9. 이 시의 운율적 특성 : 반복의 율조가 이 시의 운율적 특성이다.

(1) 동일한 시어(눕다, 일어나다, 울다, 웃다 등)와 동일한 통사 구조의 반복으로 동적(動的)인 운율을 획득한다.

(2) 대립적 심상(눕다 : 일어나다. 울다 : 웃다, 먼저(빨리) : 늦게 등)의 반복 제시로 주제를 부각시킨다.⇒ 지속되는 ‘반복’의 율조는 율동감을 자아내고, 이 율동감은 자연스럽게 풀의 역동성이라는 의미, 즉 ‘끈질긴 풀(민초, 민중)의 생명력’이라는 주제의식을 강화시킨다. ‘풀’의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인식은 70년대 민중 문학의 시발점이 되었다.

10. 시의 구조와 주제

이 시의 표면적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어느 흐린 날 비가 오기 직전의 스산한 바람이 부는 들판을 상상해 본다. 그 들판에는 아주 여린 무수한 풀들이 돋아나 있고, 비를 몰아오는 바람은 점점 거세게 불어 풀들을 눕히고, 쓰러뜨리고, 또 울리고 있다. 그러나 바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풀은 다시 일어나 웃는다. 이를 도식화해 보면, ‘날이 흐리다 → 바람이 분다 → 풀이 눕는다 → 풀이 운다 → 풀이 일어난다 → 풀이 웃는다’와 같은 기본 구조가 된다. 이 시는 풀과 바람의 단순한 현상적 관계만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시의 주제는 양면적이라 하겠다. (1) 표면적 주제 : 이 시는 ‘풀’이 거센 ‘바람’ 앞에서 눕고 울다가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웃는다는 것이 표면적 내용으로, ‘풀의 끈질긴 생명력’을 찬양한 서정시이다. (2) 내면적 주제(사회적 의미) : 이 시는 현실 인식과 사회 의식을 나타낸 민중(民衆)의 이야기이다. ‘풀’은 민초(民草), 즉 민중, 백성을, ‘바람’은 억압하는 어떤 세력 내지 힘(나아가서는 외세 내지 독재 권력)을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억세고 끈질긴 삶을 지켜 가는 민중은 일시적으로 억압하는 어떤 세력 앞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극복한다’는 내용의 사회적 의미를 지닌 시이다. → 사회 비판적 주제 의식

11. 시상의 흐름

이 시는 ‘풀’과 ‘바람’의 대립이 ‘눕는다’와 ‘일어난다’의 운동의 반복 속에서 하나로 합일되는 체험을 노래함으로써 ‘풀의 끈질긴 생명력’이라는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개되는 이 시의 시상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1) 1연 : 풀의 나약함(- 풀의 수동성)

(2) 2연 : 풀의 (강인함)(- 풀의 능동성 : 나약함의 극복)

(3) 3연 : 풀의 넉넉함, 여유 그리고 너그러움(- 풀의 포용성) ⇒ 풀의 끈질긴 생명력

12. 문학사적 의의

김수영은 60년대 한국시에 있어서 현실 감각이 뛰어난 시인으로 평가된다. 투철한 역사 인식과 건강한 민중성에 기초를 두어 모더니즘 속에서 자라난 모더니즘의 비판자로서, 4·19를 계기로 하여 강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둔 참여시에 가담하였다. 그러한 맥락 위에 놓인 작품이 바로 ‘풀’이다. 이 작품에서 보인 ‘민중 의식’은 이후 이성부, 이시영, 조태일, 정희성, 문병란, 신경림 등으로 이어지는 ‘1970년대 민중 문학의 기틀’을 이룬다.

13. 참여 문학(參與文學)

참여 문학(앙가주망, engagement)은 ‘문학가는 미래의 자유로운 발전과 존속을 위해 정치나 사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학 이론’으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프랑스의 사르트르가 주장하였다. 우리 나라의 경우, 1920년대 ‘카프’나 ‘문학가 동맹’ 측에 의하여 논의된 바 있으나, 그들이 신봉한 것은 이데올로기였고, 문학, 예술은 그 이데올로기를 단지 맹목적으로 집행하는 것으로 믿었다. 따라서 올바른 참여의 태도를 그들에게서 구하기는 힘든 것이다. 한편 이러한 논의는 6·25 이후 또다시 신진 비평가나 작가들에 의해 대두되었다. 그들은 작가가 시대나 역사의 이방인이 되지 말기를 요구하였는데, 이는 곧 문학의 사회 참여를 의미한다. 정을병의 ‘개새끼들’, 선우 휘의 ‘망향’, 오상원의 ‘모반’, 김성한의 ‘바비도’ 등의 소설과 신동엽의 ‘금강’, 신경림의 ‘갈대’, 전봉건의 ‘의식’, 김수영의 ‘눈’ 등의 작품이 이에 속한다.

14. 핵심 정리

▷ 성격 : 상징적, 의지적, 주지적, 참여적

▷ 운율 : 반복과 대구에 의한 리듬 형성

▷ 특징 : 대립 구조

▷ 구성 : ① 풀의 나약함 – 수동적인 모습(1연)

② 풀의 생명력 – 수동성→능동성(2연)

③ 풀의 넉넉함 – 능동성 강조(3연)

▷ 제재 : 풀

▷ 주제 : 민중의 끈질긴 생명력

김수영과 4.19묘지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조용히 개굴창에 넣고/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그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쓰러진 성스러운 학생들의 웅장한/기념탑을 세우자/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김수영 `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첫 연).

김수영(1921~68)의 이 시는 그의 가장 좋은 시도 아니며 4․19를 노래한 가장 빼어난 시라고 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1960년 4월26일 이른 아침에 쓴 이 시는 4․19의 순수 절정의 순간을 직접 호흡하고 있다는 미덕을 안고 있다. 이날 나온 이승만 대통령의 사의 표명은 2백명 가까운 젊은 목숨을 바쳐가면서 학생과 시민들이 갈구하던 바의 최대치는 아니더라도 그 최소치에는 가까웠던 것이다.

1960년 3월15일의 제5대 정부통령선거는 `국부’ 이승만의 본질과 한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기회와도 같았다. 노욕과 망상으로 똘똘 뭉친 우남이 입 안의 혀 같은 이기붕을 부통령에 당선시키고자 저지른 미증유의 선 거부정은 당장 그날로부터 민중의 거센 저항에 부닥친다. 마산에서 터져 나온 항의시위는 8명의 사망자와 72명의 부상자를 냈지만, 그보다는 그날 실종된 한사람이 결과적으로 더 큰 파장을 몰고 오게 된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4월11일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처참한 몰골로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마산상고생 김주열이 그였다.

김주열의 주검에 다시 십여명의 사상자로 대답한 마산의 2차 시위는 남한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간다. 4월18일 고려대학생 3천여명이 국회의사당 앞 시위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정치깡패들에게 테러를 당한 사건은 그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피의 화요일’로 불리는 19일 성난 학생과 시민들은 종로와 광화문을 거쳐 경무대 앞까지 치달아 독재타도를 외쳤으며 경찰은 발포로써 응답했다.

비상계엄령이라는 채찍과 자유당 총재직 사임이라는 당근으로써도 우남은 돌아선 민심을 되잡을 수 없었다. 4월25일 대학교수단이 `학생의 피에 보답하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거리로 나섰을 때 그의 운명의 나침반은 이미 하와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우남에게는 정치적․인간적 실패, 나아가 역사적 죽음으로까지 다가왔을 4․19는 한국문학으로서는 가뭄 끝의 단비와도 같았다. 그것은 4․19가 열어놓은 해방의 공간이 자유로운 문학적 표현을 가능케 했다는 의미와, 4․19 자체가 두고두고 한국문학의 가물지 않는 수원(水源)이 됐다는 두가지 의미에서 그러하다.

시에 있어서 4․19의 적자는 김수영과 신동엽이었다. 신동엽은 `껍데기는 가라’에서 󰡒껍데기는 가라./사월도 알맹이만 남고/껍데기는 가라./껍데기는 가라./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껍데기는 가라.󰡓며 4월혁명을 동학혁명에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으로 파악하면서도 그 성과와 한계, 장점과 단점을 냉정하게 가리고자 했다.

김수영에게 있어 4월혁명은 시세계의 전면적인 변모를 가져올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50년대를 철저한 모더니스트로 통과한 김수영은 1960년 4월19일을 기점으로 해서 참여적인 사실주의 시인으로 변모한다. 앞서 인용한 시를 비롯해 `기도’ `육법전서와 혁명’ `푸른 하늘을’ `만시지탄은 있지만’ `그 방을 생각하며’ 등 4․19를 직접 다룬 일련의 시편들은 물론, `가다오 나가다오’ `거대한 뿌리’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사랑의 변주곡’ 등 현실의 치부를 구체적이면서도 신랄하게 까발린 시들이 직․간접적으로 4․19의 영향 아래 쓰여졌다.

그리고 그같은 변모의 궁극은 뜻밖의 교통사고로 숨지기 불과 보름 전에 토해놓은 절창 `풀’이었다. 산문투의 장광설과 거칠것 없는 발성으로 특징지어지던 김수영 시세계의 또한번의 변모를 예감케 하는 이 시가 그 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는 사실은 한국문학사의 안타까움이다.

󰡒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발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김수영 `풀’ 전문).

4․19는 이승만 자유당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그 대신 들어선 것은 자유당과 별다를 것도 없는 민주당 정부였다. 그나마도 1년 뒤에는 박정희 소장의 군부 쿠데타 세력에 의해 4․19의 이념은 철저히 능욕당했다. 그런 점에서 4․19는 미완의 혁명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도 계속 진행중인 혁명이라 할 수 있다.

작가 김승옥씨가 70년대 초 월간 <샘터>에 발표한 짧은 이야기에 `정직한 이들의 달’이 있다. 바로 4월19일 경무대 앞에서 총상을 입고 그날 밤 수도육군병원에서 숨을 거둔 서울 문리대 수학과 학생 김치호의 마지막을 그린 것이다. 김치호가 말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배웠어요. 부정한 짓을 하면 안 된다구. 그래서 선거를 부정으로 한 사람들에게 선거를 공정하게 다시 하라구 말했어요.(…)학교 교과서가 주동자예요. 부정을 그냥 보고만 있는 것도 부정이라고 가르치는 교과서가!󰡓

그 김치호는 지금 서울 수유리 북한산 동쪽 자락에 자리잡은 `4․19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다. 다른 많은 교과서주의자들과 함께. 4․19 묘지는 혁명 이태 뒤인 1963년 현재의 위치에 조성됐으며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국립묘지로 새단장했다. 평일 오후의 4․19 묘지는 참배객이 드문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나온 젊은 엄마들, 근처 국립재활원의 환자들, 노인들, 연인들, 그리고 과자 부스러기를 쪼는 비둘기들로 채워져 여느 시민공원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을 연출한다.

그 풍경을 보면서 생각한다. 4․19가 추구했던 정신과 이념은 이 묘역의 어디에서 볼 수 있는 것일까. 제가 와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일까, 청장년의 나이로 4․19를 겪었을, 그러나 이제는 다만 무력한 삶의 구경꾼으로 가라앉아 있는 노인들일까. 아니면 유영봉안소니 만장이니 수호자상이니 수호예찬의비니 하는 각종 시설물일까. 4․19는 성소에서 기림을 받고 있다기보다는 차라리 이 한정된 넓이의 묘역에 갇혀서 숨막혀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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